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링빙야화

거지와 사미니의 새로운 인생

오토산 2021. 8. 14. 18:29

♤거지와 사미니의 새로운 인생♤


조그만 비구니 사찰 울림사에도

초파일에는 사람들이 제법 많이들 찾아왔으며
다섯명의 비구니는 눈코 뜰새없이 바쁘다.

비구니들 중에서 막내인 열 다섯살의 사미니.
혜원은 종종걸음으로, 해우소에 갔다 오다가 거지 아이에게 시선이 끌렸다.

절 안으로 들어오지 않고 일주문 기둥에 등을 대고

산을 향해서 쪼그리고 앉아 있는 거지는 사미니 혜원을 보자 고개를 돌렸다.

거지는 산들바람에 그만 깜빡 잠이 들었다가 깨어났으며

거지 아이의 앞에 삼베 보자기가 펼쳐져 있었고

떡과 약밥 유과가 가지런하게 놓여 있다.
거지 아이는 일주문에 자신의 몸을 숨기고서

사미니 헤원이 준 음식들을 정신없이 먹는다.

초파일이 지나가고 한장 터울이 지는 어느날,
밤에 비구니 혜원이가 초롱을 들고 해우소를 가는데

모깃소리 만하게 누가 불러 깜짝놀라 돌아봤더니 그 거지 아이였다.

"스니임~"

뭣인가 내밀어 받아들자,
거지는 어둠속으로 사라졌으며

혜원이 요사채 자기 방으로 가서 베보자기를 풀었더니

깨엿 세 개가 들어있어 가슴이 꽉 막히고 눈물이 났다.

몇 달이 지나고 마지막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어느 날,
거지 아이가 개울에서 또래 아이들과 멱을 감고 있다가

다리에서 내려다 보고 있는 사미니를 보고 벗은 몸을 숨겼다.

아랫도리만 걸치고 다리로 올라가자,
사미니 혜원은 준비한 음식 보따리를 거지 아이에게 건네주었다.

거지 아이와 사미니는,
뚝방에 나란히 앉아서
이런 얘기 저런 얘기를 나누면서 서로에 대해 알게 되었다.

거지 아이 막동이는 유복자로 태어나서

젓을 떼자마자, 어머니가 어디론가 사라져

할머니 손에서 자라다가 일곱살 때에 할머니가 죽자 다리 밑으로 가 거지가 됐다.

사미니도 강보에 싸인 핏덩어리로,

울림사의 일주문 앞에다 버려져

주지 스님이 주워와서 이날 이때까지 기른 것이다.

사미니는 열다섯살이고 막동이는 두 살 아래 열세살로

사미니는 남동생을 얻은 것 같았고 막동이도 누나를 만난 것 같았으며

남매같은 두 사람은 가끔씩 만났다.

막동이는 틈만나면 대장간으로 달려가 풀무질 하다가 열 여섯이 되자,

목 울대도 튀어 나오고 팔의 근육도 많이 늘어, 벌겋게 단 쇠를 망치로 두드렸다.

막동이는 다리 밑에서 나와 대장간으로 거처를 옮기고 새경도 받게 되었으며
겨울이 지나가고 꽃피고 새우는 춘삼월이 되자

막동이는 열여섯 사미니 혜원은 열여덟이 되었다.

어느날 밤에 주지 스님이
사미니를 불러서 앉혀 놓고 한숨을 길게 쉬며 말했다.

''혜원아,

강보에 싸인 너를 내 품에서 키워 이제 처녀가 다 되었구나.
우리 절에 부모가 자식들 손을 잡고 올 때,

네가 넋을 잃고 물끄러미 그들을 바라볼때마다 나의 가슴이 찢어졌다.
너는 여기서 불심을 닦을게 아니라 가족의 품에 파묻혀야 하느니라."

그러자 사미니 혜원은 눈물이 글썽한 채로

자기 얼굴을 들고 주지 스님에게 말했다.

''아닙니다.

주지 스님,
소승은 여기를 떠날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제게 무슨 가족이..."

그러자 주지 스님이 혜원에게 또 다시 말하였다.

 

''가족은 만들면 되는 법이야."

사월 초파일이 지나고,

울림사에서 눈물바다를 이룬 조촐한 혼례식이 치러졌고
신부는 사미니 혜원이고, 신랑은 막동이였다.

눈물을 뿌리며,

울림사를 떠나는 신랑 신부에게 주지 스님은 전대를 채워줬고,

대장간에서 멀지 않은 곳에 살림을 차렸으며

그들은 달덩이 같은 아들을 낳고 꽃같은 딸을 낳았다.

어느 날 저녁에 보글보글 된장을 끓여서 밥상을 차려놓고

대장간 일을 마치고 집으로 온 막동이.
등물을 하고 나서 딸은 혜원이 젓을 물고

아들은 아빠의 무릎에 앉아 밥을 먹다가,

혜원이 눈물을 흘렸다.

''서방님,

이게 정녕 꿈은 아니지요."

막동이도 목이 메였고 장날에 대장간에서 만든 물건을 가지고

주인을 따라서 장에 팔러갔다가 집으로 돌아온 막동이가 말했다.

''웬 허름한 노인이
'나를 사가시오 단돈 열냥이요'.
이런 팻말을 등에 붙이고 하루 종일 장터에서 앉아있지 뭐요.

옆에 목발이 놓인 걸 보니 절름발인가 봐요."

다음 장날에도,
그 절름발이 노인은 그 자리에 거적때기를 깔고 앉아있었고

막동이는 열냥을 노인에게 쥐어주고서 노인을 부축하여 집으로 데려왔다.
혜원이 버선발로 나와 노인의 두 손을 붙잡고,

''저희는 부모도 모르고 자랐으니

아버님이라 불러보는게 소원입니다.
부디 저희 아버님이 돼 주십시요."
노인이 눈물을 떨구면서 내외에게 말하였다.

''나는 늙었고 절름발이요."

''저희가 정성껏 모시겠습니다.
그저 아버님만 돼 주십시요."

내외와 노인은 한 집에서 살게 되었으며

아들 딸들은 '할아버지, 할아버지'라고 부르며
품에 안겼고 석달이 자난 후에 노인이 말했다.

''아범아,

오늘은 나하고 같이 어디 좀 가야겠다."하면서

목발을 던지고 성큼성큼 걸어 나갔으며
눈이 왕방울만해진 막동이가
같이 따라 나서며 노인에게 물었다.

''아버님,

어디를 가시게요?"

오십리길을 단숨에 걸어 가서

대궐같은 기와집 솟을 대문을 열고 들어가자 하인들이 나왔으며

노인이 막동이를 자기 아들이라고 하였다.

하인들은 막동이에게 머리를 조아렸고,
노인은 만석꾼 부자였으며

한평생 자식이 없어 아버지, 할아버지 소릴 들어보는게 소원이었다.

얼마 후에 막동이네 식구들은 이 집으로 이사를 하였으며,
막동이와 혜원이 내외는 만석꾼 부자 노인을

친아버지처럼 극진히 모시고, 효도하며 행복하게 살았다.⛩

가슴이 먹먹해지는 이야기로 현실적인 사회에선 일어나기 어려운 일이지요.
우리들 모두의 마음 속에도 이러한 가슴 따뜻한 사랑이 가득했으면 합니다.
~카톡에서 받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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