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분이 필요한 유비
삼국지(三國志) (260)
명분이 필요한 유비
한편,
이만의 군사로 가맹관까지 진출한 장로의 군사는 유비가 오만의 군사로 대항해 나오자
몇번 부딪치다가 대패한 뒤, 숫적 열세를 느끼고 그대로 한중으로 철수해 버렸다.
"장로의 군사들이 우리에게 대패하고 모두 한중으로 철수해 버렸으니,
우리가 서천에 오길 잘했소."
유비가 유장을 돕기위해 출병한 것을 다행스럽게 말하였다.
그러자 군사(軍師) 방통이 장로군 철수 이후의 정세를 보고 한다.
"허나,
유장이 우리에게 서운한 듯 합니다."
"무슨 말이오 ?"
유비가 방통의 의외의 대답에 즉각 반문하였다.
그러자 다소간 침울한 표정의 방통이,
"유장은 매월 초,
서천의 성도에서 우리에게 군량 삼만 석과 전비(戰費) 오만 냥을 보내왔는데,
장로군을 격퇴하고 난 뒤 부터, 보내오는 군량이 줄기시작하더니,
급기야 지난 달에는 군비 없이 군량만 이천 석을 보냈고.
이번 달에는 군량조차 보내지 않아 사흘 전부터 군량을 줄여먹고 있습니다.
정말 배은망덕한 일 입니다.
적이 압박할 때는 은인으로 대하는 듯 하더니, 적을 격퇴시키고 나니,
이젠 더 이상 우리가 안중에도 없음이 아니겠습니까 ?"하고,
불만스럽게 아뢰는 것이 아닌가 ?
그러자 유비는 담담한 어조로 대답한다.
"내가 서신을 보내 독촉해 보겠소."
"주공 ? ...
서신을 보냈는 데도 더 이상 지원을 해주지 않으면 어쩝니까 ?
유장의 간곡한 청으로 왔는데, 적군을 물리치고 나니,
형주로 돌아가란 말은 차마 못 하고, 군량으로 압박을 하다니...
우리는 이용만 당한 꼴이 아니겠습니까 ?"
방통은 이번에는 아주 불만스러운 어조로 말하였다.
그러자 유비가 눈을 깜빡이며 대답한다.
"그럼... 형주로 돌아갑시다."
그때,
연락병이 뛰어들며 소리친다.
"보고합니다 ! 보고합니다 !
주공 ! 형주의 급보입니다 !"하며,
유비에게 서찰을 바치는 것이었다."
유비가 서찰을 받아 읽으며 얼굴을 찌프린다.
그런 뒤에는 암담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그 자리에 털썩 주저 앉아 버렸다.
그 모습을 본 방통이 허리를 굽히고 고개를 기울이며 걱정하며 묻는다.
"주공 ?...
무슨 일 입니까 ?..."
"부인이 떠났소...."
유비는 낙심천만한 어조로 대답하였다.
그 소리를 들은 방통이 위로의 말을 찾지 못하고 난감한 표정을 짓는데,
유비의 자조섞인 말이 이어진다.
"결국엔 떠났구려.....
결국엔...."
방통은 난감한 입장에 처하면서
주군을 위로하기 위해 시종에게 술상을 차려오라고 명하였다.
잠시후 차려진 술상 앞에서 유비는 거푸 술잔을 들이킨다.
"주공, 천천히..아니,
그만 드시는 게 좋겠습니다."하고,
평소와 다르게 술을 마셔대는 유비를 보고 말한다.
그러자 유비는 손을 들어 말리면서,
"사원 ?...(방통의 字)
그냥 취하게 놔 두시오...
이렇게 술이라도 마셔야 될 것같소...
정말, 보내기 아쉬운 여자요."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방통이 그 말을 듣고 조심스럽게 말한다.
"떠날 사람이라면, 떠나기 마련이라..
연(緣)이 아닌게지요.
그러니 너무 상심하지 마십시오. "
"사실 언젠간 떠나리라 짐작하고 있었소.
내가 형주로 돌아오는 날 부터 알고 있었지...
머지않아 날 떠나리라는 것을 ...왜냐 ? ...
나는 만날 전장에서 살고 있고, 부인은
꿈 속에서 살고 있었으니 말이오..."
