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한지 54

초한지 (楚漢誌)《 영웅의 최후 》

초한지 (楚漢誌) (124) 영웅의 최후 홍교원 노인들에게 저녁 대접을 받은 항우는 진종일 적장들과 싸우느라고 무척 피곤하였으나, 우미인과의 사별(死別)의 슬픔으로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였다. 그러던 중에 새벽녘이 되어서야 간신히 잠이 들게 되었는데, 잠은 이내 꿈으로 변해 버렸다. 꿈에.. 항우는 저멀리 지평선에서 아침 해가 기운차게 솟아 오르는 것을 황홀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눈이 부시도록 찬란한 황금빛 태양이었다. 항우는 연실 눈을 비비면서 지평선 위로 솟아오르는 아침 해를 정신없이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문득 깨닫고 보니, 홀연 유방이 오색 영롱한 구름을 타고 나타나, 그 찬란한 태양을 가슴 그득히 품어 버리는 것이 아닌가 ? 그 광경을 보는 순간, 항우는 유방으로부터 태양을 빼앗으려고 천방..

초한지 2020.06.19

초한지 (楚漢誌) 《우야 우야 이를 어쩔 것이냐 》

초한지 (楚漢誌) (123) 우야 우야 이를 어쩔 것이냐 (虞兮虞兮 可奈何 : 우혜 우혜 가내하) 항우는 밤 사이에 이변(異變)이 일어난 줄도 모르고 우미인과 함께 잠을 자다가 문득 잠결에 들으니 사방에서 초나라의 노랫소리가 아득하게 들려오고 있지 않은가 ? "아니, 이게 웬 초나라 노랫소리냐 ? 내가 지금 고향에 돌아왔더란 말이냐 ?" 항우는 소스라치게 놀라 잠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앉았다. 그러나 아무리 둘러 보아도 잠을 깬 곳은 틀림없는 군영(軍營) 막사가 아니던가 ? 그리하여 항우는, "밖에 누구 없느냐 !"하고 큰소리로 사람을 불렀다. 그러자 주란과 환초가 부리나케 달려와 울면서 아뢴다. "폐하 ! 한신이란 놈이 간밤에 산상에서 퉁소로 초나라 노래를 불러대는 바람에, 우리 군사들이 산란한 마음을 ..

초한지 2020.06.18

초한지(楚漢誌) 《가을 달밤 옥퉁소에 무너지는 초군 병사》

초한지(楚漢誌) (122) 가을 달밤 옥퉁소에 무너지는 초군 병사 한신은 항우를 생포하려고 구리산에 의 덧을 설치 했다가 실패하고 나자 크게 낙심하였다. 그리하여 이좌거를 불러 상의한다. "항우가 워낙 천하 제일의 맹장이어서, 우리는 그를 생포하는 데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지금이라도 전차(戰車)로 구리산을 포위하고 있으면, 항우가 다른 곳으로 달아나지는 못할 것입니다. 그러노라면 초군은 군량이 떨어지고 구원병은 오지 못해 결국은 항복하지 않을 수가 없겠는데, 선생께서는 이 점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십니까 ?" 이좌거가 대답한다. "항우의 용맹이 제아무리 뛰어나다 해도 필부의 만용에 지나지 않습니다. 염려되는 것은 그의 곁에는 계포, 주란,종이매 등 몇몇 용장들과, 항우를 근거리에서 밀착하여..

초한지 2020.06.17

초한지(楚漢誌) 《한신의 매복 작전과 항우의 돌파 작전 》

초한지(楚漢誌) (121) 한신의 매복 작전과 항우의 돌파 작전 한신이 이번 구리산 작전에 큰 기대를 갖는 것은 몰고온 병력도 많지만, 세력이 약해진 항우를 때려부술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러기에 한신은 장중으로 돌아오기가 무섭게 밤을 새워 가며 구체적인 작전 계획을 골똘히 짜고 있었다. 포진법(布陳法)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그러나 구리산 계곡에서는 지형의 특성을 살린 주역진법(周易陳法)을 쓰는 것이 가장 적합해 보였다. 밤을 새워 진법을 연구한 한신은 다음날 아침, 장량과 진평을 비롯한 모든 대장들을 한자리에 소집해 놓고 비장한 어조로 말했다. "주상께서 군사를 일으키신 이후로, 우리들은 지난 5년 동안 많은 싸움을 계속해 왔다. 때로는 이기기도 하였고, 때로는 참패의 ..

초한지 2020.06.16

초한지(楚漢誌) 《백만 대군의 출정 》

초한지(楚漢誌) (119) 백만 대군의 출정 삼제왕(三齊王)에 임명된 한신은 한왕을 도우려고 15만 군사를 거느리고 성고성으로 떠나려고 하는데, 때마침 괴철이 찾아왔다. 일찍이 한신에게 고 권고했던 일이 있었던 바로 그 괴철이었다. 한신은 괴철을 보고 묻는다. "공이 무슨 일로 나를 찾아 오셨소 ? " 괴철은 머리를 조아리며 대답한다. "제가 장군의 은총을 오랫동안 받아 왔사온데, 오늘은 장군께서 군사를 거느리고 성고성으로 떠나가신다기에, 장차 장군의 신상에 일어날 커다란 재화(災禍)를 모른 척하고 넘길 수가 없어 찾아 왔사옵니다." 한신은 그 말을 듣고 적이 놀란다. "커다란 재화란 어떤 것을 말씀하시는 것이오 ?" 괴철이 다시 대답한다. "한왕이 전날 고릉성에서 곤경에 처했을 때, 한왕은 장군에게 급..

