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한지

초한지(楚漢誌)《장한의 욕심 》

오토산 2020. 5. 18. 09:26

초한지(楚漢誌)85

 장한의 욕심 (功成名逐 身退天之道 : 공성명축 신퇴천지도 -> 물러날 줄 아는 지혜)

 

 삼진왕(三秦王)의 한 사람인 옹왕(雍王) 장한은 어느덧 60이 되었다.

남자 나이 60이면 때때로 세상 만사에 권태감과 무력감이 느껴질 때이다.

장한은 이러한 권태감을 떨쳐 버리기 위해, 가끔 산과 들로 말을 달리곤 하였다.

 이렇게 달리는 말에 채찍을 가하며 산과 들을 달려 나가노라면,

전신에 젊음이 용솟음 치는 듯이 기분이 상쾌해지는 것이었다.

 

 이날도 장한은 산과 들을 지나, 속옷이 땀에 젖을 정도로 말을 달렸다.

 그러나 오늘은 웬일인지 다른 날처럼 기분이 상쾌하지 않았다.

 

(말을 이만큼 달렸으면 기분이 상쾌해질 텐데, 오늘은 웬일일까 ?

 이제는 나이가 들어 이런 것으로도 기분이나이지지 않으니,

이제는 나도 늙어가는 것인가 ?)

 

 장한은 씁쓸한 기분으로 자신을 돌아 보았다.

 생각해 보면 언제나 생사를 걸고 전쟁터를 내 집 삼아 살아온 60평생이었다.

젊었을 때에는 진황(秦皇)을 위해 백만 대군을 쥐락 펴락하며 전운(戰雲) 속에서

살아 왔고, 진황에게 미움을 사게 되면서 부터는 항우에게 투항하여

천군 만마를 지휘하며 맹장으로 이름을 떨쳐 온 장한이었다.

이런 파란 만장한 인생을 살아온 덕택에 지금은 <옹왕>이라는

 영광의 자리에서 영화를 누리고 있지 않은가.

 

 장한은 말을 가볍게 달려나가며

 <공성명축 신퇴천지도 (功成名逐 身退天之道 : 공을 세워 이름을 드높였으니

물러날 때를 알아야 한다)>라는 옛글귀가 문득 떠올랐다.


그러나,

 (이제 앞으로는 내가 직접 싸워야 할 일은 없을 것이다.

한왕 유방이 한신을 앞세우고 쳐들어 올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떠돌고는 있지만,

그것은 1,2년 후에나 있을까말까 한 일이 아닌가 ?

그리고 내 비록 늙었다고는 하지만,

 한신 따위는 애시당초 상대가 되지 않는 것이 아닌가 ?)

 

 장한은 이같은 한가로운 생각을 하며 폐구성으로 돌아오고 있는데,

저 멀리 앞에서부터 인마가 쏜살같이 달려오더니, 장한의 앞에서 말을 급히 멈추며,

 

"옹왕 휘하 ! 큰일났사옵니다.

한나라 군사들이 지금 물밀 듯이 대산관으로 쳐들어오고 있다는 전갈이 왔사옵니다."

 하고 아뢰는 것이 아닌가.

 장한은 흠칫 놀라기는 하면서도 그 말을 믿으려고 하지 않았다.

 

"그게 무슨 소리냐 ?

 한나라가 잔도를 보수하려면 아직도 1년은 더 걸려야 할 텐데,

그들이 어디로부터 왔다는 말이냐 ?"

 

"어디로 온 것인지는 알 수 없사오나,

수십만 대군이 지금 대산관 앞으로 노도와 같이 쳐들어오고 있다면서,

장평 장군이 급히 지원군을 요청해 왔사옵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만 하거라.

한나라 군사들이 내습해 오려면 오직 잔도만이 있을 뿐인데,

하늘에서 내려오기 전에는 그들이 도대체 어디로부터 왔다는 말이냐 ?"

 

 마침 그때, 또 한 사람이 말을 타고 급히 달려오더니,

 

"옹왕 휘하 ! 

 대산관이 함락되었다고 하옵니다."하고 알리는 것이 아닌가.

 

"대산관이 함락되다니,

그게 무슨 소리냐 ?"

