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공명의 지략

오토산 2021. 9. 26. 05:07

삼국지(三國志( (164)
공명의 지략

공명은 유비와 함께 와룡장을 떠나 신야로 향하였다.
유비는 신야로 돌아온 뒤,

공명을 스승의 예로써 대하였다.

 

먹는 것도 한 탁자에서 같이 먹었고,
잠자리도 한 방안에서 같이 하면서
항상 천하의 대세를 논하였다.
어느날 공명이 유비에게 말한다.

 

"조조가 기주에다 땅을 파서 큰 호수를 만들고

그곳에서 수군(水軍)을 훈련시키고 있다고 하니,

이는 반드시 강동으로 진출하려는 야심임니다. 

곧 사람을 보내어 그곳의 정세를 알아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유비는 공명의 말을 듣고 서둘러 강동으로 첩자를 밀파(密派)하였다.
유비가 한나라를 바로 잡으려고 공명에게 삼고초려(三顧草廬)를 하는 동안에

조조는 기주에서 호시탐탐 형주를 목표에 두고 수군을 훈련시키고 있었고,
손책에게 대권을 물려받은 강동의 손권은 산업을 개발하고

문화를 발전시키는 한편, 어진 선비들을 널리 모아 들이는 등,

날이 갈수록 오(吳)나라의 기초를 튼튼히 하였다.

 

손책은 장소(張昭), 장굉(張紘), 주유(周瑜) 노숙(魯肅)등

기존의 현신(賢臣)은 물론이고

엄준(嚴峻), 설종(薛綜), 정병, 주환, 육적, 장온, 오찬 등등의

많은 현인(賢人)과 인재들을 조정에 끌어들였고,
무장(武將)으로는 여몽(呂蒙), 감택, 육손, 서성, 반장,

능통, 정봉(丁奉) 등을 발탁 함으로써

오나라의 기세는 날이 갈수록 왕성하게 되었다.

그러나 조조는 원소를 쳐 이겼을 때에 천자의 명을 핑게로 손책의 뒤를 이어

오나라의 대권을 승계한 손권에게 사람을 보내어 손권의 어린 아들을

허도로 올려보내 벼슬을 하게 하라는 명령을 내린 바 있었다.

 

말인 즉 벼슬을 내리겠다는 것이지만,

손권의 세력 확대를 경계하여 그의 어린 아들을 인질(人質)로 잡아 두려는 속셈이었다. 
손권은 조조의 요구가 무리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나,

하고, 좋은 말로 답장을 해두었다.

그런 뒤에도 조조는 손권에게 아들을 허도로 올려보내라고 가끔 재촉하였다.

그러니 손권이 마냥 조조의 요구를 미루기만 하는 것은 곤란하였다.
그것은 조조가 천자를 모시고 있는 터라 그의 말은 절대권을 가지고 있는 것 때문이었다.
손권은 어느날, 어머니인 태부인(太夫人)에게 이 문제에 대해 물었다.

"너에게는 지혜로운 인재들이 많으니,

그들의 의견을 들어 결정하는 것이 좋을 것 같구나."
손권은 어머니의 의견을 쫒아 하루는 문무 백관을 한자리에 모아 의견을 물었다.
장소가 먼저 입을 열어 말한다.

"조조가 우리에게 인질을 요구하는 것은 제후(諸侯)를 견제하는 상투 수법 입니다.

그러므로 인질을 보내면 조조에게 굴복하는 뜻이 되고,
만약 인질을 보내지 않으면 적대(敵對)하는 뜻이 되는 까닭에

조조는 이를 핑게로 군사를 일으켜 강동으로 쳐들어 올 것 입니다.
이 문제는 이처럼 중대한 만큼 우리는 다같이 신중한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그런 말을 듣자,  

주유는 손권을 보고 정색을 하며 말한다.

 

"주공께서 부형의 업을 계승하여 육군(六郡)을 통합한 지 이미 오래요.
우리의 군사는 이미 정예화 되어 있고 군량도 풍부한데

이제 무엇이 두려워 조조에게 인질을 보내어 굴복한단 말씀입니까 ?
나는 인질을 보내는데 절대 반대올시다.

그러나 선수를 써가면서 태도를 표명할 필요는 없으니까,

우리는 이 문제를 묵살해 버리고 당분간 조조의 태도를 관망만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함께 자리한 문무백관들은 주유의 말을 옳게 여겼다.

그리하여 손권은 가타 부타 대답을 하지 않으니,
조조는 그 소리를 듣고 매우 괘씸하게 여기며

그때부터는 강동을 도모할 방법을 본격적으로 모색하기 시작하였다.

