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소의 출정 조조의 대응
삼국지(三國志) (139)
원소의 출정 조조의 대응
이틀 뒤 정오,
기주성의 넓은 평지에는 조조와의 결전을 앞둔 출정식과
하늘에 제를 올리기 위해 높이 쌓은 제단 아래,
문무대신과 전투에 나서는 많은 병졸들이 운집하였다.
원소는 먼저 제단에 올라 향을 피우고
서슬이 퍼런 단도를 하늘 높이 쳐들어 자신의 손가락에 문질렀다.
그리고 흐르는 피를 세 개의 잔에 나누어 떨어뜨렸다.
세 개의 잔은 각각,
천신(天神), 지신(地神), 조상신(祖相神)께 올리는 잔이었다.
원소가 첫번 째 잔을 들어 하늘에 고한다.
"신, 기주 대장군 원소가 하늘에 고합니다.
역적 조조가 황실을 찬탈하고 백성을 도탄에 빠뜨려,
신이 하늘의 도를 행하기 위해 70만 대군을 일으켜
역적을 섬멸하고 천하를 평정하려 하니,
천신께서 보호하시어 이 원소를 지켜 주십시오.
신이 피로서 제를 올립니다 !"
원소는 이같이 외치고 잔을 들이켰다.
이와 동시에 군집한 병사들은 제각기 창을 두두리고
칼을 뽑아 하늘을 찌르면서 천지가 떠나갈 듯이 함성을 내지른다.
"필승 ! 필승 ! 필승 ! 필승 ! ....."
두번 째 잔을 들고 원소가 고한다.
"기주 대장군 원소, 대지에 고합니다.
역적 조조는 황실을 넘보고 백성들을 박해하여 천하 만백성을 도탄에 빠뜨려,
신이 대지의 기운을 얻어 만물과 백성을 대표하여 역적 조조를 멸하고
대지를 창성케 하려, 피로써 제를 올립니다."
원소는 첫번째와 마찬가지로 이같은 맹세를 하고 잔을 들이켰다.
이와 동시에 병사들은 무기와 장고를 두드리며
하늘이 가라앉고 땅이 꺼질 듯한 함성을 토해낸다.
"필승 ! 필승 ! 필승 ! 필승 !...."
세번 째 잔을 들고 원소가 고한다.
"신, 기주 대장군 원소가 조상님께 고하노니
역적 조조가 한실을 찬탈하고 조상을 욕보여
종묘의 도가 붕괴되고 영령이 불안하니
신 원소가 피눈물로 맹세코 역적을 멸하여
조조의 목을 가져와 제를 올리고자 합니다,
부디 이번 전쟁에서 대승리로 귀환토록
조상들께서 원소의 승전을 보우하소서.
이에 신이 피로써 맹세합니다."
원소는 이같이 외친 뒤에 마직막 잔을 들이켰다.
이와 동시에 군사들의 함성이 또다시 터져나왔다.
"필승 ! 필승 ! 필승 ! 필승 !...."
이윽고 원소가 제단에서 돌아서자
병사들의 함성이 일시에 멈추었다.
원소가 제장 제졸을 향하여 말한다.
"모두 듣거라 !
이번 전투는 원씨 일가의 생사존망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의 흥망이 달려있다.
또 대한 왕조의 흥망도 함께 달려있다.
우리 모두가 한마음으로 싸운다면 이번 전투는 반드시 승리한다 !"
이같이 외친 원소가 요도를 뽑아 하늘로 치켜들었다.
그러자 제장 제졸 모두는 손에 든 무기를 하늘 높이 치켜들며 외쳤다.
"필승 ! 필승 ! 필승 ! 필승 !...."
한편 옥사에 갇힌 모사 전풍은 밖에서 군사들이 외쳐대는
아련한 <필승>소리를 듣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옥졸을 불러 묻는다.
"이보게 !
밖에서 왼 북소리와 군사들의 함성이 들리는가 ?"
그러자 옥졸이 대답한다.
"주공께서 조조 토벌 결사대회를 열어 천제와 선조께 제를 올리십니다."
"뭐라 ? 출정을 하신다구 ?"
전풍은 깜짝 놀라며 물었다.
"예, 듣기론 70만 대군을 끌고 가신다 합니다."
그러자 전풍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혼잣말을 한다.
"아 아,
승산이 없는 전쟁을 하려고 하는구나 !
헛된 너울이야, 헛된 너울 !...."
