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명의 신기한 계책(計策)
삼국지(三國志) (183)
공명의 신기한 계책(計策)
"배를 주면 어떻게 하겠다는 거요 ?"
주유는 공명의 계획을 몰라,
고개를 기울이며 물었다.
"글쎄올시다.
저도 공명의 계책을 알지는 못 합니다.
그러나 배를 한 번 주어 보도록 하시죠."
"달라면 주어 보시오.
그러나 공명이 약속을 못 지킬 것 같아, 도망가는 일은 없어야 하오."
"걱정 마십시오.
공명이 스스로 <손유 연합>을 깨지는 않을 것 입니다."
노숙은 물러나와 공명의 요구대로 이틀에 결쳐,
쾌선 이십 척에 섶으로 지붕을 덮게 하고,
허수아비 천 개를 뱃전에 빼곡하게 나누어 싣게 한 뒤에
각 배에는 수군 병사를 삼십 명씩을 준비시켰다.
그런 뒤에 공명이 화살을 가져오기로 한 사흘째 묘시(卯時: 05~07시)에 공명을 찾아가니,
"오늘이 사흘째 되는 날이니,
이제는 자경 선생은 나와 함께 화살을 가지러 갑시다."하고,
공명은 마치 맡겨놓은 화살을 찾으러 가는 것 처럼 말하는 것이 아닌가 ?
노숙은 공명이 이끄는 대로 배에 올라, 안쪽에 있는 객실로 들어갔다.
그런데 강동 수군의 포구를 떠난 배는
조조의 수군 전함 팔천 척이 운집해 있는 안개가 자욱한
삼강구(三江區)인 적벽강으로 물살을 가르고 쏜살같이 달리는 것이 아닌가 ?
이것을 알게 된 노숙은 매우 불안하였다.
그러나 공명은 선실 등잔 밑에 마주 앉더니,
차만 마시자는 것이었다.
"선생 !
아무런 전투 준비도 없이 적진에 이렇게 접근해 가다가
조조의 수군이 기습해 오면 어쩌려고 이러십니까 ?"
노숙은 겁에 질려 물었다.
그러자 공명은 태연 작약하게 대답한다.
"아무리 조조이기로 이런 안개 속에서 우리를 어찌 발견할 수 있겠소.
우리는 그저 차나 마시다가 안개가 걷히거든 돌아가기로 합시다."
한편,
이날 새벽에는 강 안개가 몹시 짙게 깔린지라.
조조는 지난 밤 부터 경계를 각별히 엄중히 하라는 엄명을 내렸다.
자기네 보다 강동의 수군이 더욱 강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기에 이날 밤은 조조 자신도 자지 아니하고 경계를 부지런히 하면서,
밤중에는 장요와 서황까지 불러들여,
궁노군(弓努軍) 삼천 명을 강변에 대기시켰다가 적의 기습이 있을 경우
수군을 도와주라는 명까지 내린 바가 있었다.
공명이 몰고온 이십 척의 쾌선이 조조의 수군 함대 앞에 이르자,
병사가 달려와 보고한다.
"아룁니다.
적선 바로 앞까지 도착했습니다 !"
"알았다 !
닺을 내리고 배를 일렬로 배치하고 북을 울려서,
조조군이 도발하게 만들어라 !"
공명이 즉각 명하였다.
"옛 !"
"선생의 명이시다 ! 닺을 내리고 북을 쳐라 !"
이십 척의 쾌선은 일렬 종대로 진형을 바꿈과 동시에,
각 배에서는 진고를 높이 울렸다.
"둥 ! 둥 ! 둥 ! 둥 !...."
"앗 ! 저게 뭐냐 ?
강동의 공격이 아닌가 ?"
조조의 군사들은 난데 없는 북소리에 크게 놀라며,
안개 속에 접근해 오는 강상의 괴선단(怪船團)을 향하여
사정없이 화살을 쏘아갈겼다.
조조도 괴선단의 접근 소식을 듣고,
대도독 우금에게 명한다.
"안개가 자욱한 틈을 노려,
우리를 끌어낸 뒤, 함정에 빠뜨리려는 게야,
그러니 전함은 교전하지 말고,
화살만 계속 쏘아대도록 하게 !
