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실행에 옮긴 유비의 동오 탈출.

오토산 2021. 10. 18. 07:27

삼국지(三國志) (227)
실행에 옮긴 유비의 동오 탈출.

조운이 이렇게 묻자.

유비는 고개를 쳐들며 말한다.

 

"음 !..

문제가 하나 있네."

 

그러면서 유비는 몇 발짝 조운에게 떨어졌다.

조운이 따라 붙으며 묻는다.

"무슨일 때문에 그러십니까 ?"

 

"내자(內者: 안사람)가 있지 않나 ?"

 

" (아항 ! ~..) 그 말씀은 부인과 함께 가신다는 건가요 ?"

 

자룡은 그제서야 눈치를 채고 주군의 의중을 물었다.
그러자 유비는 형주로 돌아가는 길이 위험한 것임을 알지만,

상향을 이곳에 두고 떠나기는 싫었다.

그리하여,

 

"하루를 살아도 정이 쌓이는 것이 아니겠나 ?

하물며 감로사에서 목숨을 건져준 내자를 이곳에 그대로두고 떠날 수는 없는 일이지."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유비가 조운과 헤어진 뒤,

 내실로 돌아오자 마침 상향이 화병을 들고 나오다가 웃으며 맞는다.

"이 꽃 예쁘지요 ?"

 

"예쁘군,

그러나 꽃이 아무리 예쁘다 한 들,
내 부인의 미소와 자태보다 아름답겠나 ?"

 

"어머,

서방님이 아부도 할 줄 아세요 ?"

 

상향이 눈을 샐쭉이며 반문한다.
그러나 유비는 더 이상 말하지 아니하고
조용히 걸어가 무거운 표정으로 침상에 걸터앉았다.
이런 유비의 진중한 모습을 감지한 상향이 그의 앞으로 다가간다.

그리고 고개를 기울이며,

"왜그러세요 ?
무슨 일이라도 있으세요 ?"

 

상향은 짐각적으로  유비의 심중을 눈치채고 물었다.

그러자 유비는 깊은 한숨을 토해낸다.

 

"하 !..."

 

그리고 의문에 찬 눈길로 바라보는 상향을 향해,

찬찬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부인,

형주에 일이 생겼소."

"일이라뇨 ?"
상향이 유비 곁으로 다가 앉으며 물었다.

 

"조조가 대군을 끌고와 형주가 곧 위험에 빠지게 되었소."

 

"형주로 가시게요 ?"

 

유비는 대답 대신 고개를 무겁게 끄덕여 보였다.
그리고 상향을 마주보며 입을 열었다.

 

"부인 !

내 가서, 조조를 물리치고 곧바로 오겠소.

길어야 석 달, 짧으면 스무 날 쯤 될거요."

 

그 말을 듣자 상향의 눈에는 순간, 눈물이 가득 고였다.

그리고 유비를 올려다 보며,

"거짓말 ! ...

지금 가시면 안 오실거잖아요?

조조가 쳐들어 오는 것도 아니고요.
형주로 가고싶어, 그런 핑계를 대시는게 아니에요 ?
어제 밤새 뒤척이면서 못 주무시기에 알았어요.

근심이 있구나, 하고...
제발, 솔직히 말해 주세요. "하고,

말한다.

 

속 마음을 들킨 유비가 미안천만한 얼굴로

감히 상향의 얼굴을 마주 대하지 못하고 입을 연다.

"좋소,  부인 !...

솔직히 말 해 주리다.
이번에 혼사로 온 것은 사실상 동오의 함정이었소.
그 날 감로사에서  부인이 피리를 불어주지 않았더라면,

나는 이미 죽은 목숨이었을 것이오.

 

이젠, 형주로 가야만 하오.

부인이 함께 간다면, 태부인과는 당분간 만나지 못할 것이고,

부인이 안가겠다면 우리가 이별을 해야 하니,

부인이 함께 가든, 안 가든...
칼로 베는 듯이 가슴이 찢어지는 듯 하오.
어찌 이 심정을 말로 해야할 지 모르겠소."
무거운 심정으로 말을 했지만 돌아온 상향의 대답은 이랬다.

