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三國志) .. (343)
피는 못 속여..
손소의 활약으로 무너지는 위군(魏軍)
조비는 사마의를 물러가게 한 다음,
기어코 동오를 정벌하기 위한 구체적인 전쟁 준비에 착수하였다.
그리하여 황초(黃初) 오년 팔월에 조비 스스로 대원수가 되어,
조진(曺眞)을 선봉장으로, 장요(張遙), 장합(張郃), 문빙(文聘),
서황(徐晃)의 장수로 그를 돕게 하고,
허저(許楮), 여건(呂虔) 등을 중군호위(中軍護衛)로 삼고,
조휴(曺休)를 후군으로 삼고,
유엽(劉曄), 장제(莊濟) 등을 참모로 삼아 동오 정벌에 출정하였으니,
이때 출정한 수륙 군마가 모두 삼십만이 넘었다.
그리고 조비는 허창을 출발하기에 앞서
사마의를 상서복야(尙書僕射)에 봉하여 국사(國事)를 일임하였다.
그러면 사마의는 어찌하여
대전(大殿)에서 조비의 동오 정벌을 적극 만류한 것일까?
사마의가 사가(私家)로 돌아오자,
함께 돌아온 아들 사마소(司馬昭)가,
"아버님,
폐하께 어찌 그런 말씀을 드려서 모욕을 당하신겁니까?" 하고,
걱정스런 어조로 말을 건넸다.
그러자 사마의는 태연한 어조로 대답한다.
"그렇게 해야만
나중에 문제가 없을 것이야."
"네?
오를 치는데 실패할까요?"
"그럴 것이다."
"어째서요?"
"폐하는
오를 정벌하려 했던 유비처럼 너무 서두르고 계시다.
손권과 육손이 누구더냐?
조진과 조휴가 깨칠 수 있을 것 같으냐?
우리가 오를 친다면 장안을 비롯해 허창의 수비가 허술해 질 것이니,
그 틈을 타서 제갈양이 공격을 해오게 되면 무슨 수로 막아낼 것이냐.
그리되면 우리는 양면 공격으로 수세에 몰려 패하고 말 것이다.
어찌됐든 결과는 불을 보듯이 뻔하고, 나는 책임을 피할 수 없으니
다른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지 않도록 미리 선수를 친 것이다."
"아!
그러면 아버님께선 나중에 큰 화를 피하기 위해 그러신 거로군요?"
"봐서 알겠지만,
폐하께선 이번 전쟁에 나는 뒷전에 두고 친,인척만 기용하셨다.
만사는 사람이 하는 것인데 그렇게 하면 결코 승리할 수는 없는 것이다."
조비가 삼십만 대군을 이끌고 진군을 시작하자,
그 소식은 곧 동오의 손권에게 알려졌다.
크게 놀란 손권은 즉시 중신들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대책을 물으니,
모사 고웅(顧雄)이 말한다.
"우리가 이런 변을 당하게 된 것은 오촉동맹(吳蜀同盟)을 맺은 결과이므로,
촉국은 국력을 다해 우리를 도와 줄 책임이 있다고 봅니다.
그러므로 이 사실을 공명에게 급히 알려주어
촉군이 장안 방면에서 적을 공격하게 하는 동시에
우리는 남서(南徐)에 진(陳)을 구축하고
적의 형양 접근을 사전에 차단하여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손권은 고웅의 말을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먼저 각 성의 방비를 튼튼하게 하여 수비에 치중토록 하고,
사태가 위급하게 되었을 때 형주에서 육손(陸遜)을 불러오도록 하시오.
육손이면 적을 능히 막아낼 수 있을 것이오."
"형주를 누구에게 맡기고
육손 장군을 불러옵니까?"
"형주도 중요하지만,
당장 발등의 불은 끄고 봐야 할 게 아니오?"
그러자 그 말을 듣고 있던 장군 서성(徐盛)이 앞으로 나서며 큰소리로 아뢴다.
"전하!
적을 무찌를 수 있는 사람이 어찌 육손 장군 한 사람 뿐이오리까?
원컨데 소장에게 군사를 맡겨 주십시오.
소장이 위군의 선봉장을 격퇴 시키고 조비를 사로잡아 오겠나이다!"
