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국지

열국지(熱國誌)《항우의 처 우미인 》

오토산 2020. 4. 25. 10:26

열국지(熱國誌)39

 항우의 처(妻), 우미인 (虞美人)

 

 항우는 도산에 있는 산적 막사(山賊幕舍)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다음날 환초와 우영을 항량에게

 소개하기 위해 두 장수와 함께 회계성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그렇게 얼마쯤 말을 달려 가고 있노라니까,

저 멀리 촌중에서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가 나더니 청년 하나가

급히 달려와 항우에게,

 

"장군님 ! 사람 좀 살려 주세요 ! "

 하고 숨가뿐 소리로 애걸을 하는 것이었다.

 항우는 말을 멈추며 물었다.

 

"사람을 살리라니 ?

 무슨 일이 일어났기에 사람을 살리라는 말이냐 ! "

 

"우 대인(虞 大人)의 따님이 말을 타고 가다가 늪(沼)에 빠져서 죽게 되었습니다."

 

"예끼 이놈 !

 사람이 늪에 빠졌으면 네가 직접 뛰어 들어가 구해 내 오면 될 게 아니냐 .

젊은 놈이 힘을 두었다 무엇에 쓰려는 것이냐 ?"

 

"그게 아닙니다.

그 늪은 수렁이기 때문에, 힘이 여간 센 사람이 아니면 한번 들어갔다가는

빠져 나올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장군님께 부탁을 드리는 것입니다."

 

"아,

그래 ? 그렇다면 어디 같이 가 보자."

 항우가 환초,우영과 함께 현장으로 달려가 보니,

말이 늪에 빠져서 허위적 거리고 있었는데, 처녀 하나가 말 잔등 위에서

 갈기를 움켜잡고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어느모로 보나 위기 일발의 순간이었다.

늪가에는 사람이 십여 명이나 모여 있었지만

  어느 누구도 감히 뛰어 들 생각을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것이었다.

  항우는 그 광경을 보고, 사람들을 향하여 벼락 같은 고함을 질렀다.

 

"사람이 죽어 가는데, 너희놈들은 어째서 구경만 하고 있는 것이냐 ! "

 그러자 노인하나가 항우에게 다가오며 말한다.

 

"이 늪은 <마(魔)의 늪>이란 곳으로, 사람이 한번 빠지면 살아서 나온 일이 없습니다.

그러니 누가 죽으려고 들어가겠습니까 ?"

 

"뭐요 ?

 사람이 한번 빠지면 살아서 나오지 못한다고요 ? 그렇다면 내가 구해 주리다."

 항우는 말에서 뛰어내리기가 무섭게 늪 속으로 뛰어들었다.

 

"장군님 !

 이 늪은 깊은 수렁이기 때문에 들어가시면 안됩니다 ! "

 환초가 큰소리로 만류했지만,

항우는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항우가 정작 늪 속으로 뛰어들어 보니,

 과연 물 밑은 무서운 수렁이어서 몸이 자꾸만 수렁 속으로 빠져 들어가

 발을 뺄 수가 없었다.

 

 그러나 항우는 키가 여덞 자가 넘는 데다가, 힘이 워낙 장사이기 때문에

수렁 속으로 빠져 들어가는 몸을 혼신의 힘으로 솟구쳐 올려서,

 한걸음 한걸음 인마(人馬)에게 다가갔다.

 

"말은 이미 힘이 지쳤는지 물 위에 머리만 내밀고 허덕거리고,

처녀는 말갈기를 움켜잡은 채 연방 비명을 질러대고 있었다.

 

항우는 수렁 속을 헤엄치듯 달려가, 먼저 말 잔등에 달라붙어 있는

 처녀의 몸을 한 손으로 번쩍 들어 올렸다.

그리고 다른 손으로는 말의 엉덩이를 세차게 후려 갈겼다.

 

 "이 못난 짐승아 !

 빠져 나오지도 못할 주제에 어째서 늪 속으로 뛰어들었냐 ! "

 하고 벼락같은 고함을 질렀다.