그리하여 조조는 하는 것에 대한 시기와 지략을 저울질하기 시작하였다.

 

그리하여 형주를 먼저 치되,
형주의 길목을 막고 있는 유비가 점령하고 있는 신야에 대한 공격을

10만의 군사를 주어 하후돈을 대장으로 이전을 부장으로 삼아 공격을 명하였다.

한편,

신야에서 수 십리 떨어진 융중까지 먼길을 마다치 아니하고,
삼고초려로 공명을 초빙해 온 유비는 그를 깍듯이 사부(師傅)의 예로 대하였다.
그즈음 이런 일도 있었다.

 

관우와 장비는 이날도 해가 중천에 이르자 몸소 청룡 언월도와 장팔사모를 들고,

신야성 넓디 넓은 내전 앞에서 무술 겨루기를 하며 심신을 단련하고 있었다.

"웃 ! "

 

"챠 ! "

 

"쉬익 ~챙 ! "

 

"창 ! ~ 탕 ! "

관우와 장비는 서로의 무기로

상대방을 위협하지 아니하는 싸움 연습을 하면서 신바람을 내고 있었다.
관우의  언월도가 허공을 가르며 장비의 머리위로

떨어지면 장비는 장팔사모로 간단히 막아 내었다.

 

장비의 장팔사모가 관우를 향해 날카롭게 베어 들어오면

관우의 청룡 언월도는 넓은 칼날로 튕겨내었다.
두 사람의 싸움 연습은 마치 두 마리 학이 어울려 춤을 추듯이

너풀 거리며 온 마당을 쓸고 다녔고,
그들이 휘두르며 부딪치는 창소리와 뽀얗게 이는 먼지는

지켜보는 사람들의 입안의 침을 마르게 하고 가슴을 서늘케 하기에 충분하였다.

이렇게 두 사람이 싸움 연습에 몰두하고 있을 때

그들 옆으로 유비와 공명이 손을 잡고 나타났다.
두 사람은 어깨를 마주하며 걸어 들어 왔는데,

유비의 얼굴에는 만족한 함박 웃음이 가득하였다.

 

"이렇게 공명 선생께 매일 같이 가르침을 받으니,

물고기가 물을 만난 듯이 신바람이 나는군요. 들어가시죠."

 

유비는 이렇게 말하면서 관우와 장비,
두 사람에게는 눈길 한번도 주지 아니하고 내실로 들어간다.

그러자 그 순간 싸움 연습을 멈추고,
그들 앞에 나타난 유비와 공명을 보고있던 장비가 두 사람이 내실로 들어가 버리자,

"엉 ? 형님, 들었소 ?

공명이 물이고 큰형님이 물고기면 우린 대체 뭡니까 ?"하고,

퉁명스런 어조로 물었다.

그러자 관우는 탐탁하지 않은 소리로 대꾸한다.

"큰형님께서 공명을 데리고 온 후,

스승처럼 대하고 있어, 함께 식사하고 잠도 같이 자면서 매일 역사를 논하니..

아무래도 우리 둘은 잊은 거 같구나."

 

"흥 ! 공명은 나보다 열 살 이나 어리지 않소 ?

그야말로 젖비린내도 가시지 않았는데,

큰형님의 스승이라니 말도 안 되지 않소, 예 ? "

"공명은 온 몸에 입이 달려 있어,

말주변이 좋은 것 말고는 별 볼일 없어 보이는 데,

형님께서는 어찌 이렇게 싸고 도는지..."

 

"흥 ! 

그러면 기회를 보아 내가 손 좀 봐 줄 까요 ?"

 

"안돼,

지금은 우리가 지금은 쓸모 없는 것 같아 보이지만,

적들이 몰려오면 공명도 우리한테 의지할 수밖에 없을거야."

 

"헤헤헤 ! ...

그건 그렇지요 !"

두 사람은 연습을 멈추고 내실로 들어가 술상 앞에 앉았다.
그리고 신세 한탄을 이어가며 서로 술잔을 부딪쳤다.

이때 모사 손건이 들어와 말한다.

"장군님들 ! 주공께서 부르십니다."
그러자 관우, 장비는 듣는둥 마는둥,

아무렇지도 않게 계속해 술만 마시는 것이었다.

 

손건은 평소와 다른 두 사람의 대응 모습을 보고 의아해 하였다.
그때, 관우가 무미건조한 어조로 물었다.

 

"무슨 일 때문에 부른다던가 ?"

 

"하후돈이 10만 대군을 이끌고 곧 신야로 쳐들어 온답니다."

 

"잘됐네."

 

장비가 조롱하는 어조로 대꾸 한다.

그리고 관우를 한번 쳐다보고서 손건에게 말한다.

