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유표의 유언

오토산 2021. 9. 26. 06:55

삼국지(三國志) (166)
유표의 유언

다음 날, 

공명은 유비와 오찬을 함께 하는 자리에서,

"주공, 하후돈이 패해 돌아갔으니 조만간 조조가 직접 쳐들어 올 겁니다.

헌데 신야는 너무 작아 강적을 막아 내기는 어렵습니다."하고, 말한다.

그러자 유비가 수저를 들다 말고,

"무슨 대책은 있겠소 ?"하고,

근심스런 질문을 하였다.
그러자 공명은,

 

"있긴 하나 주공께서 쓰지 않으실 듯 합니다."하고,

대답한다.

 

"말해 보시오."

 

"유표가 위중하니 곧 변고가 있을 겁니다.

그러나 형주만 손에 넣으면 조조를 두려워할 필요는 없죠."
유비가 그 말을 듣고 한참 대답하지 않는다,

그러더니,

 

"다른 건 다 따를 수 있지만,

형주를 취하는 것만은 안 되오."
유비는 고개조차 흔들어 보이며 대답한다.

"유경승 형과 나는 같은 황실의 종친이고 또 그분께 큰 은혜를 입었는데,

형님이 위중한 때에 형주를 취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오."

 

"주공이 취하지 않으면 형주는 조조의 손에 넘어갑니다.

주공의 생사 영욕이 형주에 달려 있습니다.
다시 생각해 주십시오."

 

공명은 예를 표해 보이기까지 하면서

유비가 생각을 바꾸기를 종용하였다.
그러자 유비는,

 

"선생, 나는 평생 인의를 지켜왔소.
그게 나와 조조의 차이점이오.
인의를 저버리는 일은 나는 못하오."하고,

말하면서 고개를 저어 보인다.

 

공명이 그 소리를 듣고,

유비의 의리에 다시 한번 감탄하며 말한다.

 

"주공께서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면 다른 방도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두 사람이 여기까지 말했을 때 보고가 들어온다.

 

"주공, 형주에서 사자가 왔습니다."

 

"형주에서 ? 어서 들여라."

 

"네."

곧바로 들어온 형주의 사자는

 단하에서 무릎을 꿇으며 사색이 되어 아뢴다.

 

"유황숙 ! 주공께서 피를 토하시며 혼절을 거듭하십니다.

지금 황숙을 찾으십니다."

 

"그래 ? ...

당장 가겠다."

 

유비는 놀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러자 공명이 유비를 바로 제지하면서,

"잠시만요."하고, 말하더니, 

형주에서 온 사자에게,

 

"황숙께서 옷이라도 갈아 입으실 동안  

자네는 차라도 들고 있게."하고, 말하였다.

 

형주에서 온 사자가 절을 하며 물러나자,

공명은 유비에게,

"주공, 지금 가시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하고

, 말한다,

그러나 유비는 주저없이 대답한다.

 

"형님의 병이 위중하니 위험해도 가야겠소."

 

"그럼 조자룡과 호위병사 3백을 데려가시고 그들을 늘 곁에 두십시오."하고,

공명이 재차 강조한다.

 

"알겠소."
유비는 황급히 자리를 떠나려 하자,

공명이 다시 막아서며 말한다.

 

"주공, 재차 말씀드리지만,

유표가 유언을 남기면서 형주를 준다고 하면 반드시 받으십시오."

 

"안되오."

 

"유표는 곧 죽을 텐데, 왜 형주를 마다하십니까 ?"

 

"대신 유기가 있지않소.

아들이 계승해야 마땅하오."

 

공명은 그 말을 듣고, 기가막혔고,

유비는 그 말을 던져놓고선 형주로 가기 위해 그 자리를 떠났다.
               
한편,

하후돈은 패군을 수습하여 허도로 돌아가서,

스스로 결박을 지고 승상부에 나와 꿇어 대죄하였다.
조조는 그 모양을 보고,

 

"어째서 그렇게도 패했는가 ?"하고,

물으면서 손수 결박을 끌러 주며 물었다.

 

"제갈양의 속임수에 속아 화공을 당해 패했습니다."
그러자 조조가 화를 내며 질책하였다.

 

"뭐야 ? ..

