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유비의 고민

오토산 2021. 9. 29. 07:54

삼국지(三國志) (211)
유비의 고민

유비와 공명이 입성하자 위연이 찾아왔다.

"유황숙과 공명 선생께 인사를 올립니다."
그러자 공명이 그 자리에서 일어나 위연 앞으로 다가서며 묻는다.

 

"그대가 한현을 죽이고 성을 넘겨준 위연이란 자요 ?"

 

"그렇습니다."
위연이 당당한 어조로 대답하였다.

그러나 공명은 위연의 기대와는 달리,

서슬퍼른 어조로 호위병사를 부른다.

 

"여봐라 !"

 

"옛 !"

"이 자를 끌고가서 목을 베어라 !"

 

"엣 ?..."

위연이 깜짝 놀라며 뒤를 돌아다 보았다.

그러자 명을 수행할 병사들이 달려오는 것이 보이는 것이 아닌가 ?

위연은 얼른 돌아서며, 공명을 향해 말한다.

 

"선생 ! 어째 그러십니까 ?

공을 주지 않으시더라도 죄를 주시려다니요 ?"하고, 말하면서

유비를 번갈아 쳐다 보았다.

그러나 유비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아무런 말도 하지 아니하고 지켜만 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
다급해진 위연이 유비앞에 털썩 엎드린다.

"주공 ! ..."

 

위연은 공을 치하받지는 못할 망정 죄를 준다는 것이 억울하다는 심정으로 유비를 불러대었다.
그러자 유비가 비로서 입을 열어 공명에게 묻는다.

"선생, 어째 이러시오 ?"

 

그러자 공명은 유비와 위연을 번갈아 쳐다보더니,

위연을 지칭하며 말한다.

 

"이 자로 말할 것 같으면, 제 주인을 죽였으니, 불충이요,

또 성을 쉽게 넘겼으니, 불의를 저지른 자 입니다.
이런 간악한 소인배는 죽여 마땅합니다. "

그 말을 듣고,

유비가 위연을 한번 쳐다 본 뒤에,

 

"그렇긴 하지만,

저자를 죽이면 투항한 사람들 모두가 두려움에 떨 것이 분명하니,
선생은 자비를 베풀어 주시오."하고, 말한다.

그러자 공명이 엎드려 있는 위연에게,

 

"위연, 고개를 들어 날 보라."하고, 명한다.

위연은 두려움에 질린 얼굴을 들어 공명을 향했다. 
그러자 공명이 냉철한 어조로,

 

"잘 들어라,

나는 충신과 간신을 알아 볼 수 있고, 네 마음 속을 꿰뚫어 볼 수가 있다.

주공께서 부탁을 하시니 용서는 하겠다만, 앞으로 다른 마음을 품지 말고 충성하라.
만일, 일말의 다른 마음을 품고 있다는 것이 발각되면 그 즉시 네 목을 베어버릴 것이다. "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알겠습니다,

명심하겠습니다 !"

 

위연은 비로서 안도의 숨을 내쉬며 엎드린 채로 고개를 조아렸다.
공명이 유비를 향해 예를 표하며 말한다.

 

"주공, 위연에게 오백 냥을 내리시고,

전군부장(戰軍副將)에 임명하십시오. "
유비가 그 말을 듣고, 위연에게 명한다.

"위연에게 오백 냥을 내리고, 전군 부장에 봉한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
위연은 연실 유비와 공명에게 고마움을 표하였다.

 

"물러가게."

 

공명의 명이 떨어지자,

위연은 뒷걸음으로 황망히 장중을 물러간다.

시립해 있던 장수들 조차 모두 물러나가자

유비가 공명에게 다가가 물었다.

 

"선생, 정말 위연을 죽이려 한 거요 ?
겁만 주려고 한 거요 ?"

 

"정말 죽이려 했습니다.

기회만 노리는 흉악한 자이기에 살려뒀다가 후환이 될 까봐요."

 

"그럼 어째서 재물과 관직을 내린거요 ?"

 

"제압을 했으니 달래주어야지요.
현명하진 않지만 일 처리는 깔끔한 자로 보입니다.
어제 운장과 함께 무예를 겨루게 해 보았는데, 장점이 많았습니다.

 

걱정은 되지만 죽이기는 아깝지요.

주공께서 만류하셔서 용서를 해 주기로 한겁니다.

위연은 주공과 제가 있으니 이후로는 딴 마음을 먹지 못할 겁니다."

 

"허...위연이 옴짝달싹 못 하게 순식간에 제압을 하다니,

놀라울 뿐이오."

