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의학의 창시자인 이제마의 <동의수세보원>에는
인간의 사특한 마음 8가지를 말하고 있다.
인간의 사특한 마음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들이 있지만
정작 그것들이 인체의 어디에 숨어있는 것인지를 파악한 이론은 어디에도 없다.
이점에서도 우리는 이제마의 이론을 경청할 필요가 있다.
뿐만 아니라
이제마는 인간의 사특한 마음이 나오는 바로 그곳에
인간의 지혜와 인간다운 면목이 숨어 있다는 점을 파악하고 있다.
이점도 이제마의 독창적인 이론이다.
우리가 일상적으로도 사람의 모습을 잘 살펴보면,
턱이나 가슴이나 허리 등을 살펴보면 동무의 이론을 상당부분 수긍할 수 있다.
또한 우리 자신의 자기관리 차원에서 자신을 돌아보는데서 좋은 참조가 된다.
그리고 생산적인 사회관계와 인간관계를 가져가는 데서도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미리 밝혀둘 점은,
원고를 되도록 간명하게 쓰기 위해서 원문을 옮기지 않고
번역도 독자들의 이해의 편의를 위해서 간략하게 줄였다)
(1) 턱에는 교만심이 있으니 교만심이 없으면 절세의 계책이
이곳에서 나온다
교만심이 턱에 숨어 있다는 것,
우리도 쉽게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가령 교만심이 발동할 때는 턱을 치켜세우는 것을 주변에서도 자주 보게 된다.
교만하지도 않고 비굴하지도 않은 사람들은 턱 선이 곧고 바르다.
교만심을 절제하면 바로 그곳에서도 탁월한 계책이 나온다는 것인데,
교만이란 것은 남들을 깔보는 것이고
남들을 깔보기 때문에 남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으니
남들을 끌어안을 수 있는 계책이 나올 수 없다는 것이다.
교만심이 없어야 한다는 것,
달리 말하면 귀를 열어놓고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2) 가슴에는 자긍심이 있으니
자긍심이 없으면 절세의 경륜(經綸)이 이곳에서 나온다
자기 자랑을 하는 사람을 보면 가슴을 앞으로 쑥 내민다.
자긍심이란 것은 자신의 지혜에 스스로 도취되는 마음이다.
자존심을 갖는 것은 좋은데 스스로 잘 낫다고 자긍심을 가지면
스스로 왕따를 자초하는 첩경이 된다.
이렇게 되면 사회적 소통이 어렵다.
그래서
자긍심을 절제하면 절세의 경륜이 나온다고 하는 것이다.
자신의 지혜를 앞세우지 않고 남의 지혜를 알아주는 사람이
세상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고
사람을 통솔할 수 있는 지혜가 여기서 나온다는 것이다.
(3) 배꼽에는 벌심(伐心)이 있으니
벌심이 없으면 절세의 인륜이 여기에 있다.
벌심(伐心)이란 것은
남을 깎아내리고 자기를 올려 세우는 것이다.
자신에 대해서 냉혹하면 자기 성찰이 되고 인륜(人倫)을 세울 수 있다.
그러나 자신에게는 엄정하지 않고 남을 깎아 내리는데 엄정하다면,
이는 결코 도덕적이 되지 못한다.
자신에게 아무 도움이 되지 못한다.
남을 깎아 내린다고 자신이 올라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의 일상적 처신에서 자주 범하는 오류도 이것이다.
남을 깎아내릴 때는 자신이 대단한 것으로 우쭐하기도 하지만
막상 돌아서면 찜찜한 것도 다른 이유가 아니다.
남을 깎아내리고 정벌하려고 하는 사람을
주변에서 잘 받아주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을 낮추는 사람은 남들이 올려주지만
남을 깎아먹으려는 사람은 남들도 깎아내리게 되어 있다.
(4) 배에는 과장하는 마음이 있으니
과장하는 마음이 없으면 절세의 도량이 이곳에서 나온다.
이 말도 쉽게 수긍이 간다.
자신을 과시하려는 사람들,
지력이나 세력을 과시하려는 사람들이 배를 잘 내민다.
그러나 배에서 절세의 도량이 나온다고 말한다.
다른 의미가 아니다.
