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조를 찾아서

진성이씨 온혜파 최정숙 종부의 삶

오토산 2021. 9. 10. 05:19

진성이씨(眞城李氏) 온혜파(溫惠派) 퇴계생가 노송정(老松亭) 종택 안주인

최정숙(崔貞淑, 69, 법산댁)씨는 경북 성주 법산(法山) 영천최씨(永川崔氏) 가문의 종택에서 자랐다.

 
▲  퇴계생가 노송정 종택 전경

 

영천최씨 집안 종부였던 어머니는 딸 역시 종부로 살아가는 것을 원치 않았지만, 그녀에겐 종부란

어떤 운명과도 같은 것이었던지 진성이씨 온혜파 18대 종손인 이창건(李昌建)씨에게 출가했다.

 
▲  왼쪽에서 최정숙 종부, 이창건 종손

 

최정숙 종부 내외는 현재 노송정 종택을 지킨다. 양반의 고장 안동의 고풍스러운 고택 노송정

(경상북도 민속자료 제60호)은 이황(李滉, 1501~1570, 호 : 퇴계(退溪))이 태어난 곳이라는

이름의 ‘퇴계생가’로 불리는 집이다.

 
▲  퇴계선생이 태어난 태실

경북 안동시 도산면에 소재한 ‘老松亭’은 정자 앞뜰에 세한후조(歲寒後凋)의 만년송 향나무가 있는 집,

이 집을 지은 퇴계(退溪) 이황(李滉) 선생의 조부인 이계양(李繼陽, 1424~1488)의 호이기도 하다.

 
▲  최정숙 종부의 친정 마을, 경북 성주 법산

노송정은 주자학(朱子學)의 큰 별이 솟아오른 퇴계 이황이 태어난 생가라는 의미 외에도 이황 선생의

성장 과정에 영향을 끼친 부모의 교육과 당시 가정환경에 대해 관심을 갖고 현장을 체험하겠다고

전국에서 투숙희망자가 수없이 많다.

 
▲  수령 100년이 넘은 향나무가 노송정 입구에 버티고 있다.

노송정 가장 안쪽에 자리 잡고 있는 이황 선생이 태어난 ‘퇴계태실(退溪胎室)’이라는 상서로운

공간을 보기 위해 수많은 방문객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  이창건 종손, 최정숙 종부 내외

이곳 노송정 종택은 풍수적으로도 많은 관심을 받는 곳인데, 보통은 땅의 기운이 한 줄기만 흐르는 곳이어도 명당이라 하지만 퇴계태실은 일곱 줄기의 기운이 하나로 모이는 곳이라고도 해 명당중의 명당이라고 한다.

 
 

그런 이유로 일반 관광객이나 투숙객뿐 아니라 풍수를 전문적으로 공부하는 사람들도

반드시 한 번은 들르는 곳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  故 박정희 대통령과 손잡은 사람은 도산서원 원장인 최정숙 종부의 시조부님,
이날 도산서원 증축 준공식에 참석한 박 대통령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있다.

공자(孔子)가 들어왔다는 성림문(聖臨門), 아무리 큰 가옥이라 하더라도 고유의 이름을 갖고 있는 문은

흔치않다. 이름을 갖고 있는 문은 대개 나라에서 지은 큰 규모의 건물에 국한되기 마련, 하지만 노송정

종택에는 독특하게도 대문에 ‘聖臨門’이라 쓰인 편액이 걸려있다.

 
▲  행사장에서 박근혜 대통령

이는 이황 선생의 어머니가 그를 출산할 즈음에, 성인인 공자(孔子)께서 제자들을 대동하고 이 대문을

통해 들어오는 꿈을 꾸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황 선생의 수제자인 김성일(金誠一, 호:학봉(鶴峰))은

퇴계선생언행록에서 성림문이라 명명하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  한석봉 친필 현판 '老松亭'

2014년 안동내방가사전승보존회에서 제18회 전국내방가사경창대회에 최정숙 종부가 참여해

‘종부소회가’를 직접 짓고 낭송해 참석한 전국의 종부들에게 심금을 울리고 수상의 영광까지 차지했다.