 

"허허..몇 마디 말로 황충 장군을 출사하게 하신 

주공이 더욱 대단하신 거지요."

 

"허허허 !..."

이런 일이 있은 뒤에 유비는 유표의 조카 유반(劉磐)이

유현(攸縣)에 숨어 있다는 황충의 말을 듣고, 그를 불러다가 장사 태수에 봉하였다.
이리하여 유비는 형주의 남사군을 완전히 점령함으로써

천하 삼분(天下 三分 : 조조의 위나라, 손권의 오나라, 유비의 촉나라)의

기반을 조성하였다.

 

이렇게 형주(荊州 : 지금의 우환 주변)를 근거로 일어선 유비는

북쪽에는 조조, 동쪽에는 손권을 둠으로써 천하의 패권을 다투게 되었으니

이제부터 본격적인 삼국지의 중 후반이 열린 것이다.
유비와 공명이 천하 대세를 논하고 있을때 손견이 들어와 아뢴다.

"주공, 군사 ! 

유기 공자께서 위독하여 오늘을 넘기기 어려울 것이라는 소식이 왔습니다."

"이런 !...계속 걱정하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피할 수 없는가 보오."

 

유비가 공명을 돌아보며 걱정하며 말하였다.

그러자 공명이,

 

"주공, 공자께서 돌아가시면 강동에서 가만있지는 않을 겁니다. ..."하고,

공명도 향후에 닥칠 어려움을 거론하였다.

그러자 유비가 손견에게 명한다.

 

"준비하라,

군사 삼천을 이끌고 형주로 돌아가,

유기 공자를 만나야겠다."

 

"함께 가겠습니다."
공명도 동행 할 것을 제의하였다.

이리하여 유비와 공명이 형주로 돌아오니,

이미 양양에서 요양중이던 유기는 숨을 거두었고, 빈소는 형주에 차려졌다.

유비는 공명, 관우, 장비와 함께 유기의 빈소를 찾았다.
그리하여 유비가 애통함을 눈물로 쏟으며 오열하자, 한참을 보다 못한 관우와 장비가 말린다.

"형님, 그만 일어나시오. "
애통함을 안고 유기의 빈소를 물러난 유비는 공명을 마주보고,

"유기 공자는 어질고 의로운 사람이었소.
다들 기억하오 ? 
신야에서 조조가 우리를 뒤쫒아 왔을 때, 공자가 구해주러 오지 않았으면,
우린 벌써 저 세상 사람이 됐을 것이오.

 

적벽 대전에서도 유기 공자가 나에게 흔쾌히 병마를 빌려주었소.

그가 없었으면,
오늘날 이 자리까지 오지도 못 했을 것이고, 형주도 못 얻었을 거요.
아 ! 좀더 오래 살았어야 했는데...."하고,

지난 날을 회상하며 눈물지었다.
그러자 공명이 크게 한숨을 내쉬며,

"하 !...공자가 나이는 어렸지만,
우리를 여러차례 구해주셨지요.

공자가 아니었으면 저도 이 자리에 없었을 겁니다.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이를 지켜보던 관우가  담담한 어조로 말한다.

"형님, 죽은 사람은 살아서 돌아 올 수는 없습니다.

너무 가슴아파 하지 마십시오."

 

"이보게 아우,

물론 유기 공자때문에 마음이 아프기도 하지만,

형양의 앞날이 너무나도 걱정이 되네..."

"지금은 병마는 물론이고 군량도 풍부한데,

뭘 걱정하십니까 ?"

 

장비가 한 마디 거들고 나선다.
그러자 유비가,

"우리는 유기 공자의 명의를 빌려 형주를 차지하고 있었는데,

이제 공자가 세상을 떠났으니 주유가 형주를 돌려 달라고 할 것이네.
적벽 대전에서 강동의 손실이 가장 컸고, 형주에서 조인을 물리친 것도 주유의 공이 아닌가,

 

노숙과 약속한 것도, 공자가 있으면 형주도 공자의 것이고,

공자가 세상을 뜨게 되면 형주를 강동에 돌려줄 것이라고 했으니,
이를 어기게 되면 주유가 쳐들어 올 것이네. "하고,

침울한 어조로 말하였다.
그러자 공명도 예외 없이 침통한 어조로,

"주공, 그렇지 않습니다.

노숙과 약조할 때 제가 분명히 공자가 안 계실 때는

형주 문제는 다시 논의하자고 하였습니다. "하고,

말한다.
그러자 유비의 대답은 절망적이었다.

