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국지

열국지를 시작하며

오토산 2020. 4. 7. 10:27

[楚漢誌](熱國誌)01

 ○성공을 하려면 사람 장사를 해라.


기원전 2세기 중반 , 중국 대륙은 진(秦), 제(齊), 초(楚), 연(燕), 한(韓), 조(趙),

위(魏),등 7개의 왕국이 천하통일을 놓고 벌이는 각축전의 소용돌이 속에 있었다.

 

초한지(楚漢誌)는 중국 역사상 최초로 천하 통일을 이룩한 진시 황제 때의 폭정을

견디다 못한 백성들의 원망을 등에 업은 시대의 영웅,

유방과 항우가 겨루는 세력 다툼의 여러 면모를 기록한 것이다.


우리가 인생을 통하여 이 책을 수 차례 읽어 보아야 하는 것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사람 사는 것이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초한지를 정독(精讀) 함으로써, 오늘이 있게 된 중국의 역사와 문화를 알고 ,

그 당시 시대상과 생활상을 요즘과 비교해 , 복잡 다단한 현대의 생활을 살아가는

지혜로 활용할 수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옮겨 쓰는 글의 바탕은 정비석 선생님의 <초한지>이며 ,

글의 대부분의 골격은 그대로 가져 가지만, 때때로 나의 다양한 첨부가 있을 예정이다.

 

초(楚),한 (漢) 시대의 치열한 전쟁사를 이해 하려면, 앞선 진시황(秦始皇) 시대의

저변을 알아야 하기 때문에 본래의 제목은 초한지이지만,

내용은 열국지의 치열한 전쟁과 투쟁사를 다루게 됩니다.

 

이 글은 보기에 따라서는 복잡하고 고루한 옛날 이야기로 치부할 수도 있겠으나,

나는 초한지를 한 번도 읽지 않은 사람이라면 회차를 거듭해 나갈 수록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는 물론, 다양한 삶의 진면목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

 

춘추 전국 시대(春秋戰國時大), 중국 대륙에는 70여개의 나라가 있었다.

그러나 국가의 체모를 제대로 갖춘 나라는 진(秦), 제(齊), 초(楚), 연(燕), 한(韓),

조(趙), 위(魏)등 일곱 나라에 불과하였기에 후세 사람들은

  이들을 전국 칠웅(戰國七雄)이라고 부른다.

이야기는 전국 칠웅시절 때인 조(趙)나라에서 시작한다.

* 성공(成功)을 하려면 사람 장사를 해라.

 

온 산이 꽃으로 물들기 시작하는 어느 봄날 밤.

조(趙)나라의 산중에 있는 어떤 객줏집에서는 세 명의 투숙객(投宿客)이

 한가한 등불 아래 둘러 앉아 식후의 한담을 나누고 있었다.

 

한 사람은, 나이가 30밖에 안 되었지만 체격이 우람한

대부호(大富豪) 여불위(呂不韋)라는 거상(巨商)이었고,

나머지 두 사람은 70객 노인과 20을 갓 넘어 보이는 청년 보부상(褓負商)이었다.

생면 부지의 세 사람이 오다가다 날이 저물어 객주집에서

우연히 하룻밤을 같이 지내게 된 것이었다.

 

70객 노인은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내 아랫목에 누워 잠을 청하고 있었다.

거상 여불위가 나이 어린 보부상에게 물었다.


"보아 하니, 자네는 보따리 장사를 하는 모양인데,

그렇게 해서 언제 돈을 모아 부자가 되겠는가 ?"

젊은 보부상은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보따리 장사를 해서야 어떻게 부자가 되겠습니까.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입에 풀칠이나 하려고 이런 꼴을 하고 다니는 것이죠."


"이 사람아 !

단순히 먹고 살기 위해서라면 농사를 지어 먹을 일이지,

무슨 고생을 못 해서 지지리 못나게 보따리 장사를 하고 있단 말인가 ....?

그러나 부득이 보따리 장사를 집어치우지 못 할 상황이라면

 하루속히 밑천을 모아 가지고 더 큰 장사를 하여야 하네."

 

"돈을 모으게 되면 어떤 장사를 해야만 ,

 대인(大人) 처럼 부자가 될 수가 있겠습니까? "

여불위는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청년 보부상에게 타이르듯이 말했다.


"여러 나라로 돌아다니며,

특산품(特産品)을 사다가 그 물건이 귀한 곳에다 비싼 값에 팔도록하게.

가령, 조 나라에서는 모직물(毛織物)과 말(馬)이 특산품이고,

제 나라는 소금(鹽), 초 나라는 금(金)과 귤(橘), 연 나라는 대추(大棗),밤 (栗),

한 나라는 강궁(强弓)과 옥(玉), 위 나라는 피혁(皮革),

진 나라는 단청(丹靑)과 명검(名劍)이 특산품일세.