 
▲  종부의 친정 곳 친구들의 방문을 받고

최정숙 종부는 ‘종부소회가’에서 종부이셨던 어머니 얘기와 본인의 대를 이은 종부의 삶을

구구절절 애틋한 가사로 담아내어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진한 감동을 던져주고 있다.

 

어머니는 양반가문인 인동장씨 명문대가에서 어디 한 곳 부족한 데 없이 넉넉한 가정의

오남매 맏이로 태어났다. 열여덟 살에 성주 법산 영천최씨 죽헌선조 큰 문중 종가댁으로 시집왔다.

친정과는 생활형편이 천양지차여서 허리띠 졸라매고 모진가난 모진풍상을 겪으며 빈틈없는

종부의 소임을 다 하면서 살았다.

 

4대봉제사인 기제사, 불천위 큰제사, 시월묘사 등 시시때때 돌아오는 연이은 큰 행사로 손에 물마를

날이 없었고, 조상님을 모시는 일에는 한 치의 빈틈없이 정성을 다 했다. 어머니는 “종부의 막중한

소임 필설로 어찌 표현하나”라고 은연중에 말씀하시는 것을 들으면서 딸 최정숙 종부는 자랐다.

 

그러한 종부 어머니의 모습을 보고 자라 본인도 운명적으로 종부의 길로 접어들어 어머니와

똑 같은 과정을 밟고 있는 얘기를 구구절절 진솔하게 ‘종부소회가’로 담아냈다.

 

‘종부소회가’ 그 전문을 아래에 싣는다.

 
▲  종부가가 실린 책자

종부소회가

성주법산 영천최씨 죽헌선조 큰문중에  12대종부 종부사명 감당하신 우리어메

크신이력 피력하여 후대에    전하리라  인동장씨 명문대가 넉넉한    생활형편

오남매    맏이로서 후덕하고 성실하신 고매한    품성으로  열여덟살 규수되어

성혼되어 출가하니 효양구고 어김없고  성순군자 하시면서 부창부수 임사지덕

 

화락차담 하시오니 뉘아니    흠선하랴  팔십삼세 영면까지 불천위    큰제사에

사대봉사 기제사와 시월한달 묘사까지  집안모든 대소사를 빠짐없이 손수주관

종가종부 벅찬임무 훌륭하게 감내했네  우리어메 시가사정 친정과는 천양지차

간난신고 모진풍상 허리띠    졸라매고  여섯남매 키우실제 쉰보리밥 물에말아

 

허기를    면하면서 고생고생 하신이력  어찌단문 필설로    일일이    나열하랴

생전사후 조상님을 정성껏    모시면서  베틀차려 길삼방직 밤낮이    구별없네

햅쌀이    나기전에 제사가    다가오면  찰벼한단 베어다가 호롱불    심지돋워

수수깡    집게삼아 일일이    훑어내어  가마솥에 쪄서말려 디딜방아 찧어담아

 

고두밥    다시쪄서 인절미를 빚어내고  새로마련 술을담아 용수박아 청주떠서

제주마련 제물준비 그정성에 감복하리  우리어메 교훈말씀 교태교만 하지말고

봉제사    접빈객에 일가친척 화목해라  노비박대 하지말고 좋은인심 쌀고쌓아

오복이    구전토록 기원해준 우리어메  인자하신 존안성음 다시뵐길 영영없네

 

장하시다 우리어메 대소장유 구별없이  언제나    반기시니 인품이    고매현덕

일문에    자자터라 여러남매 고이길러  남혼여가 차례대로 부모역할 다하셔서

명문대가 입문시켜 불천위    종부위상  행여나    잘못할까 노심초사 끝이없다

관혼상제 예의범절 소상히도 알고계셔  동네집안 초상나면 초일부터 발인까지

 