 

 장한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다급하게 반문하였다

. 그도 그럴 것이 난공 불락의 철벽같은 대산관이 함락되었다는 것은

믿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대산관이 함락된 것은 사실이옵니다 어디로부터 왔는지는 모르오나,

 한군(漢軍)이 성 안을 삽시간에 불바다로 만드는 바람에,

아군은 싸워 보지도 못하고 성을 고스란히 빼앗기고 말았사옵니다.

 그 통에 장평 장군은 사로 잡혔다고 하옵니다."

 

"뭐야 ?

장평이 사로 잡혔다고 ?"

 

 장한은 사태가 지극히 위급해졌음을 깨닫고, 폐구성으로 급히 돌아와 ,

적왕(翟王) 동예와 색왕(塞王) 사마흔에게 각각 사람을 보내

위급한 사실을 알려 주었다.

 

그리고 여마통(呂馬通)과 손안(孫安) 두 대장을 불러,

군령을 내렸다.

 

"장평 장군이 한신에게 대산관을 빼앗겼다고 한다.

지금 당장 대산관을 탈환하러 나가야겠으니, 전군을 긴급 출동케 하라 ! "

 

 싸움이 크게 벌어질 형세였다.

 그리하여 7만의 군사가 출동 태세를 서두르고 있는데,

때마침 장평이 불쌍한 몰골로 달려 오고 있었다.

 그는 장한을 보자, 땅바닥에 넙죽 엎드려 울면서 아뢴다.

 

"대산관을 적에게 빼앗겼사오니,

 소장을 참하여 주시옵소서."

 장한은 모든 일이 그저 놀랍기만 하였다.

 

 "아니, 그대는 적에게 포로가 되었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이렇게 살아서 돌아왔는가 ?"

 

"한신이 소장의 한쪽 귀를 잘라 내고 살려서 돌려보내 주었습니다."

 

"뭐야 !

한쪽 귀만 베어 내고, 그냥 돌려보내더라고 ?"

 

 그제서야 깨닫고 보니, 장평은 한 쪽 귀가 없어진 대신에

 상처는 붉은 피가 엉켜 흐르고 있었다.

 그 광경을 보는 순간,

장한은 형용하기 어려운 치욕감이 느껴져서 자기도 모르게 이를 부드득 갈았다.

 

"한신이란 놈,

어디 두고 보자."

 

장한은 분노에 전신을 와들와들 떨며,

 "도대체 그놈들은 어디서 나타났으며,

그대는 어떻게 했기에 철통 같은 성을 하루 아침에 빼앗겨 버렸단 말인가 ! "

 하고 따져 물었다.

 

"한신은 20만 군사를 거느리고 태백령(太白嶺)을 직접 넘어와,

진창(陳倉)으로 부터 기습해 왔습니다."

 

"뭐야 ?

그 험준한 태산 준령을 막바로 넘어왔다고 ... ?

그럴수가... ! "

 

 장한은 너무도 뜻밖의 사실에 눈을 커다랗게 뜨며 놀라다가,

문득 이렇게 개탄하였다.

 

(범증 군사께서 일찍이 한신이란 놈을 높이 써주지 않으면

후일에 반드시 커다란 화근(禍根)이 되리라고 말씀하시더니,

기어코 그놈이 우리에게 덤벼왔구나. 그러나 이 놈, 너는 내가 때려잡고야 말리라.)

 

 장한은 비장한 각오로 출동을 서둘렀다.

 장한이 노구(老軀)를 이끌고 정도(征途)에 오르려고 하자,

대장 호지(胡地)가 앞으로 나와 아뢴다.

 

"한신은 위계(僞計)가 뛰어난 교활한 자 이오니,

 옹왕께서는 각별히 조심하시옵소서."

 장한은 그 말에 모욕감을 느끼며 화를 발칵 내며 호지를 꾸짖었다.

 

"그대는 못난 소리를 그만 하시오

. 나는 60평생을 싸움터에서 살아왔소.

역전 노장인 내가 한신 같은 조무라기에게 속는다는 것은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오.

내 이번에 한신이라는 겁쟁이를 내 손으로 잡아서

그놈의 두 귀를 베어 놓고야 말 테니, 두고 보시오."

