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명분이 필요한 유비

오토산 2021. 11. 16. 07:55

삼국지(三國志) (254)
명분이 필요한 유비

법정이 유장의 친서를 가지고 형주를 찾아왔다.
유비는 친서를 모두 읽고 난 뒤에,

 

"법정 선생,

익주목께서 나에게 병사를 이끌고 서천으로 들어 오라고 했소 ?"하고,

친서의 내용을 다시 한번 물었다.
그러자 법정은 예를 표해 보이며,

 

"그렇습니다.
저희 주공께서 황숙의 도움을 받아 작금의 곤경에서 벗어나길 바라십니다."하고,

아뢰었다.
그러나 의외로 유비는 한 발 빼는 소리를 한다.

 

"쉽지 않을 것 같소,"

 

"어째서 그러십니까 ?"

 

유비가 대답에 앞서, 공명을 한번 쳐다 본다.

그런 뒤에는 방통까지 한 번 쳐다 보니, 방통이 나서서 법정에게 대답한다. 

"대인 ?...

우리도 어려움이 있소.
조조는 북쪽에서 호시탐탐 노리고 있고, 손권도 동쪽에서 지켜보고 있소.
우린 병사가 많지 않은 처지인데, 서천으로 병사를 보내면 형주는 바로 문제가 될 것이오."

"허, 지금 그 말씀은 핑계처럼 들립니다.
지금 손권, 조조, 유황숙의 세력은 대등하기 때문에 서로가 서로를 지켜 보며,

경계만 할 뿐, 가벼이 군사를 움직이려 하지 않습니다.

 

왜 일까요 ?
다른 두 세력이 싸움을 하는 동안,

나머지 한 곳에서는 싸움을 지켜 보며 이익을 취하기 위해섭니다.
그렇기 때문에 당장은 서로를 침범하지 않을 것입니다.
조조는 지금 백성들을 위무하고 밭을 개간하며

병사들에게는 휴무를 주는 세 가지 방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그 점을 간파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법정은 자신있게 주변 정국을 예상하고 말했다.

그러자 방통이,

 

"실로 옳으신 말씀을 하셨소이다.
그렇다면 핑계는 집어치우고, 부끄러운 말씀을 드려야 하겠소이다." 하고,

본질적인 문제에 접근해 말한다. 

 

"말씀하십시오."

 

"대군을 움직이려면 소비되는 것도 많은데,

저희 물자로 그만한 군량과 재정을 지출하기엔 어렵다는 거지요."

 

"방 대인, 그건 부끄러운 말이 아니라 지극히 당연한 일이고...
저도 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법정은 방통에게 대답을 하면서도  좌중의 걱정이 어디에 있음을 간파하고
유비와 공명을 향하여 시선을 돌리며 말한다.

"익주목께서는 황숙을 서천으로 청하시면서,

황숙과 여러 장군들의 명성을 얻고, 장로를 겁줘 그의 침범을 막으려는 것입니다.
또한, 익주목께서 서천은 물자가 풍부하고 군량이 풍족하니,

황숙께서 서천으로 오신다면

군량과 군비는 부족함 없이 제공 할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법정이 전쟁 수행물자에 대한 제공이 있을 것이라는 현실적인 단안을 내리자

공명이 고개를 끄덕여 보이며 유비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공명의 눈짓을 알아차린 유비가, 

 

"선생,

익주목께서 그리 말씀하셨다니 정말 고맙소이다.
역적이 득세하여 한 나라가 위태롭고
현재 자기 땅을 가진 제후라고는 익주목과 나 뿐이오.

 

이런 정황에서 어려움을 모른 척 해서는 안되고,

더구나 내게 도움까지 청했으니,
내 당연히 응해야 하는 것인데 군량이 부족한 실정이어서 주저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오.

그러니 선생께서 그런 점을 이해해 주시오."

"지금 그 말씀은 승낙하신거로군요 ? ...
이제 서천은 살았습니다 ! 하하하,

참, 황숙 ! 장송이 서찰을 전해달라고 했습니다." 

