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치열한 논쟁

오토산 2021. 11. 15. 07:38

삼국지(三國志) (253)
치열한 논쟁

날이 밝자

유비는 장송이 머무르고 있는 역관으로 몸소 찾아와 차를 따라 대접한다.

 

"이런 영광이 ...

너무도 감사하옵니다."

장송은 술이 약한 관계로 늦게야 일어나게 되었는데

유비는 장송이 잠을 깨기도 전에 차 부터 준비해 놓고 있었던 것이다.

"술자리를 마련해 놓았으니,
어서 같이 나갑시다."

 

"예엣 ?.. 또

술자리를 ?..."

 

"귀한 손님을 잘 대접 해야지요."

 

"하 ! 유 황숙,

사흘 내리 자리를 마련해 주셨는데 어찌 또 자리를 마련하셨습니까 ?"

 

"그리 말씀하시면 섭하지요.
선생이 모시는 유장과 나는 종친이오.
선생과 함께 술을 마시는 것만으로도 큰 기쁨이오."

 

"하 !...
그렇지만 제가 별다른 도움을 드린 것도 없는데

융숭한 대접을 받으니 매우 송구스럽습니다."

 

"전장에서 적장의 목을 베는 것은 관우와 장비가 해야 할 일이고,

선생은 조조의 그릇 됨을 실난하게 비판하여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시원함을 느낄 수있도록 해주고 있질 않소 ?"

 

"아,아,하 !....
그렇게 생각해 주고 계시다니 정말 감사할 따름입니다. "

 

"밖에서 기다릴 테니 준비하고 나오시오."

 

"예, 알겠습니다."
   
장송은 이렇게 형주에서 유비의 극진한 대접을 받으며 지냈다.
그리고 장송이 서촉으로 떠날 때에는 많은 수하를 거느리고

멀리까지 배웅을 나와 주며 석별의 술상을  베풀며 말한다.

"대부께서 닷새간 계셔주시어 적이 회포는 풀었으나,

이제는 또 어느 날이나 뵐 수가 있으리오 ?"
장송은 그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결심하는 바가 있었다.

 

(황숙이 이토록 관인애사(寬仁愛士)하니,
내 고국으로 돌아가면 서천을 유 황숙이 취하게 하리라.)
그리하여 이렇게 말한다.

 

"저 역시 황숙을 조석으로 모시고 싶은 생각이 간절합니다.
제가 이번에 형주에 와 보니,

동에서는 손권이 호랑이처럼 노리고 있고,

북쪽에서는 조조가 이리처럼 넘보고 있어서

형주는 황숙께서 영주할 곳이 못 되는 것같습니다."

"나 역시 그것을 모르는 바 아니오.

그러나 안신(安身)할 곳이 없는 것을 어찌하겠소 ?"

"익주(益州)로 말하면 옥야천리(沃野千里)로 땅이 기름진데다가

백성들이 황숙같이 후덕한 명공(名公)을 오래 전부터 갈망하고 있었습니다.
하오니 만약 황숙께서 군사를 일으키신다면,

익주를 취하시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나도 그것을 모르는 바 아니오.

그러나 서촉의 유장으로 말하면 나와는 핏줄이 같은 한실의 종친이오.
혈통을 같이하는 그 분 땅을 내 어찌 취할 수가 있으리오."

 

"아니올시다.

그것은 소의(小義)를 위해 대의(大義)를 저버리시는 말씀입니다.
익주의 유장으로 말하면 성품이 암약(暗弱)하고 게을러서

어진이를 쓸 줄을 모르는데다가,

주색잡기(酒色雜技)를 즐겨하는 우둔한 군주로서,
장로가 북에서 노리는 지 오래이므로 백성들은 하루속히

새로운 명주가 나타나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합니다.

