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형주에 도착한 유비 일행

오토산 2021. 9. 24. 15:56

삼국지(三國志) (149)
형주에 도착한 유비 일행

손건은 기쁜 소식을 안고 급히 돌아와 유비에게 길보를 전하였다.
그리하여 유비 일행과 군사들이 형주로 찾아왔는데, 유

표는 형주성 밖까지 몸소 마중을 나왔다.
유비가 유표의 앞으로 다가가 예를 표하며 말한다.

 

"패장 유비를 거두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유표가 그 소리를 듣고 만면의 미소를 띠며,

 

"현덕 ! 자네의 어진 명성은 흠모한지 오래 되었네,

우리는 다 같이 한실의 종친이니,

이제부터는 힘을 합쳐서 국운을 함께 선양하도록하세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유비가 대답한다.

 

"이제 형님의 분부가 계시면 목숨을 바치겠습니다."

 

"당치않네, 자.. 소개하지..."
유표는 그의 뒤에 시립해 있던 아들을 가르키면서,

"장남 유기, 차남 유종일세."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소개 받은 유기와 유종은,

 

"유황숙께 인사올립니다."하고,

두 아들은 유비에게 허리를 굽혀 예를 표하였다.

유비는 유표의 두 아들에게 인삿말을 거창하게,

 

"영웅의 기재로군요. 이런 아드님을 두시고 부럽기만 합니다."하고,

유표를 추켜세웠다.
유표는 만면에 미소를 머금으며 말했다.

"자, 들어가세 !"

 

"네 !"

 

이렇게 유비와 그 일행은  유

표의 뒤를 따라 형주성 안으로 입성하였다. 
이리하여 유비와 그를 추종하는 병졸들은 기구한 운명을 잠시나마

유표에게 의지하게 되었으니 때는 건안 칠년(建安 七年) 가을의 일이었다.

유표의 집정전에는 조촐한 주안이 차려있었다.
유비가 유표를 향해 입을 열었다.

 

"지난 5년 동안 저는 하루도 마음이 편치 못했습니다.
천자의 혈지를 볼 때면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았지요. 
한왕실을 돕지도 못하고 역적도 없애지 못해,

동분서주 해왔건만 패배만 거듭하여 천자께도 세상에도 부끄럽기만 합니다."
그 말을 듣고, 유표가 대꾸한다.

 

"자네의 포부가 크니, 고충도 큰 것이겠지..
나는 뜻이 작아 그런지 그리 걱정도 없다네.

그저 형주의 태평만을 바랄 뿐이지."하고,

자신은 천하 제패의 큰 뜻이 없음을 말하였다.
그러자 유비는,

 

"외람되오나..

조조는 보기 드문 간웅입니다.

그의 권모 술수는 악랄하고 지독한 지경입니다.
천자를 손에 넣고 주무르며 제후들을 호령하며 보위까지 넘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명공은 황실의 후손으로 성은을 입고 계신데,

어찌 그꼴을 보고만 계십니까.

 

또 조조는 전부터 형주에 눈독을 들이고 있으니

다음에는 분명히 형주를 칠겁니다."

"그럼 내 어찌하는 것이 좋겠나 ?" 
유표는 현덕의 현실을 직시한 말을 듣자 걱정이 밀려왔다.

그러자 유비는 결의의 찬 어조로 역설하듯 말한다.

 

"역적 토벌의 기치를 내세우고,

병사를 모아 조조를 토벌해야지요."

 

"아직은 때가 아닌 듯 하네..."

유표는 결심은 커녕 유비의 말이 사실이 아니기를 바라면서

전쟁의 핵심에서 벗어나고 싶은 뜻의 말을 했다.
그러나 유비는 유표를 부추키는 말을 한다.

