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주유의 고육계(苦肉計)

오토산 2021. 9. 26. 11:49

삼국지(三國志) (184)
주유의 고육계(苦肉計)

 

한편,

안개가 걷힌 뒤에,
조조는 공명의 계략에 속아 헛심을 쓴 것은 물론이고,

십여 만 개가 넘는 화살을 잃은 것을 뒤늦게 깨닫고 매우 침울해 하였다.

그러자 모사 순유가 가까이 다가와서 말한다.

 

"승상,

지금이 바로 채증과 채화를 쓸 데가 아닌가 합니다."

 

"그렇지 ! 바

로 그거야 !"

 

조조는 무릅을 치며 얼굴을 폈다.

그러면서 의심이 많은 그의 성격대로,

 

"만약 저들이 그대로 동오에 붙어버리면 어떡하지 ?"하고,

걱정의 소리를 내뱉었다.

순유가 걱정이 아니란 듯이 말한다.

 

"그건 걱정하실 일이 아닙니다.

채중과 채화의 가족들은 우리가 붙잡고 있으니까요."

 

"음 !..

그러면 당신이 이 일을 추진해 보도록 하지."
조조의 승낙이 떨어졌다.

 

"예, 알겠습니다."

 

이리하여 그날로 채중과 채화는 탈주를 가장하기 위해

병선 수 척에 군사 오백여 명을 태우고 강동에 도착한 것이었다.
주유가 공명의 처소에서 돌아오는 길로 채중, 채모를 불러들였다.
채중과 채화는 주유를 보자  땅바닥에 털썩 엎어지며,

 

"대도독 !

조조가 우리 형님을 무고하게 죽여버렸습니다 !

 

돌아가신 형님의 부하들도 이를 갈고 있습니다.
저희 형제도 대도독께 투항하여 대도독을 돕고,

형님의 원수를 갚고자 합니다 !"하고.

눈물을 쏟으며 하소연을 하였다.
주유가 그들 형제를 굽어보며 말한다.

 

"좋아 !

형양 병사들도 투항을 원하는가 ?"

 

"이르다 뿐이겠습니까 !
이곳에 오기 전에 조치를 해 두었으니,

전쟁이 일어나는 순간,

그들은 조조의 수군 안에서 내분을 일으킬 것입니다."

 

"잘 됐군 !

이는 필시 하늘의 뜻이야 !"

 

주유는 이렇게 대답하며,

채중,채화의 양 팔을 손수 잡아 일으키면서,

 

"형제들 ! 들어가서 한 잔 하세 !"하고,

크게 기뻐하며 두 사람을 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한편,

채중과 채화가 투항해 왔다는 소식을 알게된 공명은 노숙을 찾았다.
공명이 물었다.

 

"자경,

공근이 채씨 형제를 거두었소 ?"

 

"그렇소.

수군 장군에 임명하였소."

 

"허허,

것 참 ! 재미있군, 재미있어..."

 

" 공명 ?..

채씨 형제가 투항해 오면서 가솔들은 두고 왔으니,

첩자가 아닐까 걱정이오."

 

"허허..

첩자면 좋지요.

나름 쓸모가 있어서,

때로는 십만 병사를 맞먹는 것이 첩자의 역활이죠."

 

"하하하하 !"

 

"하하하하 !"

 

"공근이 그들을 어찌 쓰나 봅시다."

노숙이 말한다.

 

한편,

주유는 채중과 채화를 수군 장군에 임명하고

그들의 편의를 보아줄 시종까지 특별히 붙여주었다.

 

그리고 난 뒤에 장중에 혼자 앉아,
채중과 채화를 이용해 조조를 쳐부술 계획을 세우고 있었는데,

노장 황개(黃蓋)가 찾아왔다.

 

황개는 손견 시절부터 삼대에 걸쳐 오나라에 충성을 다해 온 백발 노장이었다.

주유는 황개를 정중히 맞아들였다.
황개가 자리에 앉으며 말한다.