초한지 2020.06.15

초한지(楚漢誌) 《장량의 계산 착오와 위기극복 》

초한지(楚漢誌) (118) 장량의 계산 착오와 위기극복 항우는 워낙 성미가 급한지라, 30만 대군을 몰아쳐 오기 무섭게 유방의 근거지인 고릉성에 전격적인 공격을 개시 하려고 하였다. 만약 그랬다면 한군(漢軍)을 크게 패하고, 한왕 자신의 생명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하늘의 도움이었다고나 할까 ? 항백이 항우의 전격 작전을 반대하고 나섰다. "폐하 ! 우리 군사들은 쉴틈 없이 먼길을 달려오느라고 몹시 피로해 있사옵니다. 더구나 적정(敵情)을 잘 모르면서 무작정 전격 공격을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오니, 며칠 동안 여유를 갖고 적정을 정확히 파악한 뒤에 총공격을 퍼붓는 것이 좋을 줄로 아뢰옵니다. 그래야만 적을 일거에 섬멸시킬 수가 있을 것이옵니다." 항백이 기습적인 전격 작전에 반대하는 ..

초한지 2020.06.14

초한지(楚漢誌) 《분분한 강화 조약 파기의 책임론 》

초한지(楚漢誌) (117) 분분한 강화 조약 파기의 책임론 항우는 홍구에서 강화 조약을 맺고 팽성으로 돌아오자, 오랜만에 장병들에게 휴가령을 내렸다. "싸우느라고 오랫동안 고생이 많았으니, 이제부터 삼교대로 한달씩 고향에 다녀오도록 하여라." 평소에는 몰인정한 항우가 이같은 선심을 베푼 이유는, 이번에 체결한 한왕과의 강화 조약으로 초한간에는 다시는 전쟁이 없을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기에 항우 자신도 그날부터는 군무(軍務)를 전폐하고 사랑하는 우미인과 더불어 환락에 빠져 버렸다. 영웅 호색이라 하던가 ? 항우는 싸움을 기막히게 잘 하기도 하였지만, 정력 또한 출중한 관계로 팽성으로 돌아온 그날부터 오직 아내 우미인과 술로써 세월을 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대부 주란(..

초한지 2020.06.13

초한지(楚漢誌) 《태공의 구출 》

초한지(楚漢誌) (116) 태공의 구출 태공이 항우에게 무참히 끌려가는 모습을 본 한왕은 본진으로 돌아오며 눈물을 하염없이 흘렸다. "태공이 오늘은 죽음을 면하셨지만, 언제 항우의 손에 돌아가시게 될 지 모를 일이 아닌가 ? 오늘도 태공을 구출하지 못하였으니 나야말로 용서받을 수 없는 불효 막급한 죄인이로다." 한왕은 탄식해 마지 않으며 본진으로 돌아와서 곧 장량과 진평을 부른다. "태공을 구출할 무슨 방도가 없겠소이까 ? 두 분께서는 반드시 태공을 구출해 올 수있도록 전력을 기울여 주소서." 그러자 장량이 머리를 조아리며 아뢴다. "태공을 구출해 올 방도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옵니다." 한왕은 그 말에 귀가 번쩍 뜨이는 것만 같아서 장량의 두 손을 덥석 움켜잡으며, "자방 선생 ! 무슨 방법이 계신지 ..

초한지 2020.06.12

초한지(楚漢誌)《광무산 대전 》

초한지(楚漢誌) (114) 광무산 대전 항우는 대군을 거느리고 광무로 이동해 오자, 팽성과의 수송로를 타개하는 데 전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수송로 확보를 결정짓기 전에 비마가 급히 달려와 아뢴다. "유방과 한신이 우리를 치려고 대군을 발동하여 이곳으로 오는 중이옵니다." 항우는 그 말을 듣고 크게 당황하며 항백과 종이매를 불러 상의한다. "유방이 우리와 결판을 내려고 대군을 거느리고 오고 있다는데, 이를 어찌하면 좋겠소? 우리가 군량만 넉넉하다면 두려울 것이 없겠지만, 군량이 없어 가지고서는 싸울 수 없는 일이 아니오 ?" 종이매가 머리를 조아리며 품한다. "폐하께서는 지금 유방의 부모를 팽성에 잡아 두고 계시옵니다. 그들을 이리로 급히 불러다 놓고, 는 제의를 유방에게 해 보면 어떻겠습니까 ?" "그런..

초한지 2020.06.11

초한지(楚漢誌)《유방이 말하는 항우의 열가지 죄.》

초한지(楚漢誌) (113) 유방이 말하는 항우의 열가지 죄. 영양성에서 천하 통일의 때를 기다리고 있는 한왕 유방의 가장 큰 걱정은 항우에게 볼모로 잡혀 있는 부모님과 아내를 하루속히 구출해 오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하루는 장량과 진평에게 걱정을 토로하였다. "두 분께서는 저의 부모님과 아내를 항우로부터 구출해 올 수 있는 어떤 묘책이 없겠소이까 ? 부모님과 아내만 무사히 모셔올 수 있다면 어떤 일이라도 벌여 볼 것이오만, 어떤 계책이 있어야만 할텐데,큰일이오." 장량이 머리를 조아리며 말한다, "항우는 태공 내외분을 자신의 볼모로 여기고 있기 때문에, 여간해서는 돌려보내 주지는 않을 것이옵니다." "그러면 언제까지나 대책 없이 이대로 있어야 한다는 말씀입니까 ?" "그런 것은 아니옵니다. 태공 내외분을..

초한지 2020.0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