"명공 ! 마침 때가 왔습니다.
원소는 패했지만 그 세력이 다 죽진 않았고,

조조가 군사를 재 정비하는 현재, 퇴각하여 기주, 청주, 유주, 병주에 웅거하며

잔병 이삼 십만 군을 준비하며 재기를 도모하고 있습니다.

 

이틈에 형주의 강한 군대로

조조가 비어있는 허도를 친다면 어렵지 않게 성공할 것입니다."
유표가 놀란 표정으로 아들 유기를 한번 쳐다 보고 입을 연다.

"허도를 치라 ? 이보게 현덕 !

내 나이 이미 환갑을 넘었고,
각지의 제후들 대장 노릇도 싫고,

더구나 천하를 뺏을 마음도 없네.
내가 이곳 형양 9개군을 통치한지 벌써 십수년이라

 

이곳의 풀과 나무 산천초목 모두와

각 고을의 백성들과 병사들까지 모두 공들여 키웠다네,

형주의 뒤는 산이고 앞은 장강이라,
우리가 가진 삼십만 병사의 대부분은

수군으로 군함이 5천 척에 달하고 있으니
이 정도라면 태평을 지키기는 충분하다고 생각하네.

 

조조의 주력군은 기병이니,
그들만으로는 날 치진 못하고,
내 수군과 군함으로도 조조를 치긴 어렵네.

이것은 조조도 잘 알 것이야."

 

유비는 상대와 자신의 장단점을 모두 꿰고있는 유표의 말을 듣고

일편 인정하면서도, 역적 조조와 대적할 의사가 없는

유표의 확실한 심중을 듣고 한편 실망을 하였으나

의탁하러 온 처지에 더이상 부담을 줄 수가 없어서 말을 돌려대었다.

"그 말씀을 들으니, 안심이 됩니다."하고,

대꾸하며 잔을 들어,

 

"이 잔을 들어 유공에 경의를 표하겠습니다." 하고,

화제의 전환을 시도했다.
그러자 유표가 얼굴을 펴면서,

 

"내 천하를 뺏을 맘은 없지만, 진심으로 현덕 자네를 믿고 싶네."하고,

말하였다.
유비도 고개를 숙여 보이면서 대답하였다.

"분부하십시오."

 

"조조가 형주를 공격하든 않든, 나도 방어는 해두어야 하니..
자네에게 신야라는 땅을 떼어 줄 테니,

그곳에서 지내면서 함께 조조를 막아보세

자네의 관우, 장비, 조자룡 등의 맹장이라면

조조도 함부로 쳐들어 올 생각을 못하지 않겠나 ?  
물론, 자네가 필요한 군수와 군량은 내가 대겠네. 어떤가 ?"

 

유비는 유표의 제안을 받자 얼굴에 만족한 미소를 띠고

두 손을 들어 감사를 표하였다.

 

"고맙습니다.

그리하겠습니다."

유비 일행은 다음날, 유표의 장공자 유기의 안내를 받으며,

형주성에서 백여 리 떨어진  신야성으로 떠나갔다.
길을 가며 유비가 유기에게 칭찬의 말을 한다.

 

"형양 땅으로 들어와 살피니,

농작물도 풍성하고 마을과 백성들도 번창한 것이,
다른 곳에 비해 곳곳에 아버님의 은덕이 미치는 것이 틀림없소." 
유기가 그 말을 듣고 미소를 지으며,

 

"네, 아버님은 형양 땅을 당신의 집으로 여기시죠.

묘자리까지 이곳에 정해두시고,여생을 보낼 계획이시랍니다."하고,

말하면서 손을 들어, 눈아래 넓은 산야를 휘저어 보였다.
유비가 이어서 말한다.

 

"참 ! 감사드릴 말이 있소,

손건의 말을 들으니, 경승 형님을 뵈러 왔을 때

채 장군의 반대가 심했다고 하던데,

우리가 이렇게 형주로 올 수 있게 된 것은 모두 유 공자 덕분이었다고 하오."

 

그러자 그 말을 들은 유기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유비가 되물었다.

