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三國志) (71)
관우와 장비의 한바탕 웃음
한편,
여포의 휘하 장수인 이봉과 설란으로 부터 자신의 본거지인
연주성을 탈환한 조조는 책사(策士)순욱을 자신의 거처로 불렀다.
"주공,
찾으셨습니까 ?"
조조는 순욱이 나타나자,
화난 어조로 책망 하듯이 말한다.
"지난 몇 달 동안,
우리는 힘든 출정으로 연주와 서주에서 악전고투를 벌이면서
수십 만의 군사와 군량을 허비했지만 땅 뙈기라곤 한 뼘도 얻지 못했소.
헌데 유비는 힘 하나 들이지 않고, 서주 육군을 차지했소.
그것만 봐도, 그 작자가 겉으로는 후덕한 척하나,
속은 간사한 자 라는 것을 알 수 있소 !"
그러자 잠자코 듣고 있던 순욱이 차분한 어조로 대꾸한다.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유비는 겉으로는 인의군자 같지만,
어리석은 척하며 큰뜻을 품은 그런 인물입니다.
절대 얕잡아 보시면 안 됩니다."
그러자 조조가 순욱의 말끝을 자르며 단호한 어조로 대꾸한다.
"유비를 한 번도 얕잡아 본 적 없소 !
오히려 놈이 속으로 나를 얕잡아 보는거지..."
"그러면 앞으론 어찌하실 생각이십니까 ?"
순욱이 조조의 의향을 묻자,
조조가 긴 숨을 내쉬며 말한다.
"당신을 부른 것은 상의할게 있어서요.
우리가 군량 준비만 된다면 다시 유비를 쳐서 서주를 취할거요."
"안 됩니다
주공 !"
"안 될게 뭐 있소 ?
서주는 중원을 얻기위한 요충지요.
대업을 이루려면 필히 서주를 얻어야 하오."
조조는 단언하듯이 말했다.
그러자 순욱은,
"숙고하십시오.
서주는 예전과 다릅니다.
지금은 유비와 여포가 연합해 넘볼 수 없을 정도로 강합니다.
주공께서 성급히 공격하신다면,
두 사람이 한마음이 되어 필사적으로 저항을 할 것입니다.
반대로 주공께서 좀 더 참고 기다리시면 서주성은 두 사람의 각축장이 될 것입니다.
여포와 유비 두 사람은,
하나는 호전적이며 하나는 가식적이기 때문에 곧 부딪칠 것입니다.
그때를 틈타 군사를 일으켜 서주를 공격한다면 간단히 끝날 것입니다."
그러자 조조가 매서운 눈길로 순욱을 쏘아보며,
고개를 크게 끄덕인다.
"으음...일리가 있소 !
서두르면 힘을 합쳐 대항하고, 인내하면 분열이 보일 것이다 ? ...
순욱 ?... 당신 말이 옳소 ! 내가 부족했소 !"
조조는 순욱에게 자신의 경솔함을 솔직히 고백하였다.
그러자 안도의 미소를 띤 순욱이 조조를 향해
두 손을 읍하고 허리를 굽히며,
"주공께서 순간적으로 노하셔서, 판단하시는데 성급하셨던 탓 일 뿐입니다.
그러나 주공께서 평소처럼마음의 평화를 찾아 평정을 가지신다면,
어떤 일이든지 대번에 핵심을 짚으실 것입니다."
그러자 조조가 감탄한 어조로,
"그 말도 옳은 말이오.
앞으로 내가 화를 참지 못하면,
내가 정신이 들도록 욕을 해 주시오 !"하고 말하자,
순욱은 다시 허리를 굽히며,
"소인이 어찌 주공께 욕을 하겠습니까 ?"
그러자 조조가 순욱의 말을 자르며 말한다.
"이건 명령이오 !"
순욱은 머리를 다시 한번 조아리며 대답한다.
"알겠습니다 ...."
한편,
서주에서는 진궁이 유비를 여포의 객사로 안내하며 말한다.
"유 장군께서 호의를 베풀어 서주에 머무르는 동안
매일 연회를 열어 주시고 백방으로 보살펴 주시니,
여 장군과 저 진궁은 감격스럽다 못해 불안한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하고
말을 하자,
유비가 대답한다.
"공대형 말씀에 오히려 제가 불안하군요.
서주는 두 분의 집입니다.
두 분께서 오래 머무르신다면
저 유비의 복일 뿐만 아니라 서주 모든 백성들의 행운입니다."
"하.... 고맙습니다,
여 장군도 너무 감격스런 나머지
오늘은 특별히 저희가 연회를 열어 유 장군을 청하신 것입니다."
"고맙습니다."
유비가 진궁과 이런 대화를 하며 여포가 머무르는 객사앞에 이르자,
여포가 마중을 나왔다가 반갑게 맞으면서 말한다.
"아우님 !
어서오시오."
