조조의 서주 정벌.
삼국지(三國志) (117)
조조의 서주 정벌.
의맹서에 서명한 동승을 비롯한 무리를 주살함으로써
일단 측근에 있던 자들의 피의 숙청(肅淸)을 끝낸 조조는
모사 순욱과 정욱을 불러 물었다.
"아직도 처치하지 못한 인물들은 어찌했으면 좋겠나 ?
그러자 순욱이 대답한다.
"서량(西凉)의 마등(馬騰)과 서주(徐州) 유비 말씀입니까 ?"
"그렇소 !
그들도 동승과 의결(議結)하여 나를 없애려는 반심(叛心)을 품지 않았는가 ?"
"물론 그들을 그대로 내버려둘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방법으로 놈들을 없애는 것이 좋겠는가 ?"
"마등은 서량에 있으니,
그를 간단히 없애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니 지금은 사람을 보내 그의 환심을 사두었다가,
적당한 기회에 허도로 불러들여 없애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리고 유비의 군사는 병력의 수로 보아선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관우를 비롯해 장비와 조자룡 등의 걸출한 장수들이 건재하므로
쉽게 보아서는 안 될 것이므로 당분간은 은인자중하며
기회를 엿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만..."
순욱은 조조의 마음을 떠보기 위해, 이렇게 말을 하였다.
그러자,
"그렇게 하나하나 염려와 걱정을 앞세우다가는 무슨 큰 일을 하겠는가 ?"
조조가 불만이 가득한 소리를 하였다.
그러자 이번에는 정욱이,
"하북에 원소만 없다면 별로 걱정할 바가 아니지만,
원소가 지금 관도(官渡)에 대군을 집결시켜 놓고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으니
우리가 서주의 유비를 치기위해 연주를 비우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 될 것입니다."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조조의 대꾸로 그의 속 마음을 알아차린 순욱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정욱을 향하여,
"주공께서 기어이 유비에게 응징을 하신다면,
사실 원소의 문제는 그리 큰 일이 아니오.
원소는 우유부단 한 자라, 겁도 많고 욕심도 많지요.
그래서 5할 ,7할의 승률에도 전쟁을 하지 않으려 하고,
완벽한 승률이어야 죽어라 싸우는 자요.
전시란 수시로 돌변하는데, 완벽한 승률이라니 ? ...
우리가 서주를 공격하여 열흘 내에 서주성을 함락시킬 수만 있다면,
원소는 감히 나서지도 못할 것이오."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정욱이,
"매우 송구스럽지만 견고하기 이를 데 없는 서주성을
과연 열흘 만에 함락시킬 수가 있겠습니까 ?"하고 물었다.
그러자 순욱이,
"불가능 할 것이오.'"하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정욱이 재차 물었다.
"선생의 말씀대로 원소가 우유부단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의 측근에는 허유와 전풍 등 지략가가 적지 않습니다.
그들이 원소에게 연주 공격을 주청하지 않겠습니까 ?"
정욱의 물음에 순욱이,
"그거야 연주성을 지켜주는 장군들과 병사들이
어떻게 대처하며 버티느냐에 달려있지 않겠소 ?
서주성이 함락될 때까지만 버텨준다면,
우린 남북으로 공격하여 쌍방에서
승리를 거둘 수가 있을 것이오."하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정욱이,
"선생 ! 만약 서주성을 함락시키지 못하면,
우린 물러날 곳도 없이 위험에 빠지지 않겠습니까 ?"하고 말하니,
순욱이,
"용병은 본래 위험을 수반한 모험이니, 시도하는 순간 위험에 빠질 수가 있고,
그런 모험을 감행하지 않고서는 진정한 승리도 없는 것이 아니겠소 ?
그리고 지금 서주의 공격을 미루었다가
차후에 다시 서주를 공격한다면 유비가 허창을 습격할 텐데,
그때의 위험은 지금보다 훨씬 클 것이오.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두 사람간의 논쟁을 잠자코 듣고만 있던 조조가 입을 열어 말한다.
"정욱은 지략이 있고, 순욱은 견문이 넓어 !
두 사람의 가르침을 잘 들었네, 알고들 있는가 ?
예전에 원소가 18 제후들의 맹주일 때,
내가 정면공격을 주장했지만 동탁의 세력에 벌벌 떨며 공격 시기를 늦췄다네,
그래서 내가 선봉에 나서서 죽어라 싸웠지만,
후군(後軍)이 따라주질 않아서 내가 하마트면 죽을 뻔 했었지,
그런 것을 종합해 보면 원소는 병사만 많이 가지고 있지, 뱃속은 쫄장부요 !
그에 비하면 유비는 군사는 적어도
워낙 인걸(人傑)이어서 지금 쳐 없애지 않으면,
날이 갈수록 골칫덩이가 될 것이네,
그러니 원소가 염려되어 늦출 수는 없는 일이지. 결심했으니,
두 말들 말게 ! 이십만 대군으로 서주성을 공격하겠네 !"하고,
단호한 어조로 말하는 것이었다.
"주공의 명를 받들겠습니다."
