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주유의 속셈을 간파한 공명

오토산 2021. 10. 25. 07:21

삼국지(三國志) (232)
주유의 속셈을 간파한 공명

다음 날,

주유와의 밀약(密約)대로 노숙은 손권을 설득하여 형주로 향하였다.
이때 유비는 공명의 바램대로 군사를 양성하고 산업을 일으켜서

머지않아 찾아올 새시대에 대비하고 있었다.

 

이런 일환으로 유비와 공명이 형주 곳곳을 돌아보며

의견을 나누고 있던 때에 노숙이 왔다는 보고가 들어온다.
유비는 그 소리를 듣자, 공명에게 묻는다.

 

"선생, 노숙이 이번에는 무슨 일로 왔을 것 같소 ?"
공명이 대답한다.

 

"저번에 손권이 주공을 형주 태수로 추천한 것은

실상 조조의 공격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었고

조조가 주유를 남군 태수로 봉한 것은 우리와 손권을 이간시키려는 술책입니다.

 

그러니 이제 노숙이 온 것은

주유와 정보가 남군 태수와 강하 태수로 배명된 것을

이용하여 형주를 차지하려는 속셈을 가지고 왔을 겁니다."

 

"그러면 노숙을 만나면 뭐라고 대답하면 좋겠소 ?"

 

"만약 노숙이 그 애기를 꺼내면

주공께서는 아무 말씀도 마시고 대답을 제게 미루십시오.

그러면 제가 뒷수습을 하겠습니다."

 

밀약이 끝나자 유비와 공명은 노숙을 불러들였다.

그리하여 술이 몇 순배 돌자,

노숙이 좋은 얼굴로 입을 열어 말한다.

"황숙, 공명 선생,

술잔이 세 순배 돌았으니,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이에 유비가,

 

"당연히 일이 있으니까 이곳까지 수고스럽게 오셨겠지요.

귀 기울여 듣겠으니 말씀해 보시오."하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노숙이 미소를 지으며 유비와 공명을 번갈아 보며 말한다.

 

"오후와 황숙은 이제 한 가족이 되지 않았습니까 ?

그러니 너무 격식을 차리지 마십시오."

그때 공명은 노숙과 눈이 마주치자 말없이 고개를 끄덕여 보였고,

유비는 그 말에 대답한다.

 

"알겠소,

그리 하겠으니 할 말이 있으면 속 시원히 말해 보시오.

그래야 더 가까워질 게 아니오 ?"
노숙은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형주를 찾아온 본론을 꺼낸다.

 

"얼마 전 조정에서 대도독을 남군 태수에 정보 장군을 강하 태수에 임명하셨지요 ?

두 분 모두 부임 준비를 하고 계시니, 황숙께서는 서둘러 남군과 강하를 내주십시오."
유비가 그 말을 듣고, 표면상으로는 태연하게 묻는다.

 

"주유가 정말 남군 태수로 올 생각을 가지고 있소 ?"

 

"주유는 물론이고 정보도 강하 태수를 원하고 있습니다."

 

노숙은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한다.

그러자 공명이 그 말을 듣고,

"자경,

지금 형주목은 우리 주공이신데,

주유를 남군 태수에 봉한다면 우리 주공의 수하가 되는 것이 아니오 ?

아, 그럼 정보 장군도 우리 주공의 수하로 들어 온다는 것이오 ?"하고,

반문하였다.

그러자 노숙은 미소를 머금고 대답한다.

 

"그렇소,

두 사람 다 흔쾌히 원합니다.

그쪽에서 두 군(郡)을 내놓기만 하면,

두 사람 모두 유황숙의 수하가 되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생사를 마다 않고 충성을 할 것이오. "
공명이 젓가락을 들고 말한다.

 

"보시오,

밥을 먹을 때  젓가락 두 짝을 쓰지요 ? 

헌데 한 짝이 없어지면 남은 하나로 어찌 밥을 먹겠소 ?"

 

"무슨 뜻으로 한 말씀이오 ?

우리가 지금 논하는 것은 남군과 강하요."

 

"같은 이치요.

남군은 형주 유일의 군사 요충지요,

그러니 남군 없인 형주도 없소.