유비가 두 손을 합장 배례하며,
"오래 기다리셨습니까 ?"하고 예를 표하자,
여포도 마주 예를 표하였다.
여포가 유비의 한 손을 잡아 끌며 말한다.
"아우님을 하루라도 못보면 좀이 쑤실 지경이오,
그래서 약소한 주안상를 차려, 아우님 은혜에 보답하려고 하오.
오늘은 마음껏 마셔 봅시다."
유비가 여포가 안내하는 자리에 앉으며 말한다.
"고맙습니다."
한편,
무료한 한 때를 군사들과 봉술 겨루기로 보내고 있던
장비에게 관우가 다가가 말한다.
"이보게 아우,
나 하고 애기좀 하세 !"
"왜요,
형님 ?"
장비는 군사들을 물리고 나서,
다시 관우와 마주했다.
관우가 말한다.
"여포가 무슨 연회를 연다고 형님을 모셔갔네."
그러자 장비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에이, 그게 뭐 어때서요 ?
그냥 술마시는 것이 아니오 ?"하고 대꾸한다.
그러자 관우가,
"시중드는 사람이 초선이라고 하는데 듣자하니,
그 여자가 천하의 절색이라 남자들이 한번보면 정신을 못 차린다고 하는데,
초선을 내세웠다는 것은 무슨 꿍꿍이가 있어서 그러는 것이 아닐까 ?"
"에이 형님두,
초선이라는 여자는 동탁이 죽고난 뒤에 자진했다고 들었는데,
어디서 죽은 초선이가 나타난단 말이오 ?"
장비는 황당하단 얼굴로 말했다.
그러자 관우는 딱하다는 듯이 입맛을 <쩍쩍> 다시면서 말한다.
"그러게 말야,
듣자하니 여포에게는 이처 일첩(二妻一妾)이 있는데,
첫째 부인은 엄씨(嚴氏)요,
둘째 부인은 조표(曺豹)의 딸이요,
첩의 이름은 초선(貂蟬)이라는군,
그런데 여포가 동탁이 살았을때
왕윤(王允)의 양녀 초선을 무척 사랑했으나 동탁에게 빼앗긴 일이 있었지,
그 후에 동탁을 죽이고 초선이 자결을 했지만,
여포는 그녀의 대한 연모의 정을 잊지 못해,
새로 취한 애첩의 이름을 <초선>으로 고쳐부르고 있다는거야.
그래서 이번 초선이는 먼저 초선이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지..."
장비는 관우의 말을 귀담이 듣고 한 마디로 일갈해 버린다.
"그러게 내가 뭐랬소 ?
여포란 놈이 제일 잘하는 것은
뺀질뺀질한 얼굴로 여자 후리는데 일등이라고 하지 않습디까 ?"
"여하간 얼른 유비 형님에게 가보세 !"
"갑시다, 형님 !
이번 기회에 여포란 놈을 기어이 없애버려야겠군 !"
장비는 이 말 한 마디를 내뱉고 쏜살같이 여포의 객사로 향한다.
그러자 관우가 황급히,
"장비야 ! 장비야 !"하고
부르며 뒤따라갔다.
한편,
여포의 객사에서는 여포가 얼마 전에 맞아들인 초선이라는 애첩을 시켜,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유비에게 술을 따르게 하고 있었다.
"장군,
드시지요."
초선이 술을 따라 주며 말했다.
유비는 초선에게 국궁배례를 하며 술잔을 받았다.
"감사합니다.
형수님."
그러자 여포가 이 모습을 보고 자신의 가슴을 <탁탁>치며 말한다.
"현덕 !
오늘부터 우리는 한 집안 형제요.
생사고락을 함께 하는 거요. 자,자,
듭시다. 드시오 !"
유비가 여포를 향해 술잔을 들어보이며,
"드시지요."하고 말하며
술 한잔을 들이켰다.
"채앵 ~"....
그 순간, 여포의 옆으로 방천화극이 굉음을 내며,
벽에 냅다 꼿히는 것이 아닌가 ?
"응 ?..."
"엇 ?"
유비와 여포가 ,
동시에 놀라며 방천화극이 날아 온 곳을 건너다 보니,
그곳에는 한 손에 장팔사모를 꼬나 쥔 장비가 서 있는 것이었다.
장비가 여포를 향해 손가락질을 하며 소리를 친다.
"여포 !
우리 형님이 어떤 사람인데,
내놈이 감히 아우라고 부르는 것이냐 !
네 놈이 뭔데 ?...
성(姓)이 네 개나 되는 이 후레자식아 !
정원,동탁,왕윤이 모두 네놈 때문에 죽었는데,
어디서 뻔뻔스럽게 우리 형님에게 아부를 하냐 ?
부끄러운 줄 알아라 !
퇘 ! 퇘 !"
장비가 마지막에는 <카악~, 퇘 !>하고,
여포를 향해 가래침을 뱉었다.
