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호상박(龍虎相搏)의 세기(世紀)의 대결
삼국지(三國志) (267)
용호상박(龍虎相搏)의 세기(世紀)의 대결
마초에게 무시당하는 소리를 들은 장비가 대로하여 마구 덤벼드니,
마초도 본격적으로 싸움을 맞는다.
두 사람의 싸움은
글자 그대로 용호상박(龍虎相搏)이었다.
우레와 같이 덤벼드는 장비에게, 맹호같이 몸을 날려 공격해 오는 마초였다.
두 사람이 부딪치는 창과 창은 불꽃과 함께 파열음을 내었고,
한쪽이 번개치듯 공격하면 다른쪽은 벼락같이 응수했다.
"와아 ! ~ ..."
"어,엇 ? ~... "
양 쪽의 병사들은 두 사람이 싸우는 모습만으로도 넋을 잃을 지경이었고,
병사들은 손에 땀을 쥐고 관전하였다.
그러면서 양 군은 대북을 크게 울려 두 장수의 사기를 고무하고 있었다.
마상위의 싸움이 어느 순간에 지상의 싸움으로 변했다가,
다시 마상의 싸움으로 변하길 수십차례,
도대체 어느쪽도 전혀 밀리지 않는 팽팽한 싸움이 계속되었다.
장비의 장팔사모가 마초의 가슴팍으로 향하면 마초는 어느 순간 마상 위에서 사라지고,
뒤이어 창 끝이 장비의 인중(人中)을 향해 내리꼿혔다.
지켜보는 사람이 숨이 막힐 지경으로 싸우기를 백여 합,
승부는 언제까지나 나지 않았다.
이러다 보니,
해는 저물고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하였다.
"징을 쳐라 !"
유비가 명하자,
곧이어 유비군의 퇴각군호(退却 軍號)의 징이 울린다.
"콰 앙 ! ~ 콰 앙 ! ~ "
그러자 마초와 백병전을 벌이던 장비가
공격을 멈추고 마초에게 말한다.
"마초 ! 기다려라 ! "
마초도 그것이 전투중인 장수를 불러들이는 군호임을 알기에
공격을 잠시 멈추었다.
장비가 관문 앞으로 걸어가 성루의 유비에게 따지듯이 묻는다.
"왜, 징을 친 거요 ?"
"익덕 ! 곧 해가 저물테니
오늘은 그만하고 다음에 싸우게 !"
"그럴 것 없으니 조금 더 기다리슈 !"
"익덕 !
어서 들어와 !"
유비는 극력 만류하였으나
장비는 듣지 아니하고 다시 마초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마초 !
계속하겠나 ?"하고, 소리치니,
마초는 기죽지 아니하고 자신의 병사를 향하여 소리친다.
"아무렴 ! ...
여봐라 ! 어두워지기 시작하니 횃불을 휜히 밝혀라 !"
마초는 장비와 승부를 짓고 싶어하며, 명하였다.
"좋 ~아 ! "
승부를 짓고 싶기는 장비도 마찬가지였기에,
즉각 장비의 대답이 나왔고,
곧이어 마초쪽을 비롯하여 유비쪽에서도 수많은 횃불이 각각 켜졌다.
"건방진 망아지야, 덤벼라 !"
장비가 선수를 치고 나왔다.
"무식한 뚱뗑이야 , 뜨거운 맛을 보여주마 !"
마초가 마주 달려나가며 소리쳤다.
"야,잇 !"
장비가 장팔사모로 마초를 내리찍었다.
그러나 마초는 몸을 돌려 피하고 곧바로 공격을 한다.
"탕 !"
장비가 마초의 창끝을 막아낸다.
일진일퇴(一進一退)...
한쪽이 날카로운 공격을 하면 다른쪽은 완벽한 방어를 하고,
곧이어 벼락같은 맞받아치기를 한다.
마초가 불을 밝히는 화로를 창끝에 꿰어 장비에게 사정없이 집어던지자,
장비는 적군이 들고있는 횃불 서너 개를 장팔사모 창끝으로 감아내어 마초를 향해 날려버린다.
어둠속 횃불 아래의 전투,
이것이 후세에 문자로 전해졌다면,
아마도 세계 최초의 나이트(게임) 싸움으로 기록되었을 것이다.
유비가 걱정하는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성루에서 지켜보는 가운데,
제갈양이 나타났다.
"익덕과 마초의 이 결전은 역사에 남을겁니다."
공명은 유비에게 다가오며 이렇게 말하였다.
그러자 유비가 공명을 보고,
"선생은 언제 오셨소 ?"하고,
물었다.
"방금 왔습니다.
두 사람이 결전을 벌이는 사이에 서문으로 들어왔습니다."
"보시오.
저리 싸우다간 둘 중에 하나는 죽을꺼요."
유비는 밖을 내다보며 말했다.
그러자 공명도 성밖을 내다보며,
"마초는 조조와 원수지간이니,
우리에게 유용할 겁니다.
마초가 마음에 드십니까 ?"
공명이 성밖으로의 눈을 거두며 유비를 보며 말한다.
그러자 유비도 공명을 주시하며,
"저런 맹장이 왜 싫겠소 ?
서량 기병까지 온다면 큰 힘이 될 것이오."하고,
대답한다.
그러자 공명은 알듯 모를 듯한 미소를 지으며,
"좋습니다.
주공의 뜻이 그러시다면,
제가 잔꾀를 좀 부려서 마초를 거둬보지요."하고,
대답한다.
"옛 ?"
유비가 공명의 대답에 놀란 눈으로 쳐다보며,
"정말이오 ?"
"오는 내내 생각했습니다.
장로는 유장과 원수지간 인데,
원군을 보냈다는 것은,
탐욕스러운 장로의 군사인 양송이 뇌물을 받고 장로를 움직였다는 겁니다.
저는 그를 설득하여 우선 마초를 한중으로 불러들이도록 해보지요."
"응 ? ..
선생 ? 가능하겠소 ?"
"제가 언제 허언을 한 적이 있습니까 ?"
"음 ! 맞어 !
선생이 그렇게 해 준다면 두 사람을 그냥 둬서는 안되겠군 !"
유비는 그길로 두 사람이 싸우고 있는 현장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익덕 !
그만 싸워라 ! 그만 !..."하고,
소리쳤다.
두 사람이 싸움을 멈추고 돌아보자 유비가 마초에게 말한다.
"이보시오,
맹기(마초의 字)장군 !
나, 유비는 오늘날까지 인의(仁義)로 살아왔지,
누구를 속인 일은 없었소.
오늘은 밤도 깊었고,
두 사람도 싸우느라고 지치고 때도 넘겼으니 시장할 것이오.
허니, 싸움은 여기까지 하고, 맹기(孟起)장군은 군사를 거두시오.
나도 군사를 거두어 돌아가겠소."
마초도 어지간히 지친 판인지라, 유비의 말에 창을 높이 들어 응한다.
그리하여 이날의 싸움은 그것으로 끝나고 양쪽의 군사들은 대치 상황을 풀고,
각기 군영으로 돌아가 휴식하기에 이르렀다.
268회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