황망중에 고인예우 손님접대 모든절차  깨우치고 다독여서 대소가가 의지했네

지병으로 고생하신 아버지와 사별하고  여가시간 많아지자 도포없는 어른위해

천만구입 가져오면 타성노소 불문하고  지어드린 도포숫자 수십채가 되어지고

상복수의 말고지어 손끝이    갈라져서  반창고    붙여가며 재봉틀을 돌리셨다

 

큰자리    종부자리 묵묵히    감내하며  겪어보신 우리어메 종부자리 귀한자리

그길을    아시기에 대종가의 종부되게  나를두고 허락하심 그때에는 이해못해

진성이씨 노송정에 종부된지 사십여년  친정어메 훈육하심 종부라는 정체성을

확립함에 힘이되고 바탕이    되었어라  안동예안 노송정    대종가에 입문하니

 

성주친정 안동시댁 제례법    모든예절  배우고    따르는데 많이달라 애로더라

직장생활 바쁜중에 시조부님 하명따라  기제사는 대구에서 모시기로 의논되니

일년동안 열세번에 기일때가 다가오면  떡쌀담가 출근길에 방앗간에 여다주고

퇴근길에 이고와서 어린놈    등에업고  제사준비 종종걸음 쉬운일이 아니더라

 

열한평    아파트에 양대제관 좁혀서서  정성으로 예갖추어 기제사를 모시었다

문중의    고유법도 일러주신 시조모님  유명하신 자정으로 친여같이 가르치신

시어머님 존안성음 다시못뵈 한이로다  어른님들 칭찬속에 그소임을 감당했다

할머님께 대구살림 구경시킴 좋으리라  할아버님 하명하에 합가하여 오륙여년

 

시조부모 시어머님 시동생    육남매와  저의아기 모두합쳐 열둘식구 한집에서

북적대던 대구생활 조석때때 넋나갔네  세탁기    없던시절 양말짝만 이십여짝

손시럽던 손빨래에 허리펼날 있었으랴  미편한속 안들키려 날숨들숨 조절하며

흩어지는 마음조각 참고참아 달래면서  밤새우고 뒤척이며 세월을    엮어갔네

 

초등학생 끝시동생 대학공부 다마치고  취직시켜 결혼하고 살림집    마련까지

육남매의 맏이로서 막중소임 다해내고  십수년    모셔왔던 시조부님 구십향수

회혼도    넘기시고 엄동설한 이월일일  운명하심 어이할고 통곡통곡 호천망극

잘모신일 하나없고 후회지심 뿐이어라  시조부님 九日장    삼년상    모실때에

 

삭망제사 어김없이 정성으로 받들었네  종상기일 의논중에 시조모님 세상뜨셔

시아버님 안계시어 승중손    상신으로  소복차림 육년으로 물색옷이 어색했다

인생지사 어느누가 쉬웠다고 단정하랴  조상부모 받들기는 인간사에 당연지사

살아온길 돌아보니 아리고도 벅찬감회  사향지회 그리울제 먼산을    바라보고

 

만인들로 추앙받는 선조님께 누가될까  부모교육 못지킬까 조심조심 살아온길

종가소임 어려웁고 종부임무 무거웠네  우리내외 종손종부 되는절차 정한날에

전국각지 종손주손 연비사가 모시고서  길제사를 올릴제에 품위당당 점잖으신

문중어른 여러분    종부된    저를보고  예를갖춘 당부말씀 감동으로 받으오며

 

종부로서 자긍심을 심중에    담아두네  아들형제 헌헌장부 버팀목이 되었어라

초로에    접어들어 고운단풍 물들듯이  곱게곱게 늙으려오

 

노송정 종부 최정숙 작사

2014년 제18회 전국내방가사경창대회에서 최정숙 낭송

 

최정숙 종부는 대구,경북종부회 회장, 대구 여성박약회 회장을 역임했고,

현재 대구경북 종가음식전수회 회장으로서 틈틈이 왕성한 사회활동을 하고 있다.

 

http://sjinews.net/front/news/view.do?articleId=4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