 

제가 이번에 길을 떠난 것은 서촉을 조조에게 맡기고자 함에 있었으나,

조조를 만나 보니,

그는 사람을 못 알아보고 덕이 부족하기로 황숙을 찾게 된 것이 올시다.
그러므로 황숙께서는 먼저 서천을 취하신 뒤에.

한중의 장로를 도모하시고, 파촉에서 대업을 일으키도록 하소서.
만약 그런 뜻이 있으시다면, 부족한 대로 저도 힘써 도우리다."

 

"그러나 내가 듣건댄 촉도는 워낙 산세가 험하여 지리를 알기가 어렵다고 하는데,

그를 어찌하면 좋겠소 ?"
장송이 그 말을 듣고 서촉의 지도를 꺼내 보이면서 말한다.

 

"제가 느낀 바 있어, 이 지도를 드리옵니다.

이것만 가지면 서촉은 마음대로 휩쓸 수 있을 겁니다."

 

장송이 내주는 지도는
서촉 사십일주도(西蜀 四十一州圖)의 세밀하기 이를데 없는 지도였다.
그러나 유비는 의외의 말을한다.

 

"선생, 선생의 호의는 고맙게 생각하오.

허나, 나 유비는, 모든 일을 행할 때, 인의(仁義)를 바탕에 두고 있소.

설사, 내가 죽을지 언정 절대 서천을 취할 수 없소."
유비는 이렇게 말한 뒤에 자리를 떠나는 것이었다.

 

"아이고 !
서천은 유능한 주인을 얻지 못하고 무너져야 합니까 ?

서천의 백성들은 어찌해야 합니까?"

 

장송은 유비의 대답을 듣고,

억장이 무너지는 한탄의 소리를 내뱉었다.

"주공은 강직하신 분이오.

마음을 굳히셨으니, 절대 번복하지 않으실거요."

 

그동안 말없이 계속해 지켜보던 제갈양이 말했다.
그리고 그도  자리를 비운다.

 

"헛, 허, 허 !... 장 대인 ?"

 

이들과 함께 있던 방통이 장송을 부르며 가까이 다가온다.
그리고 계속하여 말한다.

 

"정말 유 황숙을 서천의 주인으로 만들고자 한다면,

내게 좋은 수가 한 가지 있소."

 

"그게 무엇이오 ?"

 

"서천이 장로의 침공에 마딱뜨려 위기에 처하지 않았소 ?
그렇다면 익주목 유장이 유황숙에게 서천으로 와,

장로를 막아 달라고 부탁을 한다면, 황숙께서는 반드시 가실 것이오. "

 

"아, 방금 전에 하는 말을 듣지 않으셨소 ?

절대 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씀하지 않으셨소 ?"

 

"에 잇 !..

.다 사람하기 달린거요, 예 ? 

걱정마시오.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가게 만들겠소. "

 

"정말 가능하겠소 ?"

 

장송이 눈을 번쩍 떠보이며 반문하였다.

그러자 방통은 장송 가까이 다가와서, 귓전에 대고 속삭인다.

 

"....."             

 

익주(益州)는 서촉(西蜀), 서천(西川), 파촉(巴蜀)이라고도 부른다.
장송은 익주에 돌아오자,

그 길로 유장을 찾아가 조조에게 다녀온 일을 보고했다.

그러자 유장이,

 

"자네는 익주 특사로 공물을 가지고 조조에게 바치러 간 것인데,

조조가 아무 이유없이 곤장을 쳤다니,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겠는가 ? " 

 

"주공,

저는 죽음도 두렵지 않는데 그깟 곤장이 대수겠습니까 ?
허나, 조조의 무례함은 원통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그자가 감히 주공과 우리 서천의 백성들을 모욕했습니다."

 

"그래 ?

 

예전에 동탁이 승상이었을 때에  조조는 일개 교위에 불과했었네,

게다가 그는 출신이 환관의 후손이니, 자격지심에 그런 것이겠지."

"조조는 주공이 무능한 황실의 종친으로 익주의 주인이 될 자격이 없다면서,
서천을 빼앗아 차지할 나쁜 마음까지 가지고 있었습니다."