남군을 가져가는 건 젓가락 한 짝을 가져가는 것과 같은데,

이 어찌 형주의 밥줄을 끊는 일이 아니오 ?

 

또, 강하는 우리 후원이나 다름없는데...

생각해 보시오 멀쩡한 집을 놔두고 굳이 우리 후원에서

군사훈련을 하겠다면, 천하에 이런 도리가 어디있소 ? "
공명의 현실을 직시한 조목조목한 설명에 노숙은 손뼉을 치며 화답한다.

"허허허허 !...

절묘하군요, 절묘해 !

역시 천하의 제갈 공명 답소이다.

그렇다면 그 두 군(郡)은 손 뗄 생각이 없다는 거군요 ?"

 

"용서하시오.

그 요청에는 따르기가 어렵군요."

 

공명이 예를 표하며 이렇게 말하자,

노숙이 미소를 머금고 다시 말한다.

 

"별 말씀을요,

솔직히 말하지요.

이번에 오면서도 정말 그 두 군을 돌려받을 생각이 있어서 온 것은 아닙니다."

 

유비가 그 말을 듣고,

노숙에게 예를 표해 보이며 입을 연다.

"아, 그럼. 감사드리겠소."

 

"예는 거두십시오.

기왕 서로 사돈이 된 마당에 우리가 한번 더 양보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허나, 황숙,계속해서 아주 중요한 사항이 남았습니다."

 

"그럼, 지금까지는 그냥 한 말이었소 ?" 

 

"이제 할 애기에 비하면 맛보기에 지나지 않을 뿐입니다."
공명이 정색을 하며 노숙에게 말한다.

 

"그럼, 간을 다 보셨으니,

자경, 본론을 말해 보시오."

 

"이년 전,

우리 주공과 황숙이 약조하시길,

여기 형주 땅을 잠시 빌려주신다고 하셨지요 ?

그리고 황숙께서 다른 근거지를 찾게 되면 그 즉시 돌려주시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조정에서 황숙을 형주목에 봉했으니,

우리 주공께서는 황숙께서 속히 다른 근거지를 찾길 바라십니다.

 

이렇게 시간이 길어져,

천하인들이 형주땅이 황숙 것이라 여길까 두려우신 거지요.

기억하십시오.

황숙과 공명 모두, 그 문서에 서명하셨습니다."

 

"자경,

나도 빨리 근거지를 찾아,

오후께 형주를 돌려드리고 싶소.

허나, 아직 조조는 군마가 강한 것이 확실한데,

지금 우리 실력으로 덤비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치기가 아니오 ? "

 

유비가 노숙의 말을 끊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노숙은 손까지 저어가며,

 

"우리가 조조를 치라고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보십시오. 천하는 넓습니다."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유비가 노숙의 말 뜻을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기울이며 물었다.

"그러면 자경께서는 ..." 

 

"공명이 그랬지요,

황숙께서 서천을 얻고나면 형주를 돌려준다고..

그럼 왜 아직까지 서천을 치지 않나요 ?

서천의 유장은 무능한 자라,

서천을 취하긴 어렵지 않습니다. "

 

"자경,

유장은 무능하고,

조조처럼 사납지도 않소.

그러나, 나는 못 하오. "

 

유비가 침통한 어조로 말을 하면서 술잔을 들었다.

그러자 노숙은 별 일이 아니란 듯이 대꾸한다.

 

"허허..

그건 왜 그렇습니까 ?"

 

"왜가 아니라,

못 한단 말이오 !"
유비가 술잔을 <탁 !> 하고 탁자에 놓으며 소리쳤다.

순간,

노숙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러니 잠시 유비를 바라보더니 굳은 얼굴에 겸언쩍은 미소를 띠며,

 

"왜 그러십니까 ?

혹시... 제가 무슨 실수라도 했습니까 ?"

잠시,

말이 없던 유비가 깊은 한숨을 토해내며,

눈물을 흘리면서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리고 미안하단 표시로 노숙에게 반절을 해 보이고,

그대로 안으로 들어가 버리는 것이었다.

 

느닷없는 유비의 언행을 보고,

노숙이 공명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리하여 노숙의 시선이 자신으로 향하자,

공명이 입을 열어 말한다.

"자경,

선생이 주공의 아픈 상처를 건드렸소. "

 

"어 ? ..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군요.

