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三國志) (111)
유비의 서주 출정(徐州 出征)
조조와 유비가 이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조조의 모사 순욱(謀士 筍彧)이 달려와,
"주공,
방금 들어온 밀정의 보고에 의하면 원소가 공손찬을 대파해
유주 칠개 군(郡)을 함락시키고, 투항한 병사가 18 만,
노획한 군량이 30여 만석에 달하고
많은 무기와 군마(軍馬)를 노획했다고 합니다."하고
보고하는 것이 아닌가 ?
급작스런 순욱의 놀라운 보고에 깜짝 놀란 조조가,
갑자기 사래가 들어 기침을 연실 해댔다. 그러자 유비가 먼저 순욱에게,
"순 선생,
공손찬의 생사는 어찌되었다고 합니까 ?"하고
물었다.
그러자 순욱은 한숨을 쉬며,
"하 !...
공손찬은 패전한 뒤에 역경루(域警樓)로 피신하였는데,
그곳은 높이가 10장(丈)이나 되고,
6만의 군사와 30만에 달하는 군량이 비축된 곳이라고 합니다.
그리하여 수비에만 치중하려고 하였는데,
뜻밖에도 원소가 허를 찔러, 3척(尺)깊이의 땅굴을 판 뒤,
군사를 들여 보내 성에 불을 질렀다고 합니다.
때문에 성(城)은 모두 불타고 공손찬은 활로를 찾지 못하자 자신의 처첩을 죽이고,
자식들도 죽인 뒤에 자신도 자결했다고 합니다."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유비가 한숨을 쉬며,
"하 !...
공손찬은 저의 둘도 없는 은인이었고,
제가 아직 미천할 때 저를 많이 도와 주셨던 분인데,
그렇게 최후를 맞으셨다니...안타깝고 애통하군요."하고
말했다.
그러자 조조가,
"공손찬이 원소에게 패할 줄은 짐작하고 있었지만,
그렇게 까지 빨리 패할 줄은 몰랐군.
난 사실, 그가 아무리 나약해도 내년까진 버틸 줄 알았는데.
흠 !...이는 하늘의 뜻이 분명하네."하고 말했다.
그러자 순욱이 조조에게 무언가를 말하려는 기색을 보였으나,
유비가 있는 앞이라 주저하는 모습을 보였다. 유비는 그런 눈치를 채고,
"정무에 바쁘신 듯 하니,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하고
일어서며 조조에게 허리를 굽히자.
조조가,
"앉으시오."하고 유비를 제지한다.
그리고 순욱을 부르며,
"현덕은 내 아우이니 말해도 괜찮소."하고
말하였다.
이 소리를 듣고 유비가 다시 자리에 앉자,
순욱이,
"주공,
원소가 공손찬과의 싸움에서 대승을 거두고 세력이 증가해,
군사가 어림잡아 60만 에서 70만에 이르게 된 데다가,
장수만도 천 명이 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기,청,유,병의 네개 주(州)를 차지해,
동쪽으로는 바다에, 서쪽으로는 강에 이르기 까지,
천하의 삼분의 일을 독점하게 되었으며, 대승의 여세를 몰아 기세까지 등등하니,
제 걱정은 주공과 원소의 결전이 가까워졌다는 겁니다."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조조가 순욱에게,
"당장 조서를 꾸며,
천자의 이름으로 원소에게 상(賞)을 내리시오.
관작과 작위를 내려,
그가 취한 성(城)과 영토를 모두 상으로 하사한다고 말이오."하고
명하였다.
그러자 순욱이 읍하며,
"알겠습니다."하고
대답하고 물러갔다.
순욱이 나가자 유비가 조조에게,
"승상,
원소와는 결전을 안 하실건가요 ?"하고 물었다.
그러자 조조는,
"결전은 이미 시작된거요.
원소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는게 시작이지. 우헤헤헤 !...."
조조는 자신감에 넘치는 웃음을 유비에게 보여주었다.
다음날 아침, 장락궁(長樂宮)에서는
천자 유협을 비롯해 승상 조조, 국구 동승,
유 황숙 및 만조 백관들이 참석한 가운데 조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군사(軍師) 순욱이 조서를 들고 나와 승상 조조에게 바쳤다.
조조가 조서를 펼쳐 들고 천자 유협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신, 아뢰옵니다.
대장군 원소는 천자의 위엄으로 군사를 이끌고 솔선수범해,
조정을 위해 공손찬을 제거하고, 유주 칠 군의 영토를 취했으니,
조정에서는 상과 작위를 하사 하노라.
