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원술의 멸망

오토산 2021. 9. 23. 07:59

삼국지(三國志) (112)
원술의 멸망

 

허저(許楮)와 장료(張遙)가 범처럼 사납고 날랜 정병 오백을 이끌고

유비를 따라 잡은 것은 추격을 시작한 지 사흘째 되던 날이었다.

그러나 이들이 유비를 따라 잡기 전에 이미 장비가

그들의 뒤를 쫒는 무리가 있는 낌새를 눈치채고,

유비에게 달려와 보고한다.

 

"형님, 형님 ! 

우리 뒷쪽에 먼지가 이는 것을 보니,

조조의 추격군이 오는 것같소."
그러자 유비는 즉시 운장과 자룡을 부른다.

 

"운장,자룡은 현 위치에 진을 치고 전투 준비를 하라 !"

 

"옛 !"

 

"그리고 셋째는 나를 따라오라."하고,

장비와 함께,

행군 대열의 후미로 군사를 이끌고 달려갔다.

 

그리고 방패를 든 보궁수(步弓守)를  지나온 길 양쪽에 배치시키고 ,

그 뒤로는 마궁수(馬弓守)를 배치 시키는

적극적인 전투 태세를 갖추게 하고 추격군을 기다렸다.

 

잠시후,

장료와 허저가 선두에서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그들은 유비의 적극적인 전투 태세를 갖춘 진영을 보고 말을 멈췄다.

그리고 장료가 허저에게 말한다.

 

"허 장군, 유비가 진을 펼쳤군."

 

"까짓껏 한 판 붙어버리지."
허저는 성질대로 지껄였다.

그러자 장료가,

 

"유비를 데려오라고 했지

싸우거나 죽이란 소리는 없었소."하고 말하니,

허저가 대뜸 반문한다.

 

"유비가 승상의 명을 거역하면 ?"

 

"그래도 죽일 순 없소."하고

대답을 하고 한 마디 덛붙인다.

 

"우리는 고작해야 오백 이지만

저쪽은 오만 군사요. 싸워서 될 일이 아니지."

 

"그럼 어쩌자는 건가 ?"

허저가  대꾸하자,

장료는 성격이 매우 급한 허저는 잠시 떼어 놓아야 겠다는 생각을 하고,

 

"장군은 여기서 기다리시오.

내가 가서 명을 전하겠소."하고 말하고,

그래도 안심이 되지않아,

 

"내 요청 없인 절대 오지 마시오."하고

허저에게 단단히 말해 두었다.
그러자 허저가,

 

"알았네."하고

순순히 대답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장료는 필마단기로 유비 앞으로 천천히 말을 몰아갔다.

그러자 유비도 장비와 함께 장료 앞으로 천천히 다가갔다.

그리하여 양군 진영의 중간지점에서 장료는 유비, 장비와 만나게 되었다.
유비가 장료에게 물었다.

 

"장군은 어쩐 일로 여기까지 오셨소 ?"
장료가 말한다.

 

"승상의 명이오.

유 황숙께선 허창으로 돌아가셔서 조정의 명을 받으시오."
그러자 유비가,

 

"장군도 잘 아시겠지만,

전장터에 나간 장수는 명을 받지 못할 수도 있소."하고 대답하였다.

그리고 이어서,

 

"지금 원술의 군사들이 움직이고 있다는 소식이니,

당장 서주로 달려가 대적할 준비를 해야 하오.
이런 기회를 놓칠 수는 없소."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장료가 반문한다.

 

"그럼 돌아가지 않겠다는 겁니까 ?"

 

"그렇소."
유비는 고개를 좌우로 내저으며 말하였다.
그리고 이어서,

 

"돌아가서 승상께 잘 말씀드려 주시오.

이 유비는 승상를 저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또 조정도 저버리지 않는다고."

 

장료는 유비를 설득시키기 틀렸다는 판단을 하였다.

그리하여 윽박질러서라도 유비를 허창으로 데려갈 생각도 없진 않았으나, 

유비의 뒤를 둘러싸고 있는 병력은 자그마치 오만이 아니던가 ?

도저히 싸워서는 승산이 서지 않을 것이 아닌가 ?

그리하여 장료는 대답할 바를 모르고 잠시 망설이고 있은데,

유비가 장료의 심중을 알아채고 먼저 말을 꺼낸다.