 

"조조는 우리보다 군사가 많으니,
시일을 끌수록 우리가 불리하오.
도독은 조조를  화공법(火攻法)으로 공격하면 어떻겠소 ?"
주유는 내심 크게 놀라면서 물었다.

 

"누가 공 에게 그런 계책을 말하더이까 ?"

 

"나 혼자의 생각이지 누가 일러 주겠소 ?"

 

"실상은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채중, 채화의 거짓 항복을 받아 주어 진중에 둔 것도

그들을 이용해 조조를 속이기 위한 계략이었습니다."

 

"그들을 어떻게 이용하려고 그러오 ?"

 

"조조를 속이기 위해서는 우리도 조조가 쓴 것처럼

거짓 항복자를 보낼 필요가 있는데,

적당한 사람이 없어서 걱정입니다."

 

"무얼 걱정하시오.

만약 내가 필요하다면 한번 나서 보리다."

 

"예엣 ? 장군께서요 ?...
허나, 이번 일은 큰 고초가 따라야 하는데,

장군께서 감당하시기에는 너무나 과중한 고통이 수반 됩니다."

 

"내가 이 오나라에서 삼대에 걸쳐 후은(厚恩)을 입어왔는데,

나라를 위해 무슨 고통인들 마다하겠소 ?"

주유는 황개의 말을 듣고 한참을 망설였다.

그것은 삼대를 걸친 원로인 백전 노장에 대한 예의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황개는 다시 한번 자신의 생각을 주저없이 토설한다.

 

"도독이, 이 사람으로, 

나라를 위한 일에 쓴다는 것은 더 없이 기쁜 일이오."

 

"만약 장군께서 그만한 고통을 무릅쓰고
이번 임무를 맡아 주신다면, 강동을 위해 이런 다행한 일이 없겠습니다."

 

"어떤 고통이라도 참고 견딜 테니

기탄없이 말씀하시오."

 

주유는 무슨 결심이라도 한 듯이 사방을 둘러보고,
황개의 귀에 입을 갖다 대고 무언가를 소근거렸다.
그러자 황개는 주유의 말을 들으며,

수차에 걸쳐 고개를 끄덕끄덕 하였다.

 

다음날 아침,

주유는 북을 쳐서 모든 장수들을 장중으로 불러모았다.
그 자리에는 채중과 채화도 당연히 불려왔다.
주유가 장수들에게,

 

"백만에 달하는 조조군의 배후가 이백 리에 달한다고 하니,

그 기세가 만만치 않소.

장군들은 석 달치 군량을 각 진영에 분배하고,

장기전에 대비하시오."하고, 명하였다.
그러자 노장 황개가 불만어린 어조로,

 

"헹 , 대도독 ! 
하구에 주둔한지 반 년이 다 되었는데,
전투에 나설 생각은 하지 않고,

이제, 또, 석 달을 기다리라니, 이러다가 석 달은 고사하고

서른 달이 지나도 마냥 이 꼴이 될거요 !

 

이번 달 안에 공격을 개시하려면 하시고,
못 하겠다면 주공께 가서 죄를 청해야 할 것이오."하고,

다른 장수들도 들으라는 듯이 내뱉었다.

 

그러자 역시 3대에 걸쳐 후은을 입고있는

노장 정보 장군이 황개를 만류하며,

 

"아니 ? 장군 !..."하고,

불손한 언사를 삼가라는 표정을 지으며 만류하였다.
수군 대도독 주유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리고 바로,

 

"황개, 내게 반기를 드는거요 ?"하고,

적잖이 불쾌한 표정으로 말을 내뱉었다.

그러자 노장 황개는,

 

"아니오 !

적군을 물리칠 대책이 안 나온다면,

대안을 찾아야지요 !"

 

"어디라고 ! ...

한 번 더 입을 놀리면 군법에 회부한다 !"

 

주유는 그야말로 소리를 지르다시피 ,
악을 쓰다 시피 하면서 불쾌감을 드러내었다.

