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국지

열국지(熱國誌)《 《여불위의 사람장사 시작 》

오토산 2020. 4. 7. 10:29

[楚漢誌](熱國誌)02

 《본격적으로 나선 사람장사》

 

그로부터 이틀 후,

 여불위는 진나라의 왕손인 자초(子楚)를 만나 보기 위한 구실로,

태산명옥(太山名玉) 한 쌍을 선물로 들고, 대장군 공손건의 집을 찾아갔다.

공손건은 여불위를 반갑게 맞으면서 말했다.

 

"그동안 어디를 갔었기에 얼굴을 보기가 그렇게도 어려웠나 ?"

 

"장사차 이 나라 저 나라를 돌아다니다 보니,

장군님께 자주 문안을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그러면서 태산명옥을 두 손으로 받들어 올리며 말했다.

 

"이것은 초나라에서 어렵게 구해 온 명옥이온데,

빛깔과 광채가 영롱한 구슬이옵니다.

 장군전에 선물로 가져왔으니 취하여 주시옵소서."

 공손건은 명옥을 이리 저리 살펴보더니, 만족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이 사람아!

자네와 나 사이에 뭐 이런 것을 ...."

 그리고 이내 하인을 불러 술상을 차려 내오게 했다.

여불위는 술이 몇순배 돌아가자 공손건에게 짐짓, 거짓말을 꾸며서 물어 보았다.

 

"조금 전에 장군댁으로 들어오다가 문간에서 낯선 청년 하나를 만났사온데,

그 청년은 누구이옵니까?"

 공손건은 일순, 어리둥절하다가 금세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아, 자초를 만났던 모양이구먼."

 

"자초요 .... ? 

 자초가 누구이옵니까 ?"

 

"그 청년은 진나라 왕손인데,

우리나라에 볼모로 잡혀와서, 지금은 내 집에 유숙하고 있다네."

 

"진나라 왕손이라면, 저도 한 번 만나 볼 수 없겠습니까 ?"

 

"그건 어렵지 않은 일일세.

지금 곧 이리로 불러올테니, 만나 보도록 하게."

 

공손건이 하인에게 일러 자초를 불렀는데, 방안으로 들어오는 20세 가량의 자초는

 체격은 왜소해 보였으나 얼굴이 맑고 눈동자가 또렷한,

제법 똑똑하게 생긴 청년이었다.


자초는 볼모로 잡혀온 처지인지라 행색이 초췌할 것 같았지만

그런 모습은 찾아 볼 수가 없었다.

순간, 자초의 행색과 얼굴을 살펴 본 여불위는,

(이만한 청년이라면 '사람 장사'를 한번 시작해도 되겠구나!)하는 직감이 들었다.

그리하여 자초에게 술잔을 공손히 내밀었다.

 

"전하께 술을 한 잔 올리겠습니다."

 잠깐, 아주잠깐, 여불위의 전하의 호칭에,

몸을 꿈틀하고 반응한 자초는 금세 평온한 얼굴로,

 

"고맙소 !"

 하고 술잔을 받아, 스스럼없이 술을 마셨다.


공손건은 그 광경을 보고,

 "이 사람아!

천하의 거상(巨商)인 자네가, 볼모로 잡혀와 있는 청년에게

그토록 머리를 숙일건 없지 않은가 ? "

 

"아니옵니다.

아무리 연배가 어리셔도 대국 왕손에 대한 예의만은

분명하게 지켜야 할 것이옵니다."


여불위가 이렇게 말을 하자 자초는 제법 근엄한 낯빛으로

여불위를 다시 한번 쳐다보았다.


 적국에 볼모로 잡혀와 운신(運身)이 자유롭지 못한 처지의 자초로서는

 여불위의 깍듯한 공대(恭待)를 고마워할 것이기에,

여불위는 그런 사정을 십분 이용하여 자초를 깍듯이 받들어 모셨다.


얼마 후 공손건이 잠시 자리를 뜨자, 여불위는 얼른 자초에게

자기집 약도를 그린 종이를 건네주면서 이렇게 말했다.

 

"전하께 긴히 여쭙고 싶은 말씀이 있사오니,

조만간 저의 집으로 한번 놀러와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 ...... "

 자초는 아무런 대답도 없이 여불위가 건네 준 종이를 들여다 보며,

고개만 묵묵히 끄덕였다.

여불위의 집은 조나라의 국도(國都)인 한단에서도 번화가에 있는 호화주택이었다.

 

여불위는 집으로 돌아온 그날부터,

진(秦)나라 왕실(王室)내막을 소상하게 알아보았다.

진나라의 현왕(現王)인 소양왕(昭襄王)은 병중에 있어서,

오래지 않아 죽게 될 형편이었다.


그가 죽게 되면 태자(太子)인 안국군(安國君)이 왕위를 물려받게 될텐데,

태자에게는 여러 여자의 몸에서 태어난 아들이 무려, 스물세 명이나 있었고,

자초는 그중의 한 명이었다.


그러나 정작 태자비(太子妃)인 화양 부인(華陽婦人)의 몸에서 태어난

적통(嫡統)아들은 하나도 없었으므로, 후일 안국군 이후, 스물세명의

서자(庶子)중에서 누가 왕통(王統)을 계승하게 될지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옳지, 되었다 !

그렇다면 이제부터 자초를 손아귀에 넣어 가지고, 그를 적사자(嫡嗣子)로 만들어

왕위를 물려받게 하면, 나는 대번에 진나라의 중신이 될 수 있을게 아닌가?)

진왕실의 유동적인 상태가 여불위에게는 크게 고무적(鼓舞的)이었다.