자네는 백전노장인데,

좁은 험로에서 화공이 염려되지도 않았던가 ?"

 

"그저 죽을 죄를 지었나이다.
살려주시면 백골난망 (白骨難忘), 이 죄를 반드시 갚도록 하겠나이다.
또 막상 싸워 보니, 유비의 세력이 보기보단 강했습니다.
하오니 승상께서는 열 일 젖히고

유비를 먼저 없애는데 심혈을 기울이셔야 하옵니다."

하후돈의 실패에 대한 반성은 처절하였다.

조조도 아끼는 장군을 더 이상 몰아세우기 곤란하여,

 

"때가 되면 응당 설욕할 날이 있을 것이니,

너무 상심 말고 물러가 있으라."하고,

좋은 말로 위로와 용서를 해 주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난 뒤인 칠월 중순에 조조는

유비를 쳐 없애고 형주를 공격하기 위해

오십만 대군에게 출동 명령을 내렸다.

 

허저(許楮)를 절충장군(折衝將軍)으로 삼아

삼천 군사를 거느리고 선봉에 서게 하고,

 

제일대는 장군 조인(曺仁), 조홍(曺洪)이 십만 명을 거느리고,
제이대는 장군 장요(張遙), 장합이 십만 명을 거느리고,
제삼대는 장군 하후연(夏侯淵), 하후돈(夏侯惇)이 십만 명을 거느리고,
제사대는 장군 우금(于禁), 이전(李典)이 십만 명을 거느리고,
제오대는 조조 자신이 몸소 여러 장수들과 함께 십만 명을 거느리고 나섰다.

한편, 이무렵 형주 유표의 병은 매우 위중하였다.
형주에 도착한 유비는 그길로 유표의 병석으로 찾아갔다.

"형님, 경승 형님 !"

 

유비가 유표를 부르며 병석으로 다가 가자,

그곳에는 채 부인과 채모가 병석을 지키고 있었다.
유표는 유비의 목소리를 듣고, 잠시 정신이 돌아온 듯,

 

"아우, 왔는가 ?"하고,

한참 만에야  간신히 눈을 뜨며 입을 열었다.

그리고 이어서,

 

"유기는 왜 아직 안 오나 ?"하고, 말하자,

채모가 말을 받았다.

 

"주공, 이미 전령을 보냈으나

강하가 워낙 뭔 곳 인지라 시간이 걸리는 모양입니다."

 

"다들..

물러가라."

 

유표가 이같이 말하자

채모는 <네> 하고 대답하며 물러났으나,

채 부인은 그대로 앉아 있었다.
그러자 가늘게 뜬 눈으로 이를 바라보던 유표는,

 

"자네도..."하고,

채 부인 조차 물러가라는 말을 하였다.

 

채 부인은 아무런 대답도 아니하고 일어선다.

그리고 유비 앞을 지나며 목례를 해 보이곤 밖으로 나가버렸다.
유표가 현덕을 부른다.

 

"아우, 가까이 오게."

유비가 유표의 앞에 가까이 다가 가서 앉자,

유표가 한층 생기있게 입을 열었다.

 

"내 병이 뼛속까지 퍼졌어,

이젠 갈 때가 됐나 보네."

 

"그런 말씀 마십시오.

내년 봄이면 털고 일어나실 겁니다."

유비는 어떡하든지 유경승에게 희망을 주고 싶었다.

그러나 유표는 베겟 머리를 흔들어 보이며,

 

"그때까지 못 살거야."하고,

말을 하고 괴로운 듯이 기침을 하였다.

그러다가 잠시후 안정을 찾은 뒤에,

 

"아우 ... 잘 듣게,
병상에 누워 .. 아무리 생각해 봐도,
내 두 아들.. 유기와 유종은 큰 인물이 못 되.. 

 

형주처럼 큰 땅을 이끌 능력이 안 돼,

그러니 내가 죽거든 아우가 형주를 맡아주게."하고,

부탁조로  말하였다.
그러자 유비는,

 

"안 됩니다.

그 명은 따를 수 없습니다."하고,

대답 하였다."

그 시간,

강하의 수장으로 나가 있던 유기는 부친 유표의 위독한 사실을 전해 듣고,

말을 달려 형주성 앞에 이르렀다.