 

"저랑 헤어져 살 수 있어요 ? "
유비는 이런 소리를 듣자, 자신의 심경을 고백하였다.

 

"나, 유비는 생사를 넘나들며, 전장에서 삼십 년을 보냈소.
그야말로 뿌리없는 풀같은 인생을 살아왔소.

그러나 부인을 만난 뒤, 진정한 부부의 행복을 맛보았소.

 

당신을 보면,

새벽 풀잎 위에 반짝이는 이슬같은 ,

약한 바람에도 불면 날아 갈까, 두렵기만 하오.
난 이제, 형주로 가야하지만,

당신을 두고 떠나려니 마음이 무겁고

차마 발길이 떨어질 것 같지 않구려...."

유비는 무거운 가운데 속마음을 그대로 상향에게 말하였다.
그러자 유비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며 듣던 상향이 주저없이 대답한다.

 

"따라갈께요.

그리고 명심하세요.
저는 이전에는 오후의 누이였지만, 이젠, 유현덕의 아내예요.
출가를 하면 여필종부(女必從夫)라 하였으니,

서방님이 어디를 가시든 전, 따라 갈꺼예요.

비록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더라도 당신과 나누겠어요."
유비가 그 말을 듣고, 상향의 손을 잡으며 감격어린 대답을 한다.

 

"부인 !  고맙소 !"
그러자 이번에는 상향이 정색을 하며 말한다.

 

"형주로 돌아가시기 위해,

조조가 쳐들어 온다는 등, 그런 말은 하지 마세요.

그건, 저도 못 믿는데, 어떻게 주유를 속이겠어요 ? "

 

"허나,

어찌하여 말하면 좋을 지 모르겠소."

 

"며칠만 기다려 보세요.

형주로 돌아갈 적당한 구실을 만들어 볼께요."

다음날, 상향은 모후(母侯)를 찾아갔다.
모후는 부군 손견(夫君 孫堅)의 위패앞에 앉아 있다가

다가온 딸을 보고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무슨 바람이 불어서 예까지 왔느냐 ?
나는 우리 딸이 시집을 가더니

이 에미를 잊은 줄 알았다."

"아이 참, 어머니두,

시집을 갔다고 어머니 딸이 아닌가요 ?"

 

상향은 이렇게 말하며 어머니 옆에 꿇어 앉았다.
잠깐이지만 묻는 어머니나 대답하는 딸이나,

두 사람의 대화는 봄날 훈풍처럼 따사롭기 그지없었다.

"그래,

요즘 현덕이 잘해 주느냐 ?"
어머니는 갖 시집간 딸이 어찌 지내는지 궁금하기 짝이 없었다.

"그럼요,

매일 함께 잘있는걸요."

 

"그래 ?

네가 혼인은 제대로 했구나. 
신랑이 제 처를 아낄 줄 아니..호호호호 !.."

 

모후는 대답하는 딸이

너무도 예쁘고 사랑스러워서 만족한 웃음을 웃어보였다.

그러자 상향이,

 

"그런데 요 며칠,

기분이 안좋아 보여서 문제에요."하고,

말한다.
그러자 모후가 정색을 하며 묻는다.

 

"으응 ?

무슨 일이 있느냐 ?"

 

"서방님 부모 묘소가 탁군에 있는데,

내일이 선친의 기일(忌日:제삿날)이래요.

어젯밤 내내 슬퍼하는 것을 보니, 제가 다 안쓰러웠어요.
그래서 서방님과 함께 강변으로 나가 북쪽을 바라보며

제라도 올리면 심경이 좋아질까 해서요.

어머닌 어찌 생각하세요 ?"

