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묘한 탈출
삼국지(三國志) (228)
절묘한 탈출
조자룡이 형주에서 동오로 들어올 때 몰고 온
오백명의 호위병사 모두를 강변으로 떠나 보낸 뒤,
손건이 유비의 거처인 동궁 밖으로 나와 밖의 동태를 살펴본다.
궁밖은 평소와 달리, 대청에서 벌어지는 거창한 주연 때문에,
대소 신료들이 모두 참석한 관계로 조용하였다.
게다가 경계병 조차 없는 것이 아닌가.
밖의 동정을 살펴본 손건이 급히 안으로 들어가,
궁 밖의 경계 상황을 보고 하고 유비 일행은 그 즉시 성밖으로 빠져나와
육로를 이용하여 형주로 가는 길을 재촉하였다.
한편,
다음날 아침이 되어서야 술이 깬 손권이 장소에게 보고를 받고 놀란다.
"뭐요 ?
어제 유비가 누이를 데리고 성밖으로 빠져 나갔다고 ?
일을 어찌한 거요. 이제야 보고하다니 !"
손권은 장소를 질책하며 말하였다.
그러자 장소는 고개를 숙이며,
"주공께서 계속 주무시기에
신은 기다릴 수밖에 없었습니다."하고,
면구스러워 하였다.
"뭐요 ?
그런 일이라면 진작에 깨웠어야지...
사람을 보내 추적하시오."
손권이 이렇게 말하는 순간,
집사가 들어와 말한다.
"주공,
가화 장군이 뵙기를 청합니다."
"들라 해라."
손권은 지체없이 가화를 불렀다.
가화가 들어와 보고한다.
"아뢰옵니다.
대도독이 군사를 보내,
강 위에서 배를 저지하였습니다."
"응 ? ..
그럼 유비를 잡았나 ?"
손권은 줄곧 자리에 앉았다가 일어서며 물었다.
그러자 가화가,
"유비 일행은 배 안에 없었고,
형주에서 따라온 병사들만 타고 있었다고 합니다.
동궁에도 가봤지만, 유비와 아가씨는 안계셨습니다."하고,
아뢰는 것이었다.
그 소리를 듣고 손권이 난감한 표정을 짓자,
가화가 이어서 아뢴다.
"대도독 말로는 강변의 마차는 유인책이며,
유비는 육로를 통해 도주했을 거라고 합니다."
그 소리를 듣고, 장소가 고개를 흔들며 한탄조로 말한다.
"하 !.. 뜻밖에도 유인책을 쓰다니 !...
그렇다면 우린 하루라는 시간을 지체했군."
손권이 자리에 앉으며 골똘히 생각한다.
그리고 잠시 뒤 입을 열어 명한다.
"주태와 장흠은 각각 오백 군사를 이끌고
육로로 추격하여 기필코 유비와 누이를 잡아오라 !"
"알겠습니다 !"
가화와 장소가 명을 받자 곧 물러나갔고,
손권은 안도의 한숨인지, 아니면 실망의 한숨인지 ?
알듯 모를 듯한 한숨을 한번 내 쉰 뒤에 다시 자리에 누워버렸다.
한편,
형주로 이르는 육로를 말과 마차를 밤새 달려,
날이 밝아올 무렵에 앞서 달려가던 조운이 전방의 상황을 먼저 파악하고,
놀라며 유비에게 보고한다.
"주공,
전방에 복병이 있는 것 같습니다."
유비가 그 말을 듣고, 놀라며 말과 상향이 타고있는 마차를 멈추게 하자,
먼 앞쪽 숲에서 일단의 군사들이 그들의 앞을 막아서며
나오는 것이 보이는 것이 아닌가 ?
"주유가 보통 인물이 아니로군 !"
유비는 한탄조의 말을 자기도 모르게 내뱉었다.
그 말을 듣고 조운이 유비에게 말한다.
"주공,
걱정마십시오.
형주에서 동오로 떠나올 때,
군사께서 비책이 담긴 금낭 세개를 주셨는데,
첫번 째는 여강군에서 열어 보았는데,
혼사를 떠들썩 하게 소문을 내면서 예물을 준비하라는 것이었고,
두번 째는 주공께서 저를 형주로 쫒아내게 만들라는 것이었습니다.
이제 세번째 비책이 담긴 금낭을 열어 볼 때가 된 것 같습니다."
"군사가 ?... 음 !
역시 대단한 사람이야, 그러면 어서 열어보게."
유비는 공명의 선경지명에 놀라면서도
화급한 사항을 목전에 둔 관계로
조운에게 지체없이 금낭을 풀어 보도록 명하였다.