활약여하에 따라서는 자초를 왕통계승자로

만들 수 있는 소지가 충분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자초를 그렇게 만드는 데는 몇 가지 불리한 조건도 있었다.

 

첫째는, 자초의 생모는 자초를 낳은뒤 태자에게 미움을 사서

대궐 밖으로 쫒겨 나갔다는 사실이었고,

 

둘째는, 자초자신이 이곳, 조나라에 볼모로 잡혀와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러나 그런 정도로 실망할 여불위는 아니었다.

(객줏집에서 만났던 70객 노인은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 ?

그러니 목표를 가지고 노력하는 여하에 따라서,

세상에 전혀 불가능한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 아니겠는가 ?)


여불위는 마음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자초가 자기집에 찾아와 주기만 학수고대 하고 있었다.

자초가 여불위의 집으로 찾아온 것은, 그로부터 10여일이 지난 후였다.

여불위는 정갈스러운 술상을 차려 놓고,

자초와 단둘이 마주 앉아 융숭히 대접하며 물었다.

 

"전하는 지금은 비록 이 나라에 볼모로 잡혀와 계시기는 하오나,

언젠가는 고국에 돌아가셔서 왕통을 이어받으셔야 할 것이 아니옵니까 ?"

 자초가 서글픈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언제 고국에 돌아갈 수가 있게 될지는 아득한 일이오.

게다가 나에게는 형제가 스물두명이나 있어서,

왕위 계승권이 나에게 돌아오게 될 지도 알 수가 없는 일이오."


"전하는 무슨 그런 딱한 말씀을 하시옵니까.

형제가 비록 스물두 명이나 더 있다고 하지만,

태자비인 화양부인의 친아들은 한 명도 없지 않사옵니까 ?

그러니 노력여하에 따라서는,

전하께서도 얼마든지 왕위 계승자가 될 수가 있는 것이옵니다.

 전하께서 만약 그런 뜻이 계시다면,

 제가 사력(死力)을 다해 전하를 도와 드리도록 하겠사옵니다."

자초도 평소부터 생각해 오는 바가 있었던지,

여불위의 부추기는 말을 듣더니 눈물을 흘리며 말한다.

 

"왕자로 태어난 몸이니, 어찌 왕위에 무관심할 수가 있겠소.

그러나 나는 이곳 조나라에 볼모로 잡혀와 있는 몸이니,

언제 고국에 돌아가게 될지, 그것부터가 문제요.

그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찟어지게 괴롭다오."

여불위는 자초가 대망(大望)을 품고 있음을 알게 되자 크게 기뻐하며 말했다.

 

"전하께서 고국에 돌아가시는 것은 수단 여하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옵고,

무엇보다도 시급한 일은 전하께서 화양부인에게 적사자로 인정 받으시는 것이옵니다.

 그렇게 되면, 왕위 계승권은 자동으로 전하께 돌아오게 될 것 이옵니다."


"나도 그것을 모르는 바가 아니오.

그러나 여기에 있어 가지고는 어떠한 노력도 불가능한 일이오."

 

"자고로 <중이 제머리 못 깎는다>는 말이 있사옵니다.

더구나 이런 일에는 깊은 계략과 많은 자금이 필요하므로,

아무나 나설 수가 없는 일이옵니다. 그러나 전하께서 용납해 주신다면,

 제가 모든 지략(智略)과 전재산을 기울여, 전하께서 왕위를 이어 받으실 수 있도록

  힘써 보겠습니다."


"그러자면 대인(大人)이

 진나라에 직접 다녀 와야 할 게 아니오 ?"

 

"물론이지요.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직접 뛰어들어야 합니다."

 

자초는 그 말을 믿을 수가 없었던지,

 "도데체 대인은 무엇때문에 나를 위해 그토록 애를 쓰겠다는 것이오?"

 하고 묻는다.

여불위는 크게 웃으며 대답했다.

 

"전하께서 잘 되셔야만 저도 잘 될 것이 아니옵니까.

전하를 위하는 일이, 곧 저 자신을 위하는 일이옵니다.

 전하께서 왕위에 오르게 되시면

설마 저의 은공을 모르신다고 하시지는 않으시겠지요 ?"

 

자초는 그제서야 납득이 가는 듯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말했다.

"만약 나를 왕위에 오르게 해 준다면,

대인을 재상(宰相)에 봉할 뿐만 아니라,

대대 손손이 부귀와 영화를 누리도록 해 드리겠소이다."

 

"고맙습니다.

그 말씀, 꼭 잊지 마시옵기를 바라옵니다."

그리고 여불위는 현금 1천냥을 자초에게 선뜻 내어 주면서 이런 부탁을 하였다.

 

"그러면 저는 일간 진나라로 가서 전하의 귀국후의 일에 대해서,

모종의 지략을 펼치고 돌아올 터인즉, 전하께서는 이 돈을 가지고 제가 없는 사이에,

 이 나라의 귀인들과 친교를 깊이 맺어 두도록 하시옵소서.

앞으로 큰일을 도모하시려면, 전하께는 조나라는 적국이 되지만,

이 나라의 귀인들과의 친분을 두텁게 해 둘 필요는 분명히 있사옵니다."


"알겠소이다.

거듭 말하거니와 이 일이 성공하면, 대인의 은공은 죽도록 잊지 않겠소."

...

두 사람의 굳은 언약이 성립되자,

여불위는 진나라로 떠나기 위해 그날부터 진귀한 보물을 추리고 모으고 사들였다.

큰 일을 성사시키려면 많은 돈과 귀물을 아낌없이 써야 하기 때문이었다.

....

다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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