 

"드디어 적이 쳐들어 왔군 !
큰형님께 전해드려, 공명이 해결할 거라고."
그러자 손건은 장비의 얼토당토 하지 않은 소리를 듣고,

"장군님들 ! 적이 코앞에 닥쳐 온다는 데 왜 이러세요 ?"하고,

평소와 전혀 다른 두 사람의 응대에 의문어린 소리를 하였다.

 

"가 보라니까."
관우의 대답도 이를 데 없이 무심하였다.
그러자  손건이 하는 의문의 소리를 내뱉고 다시 유비에게로 달려갔다.

"셋째야, 마시자."
관우는 장비에게 술잔을 내보이며 다시 술을 마시기 시작하였다.

 

잠시후,

손건의 보고를 받은 유비가 손수 두 사람을 황급히 찾아 왔다.

"아우들,

조조군이 번성까지 왔다는데 아직도 마시고 있나 ?
당장 결전을 준비하게.

유비는 두 아우를 힐난하 듯이, 책망하 듯이 말하였다."
그러자 장비가 먼저 입을 열어 말한다.

"큰형님, 조조군이 쳐들어 온다면,

나 한테 묘책이 하나 있소."

 

"묘책이 있다고 ?"

 

"있죠, 그럼요.

물어보질 않으니 말하지 않았을 뿐이지..."

 

"그게 뭔지 말해보게."
유비가 장비에게 재촉하듯이 물었다.
그러자 장비가 헛웃음을 켜며,

 

"헤헷 !..물을 보내시오."

"물 ? ...

그게 무슨 뜻인가 ?"

 

"에잇, 형님은 물고기 이고, 공명은 물이잖소,

드디어 적이 쳐들어 왔으니 당장 물을 보내 그놈들을 모두 익사시켜 버리시오."

 

장비는 이렇게 말하면서 웃어젖혔다.
그러자 관우도 헛웃음을 켜는 데,

유비가 갑자기 앉아있는 장비의 귀를 잡아당긴다.

"에에엣 ! 형님.. 큰형님 ..."
장비가 앉은 자리에서 끌려 일어나며 엄살어린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관우도 함께 일어나게 되었는데,
유비가 정색을 하고 말한다.

 

"지략은 공명을 믿고, 용기는 자네들을 믿는데,

그게 무슨 소린가 ? 어서 준비해 !"
상황이 이쯤에 이르자 관우가 장비에게 말한다.

 

"셋째야, 그만하고 무기나 챙기자."
그리고 자신의 요도(腰刀:허리에 차는 칼)를 챙겨 들고 밖으로 나간다.

"아이참, 내 팔자도 참 기구해...
적들이 몰려오니 이제야 우리 형제 생각이 나셨나봐 ..." 

장비는 유비가 들으란 듯이,궁시렁 거리며 푸념을 잔뜩 늘어 놓으면서,
관우의 뒤를 따라 무기를 챙기고 군사들을 준비하기 위해 유비 앞을 떠난다.
대청으로 돌아온 유비는 공명에게 말한다.

 

"운장과 익덕은 오만한 맹장들이오.

선생께서 그들을 누르려면 이번 싸움에서 위엄을 세워야 합니다."

 

"잘 압니다.

그러면 주공께서 패검과 병부를 열흘만 빌려주십시오.

그래야 두 분을 지휘할 수 있습니다."

 

"패검과 병부를요 ?"

 

"네."

패검과 병부란 절대권을 가진 수장을 대신하는 것이 아닌가 ?
그것을 지금 공명이 빌려달라고 하면, 신야성의 모든 생사여탈 권한은

유비에게서 공명에게 넘어가는 것이 아닌가 ?

 

유비는 잠시 생각하다가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자기 탁자위의 병부를 들어 공명에게 보인다.

"열흘이면 되겠소 ?"

 

"충분합니다."

 

"좋소. 선생, 명심하시오.
병부와 패검을 넘긴 이상,
나도 선생의 명에 따라야 하오."

 

"안심하십시오."
공명은 유비에게 예를 표해 보이며 안심시켰다.

잠시후,

군사 정비에 여념없는 관우와 장비에게 연락병이 뛰어들며 보고한다.

 

"관 장군, 장 장군 !

대청에 모여 군사의 명을 받으랍니다."

 

그 소리를 듣고,

하고, 장비는 헛웃음을 켰다.

"공명이 정말로 우리를 지휘하려는가 보다."
관우가 조소를 머금고 한 마디 하였다.
그러자 장비가 한 마디 거든다.

 

"형님, 신경 끄시오.

내 맘대로 닥치는 대로 싸우면 될 걸 뭘 그러시오..."

