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三國志) (255)
서천에 이는 격랑(激浪)
형주에 법정을 보낸 유장은 유비가 몸소 지원군을 이끌고
서천으로 출병하고 있다는 보고를 받고 크게 기뻐한다.
"듣던 바와 같이 유현덕은 어질고 의로운 사람이야 !
법정을 보냈더니 바로 출병하지 않았는가 말야 ?"
"출병한 지 보름이 지났으니,
지금쯤은 서천 부근까지 왔을 것입니다."
"응 ?
아주 신속한 군사들이군, 지금 어디 있다던가 ?"
장송의 대답을 듣고 유장이 묻자, 이엄이 대답한다.
"보고에 따르면 사마관을 지나,
빠른 속도로 진군하고 있다 합니다."
"잘 됐군,
유비가 어질기 때문에 따르는 사람도 신속히 움직이는 모양이군."
유장이 유비의 출병에 만족을 표하며 이쯤 말하자,
황권이 걱정이 가득한 소리를 한다.
"주공,
아무래도 유비가 민심을 얻으려고 하는 것 같으니,
그를 각별히 경계하셔야 합니다."
그러자,
그 소리를 듣고 장송이 대뜸,
"황 대인, 그게 무슨소리요 ?
대체 유비가 무얼 했다고 그런 말을 하는거요 ?
황대인은 일부러 유비에게 죄를 뒤집어 씌우려고 하는 것 같소."하고,
따지듯이 말했다.
그리고 코웃음을 치면서,
"흥 !
억지가 심하오."하고,
말한 뒤에 주공인 유장을 향하여 말한다.
"주공,
만약 유비가 서천을 빼앗겠다는 마음을 먹었다면
관우, 장비, 조운을 데리고 왔을 터인데,
오직 병사 오만 만 데리고 오고 있습니다."
장송은 여기까지 말한 뒤에,
황권(黃權: 字, 公衝)을 향하여 그가 들으란 어조로 말한다.
"황 대인의 말대로 유비가 서천을 노린다고 해도,
오만의 군사를 가지고 십만 명에 이르는 서천 군사력에 맞설 수가 있다고 보십니까 ?
그건 계산이 서지않는 불가능에 가까운 일입니다.
따라서 황 대인의 염려는 지극히 기우(紀憂)에 지나지 않습니다."
"으흠 !...
영년(장송의 字)의 말이 옳네 !"
유장이 장송의 말에 힘을 보탠다.
"허 ! 주공 ?
유비가 도움을 주기 위해, 먼 길을 마다않고 서천으로 오고 있으니,
주공께서 마중을 나가시는 것이 도리라고 보옵니다만..."
유장의 두둔에 힘이 난 장송이 이렇게 아뢰었다.
그러자 유장은 당연한 일이라는 듯이,
"좋네, 마땅히 그래야지,
그렇다면 어디서 맞이하는 것이 좋겠는가 말해보게."
"부성(부수관)은 서천 동쪽의 요지로 유비군이 오는 길목에 있으며,
수로와 육로가 잘 발달 된 곳이니 주공께서 그곳까지 나가셔서
유비군의 면모도 살펴 보시고 위로하신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올커니 !
그러면 영년이 지금 당장 유비 영접을 준비시키고,
상장군 장임에게 기마 정예병 삼천을 이끌고 나를 호위토록 명하게.
우리 서천의 기상을 보여 줄 수있는 늠름한 병사들을 뽑으라고 하고,
깃발은 선명한 것으로, 무기는 빛이 날 수있도록 잘 닦으라고 하게.
유비에게 우리 서천 군사들의 위용을 보여 줄 수있도록 말이야 !"
"네 ! 영명하십니다."
"안 됩니다 !"
장송이 유장의 명을 흔쾌히 받자마자 불쑥,
이엄이 명에 반대하는 말을 꺼낸다.
그리고 이어서,
"익주의 주인이신 주공이 어찌 친히 마중을 나가신단 말입니까 ?
유비가 다른 마음을 가지고 호위병밖에 없는 주공을 공격하면 어쩝니까 ?
정말 그리되면 서천은 큰 혼란에 빠지게 됩니다."하고,
적극 반대의 의사를 표시한다.
"하하하핫 !...
이 보시오, 이대인 ?
어찌하여 모든 사람을 불의인으로 몰아세우는 것이오 ?
흥 ! 도움을 청하려고 불러 놓고, 이젠 방비를 하려는 것이오 ?"
장송이 이엄을 향하여 가당치도 않다는 말을 해보인다.
그러자 이번에는 황권이 나선다.
"주공,
이 대인의 말도 일리는 있습니다.
물론 우리가 도움을 청한 것이지만,
그래도 방비를 할 필요는 있습니다.
충언을 받아들이시어 부디, 가볍게 움직이지 마십시오."
"황권 !
지금 주공과 유비사이를 이간질 하려는 속셈이오 ?"
장송이 발끈하며 나섰다.
그런 뒤에 유장을 향하여 말한다.
"주공,
일단 누군가에게 일을 맡겼다면 의심해서는 안됩니다.
일을 맡기고도 반신반의 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두 사람이 걱정하는 것처럼 세상에 모든 일이
의심에 차서 거행된다면 어떻게 되는 일이 있겠습니까 ?
잘 생각하셔서 판단하십시오."