 

"말은 그리했지만 뭘 어쩌겠소.
통하지 않을 거요."
그러자 보다 못한 관우가,

 

"형님, 그때와 지금은 우리 사정이 다릅니다.

우리는 연이어 사 군을 차지해 영토도 커지고 병력도 육만으로 증가했습니다.
공격도 수비도 문제 없으니, 주유가 온다 해도 겁먹을 것 없습니다.
계책에 능한 공명 선생과 싸움에 능한 우리가 있으니, 염려 마십시오."하고, 말한다.

그러자 장비가 즉각 덧붙여 말한다.

 

"맞아요 ! 뭘 걱정하십니까,

한 판 붙으면 되죠, 하하하하 ! 우리는 싸울 수록 강해지니,
주유도 문제 없습니다."
그 말을 듣고, 즉각 유비가 손을 내저으며 말한다.

 

"주유가 무서운게 아니라, 이치에 맞지 않아서 그러는 것일세..."
이런 유비의 자조섞인 말에 공명이 대답한다.

 

"주공,
지금 조조가 호시탐탐 노리고 있으니,
우리가 강동과 싸워서는 안됩니다.
또 이런 것은 손권도 잘 알고 있을 겁니다.

그러니 차라리 형주자사 유기가 세상을 떠나 장례를 준비한다고

솔직히 알려주고 강동의 움직임을 보고,

우리의 대처 방법을 찾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리고 두 장군은 각 성에는 필수 방어 병력만을 남기고

모든 군사들을 형주로 불러 들여, 눈에 띄지 않는 곳에 감추고

있도록 이르시오."

 

"음 !...."
유비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입을 열어 관우와 장비에게 말한다.

 

"선생 말씀대로 하도록 하게."

"알겠습니다. 형님."

 

"네,"

한편,

형주의 남군성을 취하려는 주유를 철군 시키려는 속셈을 가지고

삼만 군사를 이끌고 합비에서 조조의 장군 장요와 분전을 벌였던 손권은

합비를 취하지 못하고 장군 태사자를 비롯해 사천에 이르는 병사를 잃고

전전긍긍 하던 차에, 주유의 명으로 삼만 군사를 이끌고

합류한 장군 정보의 도움으로 동오의 본거지
인 시상으로 퇴각하였다.

 

그리하여 우울한 나날을 보내던 차에,

합비에서 전사한 병사들의 합동묘 앞으로 노숙을 불렀다. 
노숙이 손권 앞으로 다가오자 입을 열어 말한다.

 

"선생, 일부러 주위를 모두 물리치고,

고충을 털어놓고 싶어서 이렇게 선생을 오시라 했소."

 

"말씀하십시오."

"이번 합비 대전에서 나는 장요에게 연패를 당하는 치욕을 당했소.

강동의 주공으로써 처음 출전한 것이라,

위엄을 드높이고 싶었으나, 예상치 못한 적군의 매복에 당해,

사천이 넘는 병사들과 태사자 장군을 잃었소.

적벽 대전에서 주유는 불과 오만 명의 병사로 조조의 팔십삼만 대군을 격파하여

그 위엄을 천하에 널리 떨쳤건만, 
나는 고작 이 꼴이니 너무도 창피하구려.

내 마음을 답답하게 하는 것은 그 뿐만이 아니오."

 

"유비가 사 군을 취하여 기세가 등등해졌지요."

 

"맞소.

내가 패전하여 의기소침 할 때에 유비는 연전연승을 거두었으니,
분하기 이를 데가 없구려...
선생, 이대로는 안 되겠소. 내 잘못에 대해 스스로를 버려야겠소."

 

"안 됩니다 !

 

주공은 죄가 없습니다.

패전도 승전 못지 않게, 병사들의 사기를 드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주공께선 아직 젊습니다.
조조든 유비든 주공보다 먼저 죽을 테니, 주공의 상대가 못 됩니다."

 

"그럼, 난 인내하며 견뎌야 하겠군요."

 

"그렇습니다 ! 주공,
그나저나, 보고 드릴 일이 있습니다."

 

"말씀하시오."

"지금 주공 앞에 무덤이 하나 있사온데,
이 시각 형주에도 하나의 무덤이 생겼습니다."

 

"누구의 무덤이오?"

 

"형주자사 유기 공자입니다..."

 

"뭐요 ?..
어서 갑시다 ! 가서,

술이나 한 잔 합시다 !"

손권은 유기가 죽었다는 말을 듣자,

지금까지 침울했던 표정을 떨쳐버리고,

노숙의 손을 잡아 이끌며 기쁜 발걸음으로 급히 장중으로 돌아갔다.
                     
212회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