상향이 모후를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
그러나 모후는 여러가지 복잡한 생각이 들어서 선듯 대답하지 않았다.
한참을 머뭇거리던 모후가 그윽한 눈으로 딸을 바라보며 입을 연다.

 

"성 밖에 나가겠다고 ?

그래야지, 효도를 한다는데 당연히 가야지... "

 

모후의 이 말을 들은 상향이 그윽한 눈으로 어머니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고개를 숙여 보이며 말한다.

 

"서방님을 대신해 감사드립니다."

 

그러나 모후는 사랑스런 딸이 곧 자신을 떠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그리하여,

 

"내가 네 머리를 한동안 못 빗겨줬구나.

 오랫만에 에미가 빗겨주마."하고, 말하였다.

 

"네."

상향은 순순히 대답하고,

모후의 두 손을 잡아 함께 몸을 일으켜 거울 앞으로 가서 앉았다.
모후는 딸의 머리를 빗겨주며, 지난 날을 애기한다.

"네가 어렸을 때,

머리 숱이 적어 에미가 밤마다 하수오로 머리를 감겼었지,
헌데, 다 커선 머리가 이렇게 무성하게 자랄 줄은 몰랐구나.

정말 예쁘다, 예뻐... "

모후는 딸의 머리를 손수 빗겨주며,
이런 말을 하면서 구슬같은 눈물을 흘렸다.

 

"어머니 우시는거예요 ?"

 

"아니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 불현듯 옛날 생각이 떠오른단다.
그래, 네 모습을 보니 옛날 생각이 나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는구나."

 

모후는 이렇게 말하면서 옷깃으로 눈물을 훔치는 것이었다.
어머니의 그런 모습을 본 상향의 마음도 가라앉기는 마찬가지였다.
남자 중심의 세상에서 여자인 자기가 이제 어머니와 떨어져

유비와 함께 형주로 가게되면, 언제 다시 어머니를 만날 수가 있겠는가 ?
그리하여 상향은 자신의 머리카락을 만지면서,

 

"머리가 너무 길어요.

잘라야겠어요."하고,

거울 앞에 있던 가위로 손수 머리카락을 조금 잘라내었다.

 

모후는 그것이 딸이 자신을 떠나며 남기는 것이란 것을 직감으로 알아챘다. 
그리하여 딸이 돌아간 뒤에, 남기고 간 상향의 머리카락을 고이 보관하였다.

다음날,

동오에서는 대낮부터 느닷없이 태부인 주최의 거창한 주연이 베풀어졌다.
그리하여 손권을 비롯하여  대소 신료는 물론이고

건강에 있는 장수들도 모두 초대되었다.
주연이 시작되기 전, 장소가 읍하며 묻는다.

"태부인,

오늘 어떤 명목으로 주연을 베푸시는 건지요 ?"
그러자 태부인은 웃음을 웃으며,

"호호호호 !

주연을 베푸는데 꼭 명목이 있어야 합니까 ?
한 해가 가는데 여기계신 분들이 강동을 위해 고생이 많았으니,

당연히 여러분께 한잔 대접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
자, 오늘은 귀한 술을 내 놨으니 천천히 양껏 드세요. "하고,

좌중을 돌아보며 말하였다.

그러자 곳곳에서 감사의 인사가 터져나왔다.

 

"망극하옵니다."

 

"고맙습니다."

 

"이렇게 자애로울실 데가.."
그러는 중에 신료 한 사람이 태부인께 묻는다.

"태부인,

이런 성대한  자리에 어찌하여 사위인 유황숙은 부르지 않으셨습니까 ?"

 

"호호호 ! ..

우리 사위가 말입니다.
어제 글쎄, 밤새도록  마시다가 아직까지 깨지 않았다지 뭡니까.
그러니 나중에 술 한 단지 보내면 될 것이니,

염려 놓으시고 주연을 즐기도록 하세요."

 

"아,예 !"

 

"허허허,

그랬군요."

 

"그럼..