손권은 평소에 서성을 믿어오던 터인지라,
그의 말에 크게 감동하였다.
"오오!
그대가 나서 준다면 내 어찌 적을 두려워하리오.
그러면 건업 남서(建業 南徐) 일대를 장군에게 맡길 터이니,
기어코 적을 무찌르기 바라오."
손권은 즉석에서 서성을 도독으로 임명하였다.
서성은 대임(大任)을 맡자,
즉시 대군을 강안(江岸)으로 배치하고 적들이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적이 강을 건너올 때를 기다려라.
여하한 경우에도 우리가 강을 건너서는 안 된다."
그러나 그 군령에 반대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손권의 조카로 죽은 손책이 남긴, 나이 어린 아들로
이번 전쟁에 처음 참가하는 어린 장군 손소(將軍 孫韶)였다.
"우리가 강을 건너가서는 안 되다니, 그게 무슨 소리요.
적이 강을 건너 오기 전에 맞서 싸워야 할 것이거늘,
그러니 우리는 한시 바삐 강을 건너가
회남(懷南)지역에 진을 치고 적을 맞아야 할 것 이오."
그 소리에 서성이 대로하였다.
"강을 건너가 싸우면 우리에게 크게 불리하오.
위의 장수들은 육전(陸戰)에 능한 백전 노장들이오.
그들과 육지에서 맞붙는다면 결코 승산이 없소."
손소는 그래도 복종하지 않는다.
"가만히 앉아서 적을 기다리는 것은
너무도 무능한 작전이오.
누가 뭐래도 나는 강을 건너가겠소."
서성은 참다 못해 나중에는 분통을 터뜨렸다.
"군령을 무시하고 군사 행동을 맘대로 하겠다니
, 너 같은 놈을 어찌 그냥 둘 수 있으랴!
여봐라! 군율에 의해 저놈을 당장 끌어내어 참형에 처하라!"
추상같은 호령을 내렸다.
군사들이 급히 달려들어 손소를 원문(轅門) 밖으로 끌어내었다.
그리하여 도부수(刀斧手)들이 손소의 목을 막 베려는데
손권이 그 소식을 듣고 바람처럼 말을 달려왔다.
그리고 (하여간, 조카놈이 형님을 닮아가지고... 쯔 쯧!)하고,
속으로 혀를 차며,
"내가 도독에게 양해를 구할 것이니
형을 멈추라!"하고,
형리의 집행을 제지시켜,
조카를 구해 놓고 나서 즉시 서성을 찾았다.
"손소는 세상을 떠나신 내 형님이 지극히 사랑하던 아이였으니,
목숨만은 보존케 하시오."하고,
말하니,
서성이 머리를 조아리며 대답한다.
"소장을 대도독으로 봉하신 분이 전하이시옵니다.
그런데 군령에 복종하지 않는 자를 처단하지 못하게 하신다면,
장차 소장은 무엇으로 이 중임을 감당하오리까?
군기 확립을 할 수 없다면 신도 임무를 다할 방도가 없나이다."
손권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장군의 말씀을 내가 못 알아들은 것은 아니오.
그러나 내가 이미 살리라는 명을 내렸으니
이번 한번만은 내 낯을 보아 죽이지는 말도록 해주시오."
"그러면 이번만은 전하의 명에 의해 살려주겠나이다.
그러나 금후에 다시 군령을 어기면 그때는 가차없이 처단할 터이니
전하께서는 그 점을 헤아려 주소서."
"내 어찌 다시 군을 문란케 하리오.
그 점은 본인을 불러 내가 엄히 꾸짖도록 하겠소."
손권은 즉시 손소를 불러 이렇게 명한다.
"도독께서 이번만은 너를 특별히 용서해 주신다니,
도독께 감사의 큰절을 올려라."
그러나 손소는 즉석에서 머리를 흔든다.
"싫습니다.
저는 이처럼 비겁하고 졸렬한 작전 계획에는 복종을 못하겠습니다.
대도독처럼 적을 두려워하며 맞서 싸우기를 회피한다면 질 것은 뻔한 일인데
어찌 그런 군령에 복종할 수 있겠습니까?"
나이 어린 손소의 고집에 손권도 골머리가 아팠다.
"너 이놈!
