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장안으로의 천도(遷都)

오토산 2021. 9. 19. 05:25

- 삼국지(三國志) (43)
장안으로의 천도(遷都)

싸움이 일단 중지되자 원소는 모든 제후들을 위해 승리 축하연을 베풀었다.

이 자리에서 원소는,

 

"참으로 통쾌한 승리였소.

무엇보다도 적의 대장군 여포가,

우리의 장비와 관우라는 보궁수와 마궁수 같은 졸병을 못 당하고 쫒겨갔으니

이제야말로 우리가 의병을 일으킨 보람이 있는 것 같구려."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좌중에서는,

 

"한가지,

여포의 목을 놓친게 아깝긴 하지만 말이오."라는

대꾸조차 들려왔다.

그때, 홀연히 나타난 사람이 있었으니,

그는 사수관 싸움에서 간신히 목숨을 건진 손견이었다.

 

"오,

손견 장군. 무시하셨군요."

 

"지금 승리의 술잔을 나누던 중이었소.
이리 앉으시오."

좌중에서는 불현듯 나타난 손견을 보자 한 마디씩을 건넸는데.
갑옷이 헤지고 뜯어진 손견은 아랑곳이,

살기가 등등한 채 좌중을 향해 이렇게 일갈하는 것이었다.

 

"그 전에 원술 장군에게

물어 보고 싶은 말이 있소이다."
그러자 원술이 겸연쩍은 얼굴로 ,

"나한테 ?"

 

"그렇소,

당신은 나와 무슨 원수를 졌다고

사수관 싸움에 우리에게 군량을 보내주지 않았던거요 ?

 

그 이유를 듣고 싶소.
그때문에 우리 병사들은 싸울 기력을 잃고 맥없이 죽어갔소.

대답여하에 따라, 나는 원술 장군 당신을 벨 수도 있소."
원술은 그 소리를 듣고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다.

 

"손 장군 !

내가 그만 참소하는 놈의 말을 잘못 듣고 큰 실수를 하였소.
지금 당장 그놈의 목을 베어 올 테니 장군께서는 용서를 해 주시기 바라오."

그리고 원술은 밖에 나가,

휘하 장졸에게 무언가 명령하더니 잠시후 참소당한 놈의 목을 베어 가지고 들어와,

손견에게 재삼 용서를 비는 것이었다.
그러자 손견은 더이상 화를 낼 수가 없었다.

축하연에서 본진으로 총총히 돌아온 손견에게는 뜻하지 않은 손님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 사람은 동탁의 심복 부하인 이유였다.

 

"대체 당신은 무슨 용무로 나를 만나러 왔소 ?"
손견이 괴이해서 묻자,

이유는 얄궂은 미소를 지으며 머리를 조아린다.

"동 승상께서는 평소부터 손 장군을 존경하고 계셨습니다.
그리하여 승상 댁 따님과 손 장군님의 아드님이 백년가약을 맺어

깊은 인연을 가지고 싶어하시는데, 장군님의 생각은 어떠하신지요 ?"
손견은 그 말을 듣자 크게 화를 냈다.

 

"동탁이란 놈이 역천무도(逆天無道)하여
내가 그놈의 구족(九族)을 멸하려는 터인데

역적놈과 사돈을 맺다니 말이 되느냐 !  

 

내,

너를 죽이지는 않을 것이니,

곧 돌아가서 동탁에게 내가 곧 목을 자르러 갈 것이라고 전하라 !"

이유는 도망치듯 돌아와, 동탁에게 사실대로 고했다.
동탁은 그 소리를 듣고 크게 화를 내며 물었다.

 

"그러면 이 일을 어찌했으면 좋겠나 ?"

"말씀드리기 죄송하지만,

제가 살펴 본 역도의 세력이 우리보다 월등히 우세합니다.
따라서 낙양을 지키기가 매우 어려울 듯 하오니,

일시 장안으로 천도(遷都)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무엇 ?

천도를 하자구 ?"

"그렇습니다.

호뢰관에서 여포가 크게 패한 뒤로는 군사들의 사기가 크게 꺾였습니다.

그러니 일시 천자를 장안으로 모시고 싸움을 피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게다가 요즘 거리에는 이상한 노래가 떠돌고 있습니다.

 

"그래 ?

도대체 무슨 노래이기에 그러는가 ?"