부디 가르침을 주십시오."

 

"서천 군주 유장이 비록 무능하기는 하나,

우리 주공과 같은 유씨(劉氏)요,

 

같은 한실의 후예이자, 천자의 골육에게 땅을 내놓으라고 거병을 하면,

골육상쟁이 분명한데, 우리 주공께서 어찌 그런 일을 하시겠소 ?..

 

허나, 그러지 않자니,

우린 몸 둘 곳이 없어, 고민하는 중이오.

그러니 형주를 돌려주지 못해 오후께 송구할 뿐이오.

 

한 쪽은 형제요,

한 쪽은 사돈이라,

진퇴 양난으로 주공께서 눈물을 보이신 것이오.

자경, 번거로운 것은 알지만, 돌아가서 오후를 뵙거든 우리의 고충을 간청하고,

조금만 더 시간을 달라고 해 주시오."
노숙이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말한다.

"하 !..

이보시오,

남군과 강하를 못 준다는 건 그렇다 쳐도,

여기 형주마저 돌려주지 못한다면, 지나친 게 아니오 ? 

하 !...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시오.

우리 주공께 송구하지도 않소 ?

우리 주공께서 어찌 허락을 하시겠소 ? "

 

"오후의 친누이도 황숙께 드렸는데,

안 될게 뭐있소 ?"

 

"오후께서 허락하신다 해도,

대도독은 절대 안 할꺼요."

 

"주공근은 뭐라고 하시오 ? "

 

"대도독이 원하는 것은 당장 거병을 해서 서천을 치는거요."

 

"하 !... 좋소,

그 말에 따르겠소.

오후와 주유에게 전해 주시오.

5년 안에 필히 서천을 치셌소."

 

공명은 노숙을 향하여 손을 들어 손가락 다섯 개를 펴보이며 말을 하였다.

그러자 노숙은 고개를 흔들며 대답한다.

 

"아니오.

지금 당장을 말하는 거요."

 

"자경, 당신도 병법을 알지만,

서천은 천 리밖인데, 원정을 떠나는 것이 보통 일이오 ?

지금 우리는 군량은 물론 군마도 부족한 형편인데, 어찌 거병을 하겠소 ?

적어도 사,오년은 준비해야 하오."

 

"좋소,

그쪽이 군마는 물론 군량도 없다 하는데,

우린 군마는 물론 군량도 충분하오.

 

그럼 서천은 놔 두시오.

우리가 서천을 대신 치겠소.

그래서 서천이 수복되면 형양 9군과 바꾸면 되지 않겠소 ?

이러면 맘족할 수 있지 않겠소 ?"

 

공명이 그 소리를 듣고,

잠시 대답하기를 주저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좋소...

그럼, 주공근의 성공을 빌겠소."

 

그러면서 술잔을 들어보인다.

노숙도 대작해 보이며 이날의 회합이 마무리 되었다.
노숙을 배웅하러 포구에 나온 유비가 노숙의 배가 떠나자 공명에게 말한다.

 

"선생, 주유가 서천을 치겠다니,

유장은 분명 강동의 적수가 못 될거요."

 

"염려 마십시오.

아마, 주유는 서천을 치지 않을 겁니다.

다만 이를 구실로 형주를 뺏으려할 겁니다."

 

"선생, 내가 처음 만났을 때,

날더러 서천은 반드시 취해야 한다고 말하지 않으셨소 ?

주유가 선점해 버린다면 우리에게 불리하지 않겠소 ?"

 

"서천 공격은 대규모 일전이라,

엄청난 군마와 군량이 필요합니다.

지금의 우리 전력으로는 칠 방법이 없습니다.

 

이것은 동오의 주유도 마찬가지로

만약 서천을 공격한다면 치뤄야 할 출혈이 만만치 않을 겁니다.

또 매사에 신중한 손권이 이것을 허락할 리도 없고요.

그래도 노숙을 통해, 서천을 치겠다고 하는 것은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다른 꿍꿍이가 뭐요 ?"

 

"허허허 !...

자. 안으로 들어가시지요."
공명은 유비에게 이렇게 말하며 안으로 갈 것을 말하였다.
                         ...
233회에서~~~
&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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