 

 한신의 두 귀를 베어 내겠다고 한 것은,

 말하나마나 장평에 대한 보복을 해주겠다는 뜻이 담긴 말이었다. 

 그리하여 군사들의 선두에서 용감 무쌍하게 성문을 나서려는데, 

 연락병이 급히 달려오더니,

 

"한대군(漢大軍)이 성밖 20리 앞에 진을 치고 있습니다."

 하고 알리는 것이 아닌가.

 장한은 그 보고를 받고 기겁하며 반문한다.

 

"뭐야 ?

적이 어느새 20리 밖에 진을 치고 있다고 ?"

 

"그렇습니다.

선봉장 하후영이 파죽지세로 진격해 오다가 20리 밖에 진을 치고,

전투 태세를 가다듬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아니게아니라,

선봉장 하후영은 폐구성을 향하여 질풍 같이 진격해 오다가,

장한이 출동중이라는 정보를 입수하고,

 일단 그곳에 진을 치고 대오를 정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바로 그때,

한신이 달려와 하후영에게 전략을 알려준다.

 

 "장한은 맹장 중에서도 맹장이오.

 따라서 힘으로 싸워서 이기기는 어려울 것이니,

계교를 써서 사로잡도록 하시오."

 

그러면서 몇가지 비책(秘策)을 말해 주었다.

 하후영은 한신의 지시를 받고 폐구성으로 전진해 가는데

 장한이 어느새 비호같이 달려 나오며 벼락 같은 소리를 내지른다.

 

"유방이란 놈은 파촉왕으로 책봉되었으면 그것으로 만족할 일이지,

 무슨 욕심에서 남의 국경을 함부로 침범하느냐.

 지금이라도 잘못을 깨닫고 물러가지 않는다면, 한 놈도 살려 두지 않겠다 ! "

 하후영이 크게 웃으며 대꾸한다.

 

"항우란 놈은 관중왕의 자리를 빼앗고, 의제까지 시해한 천하의 역적놈이 아니더냐 !

그런 무도(無道)한 놈에게 붙어 먹고 사는 네 놈도 별반 다르지 않거늘,

무슨 염치로 여기까지 달려나와 주둥아리를 함부로 놀리고 있느냐 ! "

 

 이에 장한이 크게 노하며 장창을 천둥치듯 휘두르며 질풍같이 하후영을 행해 달려나왔다.

 그러자 하후영도 장검을 휘두르며 응전하기 시작했다.

 

장한과 하후영 사이에 용호 상박의 백병전이 벌어졌다.

장한은 워낙 이름난 맹장이지만, 하후영도 누구 못지않은 용장이기에

 두 사람간의 불꽃 튀는 접전은 좀처럼 승부가 나지 않았다.

 

 10합,20합,30합 ...

숨가쁜 혈전이 계속되다가, 하후영이 별안간 쫒기기 시작하자,

장한은 군사들을 휘몰아쳐 나오며 맹렬히 추격하였다.

 하후영이 10여 리를 쫒기자 장한은 더 이상을 쫒으려 하지 않았다.

 그러자 하후영은 산 위에서 장한을 굽어보며 약을 올린다.

 

"장한은 듣거라.

 너는 닭 쫒던 개가 지붕만 바라보는 형세로다.

그러고도 네가 무슨 맹장이라고 거들먹 대느냐 ! "

 장한은 악이 바쳤다.

 

"이 못난 놈아 !

패군지장(敗軍之將)이 무슨 염치가 있다고 주둥아리를 함부로 놀리느냐 !"

 

"누가 누구더라 패군지장을 운운하느냐,

 나는 젊고, 너는 껍데기만 남은 늙은이가 아니더냐 ! "

 

장한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서, 또다시 질풍같이 덤벼들었다.

 하후영은 또다시 10여 합을 싸우다가,

깊은 숲속으로 쏜살같이 쫒겨 들어가 버린다.

 

 장한은 이제야말로 하후영을 놓칠세라 숲속으로 깊숙이 쫒아 들어갔다.

 그리하여 잡힐 듯 잡힐 듯 쫒겨 가는 하후영을 정신없이 쫒아가고 있는데,

홀연 맞은편 숲속에서 한신이 군사를 몰고 달려 나오며 큰 소리로 외치는 것이었다.