그리고 보병중에서도 궁수를 뽑아서 함께 쏘도록 하게 !"
"네, 알겠습니다 !"
한편,
배안의 노숙은 연실 화살이 빗발치 듯 쏟아지자 겁을 집어 먹고,
공명에게 말한다.
"선생,
조조군에게 너무 가깝게 접근한 게 아니오 ?
저들이 공격해 오면 어쩌려고요 ?"
그러자 공명이 크게 웃으며 말한다.
"하하하하 !...
그런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니 걱정 붙들어 매시오.
조조군이 이런 안개 속을 헤치고 나와
우리에 맞서 싸우러 나오진 않을 것이오 !
하하하하 !... 자, 차나 드시죠."
노숙은 공명의 말에 반신반의 하였다.
"어째서 조조군이 맞서 싸우려 하지 않는단 말이오 ?"
"선생 ! 생각해 보시오.
조조군은 수전에선 강동군 보다 열세라는 것을 아는 처지에,
이런 안개속으로 전함을 내보내 싸우게 할 것 같소 ?
조조는 필경, 함정에 빠질 것을 두려워해 화살만 잔뜩 쏘아댈 것이오."
공명은 이렇게 말하면서 미소를 짓는다.
그순간 병사가 들어와 아뢴다.
"선생 !
배 한 쪽에 화살이 가득히 박혀 더이상 꼿힐 자리가 없습니다 !"
"그러면 계속 도발하면서,
배를 반대쪽 방향으로 돌리도록 알려라 !"
"옛 !"
"뱃머리를 돌려라 !
뱃머리를 돌려라 ! ..."
"두둥,둥.. 두둥,
둥.. 두둥,둥 ! .. 두둥,둥 !..."
훈련이 잘 되어있는 강동의 수군은 북소리 몇 번으로 배를 반대로 돌려댄다.
그러자 조조군이 쏘아갈긴 화살은 허수아비를 비롯해 배의 빈 곳에 곳곳이 떨어져,
빈틈없이 차곡차곡 꽂히는 것이었다.
이렇게,
공명이 몰고온 쾌선 이십 척은 조조군이 쏘아갈긴 화살에,
차츰 고슴도치 처럼 변해버렸다.
그러자 이번에는,
수많은 화살이 배에 연속하여 꼿히는 소리를 들은 노숙이 기쁜 소리로 ,
"아,아 !
화살이 빗발치는구려. 하하하하하 !..."하고,
소리내 웃으면서, 연실 수염을 쓸어내렸다.
해가 중천에 걸리면서 안개가 걷히기 시작하자,
공명은 귀로에 올랐다.
그리하여 강동군 포구에 도착하니,
화살을 담아낼 전통과 이를 실어나를 마차가 준비되어 있었다.
"서둘러라 서둘러 !"
쾌선 이십 척에 꽂힌 조조군의 화살은
수많은 병사들에 의해 전통에 담겨져 마차에 가득 실렸다.
병사가 달려와 공명에게 아뢴다.
"화살이 한 척에 오,륙 천개 씩, 모두 십이,삼만 개 쯤 됩니다."
"음, 수고했네."
공명은 군사를 보낸 뒤에 노숙에게 말한다.
"십만 개의 화살은 약조한 것이니 별도로 치고,
남는 이,삼만 개의 화살은 선물하는 것으로 하겠소."
그러나 노숙의 관심은 다른 곳에 있었다.
그리하여,
"선생,
오늘 안개가 낄 것을 어찌 아셨소 ?"하고, 물었다.
그러자 공명이,
"책사라는 사람이 천문, 음양,지리와
진법을 알지 못하고 어찌 계책을 낼 수가 있겠소.
사흘 전에 오늘새벽에 안개가 자욱히 낄 것을 이미 예상하고,
대도독의 명을 받은 것이오."
노숙은 그 말을 듣고,
고개를 절레절레 젖는다.
"공명 선생,
선생은 정말 예사 사람이 아니오."
노숙은 이같은 말을 하고 ,
공명에게 진심으로 존경하는 절을 올린다.
"어, 어 ! .. 왜 이러십니까 !...
선생이 이러시면 내가 몸 둘 바를 모르겠소이다 !"
공명은 이 같이 말하면서 다시 한번 파안대소를 하였다.