 

그러자 말이 경풍(驚風)이라도 할 듯이 몸을 별안간 세차게 솟구치더니,

나는 듯이 뭍으로 헤엄쳐 나가는 것이었다.

 이와 동시에 항우는 처녀를 허공 중에 높이 치켜 들고,

 늪을 헤치고 뭍으로 올라오니, 환초와 우영을 비롯하여 지금까지

가슴을 졸이며 구경만 하고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장군님의 초인적인 용력(勇力)에는 오직 경탄이 있을 뿐이옵니다."

 

"장군님이 아니었던들 우희(虞姬) 아가씨는 꼼짝없이 저승으로 갔을 것입니다."

 항우는 처녀를 땅에 내려 놓으며 나무라듯 말했다.

 

"어쩌자고 말장난을 하다가 이런 봉변을 당했는가 ?"

 처녀는 얼굴을 붉히더니,

 머리를 정중하게 수그리며 대답한다.

 

 "소녀의 목숨을 구해 주신 은혜는 평생을 두고 잊지않겠나이다."

 

"원, 별소리를 다하는군 !

어쨌든 죽지 않은 것이 다행이다."

 

그렇게 말하며 처녀의 얼굴을 자세히 바라보니, 나이는 십팔구세 가량 되었을까,

얼굴이 갸름하고 눈은 어글어글 빛나는 것이 어느 모로 보아도 절세의 미인이었다.

 

항우는 자기 자신이 아직 미혼인 것을 불현듯 깨닫고 가슴이 울렁거리도록 뛰어,

 "낭자는 어느 댁 규수인고 ?"하고 , 침을 삼키며 물었다.

 

 "소녀는 산 너머 마을에 사는 우일공(虞一公)의 딸이옵니다."

 

"그렇다면 명문가의 규수인 모양인데,

 말을 탈 줄도 모르면서 어쩌자고 함부로 말을 탔는가 ?"

 처녀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답한다.

 

"소녀는 승마를 잘 하옵는데, 마침 어떤 분이 말 한 필을 선물로 보내 주셨기에,

소녀가 자신을 가지고 타 보았사온데 말이 워낙 감때가 사나워,

부끄러운 추태를 보여드리게 되었습니다."

 

 "허어 ! 낭자의 몸으로 승마에 그렇게나 자신이 있었던가 ?

그리고 저 말이 그렇게나 감때가 사난더란 말인가 ?"

 

"예, 그러하옵니다. 이름이 <오추>라고 부르는 명마라고 하옵는데,

너무도 감때가 사납습니다."


항우는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라며,

 "뭐야 ! <오추>는 천하에 하나밖에 없는 명마라고 일러 오는데

 낭자가 타고 있던 저 말이 바로 <오추>란 말인가 ?"하고 말하면서

항우는 어느새 말이 서 있는 곳으로 다가 가고 있었다.

 

 항우가 <오추>에게 다가서자 우희가 부리나케 쫒아오면서,

 "장군님 ! 오추는 낯선 사람을 물고 차는 고약한 버릇이 있다고 하오니,

조심하시옵소서."하고 주의를 준다.

 항우는 그 소리를 듣고 소리를 내어 크게 웃었다.

 

 

"하하하, 걱정 말아요.

 제아무리 미물이기로 사람을 몰라 볼라구."

 

항우가 가까이 다가가 보니, 오추는 과연 천하의 명마답게 몸매가 날렵한 데다가,

전신에 새까만 기름기가 질질 흐르고 있었다.

 

"과연 첫눈에 보아도 명마가 틀림없구나."

 항우가 탐나게 바라보며 고삐를 잡으려 하자,

오추는 두 귀를 쫑긋 세우며 항우를 노려보다가,

 별안간 뒤로 돌아서며 항우에게 뒷발질을 하는 것이었다.

 엔간한 사람 같으면 순식간에 발 뒷발에 걷어채어 사정없이 나가떨어졌을 판이었다.

