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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부르스의 사연(낙여)

오토산 2017. 9. 11. 10:49



대전 부루스의 사연  
           1948_Daejeon.jpg

                        1948년의 대전역 모습
 1959년 어느날 밤 12시40분경.
산책 나온 듯한 한 사내의 시선이 대전역내 플랫폼 가스등 아래 머문다.
청춘남녀가 두손을 꼭잡고 눈물 글썽한 시선으로 이별을 아쉬워하고 있다.

북쪽에선 남자를 떠나보낼 목포행 0시50분 증기기관차가 플랫폼으로 들어오고…
사내는 곧바로 여관으로 되돌아가 시를 쓴다.
대전블루스 가사였다.
사내는 당시 신세기레코드사 사업부 직원이었던 최치수씨로 
 지방출장을 위해 대전역 인근에서 유숙하고 있었다.

최씨의 가사를 받은 작곡가 김부해씨는 블루스로 리듬을
정한 뒤 3시간여의 작업 끝에 대전블루스를 완성했다.
가수는 블루스를 잘 부르는 안정애로 정해 녹음에 착수했다
.출반 3일만에 서울 지방 도매상으로부터 주문이 쇄도했다. 대전블루스는 야간작업까지 강행, 창사이래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했고 
 작사. 작곡가, 가수에게 특별보너스와 월급인상 혜택이 돌아갔다. 
1950_Daejeon.jpg 
1950년 9월 전쟁으로 폐허가된 대전역
십수년이 흐른 뒤 이노래는 조용필의 리바이벌로 세상에 다시 고개를 들었다. 모임이 있을 때 술이 몇순배 돌아가면 누군가 좌중을 헤치고
비척비척 일어나 소주병이나 막걸리병을 입에 대고
목청껏 부르는 노래가 대전블루스다. 피서철이면 대전역 광장에 몰려드는 젊은이들이
한잔의 술과 함께 야간열차를 기다리며 즐겨부르기도 한다. 술이 뒤따라야만 제목청이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노래는 우리의 전통적 정서를 잘담고 있다.
아리랑 관동별곡 진달래 처럼 만남과 이별, 귀향과 가출, 생성과 소멸의 상반된 이미지를 내포한 역(驛)을 내세워 60년대 어려웠던 소시민의 애환을 달랬다.
기다렸던 혹은 오지 말아야 할 막차가 지친 몸을 이끌고
들어오는 역의 실루엣은 작가들의 단골 소재다.
80년대 나온 곽재구의 시 사평역에서 와
임철우의 중편소설 사평역 은 해방과 6.25,
조국 근대화에 멍든 민중들의 아픔을 역의 대합실을
통해 서정 적으로 그려냈다.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

톱밥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주었다/

내년깊숙이 할 말들은 가득해도/

청색의 손바닥을 불빛 속에 적셔두고/
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산다는 것이 때론 술에 취한 듯/
한 두릅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
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
침 묵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들 알고 있었다

곽재구의 이 시는 당시 대전발 0시50분 열차를 기다리는

대합실 분위기를 묘사한 듯하다.

1959년 2월 제33열차로 탄생한 이 기차는

밤 8시 45분에 서울을 출발, 대전에 0시40분 도착,

다시 목포를 향해 0시50분에 출발했다.

지금은 서대전역을 통해 호남선이 다니지만 당시에는 대전역을 거쳐갔다.

      이 열차를 이용한 사람들은 대전역 

             광주리 물건을 팔던 농사꾼이거나 술에 얼큰히 취해

           막차를 기다리던 지방사람들이었다.


     방학철에는 캠핑이나 귀향하는 학생들로  0시50분

지금 1년만인 1960년 2월 대전발 03시05분발차로

        시간이 변경되면서 짧은 수명을 다했다.

     레코드사 사장에까지 올랐던 최치수씨와 김부해씨는 이미 운명을 달리했고

           가수 안정애씨만이 과거 영광을 뒤로하고 생업에 전념하고 있다. 
     대전역 부근 허름한 선술집에선 지금도 쉰 목소리의 대전블루스가 흘러 나온다


t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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