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조조의 야망, 강동의 노숙(魯肅)

오토산 2021. 9. 26. 07:00

삼국지(三國志) (171)
조조의 야망, 강동의 노숙(魯肅)

장강 앞에서 유비를 놓친 조조는 형주로 돌아온 뒤,

강동의 손권을 쳐부술 계책 마련에 들어갔다.
그래야만 천하를 통일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하여 하루는 휘하의 모든 문무 관리들을 한자리에 불렀다.
모두가 대청으로 입장하여 조조를 중심으로 좌우로 도열하자,

조조가 입을 열어 말한다.

"유비가 강하로 도주한 뒤, 유기와 합세 해서 수성에 나섰소.
그러나 패잔병 쯤이야 문제가 안 되나,

 

단 하나,

유비가 손권과 손을 잡고 조정에 대항할 까 우려되오.
해서, 숙고한 끝에 앞으로 세 달간 군을 정비해서

봄 꽃이 피고 계곡물이 녹으면 백만 대군으로,

일거에 장강을 넘어 손권을 멸하겠소. "
그러자 자리한 문무대신들은,

"알겠습니다 !"하고,

일거에 복명하였다. 
조조의 말이 이어진다.

"이는  우리가 천하를 통일하는 마지막 일전이자,

꿈에 그리던 대업을 완수해 역사에 남길 일전이 될 것오.
또한 승리가 확실시 되는 일전이오.

또 전쟁이 끝나면 나도 여유를 갖고,

조용히 살고 싶소.

 

그리고 여러분들도 막대한 황금과 더불어 두둑한 봉토와 작위를 하사 받고,

집에 아름다운 처첩들을 거느리며 복을 누리게 될 것이오 ! 

하하하하 ..."

조조의 이같은 기분 좋은 말을 듣게 된 대신들은

하나같이 두 손을 올려 경의를 표하며 함께 웃었다.

 

"하하하하... 감사하옵니다 !"
조조의 말이 이어진다.

 

"그런 두둑한 재물이건,

아름다운 처첩이건 지금 당장은 그림의 떡일 뿐이오.
그 모든 것을 눈앞에 두고,

다 잡았다 보여지는 그 순간, 놓칠 수도 있는 것이지 !
강진 나룻터를 기억하시오 ? 

 

유비는 다 잡은 오리고기에 차려진 밥상이었지만

우린 마지막 순간에 다 익은 오리를 놓쳐버렸어 !...
때문에 이번에는 여러분이 필히, 대비를 해야 하오.

기필코, 유비와 손권을 섬멸해서 강진에서의 그 뼈아팠던 수모를 갚을거요."

조조의 마지막 말은 모두를 긴장시키기에 충분하였다.
이같은 조조의 어르고 뺨치는 평소의 성격을 잘 알고있는 대신들은

어느 누구도 감히 그의 말에 토를 달거나 심지어는

기침조차 하지 못하고 모두가 굳은 표정이 되었다.
조조가 근엄한 표정으로, 채모를 불렀다.

 

"채모 !"

 

"예, 승상 !"

채모가 대열에서 빠져나와 두 손을 공손히 올리고 예를 표하며

조조의 명을 기다렸다.

 

"자네 한테 석 달을 주겠네,
동정호에서 사십만 수군을 조련하고,
전함 팔천 척을 건조하여,
석 달 후에는 자네가 전함을 인수해 동정호를 떠나 적진으로 떠나게,"

 

"알겠습니다 !"

 

"정욱 !"

"네, 승상 !"

 

"받아 적으시오. 강동의 손권에게 조서를 내리겠소."

조조의 명이 떨어지자,

정욱이 자리에 앉아 지필묵을 손에 잡았다.
조조가 눈을 지그시 감은 채로 몸을 끄덕이며 따라 적을 문구를 말한다.

"<황명을 받들어 역적을 토벌하고,

기치를 높이 들어 유표를 제압하여 형양 9군을 모두 귀속시켰고,
이제 백만 대군과  천여 장수로 손권, 그대와 함께 사냥에 나서려 하니,

함께 유비를 잡고, 결맹을 하고자 한다.

 

바라건데,

천리에 순응 하되 오판은 하지 마라.> 이 조서를 삼천 부를 더 써서,
죽통에 넣어 장강에 띄워 보내시오.

 

난 이제,

드넓은 장강을  손권에게 보내는 선전 포고서로 메우고,

그걸 본 강변 백성들이 전쟁을 두려워하며,

다시 그걸 본 강동의 관리들이 놀라게 만들 것이오 !
으 하하하하 !..."