그러면서 옥졸에게 사정조로 부탁 한다.
"이보게,
지필묵을 좀 가져다 주게. 주공께 진언을 올려야겠네 !"하고 말하자,
옥졸이 손을 들어 만류한다.
"아,아... 대인,
그냥 놔두십시오.
지금도 간언을 하시다가 옥에 갇히시지 않았습니까 ?"
"간언을 하다가 죽을지 언정 모른체 할 수는 없네 !
그러니 어서 지필묵을 가져다주게 !"
"아, 아이 참 !..."
옥졸은 전풍의 부탁을 만류하면서도
청을 거절할 수가 없어 잠시후 지필묵을 가져왔다.
전풍은 간언서를 쓰기 시작하였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주공 ! 대군을 일시에 이끌고
조조를 멸하려 출정하려 하시니 신이 간언을 올리옵니다.
자고로 안을 비워 놓고 밖으로만 달려나갔다
가는 반드시 화(禍)를 입기 마련이오니,
오히려 관도의 군사들을 끌여들여 방비를 굳건히 하는 것이
상책이 될 것이오니 출전을 고려하시옵소서.>
삼군을 이끌고 출전하려고 출정식까지 마친 원소에게 간언서가 올려졌다.
원소는 허유가 건네는 간언서를 펼쳐보고 노기를 띠며
그자리에서 그것을 냅다 집어 던졌다.
"전풍이 또 날 욕보였어 ! "
그러면서 원소는 허유를 돌아보며 말한다.
"전풍이란 자가 전쟁을 멈추라는군,
제를 올리고 이제 막 대군이 출발하려는데 이런 헛소리를 지껄이다니,
내 이제는 참을 수가 없다. 이보게 허유,
즉시 명을 내려 이자를 참하라 해라 !"
원소의 노기는 하늘을 찌를 듯 하였다.
그러자 허유는 난처한 얼굴을 하면서,
"주공 ! 전쟁이 시작도 되기 전에
신하를 참하신다면 길조는 분명 아닙니다."하고 아뢰었다.
그러자 원소가,
"그러면 어쩌면 좋겠나 ?"하고
허유의 의견을 묻는다.
허유가 대답한다.
"주공 ! 이번 전투에서 우리가 대승을 거두고 귀환한 뒤에,
평소에 허풍이나 쳐대고 안목도 좁쌀대기 만한 소인배 전풍에게
주공의 찬란하고 위대한 업적을 보여주소서,
그때가 되어 주공께서 자결을 명하셔도 결코 늦지 않습지요."
"좋다 !"
원소는 허유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띄었다.
"놈과 조조의 목을 한데 모아 불 태워주겠노라."
원소가 자신만만한 어조로 주먹을 불끈 쥐어보이자,
허유는 허리를 굽히며,
"어찌 이리 절묘하신지요..."하고
원소의 비위를 맞춰주는 대답을 해주었다.
"허유 ?"
"예 !"
"명을 전해라.
북을 울리고 출정한다 !"
허유가 돌아서서 제단아래 장졸에게 명을 전한다.
"북을 울리고 출정하란 명이다 !"
"둥 ! 둥 ! 둥 ! 둥 ! 둥 ! 둥 ! 둥 ! ...."
"뿌우우 ~ 뿌우우 ~...."
출정을 알리는 북과 나팔 소리가 천지를 요란스럽게 울려퍼지는 가운데
원소의 대군이 조조를 격멸하기 위해 관도 벌판을 향해 진군하기 시작하였다.
그 대열은 장장 백 여리에 달하였고 선발대는 이미 새벽같이 출발한 터였다.
허유가 원소의 수레옆을 따르며 아뢴다.
"주공 ! 보십시오.
선발대는 이미 아침 일찍 떠났으며
우리 후발대만 하더라도 장장 백 여리에 이르니
고금에 보기 힘든 대단한 장관입니다."
원소는 그 말을 듣고 수염을 내리 쓸며
여유와 만족이 넘치는 미소를 머금고,
"조조도 소식을 들었을 텐데 지금쯤 쫄았겠구먼 !
바지에 오줌을 지리지나 않았는지 몰라 ?"하고
말하는 통에 허유와 함께 유쾌하게 웃었다.
"하하하핫 ! ..."
"하하하하 ! ..."
허유가 말한다.
"주공 ! 예서 조조의 허도까지는 백 삼십리 이고,
관도까지는 팔십리 입니다.
