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三國志) .. (342)
조비의 출병 고집
사자의 명을 띄고
동오(東吳)의 건업(建業)으로 손권(孫權)을 만나고 온 마속(馬謖)은
성도(成都)에 들아오는 길로 제갈양을 찾아왔다.
"승상,
다녀왔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들으니,
조비의 명으로 사로로 쳐들어 오던 적들이 모두 물러갔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물론, 손권의 오군은 꼼짝도 하지 않았고 말입니다."
"허허허..
유상(幼常: 마속의 字), 자네가
위험을 무릅쓰고 건업까지 달려가 손권을 설득해 오군의 출정을 막은 덕분이네."
제갈양은 마속을 칭찬하면서 자리에 앉았다.
"그동안 승상의 가르침을 받은 덕분이니,
어찌 그것이 제 공이라 할 수 있겠습니까?"
"혹시,
자네는 이번에 조비가 생각한 오로군 동원의 책략을 누가 제안한 것인지 알고 있나?"
"확실하진 않으나 사마의(司馬懿)라는 자가
조비(曺丕)에게 제안한 것이라고 들었습니다."
"사마의?..."
"예,
사마의의 자는 중달(仲達)로 올해 쉰 살입니다.
현재 조비의 책략가로써 조비의 절대적 신임을 얻고 있으며
조조가 발탁하였으나 조비에 의해 크게 중용되었고 실제 전쟁에는 나선 적이 없어,
병법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는 드러난 것이 없습니다."
"음!...
이번에 제안한 전략만 보더라도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가 있네,
그러니 앞으로 자네는 그 자를 주시하도록 하게."
"알겠습니다."
그 무렵에 위(魏)에는 두 개의 커다란 불행이 있었다.
조조때 부터 전쟁터에서 혁혁한 전공을 세워왔던
대사마 조인(大司馬 曺仁)이 병으로 세상을 떠난 것이 한 가지였고,
또 한가지는 촉중을 사로(四路)로 공격하였던 사십만 대군이
한 곳도 승리하지 못하고 모두 패하고 빈손으로 물러났다는 소식이었다.
조비는 그 소식을 듣고 크게 노하며 모든 문무 백관들을 불러 모았다.
"병력을 나누어 촉 정벌을 나섰으나
아무 성과도 거두지 못하고 모두 철수했소.
이번에 패한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는지 한번 말해 보시오."
위제(魏帝) 조비가 화가 동한 소리로 이렇게 말하자,
양평관에서 조운(趙雲)에게 패퇴하여 귀환한 대도독 조진(曺眞)이
이번 계획을 제안한 사마의를 매서운 눈초리로 쏘아보았다.
그러나 사마의는 별다른 표정을 짓지 아니하고
눈치를 한번 보면서 묵묵히 꿇어 앉아 있었다.
이때, 화흠이 앞으로 나서며 아뢴다.
"아룁니다,
촉 정벌에 실패한 것은 손권의 탓입니다.
평소부터 폐하를 돕겠다고 누누히 약조했으면서,
암암리에 촉과 동맹을 맺었지요.
게다가 이번에 찾아간 사자마저 만나지 아니하고
우리의 제의를 뿌리쳤으니 절대 용서할 수 없습니다!"
"그렇소! 화흠?
짐이 전함 제조 관리를 맡겼는데 어찌되었소?"
"아룁니다.
병선(兵船) 이천 척은 이미 완성되었고,
오만 수군은 현재 훈련중에 있습니다.
또한 길이가 이십여 장(丈)이나 되는 십여 척의 용주(龍舟)에는
각각 이천 군사가 승선하기에 충분할 정도의 크기로 건조해 놓았습니다."
"좋소!
조휴?"
"예,
폐하!"
"군량과 무기의 준비는 어떻게 되고 있소?"
"군량 백오십만 석을 모두 마련했는데,
그중 오십만 석은 형양 가까운 합비로 보냈습니다."
"음!..."
조비는 전쟁 준비 상황을 확인하자,
자신감에 찬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나 문무대신들에게 명한다.
"들으시오!
조만간 수군과 보병 삼십만을 일으켜,
약조를 깨고 촉을 도운 동오를 정벌할 것이오!
이번엔 짐이 직접 출정하여 기필코 형양을 함락시켜 동오를 응징할 것이오!"
"알겠습니다!"
문무대신들은 일제히 황제 조비의 명에 복명하였다.
그때, 장군 조진이 벌떡 일어나 대전 가운데로 달려 나온다.
"폐하!