 

그러나 항우는 번개같이 날아오는 말의 뒷발을 한 손으로 후려쳐서

거대한 오추를 땅바닥에 동댕이치게 만들면서 벼락 같은 호통을 내질렀다.

 

"이 미련한 짐승아 !

네가 사람을 몰라 보아도 분수가 있지, 누구 앞에서 감히 못된 버릇을 하느냐 ! "

 이렇게 항우와 명마 오추와의 승강이는 눈 깜짝할 사이에 승부가 나버렸다.

 오추는 조금 전까지도 기승을 부리던 기세가 어디로 갔는지

몸을 부르르 떨며 일어서더니, 두 귀를 축 늘어뜨리고 얼굴을 수그려 버렸다.

 

 "이제야 네가 사람을 알아 보는 모양이로구나 !

 하하하."

 

항우가 가까이 다가가서 오추의 이마빼기를 툭툭 두드려 주니,

말은 금세 용기를 얻은 듯 얼굴을 힘차게 들며

"오호호홍 ! " 하고 코를 번쩍 들어 올리며 반기는 기색을 보였다.

 이런 너무도 뜻밖의 광경에 우희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자고로 명마는 제 주인을 알아 본다고 하더니,

 오추가 장군님을 알아보고 있는가 보옵니다."

 

"거드름을 부리지 않는 것을 보면 나를 알아본 모양이오.

하하하. 자고로 명마는 오기(傲氣)가 강해서

엔간한 사람은 다루기가 어려운 법이오."

 우희는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그렇다면 오추가 저를 태우고 늪 속으로 뛰어 든 것은,

저를 골려 주려고 그런가 보옵니다."

 

"하하하, 그렇다고 볼 수밖에 없겠소.

타지 않아야 할 사람이 탔기 때문에 오추가 화를 낸 것인지도 모르오."

 

그러자 우희는 무엇을 생각하는지 잠시 아무런 말이 없다가,

무엇인가 결심한듯 말하는데,

 "장군님 ! 물필 유주(物必有主)라는 말이 있사옵니다.

 오추의 주인은 제가 아니고 장군님인 것 같사옵니다."

  항우는 귀가 번쩍 뜨였다.

 

"아니,

 그게 무슨 소리요 ?"

 우희는 얼굴을 고즈녁이 들어 항우를 정면으로 바라 보며 다시 말을 잇는다.

 

"아무리 보아도 오추의 주인은 제가 아니고 장군님이신 것 같사옵니다.

소녀의 목숨을 구해 주신 정표로 오추를 장군님 전에 드리고자 하오니,

장군께서는 웃고 받아 주시옵소서."

 

 항우는 내심 탐이나던 오추를 우희가 주겠다고 하자 뛸듯이 기뻤다.

 "저렇게나 좋은 말을 나에게 주겠다는 말이오 ?"

 

"장군님전에 드린다기보다는 ,

주인을 찾아 드린다고 말하는 것이 어울리는 표현인 것 같습니다.

사양마시고 받아 주시옵소서."

 

"고맙소.

그렇지 않아도 나는 진작부터 좋은 말을 한 필 구하던 중이었소.

낭자가 선물로 준다면 기꺼이 받겠소.

그래서 오추를 나의 생명처럼 아껴 탈 것은 물론이고,

오추를 탈 때마다 반드시 낭자를 생각하겠소."

 우희는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며 말한다.

 

"장군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니,

소녀는 다시 없는 영광이옵니다."

 항우는 너무도 기뻐서 오추의 콧등을 새삼스럽게 두드려 주며 말했다.

 

"너와 나는 오늘부터 전야 만리(戰野萬里)를 함께 달리며,

생사 고락을 함께 하게 되었구나 ! "

 

오추는 항우의 말을 알아들은 듯이 앞발로 땅을 툭툭 차더니,

먼 창공을 우러러보며,

 "오호호홍 ! "하고 기운 찬 울음을 울어 보인다.

 

우희는 이 광경을 보고 감격어린 듯 소근거렸다.

 "역시 오추의 주인은 장군님이 분명하시옵니다."

