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랑시인 김삿갓 02-(94)
*"날계란 또 가져 올까요 ?"
주인 아낙네는 김삿갓의 질문에 대답할 생각은 안 하고,
"당신은 글을 잘 알고 계시갔디요 ?"하고 엉뚱한 말을 물었다.
"글이라면 알고 있지.
그 사건을 해결하려면 글을 꼭 알아야만 하는가 ?"
여인은 그 대답을 듣자 크게 기뻐하면서,
"그럼 됐시요. 방문(榜文)을 읽어 보아,
사건의 내용을 자세하게 알아 보려면 무엇보다도 글을 알아야 할 게 아니갔시오 ?"
김삿갓은 그 말을 듣고 기가막혔다.
"아니 그럼 자네는 사건의 내용도 모르면서,
현상금을 타먹자고 하는 것인가 ?"
"사건의 내용은 몰라도 현상금은 탐이 나거든요.
글은 당신이 잘 아신다니까 문제는 당신이 풀고,
상금은 둘이 나눠 먹으면 되지 않갔시오 ?"
"그게 무슨 소리야 ? 문제를 내가 풀면,
의당 상금도 나 혼자 먹어야 하는 것이 아니겠나 ?"
김삿갓은 여인의 반응을 알아 보고 싶어, 일부러 말을 비틀어 던졌다.
그러자 여인은 펄쩍 뛰며 놀란다.
"그건 말도 안되요 ! "
"말이 안 되다니 ?
문제를 내가 풀었으면 상금도 나 혼자 타먹어야 옳은 일이 아닌가,
자네까지 끼어 들어 나눠 먹자는 것은 가당치도 않은 일이지 않나 ? "
"아이참, 기가막혀서 ...
당신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시나봐 ! "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다니 ?
그건 또 무슨 소리야 ?"
"생각해 보시라우요.
당신한테 돈벌이가 있다고 알려 준 사람은 바로 내가 아니갔시오 ?
내가 당신에게 이런 이야기를 알려 주지 않았다면,
당신은 상금을 탈 일도 없을 게 아니갔시오 !
그러니까 상금을 타게 되면,
아무 소리 말고 그 돈을 절반씩 나눠 먹어야 하는 것이야요."
"허허허 ...
그런 돈벌이가 있다고 말을 해 준 사람이 자네니까,
구문(口文)을 절반씩이나 내 놓으라는 말인가 ?
그래도 구문을 절반이나 달라는 것은 너무 심한데...
아무려나 내가 한번 풀어 보기로 할 테니
그럼, 사건이 어떤 내용인지 자세히 말이나 해보게."
김삿갓은 얼토당토 않은 제안을 받고 기가막혀 하면서도
사건의 내막이 워낙 궁금하였다.
그러자 대답하는 아낙네의 말은 한마디로 어처구니가 없었다.
"나는 그 사건에 일백 냥이라는 상금이 걸려 있다는 말만 들었디,
사건의 내용은 어떠 것인지는 잘 알지 못하디요.
그러니까 당신은 지금부터 나와 함께 읍내에 들어가,
그 방문을 읽어 보기로 해요."
"뭐야 ?
현상금이 걸린 방문을 읽으러 자네와 함께 읍내에 들어가자고 ?
이런 제길, 그렇다면 나는 상금을 못 타면 못 탓지,
자네와 함께 읍내에 들어 갈 생각은 조금도 없네."
김삿갓은 하도 어처구니가 없어 , 일언지하에 거절해 버렸다.
그러나 김삿갓이 거절한다고 고분고분 물러설 여인이 아니었다.
"일백 냥이나 되는 큰돈을 포기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되요.
당신이 안 간다면 내가 멱살이라도 끌고 갈 테니,
그리아시라요.그리고 우리 사이에 당신이 내 말을 거역할 처지는 아니쟎아요 ?"
김삿갓은 객줏집 아낙네가 <우리 사이>라는 말을 하며
노골적으로 내세우며 고집을 부리는 데는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날계란을 또 가져 올까요 ?"
지난 밤 재미를 본 것이 날계란 탓 이라고 믿는 객줏집 여인은
조반을 다 먹은 김삿갓을 씽긋 쳐다 보며 말한다.
"뭐야 ! " ...
김삿갓은 기가막혀 놀라기만 할 뿐,
다음 말이 나오지 않았다.
"날래 날래 나오라우 ! "
여인의 기막힌 소리를 들은 김삿갓은 괴나리봇짐을 걸머지고
먼저 밖으로 나와 , 기가막힌 평안도 말로 여인을 재촉했다.
...
객줏집에서 순천(順天) 읍내까지는 십 리가 넘었다.
김삿갓은 객줏집 아낙네와 함께 읍내로 걸어 가면서도,
내심으로는 고소(苦笑)를 금할 길이 없었다.
(세상에 공짜란 없는가 보구나,
어쩌자고 이런 계집을 건드려 가지고,
꼼짝없이 읍내까지 볼모로 끌려가게 되었단 말인가 ? )
어쩌면 계집은 이런 일에 이용해 먹으려고 김삿갓의 행태를 면밀하게 살펴,
계획적으로 유혹을 한 것 아닌가 싶었다.
물론 김삿갓이 지금이라도 도망을 가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깊은 숲속으로 줄행랑을 쳐버리면,
제아무리 극성스러운 계집이기로 끝까지 따라 오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김삿갓은 굳이 도망칠 생각은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 사또가 상금을 내걸은 미제(未濟) 살인 사건을
자기 자신이 한번 멋지게 해결해 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계속 95회로~~~
<sns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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