저희들만,"

 

주연을 앞두고 대소 신료들이 기분에 들떠서 한 마디씩 하였다.
술이 한잔씩 따라지자 장소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여러분,

요즘 우리 강동은 기후가 온화하고 인구도 풍성한 것이
첫째로는 하늘이 보우하심이오,
둘째로는 태부인의 홍복이시니,

첫번 째 잔은 태부인께 올리기를 주청하는 바입니다."하고,

말하였다.
그리고 이어서 잔을 들어 보이며,

 

"태부인께서 만복이 깃들고 만수무강 하시길 기원합니다."하고, 제청하니,

나머지 대소 신료들이 제각기 복창한다.

 

"태부인께서 만복이 깃들고 만수무강 하시실 기원합니다 !"
태부인도 잔을 들며 화답한다.

 

"좋아요 !

이 잔을 받지요.

자 !"

 

그리고 태부인이 술잔을 입으로 가져갔다.

그리고 옆에 앉은 손권을 가리키며,

 

"그런데 나는 주량이 약하니,

술은 여러분의 주공께 올려야 되지 않겠습니까 ?
오늘 같이 좋은 날 여러분의 주공도 함께 취하고

즐거워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하고,

말을 하니,

 

"태부인 말씀이 지당하십니다."

 

"그러문요."하는,

소리를 비롯해 좌중 곳곳에서 들뜬 분위기의 소리가 흘러나왔다.
장소가 그 말을 받아.

 

"주공께 한잔 올리겠습니다."하고,

앞장서 말을 하니,

곳곳에서 손권에게 잔이 올려진다.

그러자 한껏 오른 분위기에,

"좋소 !

함께 마십시다."

 

손권이 잔을 들어 보이며 말하였다.
일배부일배(一盃附一盃), 한잔이 두잔 되고. 두잔이 열 잔 되었다.
대소 신료들의 주청에 손권은 대취하였고,

시간이 지나면서 술을 이기지 못하고 내실로 업혀나갔다.

동오의 대청에서 이런 주연이 벌어지고 있는 시간,

유비가 거처하고 있는 동궁에서는 부산한 움직임이 이뤄지고 있었다.
유비가 이용하는 수레가 호위 군사들에 둘러싸여 동궁을 떠나 강변으로 향하였다.

아런 움직임은 줄곧 유비의 동태를 살피던 민복(民服)을 한 감시병에 의해

즉각 여몽에게 보고되었다.

언질을 받고 주연에서

잠시 물러나온  여몽에게 감시병이 보고한다.

 

"장군,

유비의 동궁에서 출발한 마차가 강변으로 가고 있습니다."

 

"뭐 ? .. 전해라,

가화에게 오백 군사를 끌고가 철저히 감시하라고 해라 !"
여몽은 이렇게 명한 뒤에 주연 자리에서 장소를 은밀히 불러내었다.

"여몽,

무슨 일인데 이리 허둥대나 ?"

 

"대인,

유비가 성을 빠져나갔습니다.
배를 타고 건강을 떠나려는 모양입니다."

"어엇 ?...

그게 사실인가 ?"

 

"물론입니다."

 

"그럼,

공근한테 보고할 것이지, 뭐하는건가 ?"

 

"대도독께서 지금 시상에 계셔서 모레나 오십니다.

대인, 속히 주공께 보고하십시오."

 

"어허 !

그게 사실이라면 주공께 보고드려야겠지,

허나, 자네도 보지않았나 ?

주공께선 지금 대취하여 인사불성인데 어찌 보고하란 말인가 ? 

그냥 자네가 알아서 처리하게."

 

"이 문제는 주공께서 직접 나서야 할 사안입니다."

 

"그래 ? 그럼,

주공께서 술이 깨실 때까지 기다려야 할 것이야."

 

장소는 이렇게 말한 뒤에

그대로 자리를 떠나 버리는 것이었다.

"어엇 ?"

 

이 순간,

여몽은 그만, 황당한 심정이 되고 말았다.
                 
228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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