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랑시인 김삿갓 02-(28)
*도루아미타불의 본뜻.
그런 일이 있고 난 다음부터 세상사람들은 그 경문을 "바라경"이라고
불러 오게 되었다고 일휴 스님이 말하자,
좌중은 손뼉을 치며 박장대소를 하였다.
그리고 일휴 스님에게 다시 묻는다.
"하하하,
스님은 마치 남에 일처럼 말하고 있지만 ,
사실은 바라경을 지은 사람은 일휴 스님 자신이 아니오 ? "
그러자 일휴 스님은 고개를 좌우로 흔든다.
"나는 남녀 관계를 모르지는 않지만 ,
"바라경"을 지은 사람이 나 자신은 아니야."
"그 말을 누가 믿겠어요."
"바라경을 내가 지었다면 그렇다고 솔직하게 고백할 일이지 왜 거짓말을 하겠나 ? ..
불경에 보면 남을 속이는 것도 죄악이라고 했거든."
이같은 일휴 스님의 태도로 보아 ,
바라경의 작가가 일휴 스님 자신이 아닌 것은 분명해 보였다.
나이가 70을 넘으면 감정을 초월한 탓인지 ,
일휴 스님이 무슨 말을 해도 천박해 보이거나 야비해 보이지는 않았다.
"스님들은 새벽부터 밤중까지 염불만 외는 것 같은데 ,
도대체 나무아미타불이라는 염불을 하루에 몇 번이나 외시오 ? "
"하루에 몇 번이나 외는지 헤아려 본 일은 없지만 ,
염불은 많이 욀수록 좋은 것이야.
그래야만 극락에 갈 수 있거든. 자네들도 극락에 가고 싶거든
오늘부터라도 염불 외는 습관을 길러요."
"도루아미타불이라는 염불도 있던데 ,
나무아미타불과 도루아미타불은 어떻게 틀리오 ? "
"예끼 이 사람 !
또 무식한 소리를 하고 있네.
도루아미타불이 무슨 놈에 염불이란 말인가 ? "
"옛 ? ...
도루아미타불은 염불이 아니라는 말씀이오 ? "
김삿갓은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다가 ,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도루아미타불이라는 말이 왜 생겨나게 되었는지 ,
자네들은 그 유래도 모르는가 ?
그렇다면 내가 설명해 줄것 이니 잘들 들어요."
일휴 스님은 도루아미타불의 유래를 말해 주려고 ,
큰 기침을 하며 자세를 바로 잡는다.
김삿갓도 도루아미타불이라는 말을 많이 들어 왔지만 ,
그 말의 유래를 알지 못한다.
그러기에 김삿갓도 일휴 스님이 말하는 도루아미타불의 유래에
귀를 기울일 수 밖에 없었다.
일휴 스님이 말한 도루아미타불의 유래는 다음과 같았다.
옛날 어떤 소금 장수가 절에 소금을 한 바리 실어다가 팔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집으로 돌아 가려면 강을 하나 건너야 하는데 ,
때가 마침 늦은 겨울이라 얼음이 녹기 시작하여,
말을 끌고 강을 건너기가 매우 위험하였다.
"아침에 강을 건너오며 보니, 얼음이 녹기 시작하던데 ,
지금쯤 강을 건너려면 위험하지 않을까요 ? "
소금 장수가 주지 스님에게 그렇게 물어 보자 ,
주지 스님이 웃으며 말하는데 ,
"강을 건너가면서 "나무아미타불 관세움보살"이라는 염불을 끊임 없이 외우면,
무사히 강을 건널수 있을 것이오."
소금 장수는 불교 신자가 아니었다.
그러나 강을 무사히 건너 , 집으로 돌아 가기위해서는
싫든 좋든 간에 염불을 열심히 외는 수 밖에 없었다.
소금 장수는 얼음판을 건너며 , 나무아미타불 관세움보살을 열심히 외었다.
그리고 염불을 열심히 왼 덕택으로 강을 무사히 건너올 수가 있었다.
그러나 강을 무사히 건너오고 생각해 보니 ,
마음에도 없는 염불을 열심히 왼 일이 , 억울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제길헐..!
나무아미타불이 뭔 개수작이야."
이렇듯 한 마디 씨부리고 난후, 문득 강 건너를 쳐다보니 ,
"아뿔싸 !" ...
소금을 싣고 갔던 말이 강 건너편에 그냥 서 있는 것이 아닌가 ?
소금 장수는 행여 얼음판이 꺼질까 ? 하는데 만 정신이 팔려 ,
말을 그냥 내버려 두고 혼자만 건너온 것이었다.
"에구 에구 쯔쯧 ... ! "
사태가 이렇게 되고 보니, 소금 장수는 말을 가지러
강을 다시 건너가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렇게 소금장수는 위험한 강을 다시 건너며 이번에는,
염불을 시작하는 첫 구절이 생각나지 않자,
"도루아미타불 관세움보살 !
도루아미타불 관세움보살 " 하고 ,
자기 나름대로의 생각 된 염불을 외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일휴 스님은 도루아미타불의 유래를 거기까지 말해 주고 나서 ,
"도루아미타불이라는 말은 그때 생겨난 말이야 ,
위험할 때는 부처님을 의지했다가도 ,
위험에서 벗어난 뒤에는 부처님의 고마움을 깡그리 잊어버리는 게 인간이거든.
이처럼 교만한 것이 인간이니까,
자네들은 그런 점을 잘 깨달아서 ,
평소에도 염불을 열심히 외도록 하라구 ! " 하고
제법 스님다운 설교를 들려 주었다.
그러자 누군가 웃으며,
"위험에 부딪치면 그때 가서 소금 장수 처럼
도루아미타불이라고 외치면 될 게 아니오 ! "하고 말하자
일휴 스님은 고개를 설래설래 저으며 ,
"도루아미타불은 염불이 아니라니까 그러네,
염불은 반드시 나무아미타불이라고 해야 하는 것이야 ! "
김삿갓이 천동 마을에 온 지 어느덧 한 달이 넘었다.
많은 친구들이 저녁마다 모임방에 몰려와 재미있는 이야기로 밤을 지새다 보니 ,
모르는 사이에 한 달 이라는 시간이 속절없이 흘러가 버린 것이다.
그러나 낮의 시간만은 지극히 한가하였다.
따라서 별 일이 없을 때는 김삿갓은
늙은이들이 모이는 이풍헌 댁 사랑으로 찾아가 장기도 두고 바둑도 두었다.
장기는 조그만 것을 주고 큰 것을 낚는 재미가 있어 ,
결국에는 마지막 끝내기에서 결과가 얻어지기 싶상이다.
그러나 바둑은 첫 점 부터 착점을 잘하여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가 있다.
인생을 사는 것도 장기판과 바둑판 같다고 생각한 김삿갓 ,
인생의 결과는 한 판의 장기나 바둑처럼 짧지 않고 ,
다시 무를 수 없다고 생각하며 쓴 웃음을 지었다.
<sns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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