 

"장 장군,

나는 우리 후미에 추격군이 있어,

적군인 줄 알고 진을 쳐 놓은 것인데, 장군이 보기에는 위협이 되었구려."

 

그러자 장료는 가타부타 말없이 자기 진영으로 돌아가 버린다.
이에 따라 유비도 다시 서주로의 행군을 계속해 이어나갔다.
허창의 승상부로 돌아온 허저는 장료와 함께 조조를 찾아가며,

불만을 터뜨렸다.

 

"자네가 나서지만 않았다면 내가 진작에 놈들을 죽였을게 아닌가 ?

이거 승상을 무슨 면목으로 뵙지 ?"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장료는,

 

"자네 말대로 했다면 우리는 이곳에 오지 못했을거네."하고

대답하였다.

 

"장료와 허저가 돌아왔습니다."
시종이 크게 소리쳐 조조에게 고하자, 

조조가 단하를 내려와 두 장수에게 다가왔다.
장료와 허저는 다가온 조조에게 두 손을 읍하고 허리를 굽히며,

 

"승상 !"하고

예를 표한 뒤에  먼저 장료가 입을 열어,

 

"유비가 거절했습니다."하고 짧막하게 보고하였다.

그리고 이어서,

 

"전장이라 명을 받지 못한다며,

급히 서주로 가서 원술을 죽이겠다고 했습니다."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조조의 옆에 시립하고 있던 정욱이 발끈한다.

 

"핑게요 !"
조조가 장료에게 물었다.

 

"유비가 또 뭐라더나 ?"

 

"기회를 놓칠 수 없다며,

절대 승상과 조정을 저버리지 않는답니다."하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허저가,

 

"유비를 죽여 없애려 했더니 장료가 막았습니다."하고

말하며 장료를 불만스런 시선으로 돌아보았다.
그러자 조조가,

 

"장료가 옳네 !"하고 짦막하게 대답하였다.

그리고 두 장수에게 수고했다는 말도 없이,

 

"물러가 있게."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장료는 허리를 깊이 숙이며 대답을 하였고,

허저는 불만이 쌓인 얼굴로 건성으로 허리를 굽히며

<예>하고 대답하고 물러갔다.

 

두 장수를 만나고

단상으로 향하는 조조의 뒤를 따르던 정욱이,

 

"승상 !

유비의 거역은 본심을 드러낸 것인데,

망설이지 마시고 대군을 보내 죽여버리시죠."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조조는 아무런 대답도 아니하고 곁 불만을 쬐고 있었다.
정욱이 대답을 기다리는 인내의 시간이 끝나갈 무렵, 조조가 입을 열어 말한다.

 

"정욱 ?"

 

"예."

 

"나는 오히려 유비를 잘 기용했다고 생각하네.

첫째, 유비는 이번 출정에서 원술을 죽여 내 시름을 덜 테고,

둘째, 유비는 배반을 못할 거네. 주령, 노소 두 장군을 딸려 보냈으니,

오만 군사는 그들 것이지 유비의 것이 아닐세.

셋째, 나는 의심이 가면 쓰지 않고 쓴 놈은 의심하지 않네.

기왕에 썼으니 후회는 없어야지.

만약 유비가 배반하면 비로서 내게, 제 놈의 목을 딸 기회를 주는 게지."

 

정욱은 조조가 이렇게나 확신을 가지고 있다면

설득의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고 승상부를 빠져나왔다.
그리하여  집으로 가려하는데,

마침 계단을 올라오는 순욱이 그를 알아보고 불러세웠다.

 

"정욱 아닌가 ?"

 

"순 선생 !"
순욱이 맥 빠진 정욱의 태도를 보고 짐작하고 말한다.

 

"어찌 또 한숨인 게요 ?"
그러자 정욱이,

 

"유비가 회군 명을 거역해,

대군을 보내 놈을 죽여버리자고 했더니, 주공께서는 듣기는 커녕

<허허> 웃으시고. 유비를 잘 기용했다고 하십니다.

이거야 말로 황당하지 않습니까 ?"하고

하소연 하듯이 말하였다.
그러자 순욱이 고개를 끄덕이며 듣더니 이내 하는 말은,

 

"나는 오히려 자네가 황당하군."하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

그러자 정욱이,

 

"제가요 ?"하고 놀라며 되물었다.