정말 배포가 큰 사람들,
배가 큰 사람들은 다른 사람을 끌어안을 수 있는 포용력이 있다는 것이다.
(5) 머리에는 약탈하려는 마음이 있으니
약탈하려는 마음이 없으면 대인의 식견이 이곳에서 나온다
잔머리를 굴리면 약은 짓을 해서 이득을 취할 궁리를 한다. 그것이
약탈하려는 마음이다.
잔머리를 굴리는 사람들을 보면 연신 눈치를 살핀다.
눈이 불안정하다.
사람들은 잔머리를 굴리기 때문에 스스로의 지혜를 막아버린다.
머리를 어떻게 쓰느냐는 그야말로 쓰기 나름인데,
사람의 머리란 것은
다를 바 없는데 하도 잔머리만 굴리다 보니까
큰 머리가 돌아가지 않는 것이다.
스스로의 지식과 견문을 막는 것이다.
그래서 약탈하려는 마음을 먹지 않으면
잔머리를 굴리지 않을 것이고 잔머리를 굴릴 생각이 없다면
대인의 식견에 이를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6) 어깨에는 사치하는 마음이 있으니
사치심이 없으면 대인의 위의(威儀)가 이곳에서 나온다.
여기서 사치는
, 정신적 사치와 허영을 말한다.
사치와 허영을 부리는 사람들은 어깨선이 뒤로 제치는 성향이 있다.
또 어깨 장식에 신경을 쓰거나 옷의 어깨선을 과장하는 사람들도
그런 성향이 많다고 볼 수 있다.
사치와 허영은 남들을 압도하려는 마음에서 나오는 것인데,
사실 남들은 이미 그 사람의 사치와 허영기를 알고 있다.
다만 자신만이 모를 뿐이다.
그런가 하면 정말 대인다운 풍모가 있는,
그런 카리스마도 어깨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이점도 쉽게 짐작이 가는 바다. 정말
대인 다운 인물,
일상의 주변에서도 당당한 사람들은
어깨가 움츠리지도 않고 뒤로 제치지도 않는다.
어깨에서 위풍당당함을 볼 수 있다.
어깨를 움추린 사람들은 기가 죽은 사람들,
근심걱정에 짓눌리는 사람들이다.
(7) 허리에는 게으른 마음이 있으니
게으른 마음이 없으면 대인의 재간이 이곳에서 나온다.
허리와 게으름을 연관시키고 있다.
허리라는 것은 머리로 아는 것과 발로 뛰는 것을 연결하는 부위다.
그래서 허리가 유연하고 탄력적이면 부지런한 것이고
허리가 둔하고 탄력성이 없고 또 힘이 없으면 게으르다고 보는 것이다.
이는 허리의 굵고 가늘고의 문제는 아니다.
부지런하다는 것은
공연히 분주하고 설치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지행합일의 실천에 부지런 한 사람들을 의미하고
그런 사람들은 허리가 좋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에서 뛰어난 재간이 나온다는 것이다.
허리를 보면 재주의 정도를 알 수 있다는 그런 이야기다.
이 또한 의미 있는 이야기다.
(8) 엉덩이에는 훔치고자 하는 마음이 있으니
훔치려는 마음이 없으면 이곳에서 대인의 방략이 나온다.
여기서 훔치려는 마음이란 것은,
도둑질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노력이상으로 챙기려 하는 심뽀,
이를테면
부동산투기, 증권투기와 같이 불로소득을 노리는 심뽀다.
건실하게 살지 않고 남의 것을 턱없이 욕심내는 것을 말한다.
훔치려는 마음을 엉덩이와 연관시키고 있는데
이 부분은 독자들이 한번 일상의 주변에서 잘 관찰해보시면 한다.
그러나 이경우도,
남의 것을 탐내는 마음이 없다면
바로 그곳에서 대인의 방략이 나온다고 말한다.
소인들의 경영방식은
남의 것을 가로채어 자신을 이롭게 하고자 하는 것이고
대인의 경영은 사회적 생산성을 올려서 모두를 이롭게 하는 것인 바,
경영전략은 엉덩이에서 나오는데
결국 소인배의 경영인가
대인의 경영인가에 따라서
그렇게 엉덩이 모양도 달라진다는 것이다.
/배영순(영남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