조조의 명으로 만들어진 포고문은

그 즉시 죽통 삼천 개에 담겨, 장강을 가득 메우고 흘러갔다. 
                           
이때,

손권은 조조가 형주 9군을 취하고,

조조에게 대항하던 유비가 수세에 몰리면서 강하로 피신했다는 소식을 듣자,

머지않아 조조가 강동을 침공해 오리라고 예상하고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었다.
이러한 사정을 알고 있는,
모사 노숙(謀士 魯肅)이 손권에게 아뢴다.

"형주의 유표가 세상을 떠난 지 오래지 않았으니,
제가 조상(弔喪)을 명목으로 유표의 장공자가 있는 강하로 가서

정세를 한번 알아보고 오는 것이 좋을까 합니다.

 

만약 유비가 우리와 힘을 합해 조조에게

대항할 뜻이 있다면 우리가 조조를 두려워할 것이 없겠습니다.
유비는 비록 군세는 작지만, 조조와 최근에 전투를 벌인 경험이 있고,
그의 수하에는 관우,장비, 조운 등의 맹장과 제갈공명이라는 현인(賢人)도 있어,
어느 누구도 만만히 볼 상대는 아니니,

 

그들의 형편과 조조의 군정(軍情)을 알아본다면

앞으로 조조에게 대항하는데 크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손권은 노숙의 말을 타당하게 여겨,
곧 예물을 갖추어 그를 강하로 떠나게 하였다.

그 무렵에 제갈공명은 강하의 성중에서

유비를 비롯해 유기와 함께 날마다 천하대사를 논의하고 있었다.

그자리에서 공명이 두 사람에게 말문을 열었다.

"주공, 유 태수,

조조의 기세가 하늘을 찌르고 있으니 조만간 강하로 출병할 것입니다.
물론 지금 당장은 조조군의 수군과 형주의 수군을 통합하여

전함과 전술을 정비하고 있겠지만,
그런 준비가 끝나게 되면 틀림없이 오나라의 손권을

치기보다는 먼저 강하로 몰려올 것이 확실합니다.

그러니 우리는 조조가 먼저 손권과 싸우게 하여

 

그들의 힘과 전력을

소진하게 만들어 어중취리(於中取利)를 취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습니다."
그러자 침울한 유비가,

 

"조조와 손권이 군사의 말씀대로 그래준다면 

우리가 이로운 것이 사실이겠으나,
저들이 과연 우리의 바람대로 움직여 주겠소 ?"

 

유비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회의심을 품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공명은 자신만만하였다.

"두고 보십시오.

머지않아 손권이 사자(使者)를 보내올 겁니다.
그리하여 이곳의 준비사항을 비롯하여

우리가 먼저 조조와 결하게 하든 지,
자기들과 합종연횡(合從連橫)할 수 있는지,

알아보려고 할 것 입니다.

 

그러면 그때에 제가 오나라 손권을 찾아가서

조조와 싸우도록 계책을 꾸며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래서 손권이 이기거든 우리도 조조를 함께 공격하여 형주를 취하고,
만약 조조가 이기거든 그때의 형편을 보아서

강남을 취하는 계책을 실행하면 좋겠습니다."
유비가 그 말을 듣고 고개를 기울이며 묻는다.

 

"강동에서 무엇때문에 우리에게 사람을 보내온단 말씀이오 ?"

마침 그때, 강하의 군사가 들어오더니

유기에게 강동의 손권이 유표의 문상사를 보내왔다고 알린다.
유비는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라며 공명을 바라보았다.
공명은 웃으며 말한다.

 

"모든 계획이 우리의 뜻대로 되어 가는가 봅니다."
그리고 유기를 돌아보며 묻는다.

 

"손권이 문상사(問喪使)를 보내 왔다고 하는데,

전에 손책이 세상을 떠났을 때 형주에서 문상사를 보낸 일이 있었소 ?"
유기가 잘 알고 있는 사안으로 대답한다.

 

"선친은 강동의 손책과 원수지간이었으나,

정작 그가 죽었을 때에는 후일을 생각 하시어, 문상사를 보낸 일이 있습니다."
공명은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유비에게 말한다.

"주공, 손권은 주공 때문에 사자를 보낸 겁니다."

 

"이유가 뭐요 ?"

 

"보나마나 사자는 문상을 핑게로 조조의 군정(軍情)을 살피러 온 것입니다.
가장 최근에 교전한 상대가 우리니까요.
제가 그를 설득하여 손권을 만나서 우리와 연합하여

조조를 깨뜨릴 계책을 마련해 볼 테니,

주공은 사자를 만나셨을 때,
그가 조조의 군정을 묻거든 아무 말씀도 하지 마십시오.