신이 이번 전쟁에서 공을 세우지 못하여 부끄럽습니다.
신에게 속죄할 기회를 주시옵소서."
그러자 조진을 필두로 장수들이
하나, 둘씩 달려나와 아뢰는데,
"폐하!
신에게 선봉을 맡겨 주십시오!"
"선봉은 제가 적임이옵니다!"하고,
십여 명의 장수들이 서로 자원을 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이것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조비가,
"좋소!
모두 용기있게 나서 주니,
짐이 안심이 되는구려!"하고,
말하면서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사마의를 내려다 보며 입을 열었다.
"중달?
어째서 아무 말도 없소?"
사마의가 조비의 말을 듣고,
자리에서 일어나 대전 한 복판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폐하,
신에게 벌을 내려 주십시오!"였다.
조비가 이 말을 듣고 반문한다.
"갑자기 그게 무슨소리요?"
"이번 촉의 정벌은 신의 책략대로 출병했으나
예상과는 다르게 촉을 치는데 실패하고 말았으니,
그 죄가 크옵니다.
벌을 받지 않는다면 편치않을 것이옵니다."
"화흠이 말한 대로 촉 정벌에 실패한 것은 손권때문이오,
허니 자책할 필요 없소."
"망극하옵니다!
하지만 신에게 벌을 내려 주십시오."
"왜 또 그러시오?"
"신이 생각하는 바를 말씀드린다면
분명 벌을 내리실 것이옵니다."
"대체 뭔지 말해 보시오."
사마의는 자리에 함께 있는 조진과 조휴를 번갈아 쳐다 보았다.
그러나 조진과 조휴는 사마의의 눈길을 외면하였다.
사마의가 입을 열어 결언한 어조로 말한다.
"폐하!
부디 동오를 치지 말아 주십시오."
"이유가 뭐요?"
조비는 느닷없는 사마의의 요구가 기막히다는 듯이 반문하였다.
그러자 사마의는 고개를 꼿꼿히 고추 세우고 자신의 주장을 피력해 보인다.
"촉 정벌의 실패가 손권의 탓이기는 하나,
그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촉의 대응을 돌파하지 못한 우리측의 문제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향후 우리가 동오로 출병하게 되면
촉의 제갈양이 보고만 있지 않을 것입니다.
이미 그들은 이번에
우리가 본 것 같은 동맹으로 결속된 상태 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동오를 정벌하려 한다면
촉의 배후 공격도 고려해야만 하옵니다.
따라서 촉과 오의 동맹관계가 완전히 깨지기 전에는
어느쪽을 치든지 우리에게는 승산이 없음을 고려하시기 바랍니다."
"그럼,
어찌하면 좋겠소?"
"선제께서 하셨던 것 처럼,
앞으로 십 년 동안 군대와 전략물자를 양성하십시오.
그리하시면 당연히 우리의 국력이 강해 질 것이며,
그 사이 오촉간 동맹은 금이가서 제갈양이 형주를 공격하거나
손권이 서천을 공격하는 일이 벌어질 것입니다.
그때 군사를 일으키면 천하가 폐하의 손에 들어올 것입니다."
"됐소!
내 나이 곧 사십인데,
십 년을 기다리란 말이오?"
조비가 대노하며 소리를 내질렀다.
조비가 만조 백관들 앞에서 그동안 듣도 보도 못한 대노를 해보이니
사마의가 역린(逆鱗: 주군의 분노)을 건드린 잘못을 무릅을 꿇어 보이며 표현해 보였다.
그러나 흥분한 조비는 고집을 꺽지 않았다.
그리하여 문무 백관들을 향하여 다시 한번 명한다.
"짐은 오를 정벌할 것이니 그리들 아시오!
그리고 사마의, 더 이상 말하지 마시오!
내 벌은 내리지 않겠소.
그만 물러가시오.
이제 거병을 논의할 것이오."
그 순간 사마의는 조비의 고집스런 출병결정에 의아한 눈으로
황상이 앉은 자리를 올려다 보다가 시선을 내려 깔았다.
그리고 중얼 거리듯이 복명하였다.
"알겠사옵니다."
사마의는 위제 조비가 동오 정벌에 이토록 집착하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343회에서~~~
'삼국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공명의 이간책(離間策) (0) | 2022.02.24 |
---|---|
피는 못 속여.. (0) | 2022.02.23 |
손권의 선택 (0) | 2022.02.21 |
손권의 결정은 ? (0) | 2022.02.19 |
위기 앞에 촉중(蜀中) (0) | 2022.02.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