네깐 놈이 뭐길래 이렇게도 고집을 부리느냐!"
손권은 조카놈을 호되게 꾸짖고 나서
이번에는 서성을 보고,
"저런 놈 하나 없애 버린다고 아까울 것이 하나도 없으니,
도독은 저놈을 맘대로 처리하시오."하고,
그 한마디를 남기고 궁으로 돌아가 버렸다.
서성으로서는 난감하였다.
주군인 손권이 이토록 아끼고
사랑하는 선주공(先主公) 손책(孫策)의 아들인 손소를
항명(抗命)을 이유로 참하기에는
(이미 주군도 용서하며 자신에게 책임을 떠넘겨 버리고
돌아갔으니, 차마 )죽일 수는 없었다.
그리하여 서성은
생각끝에 손서에게 당분간 근신하고 있으라고 좋게 타일러서 돌려보냈다.
그런데 바로 그날 밤의 일이었다.
서성이 잠이 들었는데 불침병이 달려오더니,
"손소 장군이 군사 삼천 명을 이끌고
기어코 적진을 향하여 강을 건너가고야 말았습니다."하고,
알리는 것이 아닌가?
서성은 그 보고를 받고 크게 탄식하였다.
그러나 수하 군사가 일단 강을 건너갔다는 사실을 알고 난 이상
모른 척하고 내버려둘 수는 없는 일이었다.
더구나 강을 건넌 자가,
자신의 주군의 조카임에서라야.
"그렇다면 즉시 정봉(丁奉)장군을 부르라!"
서성은 정봉을 불러 군사 삼천을 주면서 이렇게 명한다.
"손소가 어리석게도 군사를 이끌고 강을 건넜으니,
그대로 내버려두면 전멸을 면치 못할 것이오.
장군이 뒤를 따라가서 손소를 구출해 오시오."
이날 낮부터 밤까지 손소가
대도독 서성과 이런 옥신각신을 벌이고 있기 전날,
조비의 대부대 선단은 광릉(廣陵)에 도착하여
선봉장인 조진의 부대가 대강(大江) 언덕 위에 진을 치고 있었다.
조비가 선봉장 조진을 불러 물었다.
"강안(江岸)에는
오군이 얼마나 있는가?"
"강상(江上)은 물론이고,
건너편에도 웬일인지 적의 그림자도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그럴 리가 있나?
짐이 직접 적진을 돌아보고 오리라."
조비는 몸소 호위선단을 거느리고 용주(龍舟)를 타고 강으로 나왔다.
새로 건조한 용주에 이천의 군사를 싣고 대강으로 힘찬 전진을 하는데,
배 위에는 용봉일월 오색정기(龍鳳日月 五色旌旗)가 바람에 힘차게 나부끼는데,
그 위용은 가히 대강을 덮고도 남을 지경이었다.
조비가 선상에 앉아 대강을 두루 살펴보았으나,
듣던 바와 같이 적의 그림자는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장제(莊濟)가 조비에게 아뢴다.
"폐하!
이대로 대강을 건너가 적을 엄습하면
승리를 단박에 거둘 수가 있겠나이다."
그러나 옆에 있던 유엽(劉曄)이 고개를 흔든다.
"자고로 병법이란 허허실실이라고 하는데,
적인들 어찌 방어의 준비가 없을 수 있으오리까?
급히 서두를 것이 아니라
수일간 적의 동정을 살피고 난 뒤 공격해야 합니다."
조비가 듣고 보니 과연 옳은 말이라,
"적이 보이지 않는 것이 오히려 수상하니,
적정을 상세히 파악한 연후에 손을 써야 할 것 이오."하고,
탐방을 마치고 돌아왔다.
밤이 되어 조비가 선상으로 나와 보니,
아군 병선에서는 등불이 수없이 반짝이는데,
강 건너 적진에는 불빛 하나 보이지 않는다.
조비가 근시에게 물었다.
"어찌하여 적진에는
불빛 하나 보이지 않을꼬?"
"아마 폐하의 천병(天兵)이 온 것을 알고
모두가 겁에 질려 도망을 갔는가 봅니다."
"하하하!
그럴 수도 있을까?"
밤이 되자 대강에는 안개가 짙게 깔렸다.