척후병의 보고로는 조조가 모든 병마를 허도로 들였다 하니,
놈도 각오는 하고 있을 겁니다."
그러자 원소가 대답한다.
"관도에서 진영을 꾸리되,
전 군을 세 진영을 나눠 연합 전투 태세를 갖추라 하라 !"
"예, 알겠습니다."
명령을 하달한 원소는 자신만만한 표정을 보이며
연신 수염을 쓸어내리며 만족한 미소를 지었다.
한편 원소의 출군 소식을 접한 조조는
문무 대신이 모두 함께한 자리에서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조인의 보고를 받고 있었다.
"원소가 기주에서 하늘에 제를 올리고
칠십만 대군을 이끌고 사흘 전 허도로 향했으며,
세 아들도 함께 출전하였다고 합니다.
원소는 기마진, 궁수진, 철갑진, 전차진과
군량과 무기도 충분하며 보병은 백 리, 수병은 오십리로 이어져 있으며,
선발대는 오늘 관도에 당도하였다고 합니다."
침통한 조조가 입을 열어 말한다.
"우리의 여러 장군들과 병사들도
이렇게 많은 군사들은 못 봤을 테고,
이 많은 진영은 처음일게요.듣자니 원소가 멋진 말을 했다더군.
< 이 전쟁은 향후 오백년의 역사와 황실의 귀속이 걸렸다>고 했다지 ?
자, 여러 문무 대신들은 의견을 좀 내보게 !
전쟁이오 ? 화친이오 ? 전쟁이면 단기전인가 ? 장기전인가 ?
화친을 하면 담판인가 ? 요청인가 ? 기탄없이 말해보시오."
백관대신 하나가 나서며 아뢴다.
"승상 ! 원소는 세력도 무기도 막강하니,
전쟁보다는 화친으로 시간을 끌었다가 기회를 보아 대응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러자 여러 대신들이 이구동성으로 뒤따르며 아뢴다.
"소신도 동의합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러는 가운데 모두의 눈을 사로잡는 말이 튀어나왔다.
"전쟁을 해야합니다 !"
이렇게 주장하며 나서는 사람은 다름아닌 모사 순욱이었다.
순욱은 좌중의 가운데로 나서며 두 손을 읍하여 예를 표하며
단호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승상 ! 단기전으로 총력전을 펼쳐야 합니다."
조조가 반짝이는 눈빛으로 순욱을 쳐다보며 물었다.
"어째서인가 ?"
"소신 전쟁은 잘 모르오나 원소의 심리는 잘 압니다.
그는 이번에는 분명히 허도을 공격할 것이니,
우리가 화친을 원해도 듣지 않을 것이고
자신의 세력이 크다는 것에 도취되어 처음부터
우리의 세력을 얕보고 있는 것이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원소의 세력은 외형상 크게는 보이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헛된 너울입니다."
이렇게 말한 순욱은 잠시 하던 말을 끊고
무장들이 서있는 곳을 향해 돌아서며 말한다.
"이보시오 장군들 !
그깟 관우도 사흘 만에 안량과 문추를 없앴소.
숱한 전투를 해온 장군들이 어째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는거요 ?
장군들이 관우만도 못한 거요 ?"
순욱은 장군들의 자존심을 여지없이 깔아뭉개는 어조로 따지듯이 몰아세웠다.
그러자 장군들은 이구동성으로 자존심을 씻어내는 소리를 내질렀다.
"싸워요 ! 싸워요 !
원소와 끝장을 봅시다 !"
이렇게 순욱의 말 한마디로
조금 전 까지 원소의 세력에 위축되어 화친의 길을 모색하던 분위기는
순식간에 <전쟁불사>의 분위기로 바뀌었다.^
"소장이 선봉에 서겠습니다 !"
허저가 앞으로 나서며 대답하자,
또 다른 장수들이 다투어 나서며 말한다.
"승상 !
정예군 2만이면 적군을 박살낼 수 있습니다 !"
어려운 가운데 희망적인 면을 발견한 조조가
침통한 표정을 거두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문무대신 사이를 천천히 걸어다니며 말하였다.
"내가 스무살 즈음에는 원소 형님을 몹시 존경했었네,
왜냐 ? 그 조상 4대가 고관이었고 부하들도 천하에 깔렸으니까,
허나 내 조부는 환관이라 나는 그게 창피했고,
원소의 조롱을 꽤나 받았지.