순욱과 정욱은 조조를 향하여
두 손을 읍하며 고개를 숙였다.
이리하여 수일 간의 준비끝에 조조의 이십만 대군이
연주성을 출발하여 유비가 장악하고 있는 서주 정벌에 나섰다.
조조가 이십만 대군을 이끌고
서주 정벌길에 올랐다는 소식이 서주에 들어왔다.
유비는 그 사실을 하비성을 지키고 있는 관우에게 알리고
조조군의 공격에 대비한 만반의 방어태세를 갖추게 하였다.
그리고 장비,조자룡과 함께 서주성 성루에서
출정식을 겸한 하늘에 제(祭)를 올렸다.
유비가 제문을 읽는다.
"신 유비가 피눈물로 하늘과 역대 제왕께 제를 올립니다.
조정의 불행으로 역적들이 활개치고, 귀비께서 역적에게 참혹하게 당하시고,
충신들도 연이어 죽임 당했는데도, 신은 나라 재건도 못하고 역적도 제거하지 못해,
고통속에 애간장이 타옵니다.
이에 하늘에 제를 올리오니,
천지신명과 역대 제왕께서는 역적 조조를 멸할 수 있는 힘과 지혜를 제게 주시옵소서.>
제문을 읽은 유비,장비,조자룡이 삼배(三拜)를 하고 일어서자
자룡이 성밖을 가리키며 말한다.
"주공 ! 조조군이 옵니다."
그 소리에 유비와 장비가 성밖을 바라보니
과연 조조의 대군이 질서정연하게 성을 에워싸고 있는 것이 아닌가 ?
유비가 측근에 대기하고 있던 미방을 부른다.
"미방 !"
"네 ! "
"준비되었는가 ?"
"분부만 내리십시오 !"
"그래,
지난번에 역적 조조를 협공하자고 원소에게 밀지를 보냈으니,
지금쯤 원소의 대군도 지척에 왔을 거네,
자네는 원소 진영에 들어가면 먼저 허유부터 만나게,
허유는 원소가 믿는 중요한 인물이야.
허유에게 자초지종을 고하고, 그의 지지를 얻으면
원소를 만나게. 그래야 원소의 확신이 커질 것이야."
"알겠습니다 !"
미방은 유비의 밀명을 띠고 원소의 진영으로 달려갔다.
그런 뒤에 유비는,
"하비성에 있는 둘째에게는 조조의 침공을 알렸으니,
어련히 알아서 준비하겠지..
이젠 우리들이 조조에게 맛설 준비를 해야 하네,
셋째, 자룡. 당부한 대로 군사들을 준비하게 !"
"옛 !"
"옛 !"
장비와 조자룡은 즉각 자기자리로 돌아가 전투태세에 돌입하였다.
잠시후,
서주성을 에워싼 조조가 잠시 숨을 고르고 있는 바로 그때,
서주성 문이 열리며 유비와 조자룡이 말을 타고
천천히 조조가 타고있는 전투마차 앞으로 다가왔다.
서로 얼굴을 마주보고 대화할 수 있는 거리로 접근한 두 사람은
그 자리에 말을 멈추고, 조조가 먼저 입을 열었다.
"유비 !
내 손바닥 아래 놀던 놈이,
내 잠시 소홀한 틈에 서주를 삼켰구나."하고, 호령하였다.
그러자 유비가 대꾸한다.
"조조 ! 승상이란 자가 역적 짓을 하다니 !...
나와 천하의 영웅들은 역적 조조를 죽인다 맹세했네."
"그래 ?
그러나 나를 죽이려는 자는 많았지만,
아쉽게도 그들은 모두 다 무덤으로 갔지.
넌 내 적수가 못되니 어서 성을 내놓게.
그러면 부추 길러 먹을 땅뙈기는 조금 떼어 주겠네.
만약 대항한다면 내 병사들이 자네 군사들을 씨도 남겨두지 않을 것이야."
"그럼 어디 해보게.
내 병사들은 적어도 다들 뛰어나니,
자네 병사는 많아도 우리한테 당하지 못할 것이네."
"어찌 그리 자신하누 ?"
"원소의 대군이 그대 뒤를 기습하여, 며칠 뒤에는 허창을 함락할 텐데,
그러면 그대는 갈 곳이 없을 테니 어디 묻히겠는가 ?"
"원소를 과대평가 하는구먼,
과연 그렇게 될까, 엉 ?"
"아니, 그대를 과대평가 했었지,
그대가 아무리 지독해도 사람인 줄 알았는데,
회임중인 귀비까지 목 졸라 죽이고
, 자기 딸년을 황후로 봉하다니 짐승만도 못한 짓 아니던가 ?"
"정녕 싸우겠다는건가 ?"
"죽는 날까지 싸울거요."
"좋다 !"
말을 끝낸 조조가 손짓을 하자,
조조가 탄 전투마차 병사들이 마차를 자기 진영으로 돌렸다.
유비와 조자룡도 그 자리에서 말을 돌려 성안으로
다시 돌아와 본격적인 전쟁 준비에 들어갔다.
118회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