 

"어 ? 그렇소 ?"
유비가 장송의 서찰을 받아보고 말한다.

 

"선생은 영년과 절친한 사이였구려 ? "

 

"그렇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제가 장송에게 서천 지도를 황숙께 바치자고 권했습니다. 
장군이 무능하면 병사들이 힘든 법이고, 군주가 무능하면 그 땅에 화(禍)가 미칩니다.

황숙 ! 서천의 관리들은 익주목의 무능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여,

서천이 역적의 손에 넘어가는 것을 걱정하며 덕망과 힘을 가진

새 주인이 와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황숙, 익주목은 장로의 위협에 겁을 먹고 어찌할 바를 몰라했으니,

이런 실정을 감안하시어 저희 바람을 저버리지 마시고

서천을 손에 넣으시기를 간곡히 청하는 바입니다."

 

"선생...선생의 마음은 잘 알겠소.

허나, 익주목과 나는 황실의 종친으로 이번 서천 원정에는 익주목을 도와

장로를 막고 백성을 보호하기 위함이지 다른 뜻은 없소."

"황숙, 교활한 토끼는 세 개의 굴을 파서, 재난에 대비한다고 하는데,

하물며 사람은 그 보다도 만전을 기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 

 

형주는 동으로는 손권, 북으로는 조조와 마주하고 있어 지리적으로 불리하나

익주는 땅도 넓고 비옥한데다가 자원도 풍족합니다.

장송과 제가 도움을 드릴 것이니 이보다 더 좋은 기회는 없습니다.
황숙 !... 기회를 잡으십시오 !" 

법정은 두 손을 모아 잡아 보이며 말하였다. 
그러나 유비는 요지부동이었다.

 

"선생, 내가 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조조요.

조조는 급하지만 나는 느긋하오,
조조는 난폭하지만 나는 인자하며, 조조는 교활하지만 나는 충성스럽소,

나는 조조와 상반되게 살면서 성공할 수 있소.
인의는 내 근본이며 생명과도 같은 것이니,

서천을 취하라는 말은 두번 다시 하지 마시오." 

 

"에엣 ? ..."

법정이 난감한 얼굴로 좌중을 돌아 보는데,

공명도 방통도 아무런 말도 없이 묵묵부답일 뿐

자신의 의견에 도움의 말을 할 생각도 없어 보인다.
오히려 공명과 방통은 소리내지 아니하고

깊은 숨을 토해내는 모습만을 보일 뿐이었다. 

 

이런 모습을 보게 된 법정은,

대략, 난감에 빠져들고 말았다.
그리고 혼자 이렇게 생각하였다.

 

(세상에,

황숙은 굴러 들어 온 복을 스스로 차 내는구나 !... )
         
서천 특사 법정이 유장의 친서를 가지고 유비를 알현한 다음 날, 

관우와 장비는 술잔을 기울며 그 문제로 논의하고 있었다.

 

"형님도 참, 굴러온 땅을 마다하시다니."

 

대청에서 벌어지고 있는 서천 특사와의 면담 내용을

전해들은 관우가 안타까운 소리를 내뱉었다.

 

"둘째 형님 !
서천에 들어가면, 큰형님이 반대해도 우리끼리 힘을 합쳐 익주를 점령합시다 !"
장비가 술잔을 내려놓으며 말하였다.

 

"형님께서 진정 서천을 원치않는다고 생각하시오 ? "
방통이 불쑥 들어서며 말한다.

"엉 ? 군사 오셨소 ?

어서 앉으시오."

 

장비가 일어서서 들어오는 방통을 맞이한다. 
방통이 자리에 앉자 장비가 술잔을 권한다.

 

"자, 한잔 하십시오."

방통이 술 한모금을 입에 담자,

성격이 급한 장비가 묻는다.

 

"방금 뭐라고 하셨소 ?
형님께서 속으로는 원하지만 말만 그리 하신다는거요 ?"