그러자 순욱은,

 

"생각 해 보게,

유비가 오만이라는 군사를 끌고 떠났는데,

거기다 또 대군을 보낸다면 두 번 실수가 되지 않겠나 ?

지금 우리의 적은 원소이니, 쓸데없이 적을 더 만들면 안되네.

이미 엎질러진 물, 우리 대신 유비가 원술을 죽이게 해야지,

그러면 우리는 힘을 비축하여 원소를 대적할 수 있지 않겠나 ?"
순욱의 말을 듣던 정욱이 감탄하며,

 

"하 !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그나저나 주공께서는 오만의 군사를 주어,

유비를 서주로 보내신 것은

분명한 잘못인데 아닌 척 하신단 말입니다."하고

다소간 억울한 사정을 말하였다.

그러자 순욱이 가볍게 웃으면서,

 

"허허허, 잘 듣게,

사실 주공은 진작부터 잘못을 깨달으셨네.

차후 고칠지언정 결코 인정하진 않을 거야.

 

군주가 누구던가 ?

잘못을 알고 고쳐도 절대 인정하지 않는 법이야,

절대 인정하지 않지 ! 인정하는 순간,

군주는 위엄과 권위가 깡그리 땅바닥에 내동댕이 쳐진다고 여긴다네.

안그런가 ? 하하하하 !..."
순욱은 이 말을 끝으로 정욱을 떠나갔다.

 

"아 !...."
정욱은 두 눈을 깜빡이며 떠나가는 순욱의 뒷모습을

존경하는 눈초리로 쳐다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한편,원술을 치러 서주로 달려간 유비는

원술의 동태를 파악하기 위해 첩자를 적진 깊숙이 들여보냈다.

 

이틀이 지나자,

원술의 정세를 알아 보러 갔던 첩자들이 돌아왔다.

그들의 보고를 종합해 보니, 원술은 하남으로 피신한 뒤,

궁전을 어머어머하게 짓고 예전의 사치를 도모하는 바람에

민심을 크게 잃어 수하 장수인 뇌박(雷薄)과

진란(陳蘭)이 많은 군사들을 이끌고 숭산(崇山)으로

달아나 버리기 까지 한 데다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금년에는 수해(水害)까지 극심하여 국정이 극도로 피폐하였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원술은 어쩔 수 없이

하북에 있는 형 원소에게 전국 옥새를 바치고

그를 황제로 만들어 줌과 동시에

자신의 위세를 보존하려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원소는 동생 원술이 전국 옥새를 가지고 온다는 바람에

스스로 황제가 될 것을 크게 기뻐하면서,

원술의 소원을 기꺼이 들어주겠다는 기별을 하여

급기야 원술은 하남의 살림을 정리하고 가진 금은보화와 군사를 거느리고

하북(河北)을 바라보고 길을 떠났는데,

그들 일행이 불일간 서주를 지나게 될 것이라는 것이었다. 

 

유비는 그 소리를 듣자,

그날을 기하여 관우,장비,주령, 노소 등 여러 장수와 함께

오만 군사를 이끌고 도중에서 원술을 기다렸다.
한낮이 지날 무렵에 원술의 선봉장 기령(紀靈)이 군사를 거느리고 나타났다.
기령은 선두에서 유비와 마주치자 큰소리로 고함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돗자리나 짜 먹던 하찮은 놈아 !

네가 감히 나에게 대적하려느냐 !"

 

그러자 장비가 나는 듯이 달려나가더니,

기령의 목을 대번에 찔러 죽이고, 다른 장수들도 좌충우돌로 후려때리며 외친다.

 

"이놈들아 !

누구든지 죽고 싶은 놈은 덤벼라 !"

 

장비의 고함이 어찌나 크던지 산이 쩡쩡 울렸다.
그 바람에 남은 군사들은 뒤도 돌아다보지 않고 사방으로 뿔뿔이 흩어져 버렸다.

 

유비는 초전의 승기를 잡았다.
그러나 정작 원술의 주력군 삼만은 원술을 호위하고

유비의 진지로 육박해 오는 것이었다.