서쪽 우두머리도 한낱 사내요,
동쪽 우두머리도 한낱 사내다.
사슴이 달려서 장안으로 들어가면,
이런 어려움은 없게 되리라.

이유는

동탁에게 저자 거리에 떠도는 노랫말을 말한 뒤에,

 

"서쪽 우두머리란

고조(高祖)께서 장안에 도읍하시어 십이 대(代)를 누린 세월을 뜻한 것이고,

동쪽 우두머리란

광무(光武)께서 낙양에 도읍하시어 오늘 십이 대에 이른 것을 뜻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장안으로 천도를 하신다면 승상께서 틀림없이 영화를 누리시게 되실 것이옵니다."
동탁은 그 말을 듣고 나서, 크게 기뻐하였다.

 

"음, 그럴 듯한 애기군,

그러면 도읍을 장안으로 옮기게 회군령(回軍令)을 내려라 !"

조정에서는 동탁이 장안으로의 천도를 결정했다는 소식을 듣고 크게 놀랐다.

그리하여 만조 백관들이 모인 자리에서

사도 양표(司徒 楊彪)가 동탁에게 이렇게 반대하였다.

"승상 !

새로운 천자가 즉위하신 지 얼마 되지 않아

민심이 아직도 분분한 이때에,
종묘를 버리고 도성을 옮기시면 민심이 크게 동요할 것이니,

이 일은 신중하게 결정하셔야 합니다."
동탁은 그 소리에 크게 화를 낸다.

"네가 뉘 앞에서 국가의 백년대계를 막으려 하느냐 !"
그러자 이번에는 태위 황완(太尉 黃琬)이 말한다.

 

"양 사도의 말씀이 옳소이다.

낙양을 버리고 황폐한 장안으로 떠나오면 민심이 크게 흉흉해지옵니다."

 

"닥쳐라 !

국가 대계에 민심이 무슨 걱정이냐 !"
동탁이 크게 성을 내며 고함을 질러댔다.

 

"아니올시다.

백성이 없고서야 무슨 국가라 할 것입니까 ?"
이번에는 사도 순상(司徒 筍爽)이 말하였다.

"모두들 닥쳐라 ! ....

여봐라 ! 저 세 놈의 벼슬을 당장 빼았고 내 쫒아라 !"

 

동탁은 분노를 참지 못하고 밖으로 나와 수레에 올라탔다.
그러자 수레 옆으로 상서 주비(尙書 周毖)가  읍하고 달려든다.

"무슨일이냐 ?"

 

"승상께서 장안으로 천도하신다는 말씀을 듣고,

그 일이 옳지 못함을 아뢰러 왔습니다."

"무엇이 ?
내가 네 놈들의 말을 듣고

원소란 놈을 살려 두었다가 오늘날 이꼴이 되었는지 아느냐 ?
네 놈은 도저히 용서치 못하노라 !"

 

동탁은 호위병의 칼을 빼앗아,

그자리에서 주비를 향해 세로로 그어버렸다.
이튼날, 드디어 천도령이 내려졌다.

 

"이유 !"

 

"넷 !"

 

"떠날 준비는 다 되었는가 ?"

 

"지금 관아 마다 준비분망이옵니다."

 

"비용은 넉넉한가 ?"

 

"비용은 넉넉지 못하오나,

부자놈들을 군대로 뽑아 들이고,

그네들의 돈을 모조리 거두어 들이면 어떨까 하옵니다."

 

"그대 생각대로 하라 !"

이리하여 부자들을 군대로 뽑아 온 뒤에 재물을 빼앗고,

그들의 가족들은 장안으로 강제 이주를 시켰다.
무지막지한 병사들은 어린아이나 부녀자들을

짐승 모양으로 장안으로 끌고 갔던 것이었다.

동탁 일행도 그날로 길을 떠났다.
동탁은 낙양을 떠남과 동시에 모든 궁전과 관아에 불을 지르게 하였다.
그것은 말할 것도 없이 장차 공격해 올 회맹 연합군에 대한

초토화 전술(焦土化戰術)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동탁은 여포를 시켜서 선황(先皇)들의 무덤을 파헤쳐,

그 속에 들어있는 부장품(副葬品)을 꺼내게 하였다.

이렇게하여 거두어들인 황금과 보물을 실은 수십 대의 수레는

동탁의 행차 뒤에 따르게 하였으니

동탁이 저지른 죄악은 실로 말로 다 헤아릴 수 없는 지경이었다.

44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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