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랑시인 김삿갓

도루아미타불의 유래를 들은 김삿갓

오토산 2019. 12. 15. 09:03

●방랑시인 김삿갓 02-(28)

*도루아미타불의 본뜻.

 

그런 일이 있고 난 다음부터 세상사람들은 그 경문을 "바라경"이라고

불러 오게 되었다고 일휴 스님이 말하자,

 좌중은 손뼉을 치며 박장대소를 하였다.

 그리고 일휴 스님에게 다시 묻는다.


"하하하,

 스님은 마치 남에 일처럼 말하고 있지만 ,

사실은 바라경을 지은 사람은 일휴 스님 자신이 아니오 ? "

 그러자 일휴 스님은 고개를 좌우로 흔든다.


"나는 남녀 관계를 모르지는 않지만 ,

"바라경"을 지은 사람이 나 자신은 아니야."

 

"그 말을 누가 믿겠어요."


"바라경을 내가 지었다면 그렇다고 솔직하게 고백할 일이지 왜 거짓말을 하겠나 ? ..

불경에 보면 남을 속이는 것도 죄악이라고 했거든."

 

이같은 일휴 스님의 태도로 보아 ,

 바라경의 작가가 일휴 스님 자신이 아닌 것은 분명해 보였다.

나이가 70을 넘으면 감정을 초월한 탓인지 ,

 일휴 스님이 무슨 말을 해도 천박해 보이거나 야비해 보이지는 않았다.

 

"스님들은 새벽부터 밤중까지 염불만 외는 것 같은데 ,

 도대체 나무아미타불이라는 염불을 하루에 몇 번이나 외시오 ? "

 

"하루에 몇 번이나 외는지 헤아려 본 일은 없지만 ,

 염불은 많이 욀수록 좋은 것이야.

그래야만 극락에 갈 수 있거든. 자네들도 극락에 가고 싶거든

오늘부터라도 염불 외는 습관을 길러요."

 

"도루아미타불이라는 염불도 있던데 ,

나무아미타불과 도루아미타불은 어떻게 틀리오 ? "

 

"예끼 이 사람 !

또 무식한 소리를 하고 있네.

도루아미타불이 무슨 놈에 염불이란 말인가 ? "

 

"옛 ? ...

도루아미타불은 염불이 아니라는 말씀이오 ? " 

김삿갓은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다가 ,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도루아미타불이라는 말이 왜 생겨나게 되었는지 ,

 자네들은 그 유래도 모르는가 ?

그렇다면 내가 설명해 줄것 이니 잘들 들어요."

일휴 스님은 도루아미타불의 유래를 말해 주려고 ,

큰 기침을 하며 자세를 바로 잡는다.

 

김삿갓도 도루아미타불이라는 말을 많이 들어 왔지만 ,

그 말의 유래를 알지 못한다.

그러기에 김삿갓도 일휴 스님이 말하는 도루아미타불의 유래에

귀를 기울일 수 밖에 없었다.

 

일휴 스님이 말한 도루아미타불의 유래는 다음과 같았다.

옛날 어떤 소금 장수가 절에 소금을 한 바리 실어다가 팔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집으로 돌아 가려면 강을 하나 건너야 하는데 ,

 때가 마침 늦은 겨울이라 얼음이 녹기 시작하여,

말을 끌고 강을 건너기가 매우 위험하였다.


"아침에 강을 건너오며 보니, 얼음이 녹기 시작하던데 ,

 지금쯤 강을 건너려면 위험하지 않을까요 ? "


소금 장수가 주지 스님에게 그렇게 물어 보자 ,

 주지 스님이 웃으며 말하는데 ,

 "강을 건너가면서 "나무아미타불 관세움보살"이라는 염불을 끊임 없이 외우면,

무사히 강을 건널수 있을 것이오."

 

소금 장수는 불교 신자가 아니었다.

그러나 강을 무사히 건너 , 집으로 돌아 가기위해서는

 싫든 좋든 간에 염불을 열심히 외는 수 밖에 없었다.

소금 장수는 얼음판을 건너며 , 나무아미타불 관세움보살을 열심히 외었다.

그리고 염불을 열심히 왼 덕택으로 강을 무사히 건너올 수가 있었다.

 

그러나 강을 무사히 건너오고 생각해 보니 ,

마음에도 없는 염불을 열심히 왼 일이 , 억울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제길헐..! 

 나무아미타불이 뭔 개수작이야."


이렇듯 한 마디 씨부리고 난후, 문득 강 건너를 쳐다보니 ,

 "아뿔싸 !" ...


소금을 싣고 갔던 말이 강 건너편에 그냥 서 있는 것이 아닌가 ?

소금 장수는 행여 얼음판이 꺼질까 ? 하는데 만 정신이 팔려 ,

말을 그냥 내버려 두고 혼자만 건너온 것이었다.


"에구 에구 쯔쯧 ... ! "

사태가 이렇게 되고 보니, 소금 장수는 말을 가지러

 강을 다시 건너가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렇게 소금장수는 위험한 강을 다시 건너며 이번에는,

 염불을 시작하는 첫 구절이 생각나지 않자,


"도루아미타불 관세움보살 !

도루아미타불 관세움보살 " 하고 ,

 자기 나름대로의 생각 된 염불을 외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일휴 스님은 도루아미타불의 유래를 거기까지 말해 주고 나서 ,

"도루아미타불이라는 말은 그때 생겨난 말이야 ,

위험할 때는 부처님을 의지했다가도 ,

위험에서 벗어난 뒤에는 부처님의 고마움을 깡그리 잊어버리는 게 인간이거든.

이처럼 교만한 것이 인간이니까,

자네들은 그런 점을 잘 깨달아서 ,

평소에도 염불을 열심히 외도록 하라구 ! " 하고

 제법 스님다운 설교를 들려 주었다.

 

그러자 누군가 웃으며,

"위험에 부딪치면 그때 가서 소금 장수 처럼

도루아미타불이라고 외치면 될 게 아니오 ! "하고 말하자


일휴 스님은 고개를 설래설래 저으며 ,

"도루아미타불은 염불이 아니라니까 그러네,

염불은 반드시 나무아미타불이라고 해야 하는 것이야 ! "

 

김삿갓이 천동 마을에 온 지 어느덧 한 달이 넘었다.

많은 친구들이 저녁마다 모임방에 몰려와 재미있는 이야기로 밤을 지새다 보니 ,

 모르는 사이에 한 달 이라는 시간이 속절없이 흘러가 버린 것이다.

그러나 낮의 시간만은 지극히 한가하였다.


따라서 별 일이 없을 때는 김삿갓은

늙은이들이 모이는 이풍헌 댁 사랑으로 찾아가 장기도 두고 바둑도 두었다.

장기는 조그만 것을 주고 큰 것을 낚는 재미가 있어 ,

결국에는 마지막 끝내기에서 결과가 얻어지기 싶상이다.

그러나 바둑은 첫 점 부터 착점을 잘하여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가 있다.


인생을 사는 것도 장기판과 바둑판 같다고 생각한 김삿갓 ,

인생의 결과는 한 판의 장기나 바둑처럼 짧지 않고 ,

 다시 무를 수 없다고 생각하며 쓴 웃음을 지었다.

 


<sns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