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조의 기습으로 시작된 관도 대 혈전 <상편>
삼국지(三國志) (141)
조조의 기습으로 시작된 관도 대 혈전 <상편>
조조와 원소가 이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원소의 진영에서는 장공자 원담이,
"허유 선생 !
대체 무슨 말씀을 나누길래 이리 길어진답니까 ?"하고, 물었다.
그러자 궁금하기는 매한가지였던 허유가,
"주공과 역적 조조는 어릴 적 벗이니, 서로 풀지 못한 매듭도 있을 게요.
허나 조조는 간사하고 꾀 많은 놈이라 이리 시간을 끄는 걸 보면
분명 어떤 꿍꿍이가 있을 지 모릅니다."하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이공자 원희가,
"꿍꿍이라뇨 ?"하고, 반
문한다.
"글쎄요..
꼭 집어서 말할 수는 없지만, 조조가 무슨 수를 쓰고 있는지,
아직은 알 수가 없습니다."
허유는 고개를 가로 흔들고 대답하면서 무언가 알 수없는 불안감이 밀려오기 시작하였다.
그리하여 말을 마치자마자,
"원담 장군 ! 더 이상 지체하면 안 되겠소.
당장 주공을 모셔오고 전투 준비하시오."
"알겠소 !"
원담이 허유의 말에 대답을 하고 나가려하자,
"아니오 ! 기다리시오."
곽도가 만류하며 말한다.
"보시오.
주공께서는 차를 마시면서도 줄곧 여유있고 느긋하시오.
반면에 조조는 간청을 하고 있소."
"뭘 간청한단 말이오 ?"
원담이 물었다.
그러자 곽도는 수염을 쓸면서 말한다.
"화친 아니면 투항이겠죠.
주공께서 저리 느긋하신 것을 보면,
승기가 우리에게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
그러니 좀더 기다려 보지요.
애써 전쟁을 하지 않고도 이길지 모르니..."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허유는,
"이보시오, 곽도 대인 ! 조조는 교활한 인물이란 것을 잊지마시오.
이렇게 시간을 끄는 것은 아무래도 어떤 술수가 있는 것 같소.
또 한창 사기 충천한 우리 군사들의 사기도 꺾일 것이오."
이렇게 원소의 진영에서 설왕설레 하는 가운데 원소와 조조의 대화는 계속되었다.
<천자를 데리고 기주로 돌아가는 것이 어떻겠냐>는
조조의 물음에 원소가 머리를 기울이며 말한다.
"화친을 위해, 천자만 바치면 부족하지 ! ...
허도도 내 줘야겠네."
원소는 조조를 압박하였다.
그러자 조조는 얼굴을 찡그리고 사정조로 대답한다.
"허도는 내 안방과 다름없는데,
안방을 내주면 난 어디로 가란 말이오 ?"
"연주 땅도 있지 않나 ?
거기서 주인 노릇하게나."
조조는 그 말을 듣자 얼굴을 더욱 찡그리며 고개를 설레설레 젖는다.
"연주는 좁고 가난하여, 먹고 살기도 힘든 판에 주인 노릇은 무슨 !...
형님 ! 내 서주를 준다지 않소 !
게다가 천자까지 드리겠다는데, 위협하지 마소 !.
쥐도 너무 궁지에 몰면 되겠소 ?"
조조가 흡사 자기가 궁지에 몰린 쥐라도 된 듯이 비유해서 말하자,
원소는 더욱 조조를 무시하는 교만한 마음이 북받쳐 올랐다.
그리하여,
"자네 전쟁준비는 모두 허도에서 하잖나 ?
여보게 아우 ! 자네가 허도를 내놓지 않으면 내 어찌 이 화친을 믿겠는가 ?"
이같은 원소의 말에 조조가 입 맛을 <쩍쩍> 다시면서 대꾸한다.
"허창을 잃으면,
문무 대신들이 날 겁쟁이에 졸장부로 알고, 내 자릴 탐할 거 아니오.
그러다가 내가 죽어버리면 이 화친은 누가 유지합니까 ?
그런 뒤에 행여 어떤 놈이 형님을 치려한다면 또다시 귀찮기만 할 거 아니오 ?"
원소는 조조의 말을 듣다 보니, 그도 그럴 것 같았다.
그리하여 대답을 주저하고 있는데,
조조는 아까부터 말을 하는 도중에 중천에 떠있는 해의 기울기를
언듯언듯 살피는 것이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원소와의 <차담화>를 시작하기 전에 조조는
이미 원소의 후방으로 허저와 장요를 시켜,
사만에 이르는 철기 부대로 하여금 원소군의 뒤를 공격토록 명하지 않았던가 ?