이와같은 특산품을 돈이 되는 대로 많이 사가지고, 그것이귀한 나라에 가지고 가서 ,

비싼 값에 되 팔게 되면 대번에 수십 갑절의 이문을 볼 수가 있다네."

 

장삿속으로 전국 칠웅을 내 집 드나들듯이 누비고 다니는 여불위의 눈으로 보면

보따리 장수 따위는 너무도 불쌍하게 보여 , 내친 김에 자신의 상술(商術)을

토설(吐說)한 것이었다.


그러나 등짐 장수는 워낙 소심한 청년이었다.​

"말씀은 고맙습니다만,

그렇게 이 나라 저 나라 국경을 맘대로 드나들기가 쉽겠습니까 ?"

여불위는 소리 내어 웃으며 말했다.


"이거,젊은 사람이 이렇게도 아둔해서야 ... 쯔쯧,

이 사람아 ! 장삿꾼에겐 돈이 장땡인데, 국경이 대순가 말일쎄 !

 젊은 사람이 모름지기 큰 뜻을 가지고 크게 놀아야 할 게 아닌가 ! "

 

그러자 아까부터 자는 줄만 알았던 70객 노인이,

자리에 누운 채 시근퉁한 코웃음을 치며 중얼거렸다.


"흥 ! 젊은 친구가, 하나만 알고 둘을 모르는 주제에 제법 큰소리를 치는군 ! "

여불위는 생면 부지의 늙은이로 부터 조롱을 당하는 바람에,

일순간 화가 불끈 치밀어 올랐다.


그러나 다음 순간, 생각되는 바가 있어서,

"노인장 !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른다는 말씀은 무슨 뜻이옵니까 ?"하고

목소리를 부드럽게 하며 노인에게 물었다.

 

그러자 노인은 꿈틀거리며 일어나 앉으며 말했다.

"이 사람아 ! 하나만 알고 둘을 모른다는 말뜻을 정녕 모른단 말인가 ?"

하며 핀잔하는 어조로 퉁명스럽게 쏘아붙이는 것이었다.


여불위는 또 한번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러나 노인의 말에는 자기가 모르는 깊은 뜻이 숨어 있는 것 같아서,

이번에는 미소까지 지으며 점잖은 말투로 이렇게 물어 보았다.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른다는 말씀 자체의 뜻이야 모를 리가 있겠습니까 ? 

 하오나 제가 알지 못하는 <둘>이란 무엇을 말씀하시는 것인지

그 점을 알고 싶습니다."


노인은 그제서야 여불위의 얼굴을 잠 깬 얼굴을 흔들고 뚫어지게 바라보더니,

"허어 ....

이제사 자세히 살펴 보니 공자(公子)의 관상이 보통이 아닌걸 ....? 

 잘하면 후일 ,왕후 장상(王侯將相)이 부럽지 않게 되겠는걸 ? "

하고 부러운듯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여불위는 노인의 <왕후 장상>이라는 말에 별안간 가슴이 방망이질을 했다.

허우대가 장대하고 기상이 출중하게 생긴 덕택에 오늘날까지 <위장부(偉丈夫)>라는

말은 흔히 들어 보았지만, 자신을 두고 ,<왕후 장상>이라는 말은

 처음 들어 보는 말이었기 때문이었다.


순간, 여불위는 노인에게 선뜻 다가가, 

 두 손을 덥석 움켜 잡으며 이제까지와 다른 소리로 애원하듯 물었다.


"노인 어른 !

제가 장차 어찌 되겠는지, 그 점을 좀 자세히 말씀해 주십시오."

 

그러자 노인은 코웃음을 치면서 말했다.

"자네가 장차 어떤 인물이 될지, 내가 어떻게 알겠나 ? ...

그러나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열리는 법이니, 꿈을 크게 품도록 하게.

다만 , 내가 자네에게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자네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른다는 것이네."

 

"그 <둘>이라는 것이 무엇을 말씀하시는 것인지,

그것을 알고 싶사옵니다."


"음 , 그것만은 말해 주지 ....

자네는 , 돈을 모으는 데는 특산품 장사가 제일이라고 했겠다 ? "


"네. 제 경험으로 미루어 보아 그것은 사실입니다.

저는 일찍이 곤륜산(崑崙山)에서 명옥(名玉) 한 개를 50냥에 사다가,

제 나라 왕후(王后)에게 5백 냥에 팔아 넘긴 일도 있습니다.

그러니 장사치고는 이보다 더 좋은 장사가 어디 있겠습니까 ?"


그러나 노인은 여불위의 말에 도리질을 하면서,

"못난 소리만 하고 있군 !

그러니 자네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른다고 하는 것이네."


"엣 .... ? 

 그러면 더 좋은 장사가 있단 말씀입니까 ? "


"있다 뿐인가 ? "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네."

" 크게 성공(成功)을 하려면 사람에게 투자하게 사람장사를 하란 말일쎄."

 

 

계속


<sns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