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느닷없이 나타난 방통의 기행(奇行)

오토산 2021. 10. 27. 08:25

삼국지(三國志) (235)
느닷없이 나타난 방통의 기행(奇行)

그날부터 노숙은 주유의 장례 집정관이 되어 장례절차에 착수하였다.
그리하여 먼저, 죽은 주유의 빈소를 찾아가 조문하였다.
노숙은 죽은 주유를 향해 혼잣말을 뇌까리듯이 중얼거렸다.

 

"대도독,

그대는 나를 가장 좋은 친구로 여기고 존중해 주었는데,

나 역시도 대도독 그대를 가장 소중한 친구로 여겼소.

우리 두 사람이 약속하건데, 백성을 지키고 강동의 세력을 확장시키자고 했는데...
이렇게 나만 두고 먼저 가버릴 줄은 정말 몰랐소...

앞으로 강동에 일이 생기면, 주공과 나는 누구에게 의지한단 말이오 !...
대도독 !..."

노숙의 이같은 절절한 조언(弔言)은 그 자리에 함께 있던 장수들의 심금을 울렸다.
그리하여 그들도 노숙을 따라 함께 오열하며 주유를 불러 외치기에 이르렀다.

 

"대도독 !..."

한편,

이즈음 형주의 공명은 밤하늘을 우러러 천문(天文)을 보고 있다가 깜짝 놀랐다.
그것은 하늘에서 장성(將星)하나가 꼬리를 길게 뽑으며 땅으로 떨어지는 것이 보였기 때문이다.

 

"아 ! 오늘 주유가 죽었구나 !"

 

공명은 혼잣말을 그렇게 하며,
곧 유비를 찾아가 말한다.

 

"주공,

아무래도 제가, 건강으로 직접가 봐야하겠습니다.

주유가 죽은 모양입니다."
유비가 깜짝 놀라며 묻는다.

 

"선생,

주유가 죽었다면 우리는 앞으로 어떡해야 좋겠소 ?"

 

"이제부터 주유를 대신해서 동오의 병권을 잡을 사람은 노숙입니다.
근자에 천문을 살핀 즉,

건강에 현사(賢士)가 모일 기미가 보이니

제가 문상(問喪)을 구실로 건강에 가서

현사들을 모셔올 방법을 찾는 것이 좋겠습니다."

 

"선생이 건강에 가시면 동오의 장수들이 해치려고 할 텐데,

선생이 가시면 어떡하오 ?"
유비는 걱정이 앞섰다.

 

"주유가 살았을 때에도 두려워 하지 않았는데,

그가 죽은 오늘날 무엇이 두렵겠습니까 ?  걱정마시고,

조자룡 장군과 함께 오백 병사들을 데리고 가겠습니다."

 

"그래도 선생이 염려되니

위험이 감지되면 지체없이 돌아오시오."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다음날 공명은 조자룡과 함께 호위군사를 데리고 문상길에 올랐다.

이틀 후,

주유의 상가에 입시해 있던 장수들의 눈이 한순간, 한꺼번에 문앞으로 향했다.

 

"어 엇 !"

 

"으 잉 ?..."

모두가 놀라는 가운데

많은 조문객 사이를 뚫고 들어오는 사람이 있었으니,
그는 상복 조차 차려입은  공명이었다.
장수들이 일제히 공명을 향해 칼을 뽑았다.

그러자 노숙이 아무런 말도 없이 이들을 제지하는 손을 들어보였다.
이러한 살벌한 분위기가 조성된 가운데 공명은 아무런 동요도 하지 아니 하고,
주유의 위패 앞으로 다가서서 구슬픈 음성으로 조사(弔詞)를 읽어내렸다.

"슬프도다.

공근형(公瑾兄)이여 !
형이 이렇게도 일찍 세상을 떠나셨으니,
남아 있는 우리들의 슬픔은 끝이 없구려.

슬픔을 가슴에 안고 형의 영전에 한잔 술을 따르노니, 

영혼이 있거든 이 술을 받으소서.

 

이 제갈양은 워낙 무재천학(無才淺學)하여 모든 계략을 그대에게 물었고,
동오와 협력하여 적벽에서 조조를 친 것도 모두가 형의 지략에 의한 것이 아니었던가.