조조는 그 시간을 기다리기 위하여 이런말 저런말로 시간을 끌면서,
원소를 붙잡아 두고 있었던 것이다.
"자, 차드시오 !"
조조는 지금 쯤이면 허저와 장료가 관도 벌판을 돌아,
원소의 후방에 접근하고 있겠다고 생각하고
자신이 세운 계획의 막바지를 손수 조정하고 있었다.
조조와 원소 두 사람은 찻잔을 서로 들어 보이고 차를 마시기 시작했다.
한낮의 태양은 중천에서 <지글>거리며 붉게 타고 있었다.
이때,
조조의 진영에서는 갑자기 화려한 붉은 옷을 입은 오십 여명의 여자들이
손에 손에는 쟁반위에 술병을 받쳐들고, 뽀얀 먼지를 일으키며
이쪽으로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원소가 깜짝 놀라며 여자들을 가르키며 조조에게 물었다.
"뭣들 하는 것인가 ?"
"형님 ! 궁녀들이라오.
천자께서 하사 하신 술이지요.
천자께서는 형님을 몹시 아낍니다.
전쟁보다는 화친을 바라시며, 합한주를 보내셨소.
그러니 어서 한 잔 듭시다."
원소가 그 말을 듣고 천자의 수레 쪽을 바라보며,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하고,
허리를 굽혀 예를 표하였다.
그리고 난 뒤에 조조와 술잔을 마주 보이고 술잔을 비웠다.
한편,
조조 진영에서 몰려온 여자들은 원소의 진영으로 저항없이 막바로 다가갔다.
그리고 여자들은 선두에 있는 장군들에게 술 한잔씩 따라 올리며 말했다.
"장군 나리 ! 어서 드시와용~..."
(예나 지금이나, 여자들 콧소리에 깜빡 죽은 사내가 많다)
여자들은 병사들 틈 사이로 까지 비집고 들어가서
너나 할 것없이 눈 앞에 보이는 병사들에게 무차별로 술잔을 건네는 것이었다.
"허허허허 !"
"와 하하하 ! ..."
전쟁터에 나온 원소의 군사들은 갑자기
조조 진영에서 달려온 오십여 명의 미녀들 때문에 넋이 빠지고 말았다.
그러면서 그들은 미녀들에게 추근거리기를 서슴치 않았다.
그러자 뒷 줄에 있는 병사들은 여자들 앞으로 나오려고 기를 썼다.
그러다 보니 원소군의 팽팽하던 긴장감도 풀어지고 일대 혼란에 휩싸였다.
그것을 보자 허유가 장졸들을 향하여 소리를 내지른다.
"떽 ! 이 밥통 같으니라고 !
전쟁터에 계집을 만나러 왔더냐 ! 엉 ?
모두들 듣거라 !
당장 계집들을 쫒거라 ! 어서 !"
"어서들 가라 !"
허유의 명령에 제장 제졸들은 할 수없이 여자들에게 돌아갈 것을 명했다.
그리하여 여자들이 서둘러 돌아가자 수상한 예감을 감지한 허유가
원소의 마차위 높은 곳으로 서둘러 올라가 뒤를 살펴 보았다.
곽도가 허유의 그 모습을 보며 말한다.
"적군은 뒤가 아니라 앞에 있소이다."
그러나 허유는 그 말에는 대꾸조차 아니하고 원소의 이공자 원희를 부른다.
"원희 장군 !
철기병을 이끌고 속히 후방으로 가서 조조군의 후방 습격을 막으시오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원희가,
"알겠소 !"
대답을 하고 철기군을 이끌고 후방으로 나가기 시작하였다.
그 순간, 심삼치 않은 예감이 엄습한 허유가
이번에는 장공자 원담에게 소리를 지른다.
"원담 장군 ! 당장 주공을 모시고 오시오 !"
원소의 진영에서 이런 소란이 벌어지고 있을 때,
원소는 조조에게 최후 통첩을 하였다.
"자네가 허도를 바친다면 다시는 자네와 전쟁을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지 !"
원소는 기선을 제압한 어조로 조조에게 말했다.
그리고 이어서,
"천자께 주청드려 자네를 연주 대장군에 봉하고,
평생 부귀영화를 보장하지 ! "하고,
승자의 아량을 보이 듯이 말하였다.
그러자 조조가 고개를 끄덕이며,
"아하 ? 무지 고맙소,
형님 !"하고, 대꾸하더니,
갑자기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자세로 의자에 거만하게 몸을 기대면서,
고개를 쳐들고 턱 끝으로 원소를 건너다 보는 것이 아닌가 ?
