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되는 동오의 계략
삼국지(三國志) (230)
다시 시작되는 동오의 계략
장비와 관우에 의해 자신의 거처로 돌아온 제갈양은
두 사람의 삼엄한 감시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뒤늦게 온 유비가 제갈양의 문 앞을 지키고 있는
장비와 관우를 번갈아 보면서 한마디 한다.
"그러게 좀 잘하지 그랬어.
이게 무슨 꼴인가 ?"
"에이.. 형님,
좋은 술을 장만해 술상까지 보냈는데, 안 먹겠다는군요."
장비가 겸언쩍어 하면서도,
할 만큼 다했다는 어조로 말하였다.
그러자 관우도,
"형님, 선생이 우릴 용서할 기색이 없으니,
형님이 좀 나서주셔야 하겠습니다."하고,
말한다.
장비가 유비를 다시 졸라댄다.
"그래요 !
형님이 선생에게 부탁하면,되지 않겠소 ?
헤헤 !.."
"이런 걸 보고, 자업자득이라고 하는거야.
둘 다 반성하게."
유비는 이렇게 말한 뒤에 안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곧은 자세로 책상앞에 앉아 있는 공명을 불렀다.
"공명 선생 !"
"아 !"
유비를 발견한 공명이 자리에서 일어나,
예를 표해 보인다.
"주공 !..."
"좀 앉읍시다."
유비가 공명을 청해, 마주보고 자리에 앉았다.
유비가 차를 한잔 따라 주며 입을 연다.
"선생, 아우들이 잘못을 뉘우치고 있소.
이제 그만 좀 봐주슈."
"허, 주공,
제가 모욕을 당한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럼, 뭐가 문제요 ?"
"솔직히 말해서,
장 장군과 관 장군은 성질을 고칠 필요가 있습니다.
두 사람은 수많은 군사들을 이끄는 장군으로 그 책임이 막중합니다.
전쟁터는 위험 천만한 곳인데,
지금처럼 감정적으로 일을 처리하게 되면, ]
결정적인 순간에 되돌릴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됩니다."
"음 !... 맞소,
특히 장비는 성격이 불같고,술을너무좋아하오
만취한 상태에서 부하들을 때리기도 하니,
확실히 바로잡을 필요가 있소."
"아닙니다..
주공, 제가 걱정하는 사람은 관 장군 입니다.
장 장군 처럼 성격이 불같진 않지만, 오만합니다.
오직 주공만이 영웅이라고 생각하며 따르고
다른 영웅들을 경시합니다.
조조나 주유도 완전히 무시해 버리죠.
우리가 강성해지면 언젠가는 관 장군도 한 지역의 수장으로써
군사를 비롯해 백성들까지 모두 보살펴야 할 것인데,
지금같은 성격으론 위험합니다.
주유를 보십시오.
주유의 재능은 저 못지 아니하나,
주유가 저와 싸워서 번번히 패하는 이유는 그가 오만하기 때문입니다."
유비가 공명의 말을 듣고,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자 공명의 말이 이어진다.
"관장군과 장장군이 한 지역의 통솔자가 되려면,
인재를 아끼고 겸손함과 인내심을 갖춰야 합니다.
또 모욕도 참을 줄을 알아야 하지요.
그렇지 않으면 언젠가는 크게 어려운 상황에 마딱뜨리게 됩니다."
유비가 그 말을 듣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공명은 유비가 자리에서 일어서자, 같이 일어나서 마주보았다.
유비가 공명에게 공손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말한다.
"선생,
내 아우들의 장단점을 나보다 더 잘 알고 있구려.
정말 놀라울 뿐이오.
선생의 말씀이 고마워서 그러니 절 받으십시오."
유비는 이렇게 말하며,
선 채로 공명에게 허리를 굽혀 반 절을 해보인다.
"아, 아니, 주공 !"
공명은 유비의 느닷없는 절을 사양을 하면서,
밖을 향해 소리친다.
"밖에 두 분,
들어와 차 드십시오."
큰형님 유비를 사과 사절로 들여보내고,
밖에서 말뚝처럼 시립하고 안의 동정을 살피던 관우와 장비가
공명이 부르자 기쁜 얼굴을 하고, 안으로 들어왔다.
장비는 들어오자 마자,
공명에게 반절을 해보이며 너스레를 떤다.
"고맙소, 선생 !
헤헤헤헤 !..."
관우도 장비를 따라,
공명을 향해 선채로 반절을 해보이긴 하였으나,
그는 성격대로 아무런 말도 없이 절만 해보였다.
장비가 공명에게 다시 너스레를 떠는데,
"선생, 차는 쓰니,
술로 바꿉시다 !"하고,
말하니,
공명이 한숨을 한번 쉬면서,
"하 !... 아뇨,
차로 하지요."하고,
대답하며 장비를 올려다 보았다.
"예, 알겠소.
고맙수다."
평소 같았으면 장비는 끝까지 <술>로 하자고, 고집을 피웠을 것이다.
그러나 자리가 자리인 만큼,
더 이상의 고집을 피우지 아니하고 주저앉았다.
유비가 관우에게 말한다.
"운장,
선생께 차를 올리게."
"예,"
관우는 앉자마자,
공손한 두손으로 공명의 찻잔에 차를 따라 올렸다.
한편,
눈 앞에서 유비를 놓치고
건강으로 돌아온 주유는 화가 치밀어 수시로 피를 토하였다.