 

 "장한 장군 ! 잘 만났소이다.

그러잖아도 여기서 장군을 기다리고 있었소이다.

지금이라도 곱게 항복하는 것이 어떻겠소 ?"

 

장한은 한신을 보자, 분노가 새삼스럽게 치밀어 올라서,

 "남의 가랑이 사이나 들락거리던 천하의 비겁한 놈아 !

네 목숨은 오늘로 끝장인 줄 알아라 ! "하고 외치며

무서운 기세로 덤벼 들었다.

 

 한신이 4,5합쯤 싸우다가 말을 돌려 쫒기기 시작하니,

계포,계향 두 부장이 3천기를 이끌고 장한을 쫒아오며 간한다.

 

"옹왕 휘하 ! 

 한신이란 놈은 우리를 유인하기 위해 거짓으로 쫒기고 있음이 분명 합니다.

이제는 추격을 단념하시고 본진으로 돌아가심이 좋을 것 같사옵니다."

 

그러나 장한은 자신만만한 어조로,

 "그대들은 지금 무슨 못난 소리를 하고 있는가.

 적군 10만 명이 한꺼번에 덤벼 오더라도 말머리를 돌릴 내가 아니다."

 

 그러면서 다시 추격을 계속하는데,

홀연 비마(飛馬)가 질풍같이 다가오더니, 장한에게 아뢴다.

 

"한신과 하후영이 도망가는 곳을 알았습니다."

 장한은 그 소리에 귀가 번쩍 틔였다.

 

"거기가 어디냐 ?

 그 놈들을 한꺼번에 생포하게 빨리 알려라 ! "

 비마가 대답한다.

 

"한신과 하후영이 혼비 백산으로 무작정 도망을 치다가,

 산중에서 길을 잃어, 오도 가도 못 하고 방황하고 있사옵니다.

 빨리 추격해 가시면 그들을 쉽게 생포하실 수가 있을 것이옵니다."

 

"그렇다면 나를 그리로 빨리 인도하여라 ! "

 비마가 손을 들어 가리키기가 무섭게 장한은

달리는 말에 채찍을 가하며 그쪽으로 달려가기 시작하였다.

 장한에게 이처럼 중요한 정보를 알려 준 비마는 과연 누구였을까 ?

 

문제의 비마는 한신이 보낸 사람이었다.

한신은 장한을 유인하기 위해, 배짱이 두둑한 부하 한 사람을

  적으로 가장시켜 장한에게 거짓 정보를 제공하게 했던 것이다.

 

 그러나 장한은 워낙 흥분되어 있었기 때문에,

 비마의 정보의 진위(眞僞)를 확인하지 않고,

그가 가리킨 숲속으로 덮어놓고 달려 들어간 것이었다.

 

한신이 도망 갔다는 곳은, 험악한 산골짜기였다.

게다가 좌우에는 수목이 울창하여 앞이 내다보이지 않았다.

 장한은 한신과 하후영을 생포하고 싶은 욕심에서,

무작정 계속하여 앞으로 달려나갔다.

 그러나 아무리 달려가도 사람은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아차 !

  내가 그놈의 위계(僞計)에 빠진 것이 아닐까 ?)

 

그런 불안감이 번개같이 떠올라, 말을 멈추며 뒤를 돌아다보니,

아군 장병들은 한참 뒤에 따라오고 있지만, 적의 모습은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면서 문득 깨닫고 보니, 어느 새 날이 저물기 시작하여

 산골짜기에는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이거 안 되겠다.

빨리 철수하지 않으면 큰일나겠다.)

 

장한은 급히 회군령을 내렸다.

그리하여 깊은 숲속을 절반쯤 빠져나온 바로 그때,

홀연 산상에서 철포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오더니,

그것을 신호로 사방에서 불길이 솟아오르기 시작하여 동서 사방의 숲이

 삽시간에 불타 오르면서, 초군은 눈깜짝할 사이에 불바다에 포위되어 버렸다.

 

 

장한은 크게 당황하며,

 "불을 뚫고 나가라 ! "하고 불호령을 내렸다.