 

"조조가 서천을 노린다구 ? "

 

"그렇습니다.

조조는 제가 원하는 것도 아닌데 저를 군사 훈련장으로 데리고 가서,

자신의 군대를 과시하며, 서천에도 여기 허창과 같은 우수하고 강한 군사가 있느냐고 물었고,

익주목은 천하의 대세를 아느냐고 했습니다.

주공, 이는 자신에게 투항하라고 위협하는 겁니다."
그러자 그 자리에 함께 있던  이엄이 입을 연다.

"조조가 제위를 찬탈하고 싶어 하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어디있겠습니까 ?"

 

"그렇다면 앞으로 우린 어찌해야 하는가 ?

말을 해보게 !"

 

유장이 격정의 말을 쏟아낸다.
그러자 장송이 걱정하지 말라는 어조로 말을 한다.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돌아오는 길에 한가지 방책을 생각해 두었습니다."

 

"뭔가 ?"
유장은 장송에게 손까지 들어 보이면서 방책의 토설을 주문하였다.

"형주의 유비는 주공과 종친이지 않습니까 ? 

그는 어질고 인자하며, 큰 뜻을 품고 있습니다.

밑으로는 관우, 장비, 조운 등 훌륭한 장수들을 거느리고 있지요.
적벽대전에서도 조조는 그들을 보고, 두려움에 떨었다고 합니다.

 

주공께서 유비에게 사신을 보내, 지원군을 요청한다면,

장로는 물론이고 조조도 감히 우리를 침범해 오지 못할 겁니다."

 

"어허 ?

그럼 어서 지원군을 요청하게 !"

 

유장은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듯이 기뻐하며 말했다.
그러자 함께 이 말을 듣던 황권이,

 

"안됩니다.

주공, 절대 안됩니다."하고,

가로막고 나섰다.

 

그리하여 유장은 물론,

장송의 시선이 한 순간 황권을 향했다.

 

"장송의 의견을 그대로 따른다면 서천은 유비에게 넘어가고 말겁니다.
부디 재고해 주십시오."

 

"지금 그 말은

유비가 서천을 노린다는 말인가 ?"

 

"그렇습니다.
유비는 덕망이 높아, 쉽게 민심을 얻을 뿐만 아니라,

수하에는 와룡(臥龍), 봉추(鳳雛) 등 지략을 겸비한 군사(軍師)가 있고,

천하의 맹장들이 있습니다.

 

허니, 유비를 불러들이는 날에는

서촉이 누란의 위기에 빠질 것은 불을 보는 듯이 명확한 일 입니다.
더구나 장송이 조조를 만나러 갔던 길에 형주에 들러 유비를 만난 것은

더욱 경계해야 할 일 인줄 아옵니다."

 

"어 엉 ?"
유장이 결정을 못하고 망설이자 이엄이 다시 나선다.

 

"일리 있는 말입니다.

유비를 서천으로 불러들인다면 어찌 대하실 생각이십니까 ?
만약 유비를 수하로 대한다면, 그가 그런 모욕을 참고 있겠습니까 ?
그렇다고 지휘권을 인정하면 다스리는 자가 둘이 되는 형국입니다.
시간이 지나 주객이 전도되는 일이 벌어진다면, 그땐, 어찌하려 하십니까 ?

그러니 한중의 장로가 침범해 오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나,

유비가 서천에 온다면 후일 큰 화근이 될 겁니다.
유비는 영명하고 야심이 있는 사람입니다.

 

예전에 조조밑에 있을 때, 조조를 모살하려고 했었고,

손권과 손잡고 형주룰 빼앗는 등, 음험하기 짝이없는 자인데,

어찌 함께 뜻을 도모하려 하십니까 ?

 

더구나 허창에 갔던 누군가,

일부러 형주에 들러 유비를 만나고 왔다고 하는데,

주공께서는 숙고하셔야 합니다."