조운이 금낭을 풀어 비책이 적힌 종이를 읽고난 뒤에,
"주공,
이건 주공께서 보셔야 되겠습니다."하고,
말하면서 비책을 유비에게 건네었다.
유비가 그것을 받아 읽어 본 뒤에 ,
마차 안에 있던 상향에게 건네주며 어서 읽어 보라고 부탁하였다.
그러는 중에 동오의 장수 서성(徐盛),
정봉(丁奉)이 오백 군사로 하여금
유비와 조운, 손건을 에워싸며 앞길을 완전히 봉쇄하였다.
"황숙은 어디로 가시려하오.
말과 마차를 돌려, 건강으로 다시 가셔야만 하겠소."
어느덧 가까이 다가온 정봉이
유비에게 그대로 보낼 수 없음을 소리 치고
유비의 말고삐를 잡으려고 하였다.
그 순간 마차의 휘장이 걷히며,
노여움에 가득찬 상향이 나타났다.
"서성, 장봉 !
반역을 꾀하려는게요 ?"
"어,엇 ? 아가씨 !"
서성과 정봉은 주공의 누이동생이
느닷없이 질책하자 깜짝 놀라며 예를 표해 보였다.
그리고,
"그런 것이 아니오라,
대도독의 명을 받고, 유황숙을 잡으러 온 것입니다."하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상향이 목소리를 높여 말한다.
"유황숙을 붙잡다니, 그게 무슨 소리요 ?
나는 어머님의 승낙을 받고 유황숙과 백년 화촉을 밝힌 터인데,
만약 주유가 유황숙을 잡아오라 하였다면 이는 모반(謀反)을 하는 것인가 ?"
"주유 도독이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이 일은 주공께서도 분부가 계셨다 하옵니다."
"주공과 나는 남매간이니,
그대들이 관여할 일이 아니지 않은가 ?
그리고 그대들은 오래전부터 강동을 지켜온 우리 손씨 집안의 장수들이 아니오 ?
그런데 대도독의 명 만을 따르려 하다니,
도대체 강동이 손씨의 것이오,
아니면 주씨의 것이오 ?
내 오라비가 강동의 주인이란 것을 잊은거요 ?"
상향의 추궁은 서슬이 시퍼랬다.
서성과 장봉은 상향의 추궁을 받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황급히 말에서 뛰어 내렸다.
그리고 상향의 마차앞에 부복하며 말한다.
"저희는 주공과 아가씨의 뜻을 거스를 생각은 없습니다."
"좋소 !
나는 어머니의 허락을 받고,
서방님과 함께 제사를 올리러 가는 중이니, 막아서지 마시오.
만약 이를 거스리려한다면, 이 자리에서 그대들의 목을 벨 것이오."
상향은 이렇게 말을 한 뒤에
그대로 마차의 휘장을 닫아버렸다.
"어, 엇 !"
서성과 장봉은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며 놀란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며 병사들에게 명한다.
"길을 열어드려라 !"
길이 열리자,
조운이 손을 들어 마부에게 명한다.
"출발 하라 !"
한편,
형주의 공명은 마속과 함께 동오에
억류 당하다시피한 유비일행의 걱정을 하고 있었다.
"조운 장군이 예정대로 동오에 도착했다면
지금쯤 주공의 서신이 올 때가 되었네.
헌데 지금까지 아무런 소식이 없는 것이 무슨 까닭인지 모르겠군."
공명이 이렇게 말하자,
마속이,
"그렇군요.
정말 이상한 일입니다."하고, 대답한다.
그러자 공명이 고개를 기울이며,
"오늘은 이곳이 너무도 조용하군.
뭔가 빠진 것같아."
공명은 이렇게 말한 뒤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속이 따라 일어서며 물었다.
"무엇이 말입니까 ?"
공명이 잠시 뜸을 들인 뒤,
말한다.
"장 장군이 매일 술에 취해서 나를 찾아와 욕을 퍼부었는데,
오늘은 어찌 안 오는거지 ?"
"지금 그 말씀은 ? ...."
"그들은 주공과 정이 깊기 때문에 날 달가워 하질 않아,
혹시 ?"
"무슨 일을 꾸미는 걸 까요 ?"
마속이 공명을 말을 듣고, 깜짝 놀란다.
"쉿 ~..."
공명은 화로선을 들어 마속의 다음 말을 제지하면서,
입을 열어 걱정한다.
"현재 전쟁 수행력이 높은 병사들은 주공께서 북방에서 데려온 고참병들이네.
그들은 관장군, 장장군과 오랫동안 생사고락을 함께 했으니, 두 사람을 많이 따를 것이야.