"허 어 !..."
결단력이 없는 유장은 세 사람을 번갈아 쳐다보며 인상을 찡그린다.
허나, 그것도 잠시,
유장은 불현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결심어린 소리를 내뱉었다.
"유비는 내가 청해서 왔는데 어찌, 두 사람은 자꾸만 헐띁는 것인가 ?
자네들이 능력이 있으면 장로와 조조를 막아보게 !
그런 능력이 없으면 내가 유비를 마중나가는 것을 막지 말아 !"
유장은 이렇게 외치며 단하로 내려와 밖으로 나가려고 하였다.
"주공, 주공 ! 가시면 안 됩니다 !"
황권이 유장의 앞길을 가로막으며 그의 소매를 붙잡고 꿇어 앉았다.
"비켜라 !"
"으 허허, 주공 ! "
황권은 울부짖으며 유장의 소매자락을 붙잡았다.
"어진 이를 만나려 하는데 어찌 내 앞을 맊는 것인가 ?
여봐라 !"
유장은 자신을 붙잡고 길을 맊는 황권을 떼 놓기 위해 호위병을 불렀다.
"예 !"
"이 놈을 끌어내라 !"
"엣 !"
호위병이 벼락같이 달려들어 황권을 붙잡아 떼어내려 하였다.
그 순간, 황권은 단신으로 호위병을 이길 수가 없다고 판단하고 ,
"안됩니다,
안 됩니다 !"하고,
소리를 지른 뒤에,
유장의 겉옷 도포자락을 자신의 입으로 깨물며 떨어지지 않으려고 하였다.
"으 응 ? 놔라, 놔라 !"
유장은 장송과 이엄이 안타깝게 지켜보는 가운데,
황권과 도포자락을 두고 밀고 당기기를 계속했다.
"당장 놓지 못할까 !"
흥분한 유장이 도포자락을 감싸,
세차게 당기는 바람에 그 끝은 물고 있던 황엄의 입에서 피가 흥건히 흘러나왔다.
"주공, 주공 !
가시면 안됩니다 !
가지마십시오 !"
황권은 사라져가는 유장의 뒤에다 대고 울부짖었다.
유장이 황권을 밀치고 대청을 나와 성문 앞으로 향했다.
그러나 근정전(勤政殿) 앞에는 가신 이회를 비롯한
그를 따르는 대소 신료들이 달려와 땅에 엎드려 울면서 간한다.
"주공, 가시면 안됩니다 !
신의 말을 들어 주십시오 ! "
"말하라 !"
유장이 격노한 소리를 내질렀다.
"황대인은 충심에서 진언한 것이니 다시 한번 생각해 주십시오.
지금 유비를 막아도 늦지 않습니다.
유비가 부성으로 발을 들여 서천으로 온다면,
호랑이를 불러들이는 것과 같으니,
서천을 잃게 될 것입니다 !"
"주공 ! 통촉하십시오 !"
길을 막고 땅바닥에 꿇어 앉은 스무 명에 이르는 대소 신료들은
유비의 서천 입성에 극렬히 반대하며 유장이 재고해 줄 것을 호소하였다.
그러나 유장은,
"유비는 황실 종친으로 내 혈육인데,
어째서 모두 이러는 것인가 ?
자꾸 이러면 참하겠다 !"하고,
무시무시한 소리를 내질렀다.
그리고 호위 병사에게 명한다.
"여봐라, 길을 내라 !"
이렇게 부성으로 출발한 유장이
유교문(楡橋門)앞에 이르니, 성문 위에 한 사람이 칼을 들고 서 있었다.
그는 종사 왕루였고, 한 손에는 간장(諫章: 탄원서)을 들고 있었다.
"왕루, 무슨 짓인가 ?"
유장이 말을 멈추고 성문위를 향해 소리쳤다.
"익주 종사 왕루가 피눈물로 호소합니다.
좋은 약은 입에 쓰나 병에 듣고,
충언(忠言)은 귀에 거슬리나 행신(行身)에는 이롭습니다.
옛날에 초회왕(楚懷王)은 굴원의 말을 듣지 않고
무관(武關)에 회맹(會盟)하였다가 진(秦)에게 욕을 보았거니와,
이제 주공께서 유비를 이 땅에 맞아들이신다면
가시는 길은 있어도 다시 돌아오시지는 못할 것입니다.
바라옵건데 장송의 목을 베시고 유비와의 언약을 끊으시옵소서.
그래야만 익주가 길이 보존되오리다. 이것은 지금까지 말한 것을 쓴 탄원서 입니다."
"아무리 막아도 내 뜻은 변함이 없다 !
서천이 오늘날 쇠퇴한 것은 너희같은 어리석은 신하들 때문이다 !"
유장은 화가 동해 성문위 왕루에게 소리쳤다.
그러자 모든 것이 틀렸다고 생각한 왕루는,
"하늘이시어 !..
.서천은 망했습니다 !..."하고,
소리를 내지르더니.
칼로 자신의 목을 그어대고는 성문 아래로 떨어져 절명하는 것이었다.
"어서 치워라 !"
호위 병사들이 달려가 성문 앞을 막고있는 왕루의 사체를 길밖으로 끌어냈다.
"이랴 !"
유장은 그래도 뜻을 굽히지 않고 유비를 마중하러 나섰다....
256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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