그래도 재차 물어 보거든 제가 대답하도록 미루십시오."

공명은 이렇게 말하고 나서

보고를 하는 병사에게 물었다.

 

"사자로 누가 왔는가 ?"

 

"듣기론 장군부의 참모인 노숙(魯肅)이라 합니다."

 

"노숙 ?"

공명이 놀라며 병사 앞으로 한 발 다가선다.

그러자 유비도 공명을 따라 단상에서 내려오며 공명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사자로 온 사람을 공명이 아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공명이 유비에게로 돌아서며 말한다.

 

"노자경(魯子敬) ?
그 사람이 올 줄은 몰랐습니다."

 

"누군지 아시오 ?"

 

"아니오,

허나 그 이름은 형님인 제갈근에게서 들었습니다.
강동의 인물들 중 무장중엔 주유가 으뜸이고,

문신 중엔 노신 장소가 최고이며 그 다음에 삼인자가 바로 노숙입니다. 
형님 말씀으론 장차 강동의 문신을 이끌 사람은 바로 노자경이라 했습니다."

"노자경의 재능이 제갈근보다 낫다는 말씀이시오 ?"

 

유비는 군사 공명의 재능을 직접 감탄하며 보아왔기에,

제갈근이 그의 형이라면 그의 재능은

공명의 재능과 막상막하를 이루지 않을까 여겼다.

그러나 공명은,

"제 형님의 재능은

강동의 현인들 중에 스무명 안에도 들지 못합니다.
더구나 주유가 얼마나 오만한 인물입니까,

주유 눈에 찰 사람은 얼마 없지요.

유가 유일하게 추천한 사람이 바로 노숙입니다.

 

손책이 죽고 사흘 후,

주유가 노숙을 손권에게 추천했고, 그렇게 알게 된 이후,
손권은 노숙과 한 달 동안 동거동락하며

아침 저녁으로 붙어다니면서 은사로 대했답니다.

 

그 시간동안 어떤 애기를 주고 받았는지 아는 사람은 전혀 없습니다.
다만 그 이후 부터 주공자리에 갖오른 손권이 면모를 일신해서

말과 행동에 있어, 공자의 티를 벗고 제왕의 풍모를 갖추게 되었답니다."
유기가 여기까지 듣고,

 

"그런 자를 사자로 보냈다니 보통 일이 아니군요."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유비가 심각한 표정으로 말한다.

 

"공명, 공자, 가서 노숙을 맞읍시다."하고, 말하며

노숙이 기다리고 있다는 곳으로 발걸음을 바삐 움직였다. 
이윽고 노숙은 유비를 만나자 예를 표하며,

 

"황숙의 대명을 듣자온 지 오래이나
오늘 이렇게 뵙게 되니 영광이옵니다."하고,

극진한 인삿말을 한다.
그러자 유비도 마주 예를 표하며,

 

"원로에 오시느라고 수고가 많으셨습니다."하고, 대답하였다.

그리고 노정(路亭)안으로 들어가 사각 탁자에 서로 마주보고 앉았다.
노숙이 유기에게 인삿말을 건넨다.

 

"유기 공자,

우리 주공께서 부친의 별세 소식에 통탄해 하시며,

저를 보내 애도의 뜻을 전하라 하셨습니다.

사소한 예물도 가져왔으니 성의로 받아 주십시오."하고, 말을 하며,

 

밖에 쌓아놓은 예물을 가리켰다.
이에 유기가 예물을 한번 보고 나서,

"선친께서는 귀국과 사이가 좋지 않으셨는데도 불구하고

어째서 선생을 조문사를 보내신거요 ?

 

아마도 강동에서는 선친의 죽음을 기뻐하고 있을 텐데,

조문을 온 것은 무슨 다른 뜻이 있는 것이 아니오 ?"하고,

탐탁하지 않은 대꾸를 하였다.

그러자 노숙은,

 

"부친께서 살아계셨다면 조조가 형주를 감히 넘보지 못 했겠지만,

작고하시자 마자, 형주는 물론이고 강동까지 위기에 처했습니다.

그러니 우리 주공께서는 부친의 죽음을 안타깝게 생각하시는 거지요. 

 

그래서 저를 조문객으로 보내시며,
조조군의 허실을 탐문하고 유황숙 진영이 조조와 대적할 실력이 되는 지,
자세히 살펴보고 오라고 하셨습니다."하고,

솔직 담백하게 자신이 이곳에 온 이유를 설명하였다.