그러자 여포는 얼굴을 찡그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것은 유비도 마찬가지로, 유비는 장비를 향해, 노여움이 가득한 어조로 외쳤다.
"셋째 !
닥치지 못해 !"
그러자 장비는 손에 쥔 장팔사모를 높이 들어 흔들며,
"여포 ! 잘 들어라.
내가 네놈의 방천화극을 그리 던져주었으니,
당장 그걸들고 이쪽으로 와서, 죽을때까지 한번 붙어보자 !"
유비가 장비를 향해 소리친다.
"셋째,
당장 물러가라 !"
그러자 장비가 뒷걸음으로 물러나면서,
여포를 향해 손가락질을 해대며 말한다.
"여포, 잘 들어라 !
성문 앞에서 기다리겠다.
겁내지 말고 나와라 !"
여포는 장비에게 모욕을 당하자,
이를 악물고 주먹을 불끈 움켜쥐면서 자리에서 서성거렸다.
유비는 장비가 물러가는 것을 보자,
여포에게 국궁배례를 하며 사과했다.
"봉선형 ! 정말 송구합니다.
셋째가 좀 거칠고 예의가 없습니다.
아우 대신 제가 사과드립니다. 송구합니다."
유비는 허리를 굽히며 여포에게 거듭 미안해 하였다.
그러자 여포가 말한다.
"현덕, 아무 말 마오.
내가 비록 어리석기는 하여도 사리는 아오.
서주에 더는 못 있겠소.
당장 떠나도록 하겠소."
"어디로 가신다는 말씀입니까 ?"
유비가 물었다.
그러자 정작 갈 곳을 정한 바 없는 여포는 참담한 어조로 대답한다.
"대장부에겐 천하가 집이오.
방천화극과 적토마가 있는데 이 몸 둘 곳이 없겠소 ?"
말을 마친 여포가 자리에서 벗어나려고 하자,
유비가 황급이 여포의 앞을 막아서며 말한다.
"봉선형 ! 이럽시다.
서주성 오십 리밖에 소패성이 있습니다.
저도 그 곳에 주둔한적이 있습니다.
군을 이끌고 잠시 그 곳에 머물러 계시도록 하십시오.
군량과 마초는 서주에서 대겠습니다.
어떻습니까 ?"
그 순간,
진궁이 나타나 유비의 제안에,
"좋을 듯 합니다.
소패와 서주성은 기각지세(埼角之勢)를
형성해 경종이 울리면 서로 도움을 줄 수가 있소.
봉선 ! 어서 감사를 올리시오 !"하며,
여포의 대답을 재촉하였다.
딱히,
갈 곳이 없었던 여포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유비를 향해 입을 연다.
"그렇다하니, 감사드리겠소."
여포는 두 손을 모아 허리를 굽히며 유비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잠시후,
여포와 진궁의 말을 필두로
여포의 군사들은 성 밖으로 나와 소패성으로 출발하였다.
마상에서 여포가 진궁에게 신세한탄조의 말을 한다.
"나,
여포가 이지경이 될 줄 몰랐소.
이건 뭐, 문지기가 따로없소이다."
그러자 진궁이 대꾸한다.
"바보 한신도 비굴함을 무릅쓰고 깡패의 가랑이 밑을 기어갔고,
장량도 다리 밑으로 떨어진 신발을 세 번이나 주어다 주었소.
장군은 그들에 비하면 아직 한참 멀었소이다.
꾹 참고 견뎌야 하오."
여포가 쓴 입맛을 다시며 묻는다.
"그렇다면 이제 어찌해야 합니까 ?"
진궁이 대답한다.
"소패에 머물면서 전열을 재 정비해,
상황을 봐야지요..."
성루에서는 유비,관우, 장비가
성을 떠나가는 여포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그 가운데 장비는 시원하다는 소리를 거침없이 내뱉는데,
"허어... 잘, 되었다 !
못된 놈이 가버리니,
골칫거리가 줄어들겠네 !"
그 말을 듣고 유비가 말한다.
"정작 이제부터가 골칫거리야,
조조가 여포를 물리친 지가 반 달이 됬는데,
예상대로라면 지금쯤은 서주를 치러 와야 할 것인데,
지금까지 연주쪽에서 아무런 이상조짐이 없으니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것같네."
그러자 관우가,
"염려 마십시오.
서주성은 견고하고 군량도 풍족하니,
조조가 공격해 오더라도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자 장비가 들뜬 소리로,
"그럼요 ! 당연하지요 !..
한참을 쉬었더니만 온 몸이 근질근질한 판인데,
조조가 쳐들어 올 것을 기다릴게 아니라,
이번참에 우리가 연주를 쳐들어 가면 어떻겠소 ?
어때요, 형님들 ? "
"하하하하하 !...."
관우가 장비의 말을 듣고 기분좋게 웃자,
장비는 더욱 신이 났다.
그리하여 장비는,
"와, 하하하핫 !...."하고
목젖이 보이도록 크게 웃어젖혔다.
72회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