두 장군이 내가 가진 병부를 이용해서 병사들을 이동시키기라도 한다면 ? ..."
"정말 그리한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
마속이 큰 걱정의 말을 한다.
"아 ?..."
공명이 갑자기 무슨 생각을 했는지 바삐 걸음을 옮겨,
병부를 손에 들었다.
그리고 마속을 향해 말한다.
"이보게, 내가 이 병부를 줄 테니,
자네는 이 길로 황충 장군을 찾아가게."
"네 !
선생을 호위해 달라고 하겠습니다."
마속은 이렇게 대답하였다.
그러자 공명은,
"아니야,
황장군에게 위연 장군과 함께,
성을 나가 있으라는 명을 전하게."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마속이,
"왜 그러십니까 ?
황충 장군을 밖으로 내보낼 것이 아니라,
선생을 호위하도록 명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
"황충 장군과 나는 형주에서 자랐다네,
사적으로는 여타의 장군들 보다 나와 가깝지,
황장군이 관장군과 장장군의 속셈을 알게 되면, 그들과 충돌을 하게 될 것이야.
지금 우리끼리 싸운다면 그간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게 될 것이 자명한 일인데,
어찌 수수방관 하고 있겠는가 ?
허니,
황충 장군과 위연 장군에게 성밖으로 나가되,
주공이 돌아오실 길목에 주둔하고, 동오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도록 명하게."
마속이 그 말을 듣고,
걱정의 말을 털어 놓는다.
"허나,
황장군을 내보내 놓고 나면, 누가 선생을 호위합니까 ?"
"흠, 허허허...
그건 걱정할 거 없네,
세 치 혀로 강동의 유생들도 설득한 나 일쎄.
그 두사람을 상대하지 못할 리가 없지."
공명이 미소까지 지어 보이면서 말한다,
그러나 마속은,
"유생들에게는 논리로 설명할 수 있지만, 무장들에게는 통하지 않습니다.
선생, 재고하십시오."하고,
절절한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그러자 공명은,
"그들을 설득하지 못한다면,
주공에 대한 충성심으로 목숨을 바칠걸세,"하고,
단호한 결심을 내보이는 것이었다.
"선생, 어찌 죽음을 생각하십니까 ?
선생이 안 계시면, 이 혼란한 천하를 어찌 수습합니까 ? "
"다른 방도가 없지 않은가 ?.. 허허허...
선비는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치는 법이니,..."
이렇게 말하는 공명의 결심은 확고부동한 것이었다.
한편,
서성과 정봉을 따돌린 유비 일행은 형주로의 길을 재촉하였다.
그리하여 정신없이 한참을 달려가 유랑포(劉郞浦)에 이르니,
장강(長江)이 가로막고 있는 것이었다.
유비가 강변을 돌아보며 말한다.
"자룡, 드디어 강에 도착했네,
공명 선생이 우리를 맞이할 사람을 보냈을 터이니, 자세히 찾아 보게."
"알겠습니다."
조자룡이 대답을 하고, 말을 돌리려는 순간,
먼 쪽 언덕 너머에서 군사의 함성이 들려온다.
"와 아 ! ~..."
"응, 뭐지 ?"
유비를 비롯해 조자룡이 한껏 긴장해서 예의 주시하고 보니,
일단의 군마를 끌고 나타난 사람은 다름아닌 동오의 대도독 주유가 아닌가 ?
주유는 유비 일행을 발견하자 진형을 갖추면서 앞으로 나서며 외친다.
"유황숙, 순순히 포박에 응하시오.
태부인의 사위이니, 다치게 하고 싶지는 않소."
"우, 와 ! ~..."
주유가 데리고 나타난 병사들이 주유의 말 끝에 힘을 실어,
짧은 함성을 질러댄다.
"자룡 ?
네 번째 주머니는 없나 ?"
그러나, 더 이상의 비책은 없었다.
조자룡이 비장한 어조로 말한다.
"제가 주유와 결판을 벌일 것이니
그 틈에 주공은 몸을 피하십시오."
"됐네,
중과부적(衆寡不敵)이야 "
유비는 현실을 직시하고 대답했다.
"황숙,
포박에 응하시오 !"
주유가 한번 더 소리치는 순간,
유비 일행을 가운데 두고,
반대편 언덕위에서 수를 알 수없는 병사들이
일순간 활을 겨누며 쏟아져 나와 전투 진형을 펼친다.
"어, 엇 ?"
주유는 물론이고 유비와 자룡도 그 모양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건 또 뭐야 ?"