 

"일단 군령은 태산 같은 것이다.
뭐라 하는지는 가서 들어나보자."

 

"갑시다."

두 사람을 비롯한  유비 휘하의 장수와 참모들이

유비와 공명이 나란히 앉아 있는 대청에 속속 도착하였다.

그리하여 대오가 정렬되자 일동이 읍하며 아뢴다.

 

"주공의 부름을 받고 왔습니다 !"
유비가 좌중을 돌아 보며 입을 열어 냉철한 어조로 말한다.

 

"조조군이 쳐들어와 곧 결전이 벌어질 테니,

모두 군사의 군령을 따르라 ! 
거역하면 군법으로 다스린다."

 

"네 !"
일동이 명을 접수하자  군사 공명이 입을 연다.

"조조군은 신야에서 구십 리쯤 떨어진 
박망성(博望城) 왼편에 있는 험한 산인 예산(預山)을 지날 것이오.
그 산 오른쪽에 안림(安林)이란 숲이 있는데,

그 곳은 매복(埋伏)하기 좋은 곳이오.

 

이제 운장은 일천 군사를 거느리고 안림에 매복해 있으되,

조조의 군사들이 지나더라도 그냥 내버려 두었다가,

 

그 뒤를 따르는 군량(軍糧)과 마초(馬草)를,

남쪽 하늘에서 불길이 치솟거든  습격하여 깡그리 불살라 버리시오.

아울러 그 불은 적의 퇴로도 막는 역활을 하게 될 거요.

 

그리고 익덕은 일천 명의 군사를 거느리고 안림 뒷산 골짜기에 매복해 있다가

역시 남쪽 하늘에서 불길이 치솟거든 즉시 박망성을 습격하여

적의 군량과 병기를 모두 불태워 버리시오.

 

그리고
관평(關平)과 유봉(劉封)은 각각 오백 명의 군사를 데리고

화약과 마른 건초를 가지고 박망파(搏望坡) 뒷산 양측에 매복해 있다가

적이 접근해 오거든 불을 놓아서 군호를 삼으라 !

 

미방은 번성에서 조운(趙雲)을 급히 불러들여 선봉장으로 나가

적을 맞아 싸우되, 결코 이기려 하지 말고 쫒겨 들어오면서

적들을 깊이 끌어들이라고 전하시오."

공명의 군령은 조목조목 명확 하였다. 

아울러 명을 하달 할 때 마다 각기 명을 수령하는 장수들은

대열 앞으로 한 발 씩 나와서 군사의 명을 공손히 접수하였다.
관우와 장비는 빼고 ...

(관우와 장비는 불만스런 표정으로 그자리에 선 채로 군령을 접수하였다.)

"주공 !"
작전 지시가 끝난 군사 공명이 옆에 앉은 유비를 호명하였다.
그러자 유비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총총한 걸음으로 

장수와 참모들이 도열해 있는 단하로 내려와 공명에게 예를 표하며

명을 기다리는 모습을 모두에게 보였다.

"네 !"

"주공은 3천 철기군으로 후방 지원을 맡아주십시오."

 

"명을 받듭니다 !"
유비는 두 손을 올려 공명에게 절을 하고 장수들 대열로 들어간다. 
그러자 그 모습을 본 관우가 앞으로 한 발 나서며,

"군사, 우리 모두 싸우러 나가면 군사는 뭘 할 거요 ?" 하고,

방금 전해 들은 군사들의 배치 명령을 탐탁하지 않은 어조로 물었다.

"나요 ? 성을 지켜야지요."
공명은 침작한 어조로 대꾸하였다.
그러자 장비가 한 발 앞으로 나서며,
불만 가득한 소리를 내뱉는다.

"누군 목숨 걸고 싸우고 누군 성에서 차나 마신다고 ?

팔자 한번 좋네 !"

 

공명이 그 말을 듣고,

냉철한 어조로 대꾸한다.

"패검과 병부가 내게 있는 한 거역하는 자는 참수요."
그러자 지금까지 아무런 말도 없던 유비가

관우와 장비가 들으란 듯이,

"장막에서의 모의는 천 리 밖 승패를 결정한다.
따라서 병부와 패검을 군사에게 넘긴 이상,
나 조차도 명을 어기면 참수된다."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관우와 장비의 기세가 누그러진다.

공명이 그 순간 입을 연다.

 

"장수들은 명령대로 속히 시행하시오 !"

 

"네 !"
떫떠름한 얼굴로 대청을 나서는 관우가 장비를 보고 한 마디 한다.

 

"일단 시키는 대로 하고,

실패하면 그때 따지자."

 

"그럽시다."
        
165회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