이엄까지 이렇게 나오자

이제는 장송도 잠자코 있을 수가 없었다.

 

"흥 ! 이보시오 이엄 !
내가 유비와 결탁을 했단 말이오 ?
그렇다면 어디 증거를 대보시오. "

"그럼, 왜 형주에 간 것이오 ?"

 

"어허 !
형주의 유비가 주공을 경모하여,

내가 허창에 들렸다가 가는 것을 알고,

특별히 마중을 나와,

비단 천 필, 미주(味酒) 백 단지,

하인 열 명을 주공께 대신 전해 달라고 부탁한 것이오.

 

이보시오 이엄,
조조에겐 조공을 바쳤으나 그 자는 나를 매질하고 쫒아냈고,

유비는 주공께 선물을 전해 달라 했소.
헌데 나를 첩자처럼 모함하다니,

혹시 마음속으로 은밀히 조조를 따르는 것이 아니오 ?"

 

"이, 이런 !..."

 

이엄은 장송이 오히려 죄를 뒤집어 씌우려 하자 당황한 모습을 보인다.
대신들의 이같은 논쟁을 지켜보던 유장이 한탄을 하며 말린다.

 

"그만들 두게,

다툴 때가 아니네 !

유비에게 지원을 요청하지 않으면 장로가 쳐들어 왔을 때,

어찌 막을 것인지 말을 해보게 ! "

 

"성문을 굳게 닫아 걸고,

보(褓)를 높게 쌓아 올리면 됩니다."
이엄의 이 말에 장송이 조롱섞인 웃음을 크게 터뜨린다.

 

"하하하하 !... 한심하오 !
마초가 어떤 자인지 모르는가 보구려,
성벽 위에 보를 더 쌓는다고 서량의 정예병을 막을 수 있을 것같소 ?"
장송은 이렇게 이엄을 향해 일갈을 한 뒤,

 

"주공 !

제가 유비와 결탁했다 모함한 사람이 있었는데,

이제 보니, 이 자리에는 장로와 결탁한 자가 있는것 같습니다. "

"장송 !

헛소리하지 마시오 !"

 

이엄이 발끈하며 장송에 삿대질을 해댄다.

그러자 장송이 맞 삿대질을 하며,

"이엄 ! 작년에 장로가 침범해 왔을 때,

당신이 주공께 성문을 닫아 걸고, 보를 높게 쌓아 올리면 된다 했는데,

결과는 어찌됐소 ? 

 

패하여 영토를 나눠주고 물러가게 하지 않았소 ?
이번에는 천하의 맹장인 마초까지 함께 쳐들어 올 텐데,

작년과 똑같이 성문을 닫아 걸고, 보를 높게 쌓아 올리라고 한단 말이오 ?

정면 공격을 피하고 무조건 성문만 닫아 걸면 모든 것이 해결 된단 말이오 ?
주공은 성 안에 숨어지내는 겁쟁이로 만들어 천하 만백성의 비웃음을 사게 만들 생각이오 ? 

 

주공...

피할수록 장로는 기고만장해 집니다.

어째서 장로는 매번 대담하게 공격하는데,

우리는 변변히 싸워 볼 요량은 없이 방어만 합니까 ?
이대로 가다 보면, 검이 방패를 뚫고 말 것입니다.

 

주공 !.

유비의 인품을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주공께서 같은 황실의 혈육조차 믿지 못하신다면,

이 세상에서 누구를 믿을 수 있겠습니까 ?
무례했다면 용서하십시오.

소신은 서천에 다가올 위기를 좌시할 수 없었습니다.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장송은 유장에게 이렇게 말한 뒤에 뒷걸음으로 그 앞을 물러나간다.
장송이 물러나가자 유장이 비장한 어조로 두 대신을 향하여 입을 연다.

 

"결심했네 !

법정을 형주에 사신으로 보내겠네 !"...
         
254회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