원소는 순간 의아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지금까지 자기 앞에서의 조조의 태도는 비굴할 정도로 겸손했는데,
지금 상황은 완전히 거리의 부랑자 같은 모습이었기 때문이었다.
"엉 ? ..."
원소가 놀란 눈으로 조조를 바라 보았다.
그러자 조조는 원소를 향해 거만하기 이를 데 없는 웃음을 웃어 보인다.
"허허헛 ! 원소 ! 내가 너라면,
조맹덕과는 절대 화친하지 않고 무덤이나 만들어준다 !
왜냐 ! 조맹덕은 목숨이 붙어있는 한, 무조건 싸우면 이기니까 !
으하하하핫 !..."
조조는 원소를 향해,
조롱이 가득 담긴 눈으로 조소를 흘리면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춤을 추듯이 팔을 휘저으며 자기 진영으로 달려가는 것이었다.
<어이 상실 >...
원소는 조조의 괴의한 언행에 그만 넋이 나갔다.
그러다가 <앗차 !> 싶었는데, 장공자 원담이 말을 달려오며 외쳤다.
"아버님 ! 어서 돌아가시죠 ! 어서요 !"
그리하여 원소가 자기 진영으로 발길을 돌리는데,
자기 진영에서 공격준비의 북소리가 울리는 것이 아닌가 ?
그러자 원소가,
"공격 명령도 안했거늘 누가 전고를 울린단 말이냐 ?"하고,
나무라자 아들 원담이 급하게 외친다.
"아버님 ! 조조의 철기군이 후방을 습격하고 있습니다 !"하고,
외치는 것이었다.
원소가 깜짝 놀라며,
"뭐라 ? 조조놈이 ?
에라이 천하 제일의 역적 놈아 !
나는 기필코 네 놈을 죽여 버리겠어 ! "
원소는 조조의 진영을 쳐다 보며,
보이지 않는 조조를 향해, 악에 바친 소리를 내질렀다.
"어서 가세요 ! "
원담이 아버지 원소의 팔을 잡아 이끈다.
그 순간, 조조는 자기 진영으로 돌아와 장도를 뽑아 치켜들며 외친다.
"어명이다 ! 역적을 토벌하라 !"
조인이 뒤이어 명령한다.
"궁수진 ! 쏴라 !"
조조군 선두에 선 수만의 궁수들을 저마다 활에 살을 멕이고 힘껏 당겨
원소군 진영으로 활시위를 놓았다.
일시에 수천 발의 화살이 원소의 진영으로 날아갔고,
뒤이어 또다시 수천 발의 화살이 공중에 날아 올랐다.
해를 마주보고 있던 원소의 병사들은
조조군의 화살이 날아 오는 것을 미처 인식하지 못했다.
그리하여 곳곳에서 화살을 맞고 고꾸라지는 병사들이 나타나기 시작해서야
공격 준비, 아니... 화살을 피하기에 급급하였다.
그러나 조조군의 화살은 멈출 줄을 몰랐다.
첩갑을 씌운 화살촉은 원소군의 방패를 관통하며
사정없이 날아들어 원소군 병사들을 꿰뚫었다.
이렇게 기선제압에 성공한 조조군은 발석차(發石車)를 이용하여
돌덩이와 불덩이를 원소의 진영을 연속해 쏘아대었다.
뒤늦게 조조군의 대공세를 파악한 원소가 황급히 명령을 내렸다.
"전차 부대 공격하라 !"
원소의 명에 따라 이륜 전투 마차가 조조군 진영으로 달려나갔다.
조조군에서는 방패 부대가 출병하여 전투 마차의 접근을 방패와 장애물로 막아냈다.
조조가 겉옷을 벗어 붙이고
손수 북채를 들어 전고를 두두리며 공격 군호(軍號)를 타격했다.
"둥 ! 둥 ! 둥 ! 두두둥! 두두둥 ! ..."
짧고 길게 연속되는 진고의 군호로 조조군의 공격은
방패 부대에 뒤이어 장창 부대가 뒤를 받쳤다.
그리하여 마주 달려오는 전투마차의 마상을 향하여
가차없이 장창이 날아들었다.
마차가 장애물에 걸려 뒤집어지고,
마차의 바퀴에 끼인 칼날에 병사가 베어지고, 바퀴에 치인 병사가 나동그라지고,
병사를 잃은 마차는 방향을 잃고 우왕좌왕 하였다.
이렇게 양 군의 치열한 접전은 계속되었다.
142회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