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마등과 황규의 모의(謨議)

오토산 2021. 11. 1. 22:08

삼국지(三國志) (240)
마등과 황규의 모의(謨議)

조조의 명이 전달되자,

관중에서 대기중인 마등이 군사들을 이끌고 허창으로 출발하였다.
허창을 삼십 리 앞둔 노정에서 앞서 달려갔던 정찰병이 돌아와,

 

"대장군 !
조승상이 주공을 받아 들인다고 하여,

영접사절로 조비 공자가 지금 오고 있습니다."하고,

보고한다.

 

그러자 아버지 마등을 수행하며 따라 온
둘째 아들 마대가 크게 웃어 젖히며 말한다.

 

"하하하핫 !...

걸려들었군요 !"
그러나 마등은 아들을 향해 정색을 하며 말한다.

 

"말에서 내려,

공자를 맞이해라 !"

그러면서 불쑥 말에서 내리더니,

조조의 둘째 아들 조비가 다가오는 것이 보이자,

땅 바닥에 한 쪽 무릅을 꿇으며 읍해 보인다.

 

마대도 금방 눈치를 채고,

두 부자가 무릅을 꿇은 채로 조비를 맞았다.
이윽고 말을 달려온 조비가 이들 앞으로 다가와 예를 표하며 말한다.

"조비가 승상의 명을 받고,
마 장군을 모시러 왔습니다."

"승상과 공자께 감사드립니다."

마등은 머리를 조아리며 말하였다.
그러자 조비가 손수 마등을 잡아 일으킨다.

"어서 일어나십시오.
아버지께서 주둔하실 곳을 마련해 두셨으니,

제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예, 가시죠."
이렇게 마등은 조비의 안내를 받아

허창성 앞에 자신의 오천 병사들을 주둔시켰다.
저녁이 되면서 마등은 허창성 안의 승상부에서

벌어진 환영연에 초대되었다.
조조가 입을 열어 말한다.

 

"장군, 고생 많으셨소.

자, 같이 한 잔 듭시다."

"받아주시어 고맙습니다."

"아,잉!~

그렇게 예의 차릴 것 없소이다.

예전에 우린 함께 힘을 모아 동탁을 토벌하지 않았소 ?
따지고 보면, 우린 오랜 친구라고 할 수 있지. 애들아 !"

조조는 마등을 안심시키는 말을 간드러지게 하면서

세 아들을 불렀다."

 

"예 !"
세 아들 모두가 아버지 조조를 향해 눈길을 보냈다.

 

"백부님께 술을 올려라."

"마 백부의 건강을 기원하며

술을 올리겠습니다 !"
조조의 세 아들이 각각 술잔을 들어 보이며 말하였다.

"세 분 공자께 감사드립니다 !"

술 한잔을 들이킨 마등이

조조를 향해 치사의 입을 열었다.

"승상 !

공자들이 하나같이 다들 출중하시군요.
공자들을 보니, 제 불효자식이 생각나,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습니다.
예전부터 따르던 부하들이 도와주지 않았으면,

지금 이 자리에서 승상을 이렇게 뵙지도 못했을 겁니다."

"너무 낙심하지 마시오.

한번 패했다고 해서,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이 아니니,

힘을 내시오. 장군도 알겠지만, 나 역시 적벽에서 대패하지 않았소 ? "

"승상 !

마음같아서는 지금 당장 서량으로 진격하여

불효막심한 자식놈과 한수를 베어 버리고 서량을 조정에 바쳐,

이 원통함을 풀고 싶습니다.

 

허나,

지금 저 한테는 고작 패잔병 오천밖에 남지 않았으니,

어찌할 수 있겠습니까 !
어 흐흐흐흑 !..."

마등은 이렇게 말하면서

안타까운 듯이 눈물을 쏟아낸다.

"아무 걱정 마시오.

며칠 쉰 뒤에 청주군 삼만을 내 줄 테니,

그들을 이끌고 서량을 치시오. "

"예 !..."

마등은 조조의 이같은 말을 듣자,

자리에서 일어나 조조의 앞으로 나와서 지극히 공손한 예를 표한다.

"감사하옵니다 !

이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 !"

"하하하하 ! 어서 일어나시오.
우리 사이에 이 깟 일로 인사는 필요하지 않소 !"

 

"승상 !

서량을 친 후에 허창으로 돌아와서,

승상께서 천하통일을 하시는데, 신명을 바쳐 돕겠습니다."

"허허허허 ! .. 황규 ?"
조조는 문하시랑 황규(門下侍郞 黃奎)를 불렀다.

 

"예 !"

"마 장군 주둔지에 보낼 군량은 어찌되었는가 ? "

 

"아룁니다.

모든 준비를 마쳤습니다."

"내일, 술 백 단지를 마장군 주둔지에 보내게,

서량 사람들은 술을 즐긴다더군... 애, 창아 !"
조조는 넷째 아들 조창을 불렀다.

 

"네, 아버지."

"내일 마장군 주둔지에 가서,

나 대신 서량 병사들과 술 몇 잔을 하고 오너라."

 

"알겠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
마등의 인삿말이 이어졌다.