 

 항우는 뜻하지 않았던 선물을 얻어 가지고 우희와 작별 인사를 나눈 뒤에

환초,우영등과 함께 다시 귀로에 올랐다.

 오추를 타고 돌아오는 항우의 마음은 한없이 기뻤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무엇인가 미진(未盡)한 기분이 없지 않았다.

 환초가 그러한 기미를 재빠르게 알아채고 항우에게 말했다.

 

 "장군은 오늘 오추라는 명마를 귀한 선물로 받으시기는 했지만,

그보다도 더욱 귀중한 선물 하나만은 놓쳐 버리셨습니다."

 

"오추보다 더 소중한 선물이라니 ?

그것은 뭐란 말인가 ?"

 

"생각해 보십시오.

 우희라는 낭자까지 선물로 받아 오셨더라면 더욱 기쁘셨을 것이 아닙니까 ?

제가 보기에는 그 낭자는 장군께 뜨거운 연정을 품고 있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항우는 그 말을 듣자 , 별안간 말을 멈추었다.

 

"앗차 !

 나도 그 낭자를 마음 속으로 흠모하면서도 미처 거기까지는 용기를 못 냈었구나 !

이 일을 어떡하면 좋지 ?"

 

"그 낭자가 장군을 <생명의 은인>이라고 자기 입으로 분명히 말했으니,

 일간 저 쪽에서 좋은 기별이 올지도 모름니다. 이제는 그것을 기다릴밖에 없겠지요."

 그러자 성미가 급한 항우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말했다.

 

"매사에는 기회라는 것이 있는 법이오.

상대방의 좋은 기별을 기다리릴 것이 아니라

, 지금 당장 우씨댁(虞氏宅)으로 찾아가 청혼을 해야 하겠소."

 한번 말하면 물러설 줄을 모르는 것이 항우의 고집이었다.

 

항우가 말 머리를 돌려 우씨댁을 찾아가니,

 마침 우희는 아버지에게 <죽을 뻔했던 이야기>를 하고 있던 중이어서

항우를 반갑게 맞아들였다.


 우희의 아버지 우일공(虞一公)은 70이 다 된 지사형(志士型)의 노인이었다.

 항우는 우 노인에게 큰절을 올리며 단도 직입적으로 이렇게 말했다.

 

 "소생은 초나라의 비장 항우 이옵니다.

조금 전에 <마의 늪>에서 우랑을 구해 드린 일이 있사옵기에,

 그것은 필연코 전생의 인연이 아닐까 싶어서 청혼을 하려고 찾아왔사옵니다."

 우일공은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렇지 않아도 자네의 이야기를 지금 딸아이를 통해 자세히 듣고 있던 중이네,

 자네는 지금 나이가 얼마나 되었는가 ?"

 

 "스물네 살이옵니다."

 

"물론 결혼은 안 했겠지 ?"

 

"결혼을 했다면 어찌 청혼을 할 수 있겠습니까 ?"

 

"자네는 장차 어떤 포부를 가지고 있는가 ?"

 

"의병을 널리 규합하여 포악 무도한 진나라를 쳐부수고 ,

그 옛날 초나라를 다시 일으켜 보려는 포부를 가지고 있사옵니다.

 이 일은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반드시 해내고야 말 것입니다."

 

 "음 .....,

그 포부가 과연 장하네그려."

 우 노인은 감탄의 고개를 크게 끄덕이면서 말했다.

 

"나는 마누라가 일찍 죽고, 딸 하나를 정성스럽게 키워 왔네.

다행히 머리가 총명하고 경서에도 밝아 어디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아이라네.

이런 아이가 오늘 죽게 된 것을 자네가 살려 주어서 본인도 자네를 생명의 은인으로

 생각하고 있으니, 내가 어찌 자네의 청혼을 거절할 수가 있겠는가.

 다만 아비로서 자네에게 다짐 하나만은 받아 두고 싶네."

 

 "허락만 하신다면 무슨 다짐이라도 하겠습니다."