방통이 그 말을 듣고,
깊은 숨을 토해내며 말한다.
"하 !...
주모 문제도 시급하지만,
우리가 여기까지 와서,
서천을 취하지 못하고 그냥 돌아간다면
우리에겐 크나 큰 위험이 닥쳐올 겁니다."
"사원 ?
그 뜻은 알겠소.
내 그것을 어찌 모르겠소 ?"
유비는 이렇게 대답하며
다시 술잔을 들이킨다.
"주공 ?..
서천을 취하는 상,중,하의 세 가지 계책이 있습니다.
상책은 유장과 틀어지기 전에, 황충과 위연을 시켜, 군
사를 동원해 성도(城都)를 공격하는 것이며,
만약 그렇게 한다면 반드시 성공할 것입니다.
그리고 다음으로는 주공께서 군사를 이끌고,
형주로 돌아간다고 거짓 전하면 양회와 고패가 크게 기뻐하며
반드시 작별 인사를 올 것이므로 이때,
두 장수를 죽이고 부수관을 일거에 점령해 버리는 것인데,
그것이 중책입니다.
하책은 백제성으로 후퇴하여 형주성으로 돌아간 뒤,
다음 기회를 보는 것인데,
이는 서천을 목전에 두고 진군한 우리의 기회를 활용하지 못하는
형편없는 계획입니다."
"군사 ?...
상책은 너무 급하고, 하책은 너무 늦소,
중책은 ?...
후훗, 됐소 ...
그냥, 유장의 군량이나 기다려 봅시다.
상향을 잃은 만시지탄(晩時之歎)에 빠져버린 유비는
방통의 향후 정세 문제에 대한 결정을 건성으로 대답한다.
그리고 이어서,
"유장이 군량을 보내오지 않는다면,
속셈이 드러나는 것이니...
그때 다시 결정토록 합시다."하고,
즉각적인 결정을 미룬다.
그러자 방통이 재촉하는 어조로,
"하루빨리 결정하셔야 합니다." 하고,
말하였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방통은 형주로 부터,
수많은 군사를 이끌고 천 리길을 마다않고 달려온
서천 정벌의 기회가 다시 오기 힘들다고 판단하고,
유비가 신속하고 과감하게 서천을 취할 방법을 결정하기를 기대했지만
유비가 개인사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괴로워 하는 것에 염려를 담아 말하였다.
그러면서 한 마디 덛붙인다.
"괜히 머뭇거리시다가는
아군이 곤경에 처하게 될 것입니다."
유비가 술잔을 내려 놓으며 말한다.
"사원 ?
난 들, 왜, 서천을 취하고 싶지 않겠소 ?
원하오 !...
아주 간절히 !...
공명 선생을 융중에서 처음 만났을 때에도 천하를 평정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서천을 도모해야 한다고 말한 바도 있었소.
그렇지만 현 상황에서는 명분이 없소.
의롭지 못하게 서천을 취할 수는 없소.
그것은 지금까지 세상에 내가 보인 것과는 다르게 행동할 수 없기 때문이오.
따라서 서천을 공격하여 얻더라도 나는 인의는 물론, 백성들의 인심을 잃게 될 것이오.
그러니 내 어찌 서천을 치겠소 ?"
"주공 ?...
주공의 말씀을 듣고, 실로 감명을 받았습니다.
주공 ! 방법이 있으니 저만 믿으십시오 !
주공께서 서천을 취하지 못하시는 이유가 명문이 없다고 하시니,
저, 방통이 명분을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장담 컨데, 반드시 인의에 바탕을 둔,
정정당당한 명분이 될 것이옵니다 !"
방통은 이렇게 말하며,
유비에게 예를 표해 보이고 물러간다.
다음날 일찍,
방통은 장군 위연을 불렀다.
"군사,
무슨 일로 부르셨습니까 ?"
위연이 방통에게 예를 표하며 물었다.
그러자 방통은 한장의 서신을 밀봉해 위연에게 건네며 말한다.
"일전에 보내온 장송의 서찰에 대한 답신이니,
믿을 수 있는 자를 시켜, 성도로 보내시오."
"예."
위연이 서찰을 받아 들자 방통이 다시 말한다.