 

"주공께선 큰 뜻을 품고 한 나라의 부흥을 원하고 계시오.
한(漢) 을 재건하려면 땅이 있어야 하는데,

익주는 형주에 비해 땅이 넓고 비옥하니 어찌 탐나지 않겠소 ?"

 

"그렇다면 어째서 형님은 장송과 법정의 제안을 거절한 거요 ?" 

 

"그러게요 ?"

 

장비도 관우의 의문에 힘을 보탠다.
그러자 방통이 입속으로 신음소리를 내며 말한다.

 

"으 음 !...

 

그 이유는
첫째,

유장은 천자의 명을 받들어 서천을 맡아 다스리고 있소.
벌써, 그 시간이 십여 년이나 흘렀기 때문에 서천을 취하려면

어쩔 수없는 상황에 내몰리며 부득이하게 취해야 하는 것이오.

그래야 서천 백성들도 불만을 품지 않을 것이오.

 

그렇치 않으면 서천의 관료들이 순순히 따르지 않을 것이고

서천의 백성들도 욕을 할 거요.
주공께서는 이런 이치를 너무나도 잘 알고 계시오.
서천을 취할 생각이 없다면 처음부터 가지 않을 것이고,

간다면 분명 취하실 생각이 있다는 것이오.
허나, 반드시 그 시기를 기다려야 하오. "

 

"아 ? 좋소, 좋아 !"

 

장비가 방통의 시원스런 해석에 맞장구를 치며 기뻐한다.
방통의 말이 이어진다.

 

"둘 째,

주공께서는 장송과 법정이 진심으로 서천을 취하길 바라는지,

아니면 유장의 명을 받고 떠보려고 온 것인지 ?
살펴보기 위해 그렇게 대답하신거요.
두 분 장군이 주공을 따른 세월이 얼마인 데, 주공을 그리도 모르시오 ? 
주공께서는 매사에 철두처미하신 분이 아니시오 ? "

 

"아 ! 하하하하하 !.... 

이제야 어찌 된 건지 알겠소 !  
으, 하하하하 ! 그러면 나와 둘째 형님이 서천에 가게 되면

큰 형님께서 원치 않는다 해도, 우리 두 사람이 손을 쓰면 되겠구먼 ?"

 

장비가 호기로운 소리를 내며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인다.
그러자 방통은 손을 저어 보이며,

 

"아니되오 !"하고,

장비의 호언을 제지하는 것이 아닌가 ?

그러자 장비가 정색을 하며 되묻는다.

 

"에 ? "

 

그것은 관우도 마찬가지로 방통의 제지에 훔칫 놀라면서 방통의 입을 바라본다. 

 

"두 분 장군은 서천에 가시면 안 됩니다. "

 

"어째서요 ?"
입이 무거운 관우가 궁금증을 못 이기고 급기야 입을 열었다.

 

"첫 째, 형주에는 강한 군대가 남아 있어야 합니다.
두 분과 조 장군이 남아서 지켜 주어야 손권을 누를 수가 있지요.
둘 째, 주공께서 두 분 장군들과 함께 서천으로 간다면 유장의 근심이 커질 것이고,
그의 부하들도 두려움에 떨 것이오."

 

"우리가 가지 않으면 어찌 익주를 차지하오 ?" 

 

장비가 즉각 반문한다.

그러자 방통이 그 이유를 설명한다.

 

"유장은 나약하고,

그의 장군들도 전쟁에 능한 인물이 얼마나 되겠소 ?
황충과 위연 장군이면 됩니다.
그리고 나도 갈 것이니, 너무 걱정하지 마시오.

혹여, 정 안되면 그때 다시, 두 분 장군을 청하면 되지않겠소 ?"

"어 ?

하하하하 ! 좋소, 좋아 !  
자 ! 드시오 !"

 

장비가 통쾌한 웃음을 웃으며 잔을 들어 보인다.
그러자 관우가 곧바로 잔을 들었고,
방통도 흔쾌히 잔을 들어 보인다.

 

"자 !"

 

"자 !"

 

의기투합(意氣投合)된 세 사람은

각기 미소를 머금고, 잔을 부딪쳤다....

255회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