그리하여 성문 밖에서, 

"채중 ! 채화 ! 왜 성문을 열어주지 않느냐 ?"하고,

소리치면서 속히 성문을 열 것을 재촉하였다.
그러자 성루에서 채중이 소리친다.

"공자는 강하에 주둔키로 해 놓고 왜 함부로 자리를 비우시오 ?"

 

"아버님이 위독하시다 들었다. 당장 성문을 열어라 !"

 

"헛 소문이오 !

 

또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공자는

강하성 방어에 더 신경써야 하지 않겠소 ?

그러니 공자, 이곳 일은 신경쓰지 말고 강하로 돌아가시오.
행여 잘못되더라도 우리는 책임 못지오."
이번에는 채화가 소리쳤다.

"채씨들이 작당하고 형주를 넘보는가 ?"
유기는 화가 동해 소리쳤다.

그러자 성루에서는,

 

"공자, 지금 우리 가문을 모욕하는 거요 ?"하고,

시비조로 나왔다.
그러면서,

 

"당장 가지 않으면 우리도 어쩔 수 없소 !"하고,

으름장을 놓는 것이 아닌가 ? 
유기는 그 소리를 듣고,

말에서 내려 땅바닥에 주저앉으며 대성통곡을 하였다.

"아 !... 버님 !..."

유표는 이런 사정을 알 길이 없었다.

그는 맏아들 유기가 찾아와 주기를 내심 안타까이 기다리다가

유비가 찾아오자 병석에 누운 채로,그에게 후사에 관해 재삼 부탁하였다.

 

"내가 자네에게 형주를 맡아 달라고 하는 것은 

결코 자네를 위해서가 아니라 수백만... 형주 백성들을 위해서야,

그들이 조조 손에 떨어져서는 안 되네."

 

유표는 유비를 설득하기 위해 이렇게 말하였다.
그러나 유비의 대답은,

 

"그럼 유기를 후계자로 내세우십시오.
제가 성심을 다해 보필하겠습니다. "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유표는 현실을 직시한 말을 한다.

"나도 생각해 봤네. 하지만 유기가 형주의 주인이 되더라도 자리만 차지할 뿐...
대업을 지켜 내진 못 할거야.
이렇게 방대한 형주에 유약한 주인이 있으면 어찌 되겠나 ?
천하의 야수들이 호시탐탐 침을 흘릴걸세.

아마 조조가 제일 먼저 차지하려고 덤비겠지.

 

아우는 재주와 포부가 있으니,
형주의 주인이 되어 강적들을 막아낼 수가 있을 거야.

 그리고 내 가족들을 잘 부탁하네.

그럼 형주는 물론이고 우리 유씨 가문에도 복이 될 걸세."

 

"형님, 전 늘 두 공자를 혈육처럼 아낄 겁니다.

하지만 형님의 위급을 이용해 형주를 취할 순 없지요."하고, 대답하자,

유표는 안타까워 하면서,

 

"이 사람아 ...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니까..."하고, 말하는 순간,

채모와 조자룡이 불쑥 병상으로 들어왔다.
채모가 병석의 유표에게 보고한다.

 

"주공, 조조가 50만 대군으로 형주로 진격하고 있으며,

지금 신야 80리 밖에 집결지를 구축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어왔습니다."
채모의 말이 끝나자 조자룡은 유비에게 보고한다.

"주공, 어서 신야로 가셔야 합니다."하고, 말한다.

그러자 유비는 병석의 유표에게,

 

"조조가 오고 있다니 이만 가봐야겠습니다."하고, 말한다.

그러자 병석의 유표는 고통으로 얼굴을 찡그리며,

 

"아우...

내 말을 꼭 기억하시게..."하고, 당부한다.

유비가 그 부탁을 듣고,

"네, 명심하겠습니다."하고,

대답하고 유표에게 예를 표해 보이고 자룡과 함께 급히 신야로 출발하였다.
그러나  유비가 형주를 떠나 신야로 향하는 그 시각,

팔월 무신일(戊申日), 유표는 마침내 숨을 거두었으니

이렇다할 유언은 결국 유비에게 남긴 것이 마지막 말이 되고 말았다.
                  
167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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