눈앞의 사람을 알아보기가 어렵도록 짙은 안개였다.
새벽녘이 되어서야 서서히 안개가 걷히기 시작하고
구름이 흩어지기 시작하였다.
그제사 멀리 적의 강안을 바라보니, 이 어이된 일인가?
어젯밤까지도 개미새끼 한마리 얼씬하지 않던
강남(江南)일대가 모두 성(城)이요,
성루(城樓)마다 창검(槍劍)이
아침 햇살에 번쩍거리고 있지 않는가.
그나 그뿐이랴,
성마다 드높이 꼿혀있는 깃발은 강바람에 기운차게 펄럭이고 있었다.
탐마가 급히 달려와 조비에게 고한다.
"강남 일대에는 수백 리에 걸쳐 성곽이 조성되고
강안에는 수백 군사들이 강을 바라보고 포진(布陳)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하룻밤 사이에 이루어진 일이옵니다."
이것은 어찌된 일인가?
사실 동오의 대도독 서성은 강변 일대의 갈대를 베어 엮어
허수아비를 만들게 한 뒤에 강가에 세워 놓고
물빛과 어우러진 푸른 옷을 입혀 놓았던 것이었다.
그리고 성(城)과 누(樓)도 모두 밤을 새워 가짜로 만들어 놓은 것이었다.
그러나 그런 실정을 알 턱없는 조비는 적의 위세를 보고 크게 탄식하였다.
"아아, 강남에 저렇듯 놀라운 지략이 있는 줄을 몰랐구나,
섣불리 덤볐다간 오히려 우리가 크게 다치게 될 것이 아닌가?"
조비는 지레 겁을 먹고 회군할 계획으로 뭍으로 올라왔다.
그순간 돌연 전령 하나가 말을 달려 급히 오며 소리친다.
"폐하!
촉국의 상장군 조자룡이 군사를 이끌고 양평관을 나와
장안(長安)으로 쳐들어 가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조비는 그 소리에 대경실색하였다.
("이야 말로 큰일이구나,
사마의가 염려한 대로 촉의 배후 공격을 받게 되었으니!
안 되겠다.")
"전군은 급히 회군할 준비를 하라!"
조비가 크게 허둥거리며
군사를 돌려 본국으로 돌아가려는데,
설상 가상으로 이날 밤,
어둠 속에서 난데없는 적병이 나타나더니
수륙 양면에서 조비의 군사를 맹렬하게 공격하는 것이 아닌가?
가뜩이나 불안에 떨던 위군은
동오의 청년장군 손소의 야습을 당하는 바람에
수군은 강상에서 여지없이 패하고,
보병은 산중에서 죽은 병사로 산을 이루고 말았다.
이때 조비의 본진을 공격한 것은
대도독 서성의 군령을 어기고 달려나온 손소가 이끄는 군사들이었고,
이어서 그 뒤를 따라 지원을 나온 정봉이 혼전중에
천하의 명장으로 알려진 장요를 화살로 쏘아 거꾸려뜨렸으니
조비는 눈물을 머금고 후퇴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조비의 군사들을 여지 없이 격파하고 쫒겨보낸 소식을 들은 손권은
크게 기뻐하며 논공행상을 거행하려 하였다.
그러자 대도독 서성이 말한다.
"이번 싸움에서 공로가 가장 큰 사람은
청년 장수 손소이옵니다.
비록 소장의 명령에 불복종하긴 하였으나.
기회를 잘 포착하여 위군을 종횡으로 무찔러
조비가 본국으로 도망치게 만들었으니,
그의 공로가 가장 크다고 보옵니다."
그러나 손권은 조카 손소가 기특하기는 하였으나,
즉석에서 고개를 흔들었다.
"손소의 공로가 아무리 크다 한들
위군을 대강으로 유인하여 대승을 거두게 만든 것은
대도독의 지략이니 어찌 비길 수 있으리오.
역시 군공 제일호는 서성 도독이오!"
그리하여 손권은 서성의 공로를 제일로 삼고,
손소의 공로를 제 이로 치하 하고,
장요를 죽인 정봉의 공로를 제 삼으로 삼으면서
막후의 장졸에게 까지 전공에 따라 상을 후하게 내려주었다.
344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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