그렇게나 신계묘락(神計妙略)에 능했던 형이 홀연히 세상을 떠나버렸으니,

이제 이 동생은 누구를 믿고 누구와 천하를 도모한단 말이오.

아아, 슬프기 그지없구려, 흐흐흑 !...

공명이 주유의 상가에 모든 조문객이 들을 수 있도록

큰소리로 조사를 마치고 그 자리에 엎드려 목을 놓아 통곡하니,

그를 미워하며 해치려고 하던 주유의 부하들도 모두가

옷소매로 눈물을 닦는 것이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노숙이 공명을 잡아 일으키며,

 

"공명,

대도독은 떠났으니
이제 그만 애통함을 거두시오."하고,

말하였다.

 

"자경 선생,

내가 한 발 늦었구려.
이렇게 대도독을 보내다니 내 가슴이 미어지는 것같소."하고,

공명이 울면서 말하였다.

 

"아마 대도독도 선생의 마음을 알고 고마워할 것이오.

조문객이 많아 쉴 곳이 마땅치 않으니, 우선 내 집으로 가셔서 좀 쉬고 계시오.
급한 일만 처리하고 갈테니 같이 이야기나 나눕시다."

 

"아, 선생, 이제 대도독이 되셨으니
괜히 나 때문에 아까운 시간 낭비하지 마시오."

 

"아니오.

선생과 내가 서로 흉금을 털어놓고 이야기 하는 것도

아주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하오. "

 

"아 !... 알겠소."

 

공명은 노숙을 향해 반절을 해보이고 돌아섰다.

그 순간 누군가 상가로 들어서며 큰소리를 지르는데,

 

"무슨 소린가 ?
적벽대전이 주유의 책략에 따른 것이라니 ?

이게 무슨 개가 웃을 일 인가 말야 !"

이 소리에 모두가 놀라 쳐다보니,

소리를 지른 자는 행색이 꾀죄죄하고 볼품없이 생긴 키작고 술취한 자였다.
모두가 쳐다보는 가운데, 볼품없이 생긴 사나이는 겁도없이 마구 지껄인다.

 

"웃기지도 않는군 !
주유란 자가 도대체 뭘 했다는 건가 ?

헹 !"

작자는 그렇게 코웃음을 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주유의 위패쪽을 가르키며 다시 한번 외친다.

 

"관 속에 누운 저 자는 속이 좁아, 내, 큰 일을 못할 줄 알았지 !
사람들이 명장이라고 떠받들기는 했지만,

이름 값을 못하고 패 한 적도 한 두번이 아니었소.
적벽대전에서 도대체 그가 한 게 뭐야 ?"

"어디서 온 놈이 어따 대고 헛소리를 지껄이냐 !

단 칼에 베어주마 !"
노장 황개가 분연히 칼을 뽑아들었다.

 

"장군 !

술 주정을 하고 있지 않소 ?
그냥 쫒아 내시오."

노숙이 황개를 말리며 말했다.

 

"여봐라 !

저 놈을 문밖으로 쫒아내고 얼씬거리지도 못하게 해라 !"

 

황개가 즉각 휘하에게 말하자,
병사들이 달려들어 방통이라 불리는 사내를 번쩍 들어 문밖으로 내친다.
그러자 끌려 나가는 사내는,

"에,엣,

이게 무슨 짓이냐 ?
아무리 그래도 나도 조문을 하러 왔는데,
술 한잔도 안 주고 내쫏나, 엉 ?"하고,

소리소리 발버둥을 쳤지만,

혼자서 힘센 군사 여럿을 당해 낼 수는 없었다.

공명은 사내가 끌려 나가는 것을 보고,

노숙에게 말한다.

 

"그럼,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고맙소

멀리 안나가겠소."

 

두 사람은 간단한 수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공명이 상가  문밖으로 나와서 수행원에게 묻는다.

 

"그 주정뱅이는 어딨냐 ?"

 

"갔습니다."
공명이 주변을 돌아보고 말한다.

 

"어디로 갔는지 알아보고 보고하라."하고,

말한 뒤에 임시로 잡은 숙소로 돌아갔다.

한편,

노숙도 수하를 불러 말한다.

 

"아까 그 주정뱅이가 어디로 갔는지 봤느냐 ?

방통이라는 사람이다."