"성도의 동대가로 가면 되는데,
그 집 맞은 편에 또 다른 장씨가 살고있소.
그자는 바로 장송의 형, 장숙(張肅) 이오,
서찰을 전하는 자에게 이렇게 하라고 하시오."
방통은 여기까지 말한 뒤에,
자리에서 일어나 위연의 앞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동대가에 도착하거든 절대로...."하고,
말하면서 나머지 말은 위연의 귓에 입을 가까이 가져가서
남들이 듣지 못하도록, <속닥속닥> 말을 하였다.
"예,엣 ?..."
말을 듣던 위연이 놀라며 방통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그리하면 장송은 큰 화를 당하지 않겠습니까 ?
헌데 ? ... "하고,
되물었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장송은
이미 우리 편이라고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방통의 대답은 냉철하였다.
"그 자는 주인을 배신하여 영달을 누리려 하였소.
그런 자를 살려두면 후환이 될 것이오."
유비가 형양의 장사를 도모할 때,
장사 태수 한현을 배신한 전력이 있었던(209 ~ 210편)
위연으로서는 더이상 이유를 묻지 아니하고 대답하였다.
"알겠습니다 !"
유비가 그날로 유장에게 서신을 보내자,
이를 받아 본 유장은 문무 대신들을 불러 이 문제를 상의한다.
"현덕이 군량 십만 석을 간곡히 요구하는 것을 보니,
상황이 좋지 않은가 보네. 하 !...
이 일을 어찌하면 좋겠나 ?"
그러자 황권이 앞으로 나서며 아뢴다.
"주공,
장로는 패하여 한중으로 돌아갔으니, 이제, 전쟁은 끝난 것 입니다.
그러니 유비도 형주로 돌아가야지요.
미적거리며 군량 요구하는 것을 자꾸 들어주면,
우리가 군사를 양성해 주는 셈입니다.
절대 군량을 주어서는 아니됩니다.
들어주면 서천에 눌러 앉으려고 할 것입니다."
그 말을 듣고,
장송이 나서며 아뢴다.
"주공 ?
황권의 말은 옳지 않습니다.
우리가 먼저 도움을 요청했는데,
당장 문제가 해결 됬다고 매정하게 내치시려 하시는 겁니까 ?
장로가 내년에 다시 쳐들어 온다면 그땐 어찌 대항하실 겁니까 ?
만에 하나,
유비군의 군량이 바닥나서
우리 군량을 빼앗으려고 공격하기라도 한다면,
그땐 또 어찌하시렵니까 ?"
그러자 황권이
장송의 말을 받아치고 나선다.
"주공,
유비는 포부가 큰 자입니다.
군량을 내주면 호랑이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격이니,
큰 위협이 될 것입니다.
유비는 가맹관에 주둔한 뒤, 민심을 크게 얻었습니다.
그곳의 현인들이 병사들을 찾아가 위로하면서,
<유비에게 떠나지 말라> 했답니다.
주공,
유비가 이대로 서천에 주저앉아 버린다면,
주객이 전도될 것입니다."
그때,
장송이 반론을 아뢰려고 나서자
유장이 손을 들어 막는다.
"됐네, 그만들 해 !
내게 생각이 있어,"
유장은 이렇게 말하며 장송을 건너다 보았다.
장송의 입가에 웃음이 어린다.
그러나 유장의 말은 이어진다.
"유비는 우리가 청한 사람인데,
어찌 이용만 하고 내칠 수 있겠나 ?
허나, 황권의 말에도 인리가 있어."
유장이 여기까지 말하자,
장송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진다.
유장이 계속해 말한다.
"허나, 원하는 대로 풍족하게 도와 줄 필요는 없겠지..
잘해 줬다가 이대로 서천에 눌러앉아 버리면 정말 주객이 전도될 테니까.
이렇게 하지,
유비가 군량 십만 석을 요구하지 않았나 ?
그대로 다 줄 수는 없고, 삼만 석만 보내게,
그리하면 허기만 겨우 달랠 수가 있을 테니, 형주로 돌아가겠지 !..."
유장은 이렇게 장송과 황권의 논쟁에
종지부를 찍으며 말하였다.
261회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