 

"왜 그러오 ?"
유기가 침통한 표정으로 입을 연다.

 

"머지 않아 나는 채모의 손에 죽게 될 겁니다.

황숙은 모르실 거요.

나는 비록 장남이지만 생모께서 일찍 돌아가셨소.
아버님은 형주를 다스리기 시작하면서 부터

계모 채씨와의 사이에 아들을 낳았는데,
어제 보셨던 유종이지요.

 

아우는 아버님의 총애는 물론이고 친모와 외숙인 채모 장군의 각별함을 받아,
채씨 남매는 아버님을 부추켜 유종을 후계자로 삼으려 합니다.

 

채씨 가문은 형양9군의 최대 가문으로
그들의 세력을 무시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아버님의 군사 대부분은

채모 장군의 손아귀에 있으니,

 

어느날이 될지...

저의 안위는 장담할 수 없는 처지이지요.
뿐만 아니라 아버님께서 돌아가시게 되면,

채모는 유종을 폐하고 자신이 군주가 되려고 할 것입니다. 황숙 ! 
채모가 왜 황숙을 극진히 반대한줄 아십니까 ?...

황숙의 등장으로 인해 그의 계획이 틀어질 까 염려되어 그런 겁니다. "
유비는 유기로 부터 놀라운 말을 들었다. 

 

"차남이 아버지의 대통을 이어받는다 ?..
그건 도리가 아니네.

현명하신 부친께서 그럴 리 없지."

유비는 유기의 걱정과 염려를 덜어주고 싶어 이렇게 말하였다.
그러자 유기는,

 

"아버님도 연로하셔서 그들을 어쩌지 못합니다.
그런데 황숙 ! 부탁이 하나 있습니다."하고, 말한다.  
유비가 대답한다.

 

"말씀해 보시오."

 

"아버님께 내 애기 좀 해주세요."

 

"유공자 !... 
경승 형님 덕분에 형주 땅에 발을 들였으나,

공자의 가족사에 개입하는 것은 이치가 아닐 것이오.

그러나 아버님께서 혹시 물으신다면, 꼭 간언을 해드리리다."

 

"고맙습니다."
유기는 두 손을 올려 유비에게 고마움을 표하였다.

한편, 유표의 내실에서는 유표의 후실인
채 부인이 동생인 채모 장군을 불러 물었다

"유비가 형주에 왔다던데 ?"

 

"네 !

주공께서 신야에 머물도록 하면서

군수와 군량을 모두 다 대주라고 하셨습니다."

"유비 수하에 대단한 맹장이 여럿이라지 ?"

 

"관우, 장비, 조운이란 맹장 셋이 있습니다."

"주공은 예순 넷에 건강도 좋지 못하니,
내 걱정은.. 만일 주공이 불시에 잘못되는 날에는 
우리 형주의 가업이 남의 손에 넘어가는 불상사가 벌어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지."

 

"누님 ! 걱정 마시오.

준비해 두었으니..."

채 부인은 느닷없이 나타난 유비로 인한

긴장감이 팽배한 어조로 동생인 상장군 채모와 논의하였다.

 

"신야로 보내는 군수와 군량은 유비가 데리고 온

삼천 군사만이 쓸수 있는 양을 보내고 있으니,

그가 군사를 더 키울 수 없도록 하고 있습니다."
채모가 이렇게 말을 하자 채 부인은 다른 의미를 같고 묻는다.

 

"그것 외에... 다른 일도 알겠지 ?" 

 

"네,

누님은 유종이 세자에 책봉되길 바라잖소,

헌데 그 일은 ...침착하게 대처해야  합니다."

 

"항상 염두에 두라는 말이다.
그리고 유비가 형주 내정에 간섭하게 해선 절대 안된다.

유기와 손잡게 해서도 안되고..."

 

"네, 누님 ! 알겠소." 
   
150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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