 

순간,

장중의 분위기는 싸늘하게 식었다.
모여든 장군들 어느 누구도, 숨소리 조차 크게 못 쉬고,

묵묵부답으로 두 사람간의 언쟁을 지켜 보기만 하였다.
노장 황개가 자식 만큼이나 어린 주유에게 <해라!>를 당하자,

노염움이 북바친 소리로 되받아친다.

 

"주유 !  능력도 안 되는 자식뻘 되는 놈이,
뭘 믿고서 이렇게 큰소리만 치느냐 ! 
우리 강동 육군의 이 땅이 이제 네 손에 끝날까 걱정이다 !"
황개는 손으로 땅바닥을 수차례 찍어 보이면서 말하였다.

 

"무엄하다 !"
주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황개를 불같이 쏘아보았다.

 

"감히, 날 모욕해 !"
그러자 건너편에 있던 노장 정보가,

 

"황 장군 ! ..."하고,

부르며 자제할 것을 표해 보였다. 그

 

러나 한번 불 붙은 황개의 노여움은 더욱 타올랐다.
그리하여 대도독 주유를 향하여 고개를 쳐들고,

 

"헹 ! 내가 전장을 누빌 때 너는 뭘 했느냐 !

주공의 관용이 없었다면 우리 노장군들이 너를 받아 줬겠느냐 ? "

 

주유는 더이상 노장군과 싸울 수가 없다고 판단 되는지,

밖에 군사를 부른다.

 

"여봐라 !"

 

"옛 !"

 

"황개가 항명을 하고 군법을 어겼으니,
당장 공개 처형토록 하라 !

어서 끌고가라 !"

 

​주유가 무시무시한 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노장 정보가 깜짝 놀라며 ,

 

"대도독 !

황 장군은 삼대(三代)에 걸쳐

수많은 전쟁을 치루면서 공을 쌓아 왔습니다.
부디 참수만은 면해주시고 조조를 멸한 뒤에,
그때 죄를 물으십시오."하고, 만류하였고,

이제까지 잠자코만 있던 소장 장군들이 적극적으로 나선다.

 

"대도독 ! 황개 장군이 비록 항명은 하였으나,

전쟁을 코앞에 둔 이때,

원로 장군을 참하는 것은 절대 안 됩니다."

 

"도독 ! 황개 장군만은 ..."

 

"참수명 만은 거두어 주십시오 !..."

 

감녕을 비롯한 여몽, 태사자, 한당, 장흠은 물론이고

주태, 반장, 서성, 정봉, 진무 등 진중의 장군들 모두가

안타까운 표정으로 대도독 주유의 명을 제지한다.

 

그러나 이 자리에 함께 있던 채중과 채화는 아무런 소리도 하지 못하고

눈앞에서 벌어지는 기가막힌 상황을 아연한 표정으로 보고만 있었다.
주유가 벌떼처럼 일어나는 장군들 둘러보며 입을 연다.

 

"오늘은 여러 장군들의 체면을 생각해서 참수만은 일시 참아 주리라.
그러나 군법은 분명히 밝혀 둬야 하겠으니,

황개에게 백 장(杖)의 형을 가하여 죄를 다스리리라."

 

정보, 한무등 노장 장군들을 비롯한 소장 장군들은

그 명에 대해서도 다시 무릎을 꿇고 사면해 줄 것을 애원했지만,
주유는 더 이상 용납하려고 하지 않았다.
황개는 드디어 만인 관시하에 형졸에게

곤장을 맞는 신세가 되었다.

 

"죄인 황개에게 정확히 곤장 백 대를 치되,

만약 다른 마음을 두는 자가 있으면 동죄(同罪)로 다스리겠다 !"

 

주유의 노여움은 극에 달했다.

그리하여 장군들의 애원은 더이상 받아들일 상황이 아니었다.
형틀에 묶여서도 황개는 악을 써댔다.