 

유비는 군사를 세 패로 나누어,

주령과 노소는 좌측을 지키게 하고,

관우와 장비는 우측을 지키게 한 뒤에,

자신은 자룡과 함께 중앙에서 원술군의 접근을 기다렸다.

 

마침내 원술이 몸소 군사를 거느리고 진두에 나타났다.
그러자 유비는 군기를 높이 들고 원술을 맞아 나오면서 큰소리로 호령하였다.

 

"천하의 역적 원술은 듣거라,

나는 천자의 명을 받들고 너를 벌하려 왔으니 이제라도

목숨이 아깝거든 무기를 버리고 순순히 항복 하여라 !"
원술은 그 소리에 크게 화를 내며,

 

"이 돗자리나 짜 먹던 필부야 !

네가 나를 누구로 알고, 주둥이를 함부로 놀리느냐 !

이 놈 ! 내 칼을 받아라 !"하고 소리를 지르며

군사를 휘몰아온다.

 

유비는 의식적으로 군사를 뒤로 물렸다.

그러자 원술은 유비가 쫒기는 줄로 알고 군사를 깊숙히 몰고 들어왔다.

그때 유비가 뒤로 돌아서며 요란한 징을 치게 하니,

쫒기던 군사들이 뒤로 돌아서며 적들과 맞서 싸웠고,

원술을 좌,우로 에워싼 유비의 군사들이 일시에 들고 일어나는 바람에 

원술은 일시에 삼면에서 공격받게 되었다.

 

불의의 역습을 받은 원술은

크게 놀라며 변변히 싸워 보지도 못하고 도망가기에 급급하였다.
유비의 군사들은 도망가는 적들을 이리 갈기고 저리 후려서

무수한 군사를 죽이고, 무수한 군사를 항복시키고,

적들이 모두 뿔뿔이 흩어지게 만들었다.
원술은 혼비백산하여 남은 병사를 거느리고 산 속으로 급히 피신하였다.

 

그리하여 산 속에 폐원(閉院)된 외딴 절로 찾아 들어가게 되었는데.

그를 따르는 병사와 백관들이라고 해야 모두 합해도 일백 여명 밖엔 되지않았다.

그러나 그들은 모두 탈진 할 만큼 지쳐있어서 모두 넋이 나가있었다.

 

지쳐 쓰러지다 싶이 한 원술이 애지중지 가지고

온 전국옥새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수하에게 말한다.

 

"물, 물이 있느냐 ?

목이 마르다. 어서 마실 물을 찾아보거라"
그러자 수하는,

 

"폐하 ! 온통 피바다라 마실 물이 없습니다.

더구나 우리는 적들에게 포위되어 나갈 수도 없습니다"하고

대답한다.
그러자 원술이 짜증을 발칵 내며,

 

"찾아 봐 !"하고 소리쳤다.
그때, 누군가 소리쳤다.

 

"폐하 ! 웬 장군이 찾아왔습니다."
그 순간, 법당 문이 열리면서 조자룡이 들어왔다.

그의 손에는 유비가 보내는 서신이 들려 있었다.

 

"유비 장군이 전하는 서신이오."

 

자룡은 이같이 말하며 서신을 내밀었다.
원술의 시종이 서신을 받아 초최한 몰골로 기대 앉은 원술에게 바친다.

원술이 펼친 서신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공로 장군 보시오.

장군을 생포해 허창으로 압송하라는 명을 받았소. 

차마 그리는 못하겠으니,

장군의 명성이 욕되지 않게 자결하도록 하시오. 

유비 >

 

원술은 유비의 서신을 침통한 얼굴로 읽은 뒤

자룡을 서글픈 눈으로 쳐다보며 고개를 두,세번 끄덕여 보였다.

그리고,

 

"유비는 과연 너그럽구먼."하고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자신의 요도(腰刀)를 뽑아,

그 자리에서 자기에 목에 돌려그었다.

 

"폐하 !"

 

"주공 !"
마지막까지 그를 따르던 소수의 측근들이 오열하였다.

이렇게 일세를 풍미(豊靡)했던 원술<袁術 : 자(字) 공로(公路)>이

궁지에 몰린 끝에 스스로 자결하였으니, 때는 건안(建安)사년 유월이었다.
                    ...
....... & To be continu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