그러자 공명이,


"대답 한 번 시원하시군요.
첫 마디에 속내를 터 놓으시다니오."하고, 말하자,

노숙이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공명 형 ? 

말씀 많이 들었소.
이분이 제갈양이시군요."하고,

자리에서 일어나며,
예를 표하며 절을 해 보인다.

공명도 그에 응대 하여 함께 마주 절해 보이자

노숙이 허리를 세우며,

 

"듣기론 지략이 풍부하고, 언변이 뛰어나
세 치 혀 만 가지고도 사람을 죽인다 하니,

언변에 서툰 제가 별 도리없이 솔직하게 말할 수밖에요.

진실은 그 어떤 말 보다 유용하다고 하는 말도 있지 않소?" 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공명이 너털 웃음을 웃으며,

 

"허허허허...

훌륭한 말씀입니다."하고, 대답 하고,
서로 자리를 권하며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노숙은,

 

"외람되지만 진실을 계속 말하겠습니다."하고,

말을 하고 난 뒤,

유비에게로 시선을 돌리며 묻는다.

 

"유 황숙,

현재 조조군 병력이 얼마나 되며,

전투력은 어느 정도 됩니까 ? 
유비가 잠시 생각하는 듯이 멈칫 거리다가,

"정말 부끄럽소.

전력상 약자가 조조군이 온다기에 물러나기 급급해,

조조 병력이 얼마나 되는 지 저도 정확히 모르겠소."하고,

능청스럽게 <모르쇠> 라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노숙은 빙그레 웃으며,

 

"유 황숙께서 저를 속이시려는 게로군요."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유비는 부끄러운 듯이 고개를 숙여 보였다. 

"하하하하 ! ... 자경 ! 다 제 탓이오.
제가 질문을 회피하시라고 했소."

건너편에 앉은 공명이 웃으며 노숙에게 말하였다.

그러자 노숙이 공명쪽으로 시선을 돌리며 물었다.

"허 ! 그럼, 그쪽에 묻겠소. 공명, 조조군 병력이 얼마나 되며,

전투력은 어느정도 되오 ?" 
공명이 대답한다.

 

"형주를 취하기 전 조조에게는 보군이 이십만,

마군이 육만, 수군이 십팔만이었는데,
형주를 취한 뒤 약 삼십만 병력이 늘어 모두 칠십만을 상회하지요.
그리고 전투력만 본다면 승기를 잡은 군대는 예봉이 날카롭소."
공명의 대답을 듣자 노숙은 고개를 끄덕여 보이며,

 

"그럼, 조조의 다음 행보는 어떻게 보시오 ?" 하고,

묻는다.
그러자 공명은 노숙을 똑바로 쳐다 보며,

 

"강을 건너서 강동을 취해 천하를 통일하려 하겠지요."하고,

대답한다.
그러자 노숙이 고개를 끄덕끄덕 하며, 
유비와 공명을 번갈아 보며 물었다.

 

"그럼, 앞으로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

노숙의 말을 듣고,

유비는 대답할 모양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공명이,

 

"창후 태수가 주공과는 교분이 있으니,
최후의 순간에는 창후에 의탁할 것이오."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노숙이 잠깐 뜸을 들인 뒤에,

 

"창후는 군사력이 약해 오래 못 버틸 거요.

그러나 우리 강동 육군은 천연 요충지에 군사력도 막강하고,

주공께서는 현인을 아끼시는데, 왜 강동에 의탁하지 않소 ? 
우리 주공과 연합해 조조에 대항 합시다  !"하고,

말한 뒤에,

 

노숙은 말의 말미에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자기의 말에 결단력을 보여 주었다. 그러자 공명도 벌떡 일어나며,

 

"자경 , 지금 뭐라 하셨소 ? "

 

"공명, 지금 상황에서 귀측이 손권과 손 잡는 것

외에 다른 활로가 있다고 생각하시오 ?"

 

노숙은 진지한 어조로 말하며 공명을 뚫어져라 쳐다 보았다. 
그러자 유비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노숙을 향하여 극도의 예를 표해 보인다.

그리고,

 

"자경의 말씀이 마치 가뭄 속에 단비를 만난 것 같습니다."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노숙이 두 사람을 번갈아 쳐다보며,

 

"어느 분이 나와 함께 강동에 가서

우리 주공을 만나 보시겠소 ? "하고,

묻는다.
그러자 공명이 빙그레 미소를 지으면서,

"접니다. 제가 함께 가겠소!"하고,

손까지 들어보이며 대답하였다.

 

"좋소 ! 잘 생각하셨소."
노숙도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였다.
           
172회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