이에 원소를 호국공(護國公)에 봉하고 구석(九錫 )을 내리며,
천하의 병권을 가진 대원수로 삼는다."하고,
실상은 천자가 결정해야 할 내용을 자신의 임의대로 만들어 쓴,
천자 명의의 조서에 내용을 줄줄 읽어 내렸다.
그러자 천자가 조조에게 물었다.
"지금 원소에게 상을 내린다는 말이오 ?"
"예. 예 ?"
조조가 천자를 매서운 눈길로 쳐다보며 반문하였다.
그러자 조조의 눈치를 살피던 천자는,
"아, 다른 뜻은 없고... 짐이 윤허하겠소."하고,
당황한 기색을 보이며, 조조의 눈길을 피하였다.
그때, 조회가 열리는 장락궁 계단위를 한 병사가 뛰어 올라오며 소리쳤다.
"보고합니다 !"
그리고 병사는 급히 달려와서 조조의 앞에 무릎을 꿇는 것이었다.
그러자 조조가 조서를 손에 든 채로 자신의 오른쪽
용상에 앉은 천자쪽을 <까딱>거리며 표시해 보였다.
보고를 하러 달려들어 온 병사는 즉시 조조가 해 보이는
손짓의 의미를 알아채고 천자의 용상쪽으로 자리를 고쳐 꿇으며,
"폐하 !
원술이 회남에서 방탕한 생활을 하다가 부하들이 반란을 일으켜,
결국 전국옥새를 원소에게 넘겨주고,
원소를 황제로 옹립하고 자신은 신하가 되겠다며
패잔병을 규합하여 기주로 진군하고 있다고 하옵니다.
그리고 옥새는 원술의 손에 있다고 하옵니다."하고
보고하는 것이 아닌가 ?
그러자 이같은 보고에 귀 기울이던 조조가
병사에게 다시 자기쪽을 보라는 신호를 하자,
천자를 향해 꿇어 앉았던 자세를 조조쪽으로 돌아섰다.
그러자 조조는 병사에게 나가란 신호를 했다.
병사가 나가자, 조조가 단상 중앙으로 나서며,
"음 ... 이런 !... 원소와 원술,
이 두 형제가 서로 힘을 합치면 세력이 더 커질 것 아냐
, 엉 ?"하고 혼잣말 처럼 말했지만,
천자를 비롯해 만조 백관들 모두가 들으란 뜻으로 말해버렸다.
그러자 유비가 앞으로 나서며,
"폐하 ! 승상 !"하고
천자 유협과 승상 조조를 번갈아 바라보며,
"신이 보기에는 두 사람이 힘을 합치면 안 됩니다.
원술이 원소에게 가려면 필히 서주를 지나야 하고,
신이 그쪽 지리는 손바닥 보듯 훤하니 직접 군사를 이끌고,
원술을 생포해 조정에 바치겠나이다."하고 아뢰었다.
그러자 유비의 대답에 흡족한 표정을 지은 천자는
조조를 건너다 보며 대답을 하지 못하고 고작해야,
"황숙의 기개가 가상하오."하고 말한 뒤에,
다시 조조에게,
"승상은 어떠시오 ?"하고 조심스런 어조로 물어보았다.
그러자 조조가 고개를 기울이며,
"좋기는 합니다.
원술은 필히 막아야 하지요.
허나, 유비의 병력으론 원술의 적수가 안 됩니다."하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천자는 좋은 생각이라도 난 듯이,
"그러면 승상이 일부 군마를 보태주고,
공을 세우게 하면 되지않겠소 ?"하고 말했다.
그러나 조조는 대답하지 아니하고 잠시 생각에 잠기는 것이 아닌가 ?
그런 모습을 보고 천자가 다시 말한다.
"경, 유비는 황실의 후예요.
만약 그가 역적 원술을 생포해 온다면
황실의 위엄도 떨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조상님들께도 위로가 될거요."
"....."
천자가 이렇게 까지 말했으나 조조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하명을 기다리던 유비가 다시,
"폐하 ! 승상 !
신이 보름이란 기한 안에 원술을 잡지 못하면 군법에 따라 처리하십시오."하고 아뢰었다.
그러자 천자는,
"유 황숙이 충심을 보이는데, 승상께서 설마 ?...."하고
말 끝을 잇지 못하고 조조의 눈치를 살피는 것이었다.
이쯤 되니 조조로써도 대답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조조는 천자를 향하여 돌아 앉으며 천자를 매서운 눈으로 쏘아 보았다.