다음 날,

조창은 아버지의 명을 받고 황규와 함께

마등의 주둔지로 술 백단지를 싣고 갔다.
마등의 둘째 아들 마대가 영접을 나와 인사를 한다.

 

"어서 오십시오.

이런 호의를 베출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마 백부는 ?"
조창은 마등이 보이지 않자, 이렇게 물었다.

"용서하십시오.

아버님께서는 어제 과음을 하시어 아직 일어나지 않으셨습니다."

"하하하...
그럴 만도 하지,

어제 약주를 많이 드셨으니..

나는 진영을 둘러 보며 병사들과 인사를 할 테니,

수례에서 술을 내리도록 하게.
그리고 황 시랑 ?"

"예 !"

"다 둘러 본 뒤에 나 먼저 갈테니까, 마 백부
께서 깨시면 내가 다녀갔다고 전하시오."

"알겠습니다."

"이쪽으로 가시죠."

 

조창은 마대의 안내에 따라,

황규와 떨어져 진영을 둘러보기 위해 출발하였다.

조창이 마등의 진지를 돌아 보다 장군부에 들어

술 몇 잔을 마신 뒤에 성으로 돌아가자,

황규는 마등이 대접하는 술 자리에서 마등에게,

"장군은 우리가

진심으로 제거해야 할 사람이 누구라고 생각하시오 ?"하고,

묻는다.

마등은 황규를 경계하는 마음에서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황규는 마등의 비겁함을 비웃으며 이렇게 말한다.

"나의 부친 황완(黃琬)은 그 옛날 이각, 곽사의 난이 일었을 때,

금문을 지키다 죽은 충신이었소.

이렇듯 충신의 아들인 내가,
오늘날 간적(奸賊)에 권문(權門)에 굴복하여

그의 녹을 먹고 산다는 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오.

 

그러나 장군으로 말하면

서량에 굳건한 지반과 많은 군사들을 거느리고 있으면서

어쩌자고 간웅의 수족이 되려느냐 말이오 ?"
마등은 그래도 황규를 믿을 수가 없어서 이렇게 물었다.

 

"공은 간적이란 말을 함부로 쓰는데,
그건 도대체 누구를 말하는 것이오 ?"

"그야 물론 조조를 두고 하는 말이지요."

"너무 큰소리로 떠들지 마시오.

조 승상으로 말하면 공의 주인이 아니오 ?"

"나는 한실의 명장의 아들이오.
장군은 충신 복파장군 마원의 후예가 아니오 ?

이런 우리 두 사람이 한실을 좌지우지하며 손에 넣어 주물러대고 있는

역적 조조에게 힘을 더하려고 하고 있다는 것은

실로 선친들께 부끄러운 일이 아니겠소 ?"

"공은 진심으로 그런 소리를 하고 있는 것이오 ?"

 

"뭐요 ?

그러면 장군은 아직도 나를 의심하고 계시오 ?

그렇다면 내가 증거를 보여 드리리다."

황규는 즉석에서 손가락을 깨물어 종이에

<忠>자를 크게 써보이는 것이 아닌가 ?
마등은 그제서야 안심하며 말한다.

 

"내가 비로서 한실의 충신을 만났구려,
사실 나도 역적 조조를 없애려는 마음에서 이번 일을 계획했소."

황규가 그 말을 듣고,

안심 반 걱정 반 어조로 묻는다.

 

"그렇다면 장군,

정말 서량에서 난이 일어난 겁니까 ?"

"허, 그럴 리 있겠소 ?
우리의 계획대로 지금쯤 내 아들 마초가

정예병을 이끌고 민수에 도착해서 대기하고 있을거요.
내가 병사들을 움직이면, 따라서 병사들을 허창으로 진격해 올 것이오."

"장군께서 몸소 사지(死地)로 들어오시다니, 정말 용감하십니다.

그저 존경할 따름입니다."

"허 !..."

 

마등은 황규를 향해 손을 저어 보였다.
그러자 황규는 걱정조로,

"허나,

오천 명밖에 되지않는 병사들로 어찌,

조조를 상대하려고 하십니까 ?"하고, 물었다.

그러자 마등은 웃어보이며,

"에잇, 하하하...
그건 몰라서 하는 말이오.

노병들이긴 하지만 전투 경험이 많아,

노련하기 때문에 한 사람이 열을 상대할 수 있소.

 

조조의 병력이 많다고는 하지만,

대부분 성 밖에 주둔하고 있고, 성에는 수비병 몇 천명 밖엔 없소.
누가 안에서 성문을 열어 주기만 하면,

야밤에 승상부를 기습 공격해서 조조를 죽이고,

궁으로 진격하여 천자를 모실 생각이오

그러면 모든게 우리 뜻대로 될 것이오."

"오호, 그렇군요 !
장군, 마침 제 처남 묘택이 허창의 성문을 지키고 있습니다.

거사 날짜를 알려주시면, 저희가 그 날, 횃불로 신호를 해 주시면

아무도 모르게 허창 남문을 열어드리겠습니다."

"정말 그리 해 주실거요 ?
세상에 하늘이 나를 살리는구려 !"

"하하하하 !...."

두 사람은 결속의 의미로 서로가 상대방에게

손을 맞잡아 올려 보이며 함께 기쁨의 웃음을 웃어 보였다.

241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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