하루는 여몽과 함께 있었는데, 여몽은 이런 주유를 보고, 말한다.
"대도독,
도독의 화를 돋구려는 공명의 계략에 넘어가시면 안됩니다.
제발, 마음의 평정을 찾으셔야 합니다."
"응 ! 그래...
자네 말이 옳아,
제갈양은 내 화를 돋궈서 피를 보지 않고,
날 홧병으로 죽게할 속셈이지.
정말 지독한 놈이야. "
"파릉에 군사들을 추가로 배치했습니다.
대도독, 명을 내려 주십시오.
제가 선봉에 서서 형주를 찾아 오겠습니다."
"아닐세."
"왜요 ?"
"자네는 가난한 시골 출신으로 계책을 쓸 줄 모르고 고생을 많이 했었지,
그래서 사람들이 무식하다고 놀리지 않았나 ?
그러다가 내 밑에 와서,
어느정도 병법을 익힌 지금에도 무턱대고 싸우려만 드는 것인가 ?"
주유의 분석은 날카로웠고, 말은 거침이 없었다.
그러자 여몽이 고개를 숙이며,
"하 !...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하고,
스스로를 인정하였다.
주유가 말한다.
"적의 상황을 파악해 불시에 허를 찔러야 하는 것인데,
유비가 형주를 비우고 건강에 왔을때 가만히 있다가,
이제 그가 형주로 돌아간 마당에 공격하겠다는 것은 어리석지 않나 ?
"...."
여몽은 주유의 이 말에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때, 시종이 고한다.
"대도독,
주공께서 오셨습니다."
주유와 여몽은 자리를 털고 일어나,
손권을 맞기위해 밖으로 나갔다.
손권은 노숙과 함께 왔다.
주유가 예를 표하며 손권을 맞았다.
"주공,
오셨습니까 ?"
"대도독,
병이 위중하단 말을 듣고, 어떤지 보려고 왔소."하고,
말하였다.
그러나 주유는 아픈 병색을 숨기고,
"고맙습니다.
허나, 보십시오.
저는 아무렇지도 않으니, 심려치 마십시오."하고
팔까지 들어보이며 말하였다.
"음, 다행이오,
그래도 당분간은 무리하는 일 없도록 하시오."
손권의 당부에 이어,
노숙이,
"안그래도 대도독은 금방 털고 일어날 거라고 믿고 있었소.
이젠 주공께서도 안심하시게 되었소."하고,
말하였다.
"주공, 선생,
들어가시지요."
주유는 손수 앞장서 손권과 노숙을 안으로 인도하였고, 자리에 좌정하였다.
차가 한 잔씩 따라 지자, 손권이 입을 열어 말한다.
"대도독, 유비가 형주로 돌아가 버렸으니,
어찌하면 형주를 찾을 수 있겠는지, 의논하러 왔소."
"주공은 형주가 비었을 때에도 형주를 치려 하지 않으셨는데,
유비가 지금 형주로 돌아간 마당에 형주를 치려고 하시다니,
뭐가 잘못 된 것이 아닙니까 ?"
주유의 대답에는 <뼈>가 있었다.
그러자 노숙이 가로맡고 나선다.
"대도독,
사실 주공께서도 대도독과 마찬가지로 형주를 얻고 싶어 하시오.
단지, 시기가 아니어서 가만히 지켜보고 계시는 거지요. "
"기왕에 지나간 일이니,
앞으로는 어찌하는 것이 좋을지,
대도독의 생각을 말해보시오."
노숙의 말에 뒤이어 손권이 물었다.
그러자 한참 생각에 잠겼던 주유가 입을 연다.
"저도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그래서 나온 결론은 큰 일을 하려면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영토 확장에만 매달려서도 안됩니다.
그러니 기왕에 유비가 차지한 형주를 천자께 상소를 올려,
유비를 형주목에 봉해달라고 하십시오. "
손권이 그 말을 듣고,
잠시 생각을 고르는 듯 하더니,
"하하하하 !"하고,
통쾌한 어조로 웃는 것이었다.
"어째서 웃으십니까 ?"
주유가 이유를 묻자,
노숙이 미소를 띠며 대답한다.
"대도독,
주공도 같은 생각을 하셨소.
사실, 대도독과 그 일을 상의하러 찾아온 것이오."
"그래요 ?
그럼..제가 주공의 뜻을 맞춰보겠습니다."
"말해 보시오."
"첫째, 지금은 유비에게서 형주를 찾아올 수 없으니,
차라리 그 땅을 상으로 내리는 것 처럼 하여,
주공의 도량을 보여주는 겁니다.
둘째, 주공의 상소를 통해 조조를 현혹시킬 수 있습니다.
손유 두 집안이 혼인을 통해서 동맹을 견고히 했다고 여길 것이니,
강동을 노리진 못하겠지요.
셋째, 유비를 속일 수 있습니다.
유비는 우리가 그와 관계를 돈독히 하여서,
함께 조조에게 대항하자는 것으로 여길겁니다.
하여, 유비가 경계를 푼 틈을 타서 우리는 기회를 찾을 수 있겠지요. "
"바로 그거요."
손권이 기쁜 얼굴로 주유의 말에 동의 하였다.
"좋습니다.
드디어 뜻이 하나로 모아졌군요.
이제 한 마음으로 강동의 앞날을 도모할 수 있겠습니다."
노숙도 기쁜 얼굴로 말하였다.
131회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