서른살 즈음에는 나도 그도 조정 대신으로
겉으론는 존경해 주었지만 속으로는 그를 깔보았네,
왜냐 ? 바로 그가 동탁을 조정으로 불러들여 천하를 혼란시켰으니까.
내 진작 강조했네.
그건 적을 키우는 것이라 조만간 화를 불러들인다고,
마흔살 즈음에는 그도 나도 제후가 되었지만, 난 놈을 멸시하네 !
왜냐 ? 군주라는 자가 속은 좁아터지고 식견도 얕지,
시샘도 많고 의심까지 ...
통솔자가 되어 현인을 등용하기는 커녕,
자신 측근의 일부만 편애하고 백성들의 생활고는 외면한 채
자신만의 생각이 옳다고 주장하지,
결단력 부족에 목소리만 큰 겁쟁이에 거짓말쟁이,
병사와 백성은 많지만 못 휘어잡고, 휘하 장수들은 교만스럽다지 ?
애비라는 자가 아들 놈들 부추겨 대권 다툼하게 만들고 제 핏줄만 곁에 두네,
이것만 봐도 원소는 군주로든 아비로든 통솔자로든 겉만 그럴 듯 해보일 뿐이네.
따라서 이번 전투는 사실 8년 전에 예상을 했었네,
원술과 여포를 잇달아 없애고 천자를 모시고 서주와 중원을 얻었으니,
원소와의 마지막 결전은 피할 수 없는 일이야 !
그래서 지난 8년간 우리는 밤낮없이 이전쟁을 준비했고,
오늘에서야 이렇게 밝히는 바이네.
8년 전 원소군은 삼십만, 나는 이십만은 있어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고,
3년 전 원소군은 이미 오십만이 되고 나는 십만 군사는 있어야 이길 듯 싶었지,
지금 원소군은 칠십만으로 제 놈 혼자 4개 주를 차지해 세력을 떨치지만,
내가 보기에는 원소를 이기는데 칠만 정예군이면 떡을 치네 !"
"원소군은 점점 늘어나는데 어찌 승상께선 줄어드나요 ?"
한 대신이 물었다.
그러자 조조는 핏대를 올려가며 웅변하듯 외치며 말했다.
"군사는 숫자보다 날렵함이오,
용기보다는 책략이라 !
군사 수로 따지면 내 평생 원소의 숫자를 앞지르진 못하지만
용맹함과 지략으로 보면, 원소같은 놈 셋이 덤벼와도
이 조조 하나만 못하니까 !"
조조의 대꾸에 어느 누구도 반론하는 문무 대신은 없었다.
그리하여 잠시 적막이 흘렀다.
적막을 깨고 조조가 조인을 불렀다.
"조인 ?"
"네 !"
"원소군에 대비한 병력을 모두에게 들려주게."하고
명하였다.
그러자 조인이 문무 대신을 바라보며 말한다.
"주공께선 8년 전에 각부의 젊고 용맹한 장사를 연주로 불러모아
주야로 단련시켜서 이제 칠만 정예군이 되었으며,
다들 숱한 전쟁을 겪은 장수로 으뜸중에 으뜸인 용맹지사요,
그중 사만의 철기군과 장창군 일만, 장갑부대 팔천 외에
나머지는 전부 궁수와 벽력차 부대요 !"
조인이 보고를 마치고 자리로 돌아가자
조조가 장도를 지팡이 처럼 짚고 서서 결전을 선언한다.
"칠만 정예군은 우리의 칼날과도 같다 !
그 정도면 원소의 삼군은 단번에 꿰뚫을 터 !
다들 궁금할 게야,
우리의 나머지 이십만 군대는 뭘 하냐고 ?
모두 잘 듣게 !
나머지 이십만군의 임무는 단 하나 !
원소군이 패배한 뒤에 끝까지 추격하여 놈들의 씨를 말려버린다 !"
"네 ! 주공 !"
장수들이 두 손을 모아 올리며 일제히 복명한다.
"이번 전투는 사실상 첫 전투,
단 한번 뿐이고 마지막 전투가 되어야 하네 !
칠만 정예군 모두를 투입하여 단 한번에 결판을 내도록하자 !"
조조는 말이 끝남과 동시에 장도를 뽑아 단상에 그대로 <쾅>하고 꼿아 보였다.
그와 동시에 문무 백관들의 입에서는 결의에 찬 소리가 저절로 흘러나왔다.
"네 !"
140회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