주유가 반대편 진형을 놀란 눈으로 바라 보는 순간,
진형의 가운데로 말 탄 두 장수가 나와서 소리친다.
"주 ~공 ! ~..."
"어, 엇 !
황충 장군 ?"
유비는 물론 조자룡은 위기 일발의 순간에 나타난 황충과 위연이 반갑기 그지 없었다.
황충이 주유에게 소리친다.
"대도독께 인사드리오.
공명 선생께서 대도독의 상처가 다 낫지 않았을 것이니,
가급적 싸우지 말라 하였소.
이제,
손유 두 집안은 한 가족이 되었으니,
대도독께선 자중하시고 그만 돌아가시오.
우리는 일만의 군사가 주공을 보호하기 위해 왔으니 대도독은 깨끗이 단념하시오 !"
주유가 그 말을 듣고,
화를 못이겨 마상에서 피를 토한다.
"으,윽 !"
"대도독 !"
주유의 수하 장수들이 주유의 상태를 보고, 깜짝 놀란다.
그러나 주유는 악을 쓰듯이,
"공격하라 !"하고,
명하는 것이 아닌가 ?
그리하여 일단의 군사들이 앞으로 나서는데,
황충의 군사가 활을 쏘아댄다.
"발사하라 !"
위연이 주유의 진영으로 화살을 멕이고 있던 병사에게 명하자,
화살은 가차없이 날아갔다.
"으윽 !"
주유의 명으로 전방으로 나섰던 병사들이 화살을 맞고 고꾸라진다.
"더 다가오면 일만의 군사로써 총 공격을 펼칠 것이다 !"
황충이 이같이 벼락같은 소리를 지르자,
다가가던 주유의 군사들이 멈칫 하면서 망설였다.
그때, 위연이 유비를 향하여,
"주공 ! ~...
조금만 더 내려가시면 배가 대기중이니,
어서 배에 오르십시오 !"하고, 소리친다.
유비가 그 소리를 듣고,
"자룡, 가세 !"하고,
서둘러 피할 것을 명한다.
"어 엇 !"
주유는 눈앞에서 유유히 사라지는
유비 일행을 바라보며 안타까워 하였다.
허나, 어쩌랴.
눈 앞의 적은 일만에 이르는 군사로써,
자신이 몰고온 오백명의 군사로는 도저히 당할 수가 없는 것을 ...
그리하여 닭 쫒던 개처럼, 장강의 물살을 유유히 가르며
떠나가는 유비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황충이 배 위에서 유비에게 말한다.
"주공,
공명 선생이 주유에게 전하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렇소 ?
어서 전하시오."
유비의 허락이 떨어지자,
황충이 배 안의 병사들에게 소리친다.
"일시에 외치거라 !"
("원, 투,쓰리, 스타트 !")
그러자 병사들이 강변의 주유를 향하여 악을 쓰듯 소리친다.
"周郞妙計高天下 (주랑묘계고천하) !"
주유의 묘계는 천하에 높도다.
"陪了夫人又折兵 (배요부인우절병) !"
손 부인도 보내 오고 군사마저 잃었으니 !
好好好好 ! ~ ...
하하하하 ! ~ ...
주유는 황충의 군사들이 소리치는 조롱을 듣자,
길길이 날뛰며 주먹으로 가슴을 치더니,
급기야 붉은 피를 토하며 말 위에서 굴러 떨어지고 말았다.
* 인물소개.
손 부인(孫 夫人)
유비의 후취 부인으로 이곳에서는 <손상향>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한다.
손권의 누이동생으로 주유와 손권의 <혼인계략>으로 유비와 동거한 지 몇 해 후,
그가 서촉(西蜀)을 치러 간 사이에 손권의 모략으로 동오에 가있다가,
유비가 패하여 절명하였다는 거짓 소문을 곧이듣고,
능운정(凌雲亭)에서 장강(長江)으로 몸을 던져 죽었다.
삼국지는 남성(男性)을 위한 소설인 관계로
여성을 둘러싼 애틋한 사랑과 반전이 없다,
따라서 손 부인에 대한 뒷얘기가 전해오는 바가 적다.
그러나 본 삼국지에서는 후반 초반에 다시 등장할 예정이다.
구전(口傳)만 있을 뿐,
실록이 전해오지 않는 <삼국지연의>...
영화로 만든다면 기록적인 관중 동원을 위해,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와 함께 화려한 영상을 펼쳐 보일 것이다.
다만 나는 그런 것보다는 누군가 현인이 나타나,
아름다운 사랑을 주제로 삼국지를 새롭게 쓴다면,
나는 열일 젖히고, 초판부터 찾아 볼 것을 다짐한다.
229회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