그러자 천자는 조조의 눈을 피하며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이와 동시에 조조는 빙긋이 웃어 보이고 자리에서 일어나
단하에 읍하고 서 있는 유비의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천천히 입을 열어,
"현덕,
원술 공격에 5만 정병을 지원하겠소.
허나, 이들 군마는 우리 주령(朱靈)과 노소(路昭) 장군이 인솔하며,
둘에게 출정을 돕도록 할 것이니,
지금 속히 서주로 달려가 원술을 저지하되,
필히 원술을 생포하시오."하고 말했다.
그러자 유비가 허리를 굽혀 절을 하며,
"명을 받들겠습니다."하고 대답하였다.
이 순간 천자 유협의 얼굴에는 회심의 미소가 번졌다.
오랜만에 전장터에 나서는 장비는 한껏 신이났다.
그리하여 병사들에게 위풍당당한 어조로 크게 소리쳤다.
"주공의 명이다 !
매일 150 리를 행군할 것이며, 이에 따르지 못하는 자는 참(斬)할 것이다 !"
이렇게 군사들 선두에서 유비가 도성을 막 벗어날 무렵,
길자의 노정(路亭)에서 국구 동승이 나타났다.
유비는 말을 멈추고, 말에서 뛰어내려 동승에게 다가갔다.
"국구 ,
무슨 일입니까 ?"
"유 황숙,
폐하께서 출궁할 수 없어, 저더러 장군을 배웅하라 하셨습니다.
폐하께서 황숙의 원술 토벌을 적극 성사시킨 것은
부디 밖에서 대업을 도모하여,
향후 한실의 영광과 부흥을 부탁한다는 뜻이라고 하셨습니다."하고
말한다.
유비가,
"폐하의 기대를 결코 저버리지 않겠습니다."하고 대답하니,
동승은,
"폐하께서는 오늘부터 장군을 위해 궁에서
기도를 하며 성공을 빌겠다고 하셨습니다."하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유비는 천자가 있는 궁을 향하여 두 손을 모아 읍하고,
"신 유비,
폐하께 받은 은혜 반드시 보답하겠습니다."하고
허리를 굽혀 절을 하고, 다시 말에 올랐다.
한편, 유비가 5만 군사를 이끌고 서주로 떠난 그날 밤,
조조의 모사 정욱이 승상부로 찾아왔다.
승상부 수문장이 정욱을 알아보고,
"정 선생 ?"하고
막아서자,
"아 ! 승상을 뵈러왔다."하고 말하니
수문장은,
"지금 주무실텐데요."하고 말한다.
그러자 정욱은,
"그럼 빨리 가서 깨워야지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수문장은 난색을 표시하며,
"승상께서 주무실 때에는 가까이 갈 수 없습니다."하고,
고개를 흔드는 것이었다.
그러자 정욱은 알았다는 듯이,
"아 ?...
잠결 살인이 두려워 그러느냐 ?"하고 물으니,
수문장은,
"예 !...
승상께서 주무실 때에는 아무도 못 들어 갑니다."하고
겁을 집어먹은 소리로 말한다.
그러자 정욱이,
"그럼 내가 들어가겠다."하고
승상부로 들어서니,
수문장은,
"아, 아... 정 선생, 조심하십시오 !"하고
당부하는 것이었다.
정욱은 조조를 깨워놓고 말한다.
"소생이 유비가 오만 군사를 이끌고 급히 서주로 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승상 ! 듣고 계십니까 ?"
정욱은 조조가 아무런 대꾸도 아니하고 멍하니 앉아 있자,
다시 되물었다.
"유비가 출병을 했습니다. 황급하게 !..."
그러자 조조가 비로소 대답한다.
"듣고 있소.
급히 간다는 것은 변고에 대비해서 그러는 것이겠지..."
그러자 정욱은 한숨을 쉬며,
"하 !...
유비는 간교한 사람이라, 속에는 다른 뜻을 품고 있을 겁니다.
전부터 없애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
분명히 말씀드리건데,
유비는 돌아오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데리고 간 병사들도 자기 것으로 만들겁니다.
승상께서는 용을 바다로 내보내는 우(憂)를 범하신 겁니다.
이대로 간다면 평생 우환이 될겁니다."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조조가,
"명이오.
중장군 장료와 허저에게 오백 철기를 이끌고
주야로 달려 유비를 불러오도록 하시오."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정욱은,
"알겠습니다."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두 장군 숙소로 급히 달려 나갔다.
112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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