 

"부부란 본디 일련 탁생(一蓮托生)이라고 해서,

살아도 같이 살고 죽어도 같이 죽어야 하는 법이네,

 자네가 영광스럽게 되었을 때에 그 영광을 같이 누려야 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지만,

 사경(死境)에 빠졌을 때에는 죽음조차도 같이해야 할 터인데,

자네는 그만한 각오가 되어 있는가 ?"

 

 "생사 고락과 일생의 운명을 같이 할 것을 거듭 다짐합니다."

 우 노인은 그 말을 듣고 딸을 바라보며 말한다.

 

"아가 !

 항우의 다짐을 분명히 들었으니, 너는 오늘부터 항우의 배필이 되거라."

 우희는 기다리고 있은 듯 항우에게 머리를 수그려 보이며,

무언의 미소를 지었다.

 

이리하여 우희는 그날로 항우의 아내가 되었으니,

이 여인이야 말로 후일에 항우와 죽음을 같이한 우미인(虞美人)이었던 것이다.

 항우가 결혼식을 올리고 신부를 데리고 회계성으로 돌아가려고 하자,

우일공 노인이 사위에게 말한다.

 

"내가 자네에게 딸 하나만 주어 보내기는

너무도 섭섭해서 좋은 선물을 하나 곁들여 주고 싶네."

 

"선물은 어떤 것이옵니까 ?"

 

"우리 가문에 우자기(虞子期)라는 지사(志士)가 한 사람 있네.

 이 사람은 무예(武藝)가 출중하여 능히 대장이 될 만한 인물일세.

게다가 그는 평소에 많은 의병들을 길러 오고 있으니,

자네가 그 사람도 같이 데려가 주게나 ,

그러면 자네가 장차 대사를 도모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걸세."

 

 항우는 그 말을 듣고 매우 기뻐하면서,

 "장인 어른 !

그렇지 않아도 저는 전국 각지에서 영웅 호걸을 모두 규합하고 있는 중이옵니다.

우자기라는 장수도 꼭 데리고 갈 수 있도록 해 주시옵소서."

 이리하여 항우는 <우자기>라는 장수도 함께 데리고 가게 되었다.

 

우자기는 평소에 젊은이들에게 많은 신임을 받아 왔기에,

그가 항우를 따라 간다고하자, 사방에서 백여 명의 젊은이들도 함께 따라나섰다.

 

말하자면 항우는 도산으로 의적 두목을 만나러 갔다가,

우영, 환초, 두 장수와 8천여 명의 부하를 얻었고 우연한 일로 명마 오추를 얻은 데다가, 우미인(虞美人)을 아내로 맞았는데, 이제는 우자기라는 장수까지 또 얻게 되었으니 

 그야말로 재수가 억세게 좋은 편이었다.

 그러나 그의 재수는 이것만으로 끝난 것이 아니었다.

 

일행이 회계로 돌아오는데, 깊은 산중에서 돌연 ,

한 무리의 군마가 길을 막으며 위풍 당당한 대장이 항우에게 외쳐댔다.

 

"네놈은 어떤 놈들이기에 남의 영내(領內)를 함부로 횡행하느냐 !"

 환초가 깜짝 놀라며 바라보니, 그는 친구인 영포(英布)였다.

 

"이 사람아 !

자네는 육안(六安)의 영포가 아닌가 ?

나는 도산의 환초일세 ! 지금 내가 모시고 오는 이 어른은 역발산 기개세의

 영웅, 항우 장군이시네. 자네도 나와 함께 항우 장군을 따라가

 큰일을 같이 도모하면 어떻겠는가 ?"

 

 육안의 의병 대장 영포는<항우>라는 말을 듣더니,

말에서 뛰어 내려 허리를 굽혀 인사하며 간곡히 부탁한다.

 

"장군을 몰라 뵙고 실례가 많았습니다.

바라옵건데, 소장도 함께 데려가 주시옵소서."

 이리하여 항우는 돌아오는 길에 또 한사람의 장수를 얻게 되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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