 

"봤습니다.

왜 그러십니까 ? 처치해 버릴까요 ?"

 

"아니다,

그 사람은 보기 드문 기인으로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찾으려고 했는데
제 발로 찾아와 주었으니, 어디 머무르는지 알아내고 즉시 내게 보고하도록 하라."

 

"알겠습니다."

한편,

주유의 상가에서 무지막지한 병사들에 의해 들려 쫒겨난 방통은

저자 거리에 있는 조그만 술집에 들어 앉아 술을 계속해 마시고 있었다.

 

"이보슈,

주인장 한병 더 주슈."
마시던 술이 동이나자 방통은 술 한병을 더 주문하였다.

그때 마침,

방통이 술집에 있다는 말을 듣고 찾아오던 공명이

주인장의 술병을 받아들어 방통의 앞에 내려놓았다.

 

그러자 방통이 감고있던 눈을 번쩍뜨며
앞 자리에 앉는 공명을 바라보고 묻는다.

 

"공명 ?

어찌 여기 왔소 ?"

 

"사원, 오랜만에 만났으니,

술이나 한잔 나눕시다."

 

공명은 거두절미,

자리에 앉으며 친한 어조로 말했다.

그러자 방통이

"공명,

아주 대단하구려.

주유는 당신때문에 죽은 것인데, 어찌 조문을 올 생각을 했소 ?"하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주공근과는 섬기는 주인이 달라 대립했던 것일 뿐,

솔직히 말해 나는 주유를 존경했소.

그의 죽음으로 나는 적도 잃고, 소중한 친구도 잃은거요."

 

"음...

그렇기도 하겠군.
둘의 실력은 엇비슷 했으니까 말이오. 
마치, 이 탁자위에 젓가락처럼..."

 

방통은 그렇게 말하면서 젓가락을 들었다 놓아 보였다.

그러자 공명이,

 

"허허허허,

재미있구려."

 

"그런데 공명 ?
또 마음으로 아끼는 사람은 없소 ?" 

 

"지금 내 앞에 있질 않소 ?"

 

"아니 ? 그 애긴..

나 말이오 ?"

방통은 공명에게 자기 손으로 자기를 가리켜 보이면서 물었다.

그러자 공명이 웃음을 머금은 채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하 !...

사람 볼 줄을 아는구먼 !"
방통은 자신감 어린 대꾸를 하였다.

"벌써 십 년이 되었소.
아직도 때를 기다리는게요 ?"

 

"십 년이 대순가 ?
내 뛰어난 재능을 알아보는 자가 없다면 앞으로 삼십 년이 지나도 기다릴 거요."

 

"인생이 얼마나 길다고 마냥 기다리고만 있는단 말이오 ?
사원, 그러지 말고 형주로 오시오.
황숙인 유장군은 인재를 아낄 줄을 아시오.

게다가 큰 뜻을 품고 계시니, 그 분을 도와
한 나라를 일으켜 볼 생각은 없으시오 ?"

"유황숙이 큰 인물이기는 하지, 허나...."

 

"말씀하시오."

 

"하하..

너무 가진게 없잖소 ?
병사도 얼마 없고 ...
난 큰 장사를 하려는 사람이오."

 

"허허..."

 

"자,

그만두고 술이나 실컷 마십시다."

방통은 더이상 할 말을 접고 술잔을 들어보인다.

그러자 공명도 한 번에 그를 설득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하고

방통을 마주해 술잔을 들어 보였다.
                 
*인물평. 방통(178 ~ 213년)
유비의 모사를 지냈고. 자는 사원(士元). 양양(養陽)출신이다. 
사마휘(司馬徽)가 유비에게 추천한 봉추(鳳雛)가 바로 방통(龐統)이다.
유비의 지혜주머니로 법정(法正)과 함께 서촉(西蜀)을 공격하던 중,
낙봉파(落鳳坡) 에서 적의 화살을 맞고 , 35세의 젊은 나이에 절명하였다.

 

따라서 그의 도호로 불리던...

봉황새<鳳>과 병아리 <雛>는,

떨어질 <落>과 함께 우연을 가장한 고개<坡>에서...

필연의 결과로서 <낙봉파>를 넘지 못한 것이 아니냐는 ?

후세인의 의문어린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236회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