화살을 가득 실은 마차는 속속 주유의 군영으로 들어갔다.
주유는 그 모습을 멀찍이서 지켜보았다.
노숙이 주유의 앞에 이르자,
주유가 담담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북소리를 듣고, 대략 짐작했소이다.
흠 !...역시 공명은 대단한 인물이오.
대단해 !..."
"대도독, 대도독께서 공명을 몰아세우니
어쩔 수 없이 그런 수를 쓴 겁니다. 만약,
오늘 안개가 없었거나 조조군이 총공격을 펼쳤더라면
공명은 정말 죽었을 겁니다...
대도독 ! 내 간곡히 부탁하는데,
부디 대립을 그만 멈추고 공명과 마음을 모아 조조를 섬멸해 주시오.
부탁이오."
노숙은 진지한 어조로 공명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그러자 심각한 얼굴의 주유가,
"내 직접 공명을 찾아가 인사를 하겠소. "하고, 대답하였다.
주유는 그 길로 수하 장수를 거느리고 공명을 찾아갔다.
공명이 주유를 맞자,
주유가 입을 열어 말한다.
"이런 신기한 계책을 쓰시다니,
선생의 신계(神計)에 오직 경탄이 있을 뿐이오."
"한갓 속임수에 불과했던 일을 뭘 그리 칭찬해 주십니까 ?
들어가시죠."
"어서 차를 따르라."
공명과 주유가 자리에 좌정하자,
주유가 공명에게 말한다.
"선생,
이번 전쟁에서 가장 중점을 두어야 할 건 바로 수전이오."
"그렇습니다."
"조조의 수군도 기량이 많이 향상되어 만만치 않은 상대로 변모하고 있소이다.
강동 수군이 용맹하기는 하나, 전함의 수는 조조의 절반에도 못미치오.
어찌하면 조조의 수군을 격파할 수가 있겠는지
선생의 가르침을 받고자 이렇게 왔소이다.
좋은 가르침을 주십시오."
주유는 이제까지와는 다르게
공명에게 예를 표하며 물어왔다.
"아, 말씀을 거두어 주십시요.
제가 어찌 가르침을 ... 당치 않습니다."
공명은 겸양지사로 이렇게 대답하였다.
그러자 주유는,
"그래서 고심끝에 어제 저녁, 한 가지 방책을 생각해 냈는데,
가능할 지 모르겠소."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공명이 그 말을 듣고,
"아, 이런...
저는 오늘 아침에서야 묘책이 떠올랐는데,
대도독께서는 저보다 헐씬 먼저 생각해 내셨군요."하고,
짐짓 주유를 <붕가붕가>띄워 주었다.
주유는 그 소리를 듣고,
속으로 <흠칫> 놀라면서,
"선생이 먼저 알려주시겠소 ?"하고, 말을 꺼내니,
공명은,
"그럴게 아니라 우리 두 사람이
각기 손바닥에 써서 비교해 보면 어떨까요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주유가,
"좋소 ! 그리합시다."하고, 대답한다.
공명이 시종을 부른다.
"대도독께 먹과 붓을 같다 드려라"
"예 !"
그리하여 공명과 주유 두 사람은 각기 손바닥 안에 글자를 써 넣었다.
그리고 글씨를 쓰자마자 ,
거의 동시에 각기 손바닥을 상대에게 펴 보였다.
그 두사람의 손바닥 안에는 <火(불)> 이라는 글씨 한자 씩이 씌여 있었다.
서로의 글씨를 확인한 순간, 주유와 공명은 서로 마주보고 파안대소를 하였다.
"하하하하 !"
"하하하하 !"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구려 !"
주유가 호쾌하게 웃으며 말하였다.
"그러게나 말입니다 !"
공명도 맞장구를 쳐주었다.
그때 장군 여몽이 들어와 아뢴다.
"대도독 !
채모의 동생 채중과 채화가 투항해 왔습니다 !"
"응 ? 알겠다. 어서 가보자 !"
주유는 자리에서 일어나 공명에게,
"아 ! 선생,
이 계책은 비밀로 해두십시오."하고,
당부를 한다.
"알겠습니다."
공명이 대답하자,
주유는 이제까지 와는 다르게 공명에게 극진한 예를 표하고 물러간다.
184회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