 

그러나 불길이 워낙 맹렬하여,

초군들은 이리 쫒기고 저리 쫒기다가 불에 타죽는 병사가 부지기수가 되면서 ,

현장은 아비 규환을 이루었다.

 

 장한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 싶어서,

단신으로 불바다를 뚫고 나가려니까, 계포와 계향이 급히 다가 오며,

 

"저기 보이는 오솔길로 넘어가면 봉령(鳳嶺)으로 나가게 됩니다.

거기까지 가시면 우리 군사들이 있을 것이옵니다.하고 알리는 것이었다.

 

세 사람은 투구를 깊숙히 눌러 쓰고 결사적으로 오솔길 방향으로 말을 몰아나갔다.

 

 장한은 계포와 계향의 부축을 받아가며

고개를 두 개씩이나 넘어오고 나서야 마음이 놓였다.

수많은 전쟁을 겪어 온 장한이지만 ,

이날 처럼 곤욕을 당해 보기는 생전 처음이었다.

 

고개 위에서 살펴보니, 저 멀리 들판에 수십 호의 인가(人家)가 달빛에 바라보였다.

그러나 밤이 깊어, 마을은 적막하기 이를 데 없어보였다.

 

 "산을 넘어오시느라고 몹시 피곤하시겠습니다.

인가에 들러, 잠시 쉬어 가시면 어떻겠습니까 ?"

 

계포가 그렇게 말하자,

 장한은 고개를 설래설래 젓는다.

 

"인가에 한신이 잠복해 있을지도 모르니,

차라리 산신당(山神堂)안에서 쉬어 가기로 하세."

 

 세 사람이 산신당 안으로 들어가 잠쉬 쉬고 있노라니,

한 무리의 군사들이 달려오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었다.

 혹시나 한나라 군사들이 아닌가 싶어,

세 사람은 숨을 죽이고 밖의 동정에 귀를 곳추 세웠다.

 

"옹왕께서 이쪽으로 피해 오셨을텐데,

아무데도 보이지 않으시니 어디로 가신 것일까 ?"하고 말하는 소리가 들리는데,

그 목소리는 초군 대장 여마통(呂馬通)의 음성이 분명하였다.

 장한은 너무도 반가워 산신당에서 뛰어나오며, 여마통에게 외쳤다.

 

"이 사람아 ! 나 여기 있네.

내가 이리로 올 줄을 어떻게 알고, 군사를 이리로 몰고 왔는가 ?"

 

여마통은 횃불을 들어 장한을 확인해 보고,

크게 기뻐하며 대답한다.

 

"장평 장군께서 말씀하시기를

<옹왕께서 승리에 도취하여 한신의 위계에 빠져 있을지도 모르니,

 빨리 봉령(鳳嶺)으로 가보라>고 해서 이리로 왔습니다."

 

 "고맙네.

자네가 와 주어서 이제는 걱정이 없게 되었네."

 

"적이 또다시 나타날지도 모르니,

 빨리 폐구로 돌아가셔야 합니다."

 

장한은 여마통과 함께 폐구로 황급히 돌아오다가,

 중도에서 장평과 손안도 만나게 되었다.

그들 역시 장한을 구출하려고,

2천 기의 병력을 거느리고 급히 달려오고 있는 중이었다.

 이렇게 장한은 구사 일생으로 폐구성에 무사히 돌아올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폐구에 돌아와서 병력을 점검해 보니,

 2만 명의 병사중에서 겨우 3천 명밖에 남지 않았다.

 

(아아, 나로서는 일생 일대의 대참패였다.

그러나 한신 따위에게 끝까지 패할 내가 아니다.

 오늘의 패배를 거울삼아, 한신에게 톡톡히 앙갚음을 하리라.

 어디 두고 보자 한신 이놈 ... ! )

 

 장한은 절치 부심하며,

 적왕 동예와 색왕 사마흔에게 그간의 경과를 소상하게 알려 주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다음과 같은 말을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제부터라도 우리 세 사람이 힘을 합하면,

 한신 따위를 때려잡는 것은 손바닥을 뒤집는 것 보다도 쉬운 일이오.

 그러하니 우리들은 더욱 견고한 합동 작전을 펴나가기로 합시다."

 이렇게 장한은 아직도 한신을 우습게 여기고 있었던 것이다.



계속


<sns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