 

"이 허명 뿐인 소인배야 ! 어

찌 잘못을 지적했음에 이런 터무니 없는 짓을 하느냐 !

내가 네 놈에게 굴복할 줄 아느냐 ! "

 

이런 광경은 뒤늦게 나타난 공명과 노숙은 물론이고

대,소 장군들과 며칠 전에 동오로 귀순해온

채중, 채화도 똑똑히 목격하고 몸을 떨었다.

 

황개는 곤장을 맞으면서도 계속해

주유에 대해 욕설에 가까운 원망과 질책을 멈추지 않았다.
황개의 등에서는 피가 흐르고, 피는 온 몸을 적셨다.

 

가혹한 황개에 대한 처벌은 곤장 백 대를 끝으로,

그는 수하 장졸의 등에 업혀 숙소로 돌아갔다.
이런 모습을 지켜 본 노숙이 공명을 찾아갔다.

 

"방금 전,

노장 황개 장군이 공개 처벌을 당함에 있어,

저희들은 도독 휘하의 몸인지라 가슴이 아프면서도 만류하지 못했거니와,

선생은 어찌하여 그런 비참한 광경을 보시고도 만류하지 않으셨습니까?"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공명이 웃으면서 말한다.

 

"하하하,

자경은 어찌 나를 속이려 하시오 ?"

 

"옛 ! 제가 선생을 속이다니요,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

 

"그러면 선생은

주 도독이 황개 장군을 처벌한 것이

계책인 것을 모르셨단 말씀이오 ?"

 

"넷 ?

그러면 아까 그 형벌이 계책이었다는 말씀입니까 ?"

 

"그렇소,

틀림없는 주 도독의 고육계(苦肉計)였소.

그러나 도독께 내가 그런 소리를 하더란 말 만은 하지 말아 주시오."
노숙은 그제서야 모든 진상을 깨닫고 감탄의 고개를 끄덕였다.

 

"아 ! 그랬군 !...

그런데 선생, 그게 고육계라는 것을 아셨다면

더욱 말려야 하는 게 아니오 ?"

 

"왜지요 ?"

 

"선생이 나서서 말렸다면,

주 도독은 자신의 고육계를 선생이 간파하지 못했다고 여기고,

말리는 모습에서 도독의 고육계가
더욱 고통스럽고 진짜처럼 보일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았겠소 ? 
그랬다면 주 도독의 기(氣)도 더욱 살릴 수 있었을 것이오."

 

"음 !.... 옳은 말씀이오.

그래야 했었는데
내 실수요.

그걸 모르고 자경 선생의 근심만 키웠으니,

내가 사과드리오."

 

공명은 이렇게 말하면서 노숙에게 예를 표해 보였다.

그러자 노숙이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대꾸한다.

 

"선생 !
손유 연합이 유지되기 위해서 지난 반 년간

나는 당신들 두 사람 사이에서  한 마디로 속이 <새카맣게> 타버렸소.

 

그런데 당신네 둘은 어떻소 ? 

둘 사이에 암투와 지략은 도를 넘고 있고,
나는 그 중간에서  (시계 불알 처럼) 두 사람 사이를

왔다갔다 하며, 죄만 짓고 있소.
아 ! 정말 피곤하오 !..."

 

그 말을 듣고,

공명은 <하하하 !...(불알 ?..)> 하고,

웃으며 다시금 노숙을 향해 예를 표한다.

 

"미안하오, 미안해, 용서해 주시오.허나,

자경 ! 지금같은 선생의 겸손은 지나친 것이오.
선생이야 말로 진정한 현인(賢人)이시오. "

 

공명이 노숙을  띄우며 칭찬하였다.
그러자 노숙은 고개를 저으며, 겸양하였다.

 

"허허허허 !..."

 

이렇게 공명은 자신을 조금 낮춰 말하고

노숙을 높여 말 함으로써 진정한 대인(大人)의 모습을 보였다.
                             
185회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