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三國志) (54)
여포의 복수
그 다음날이었다.
이유는 아침 일찍 동탁을 찾아와, 어젯밤 여포와 만났던 일을 낱낱이 말하고 나서,
"여포 장군이 태사님의 관대하신 배려에 깊이 감사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초선이를 여포 장군에게 주어 버리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만 ...."
"음 ...."
동탁은 어제 초선에게서 들은 말도 있고,
또 초선앞에서의 장담도 있었기에 내심 이유를 괘씸하게 생각하였다.
그런 사정을 모르는 이유는 다시 말했다.
"이왕 물려주시려면
초선을 오늘중으로 여포 장군 집으로 보내는 것이 좋을까 하옵니다."
동탁은 고개를 가로 저으며,
"내가 먼저 살을 섞은 아이를 여포에게 보낸다는 것이 말이나 된다고 생각하느냐 ?
여포와 나는 부자지간 이라는 것을 잊었단 말인가 ?
그건 안 될 말이다.
다만 여포에게 죄만은 다시 거론치 않겠다는 나의 뜻을 전하라 !"
"그래두..."
"이유 !
부질없는 소리는 그만 해라.
너 같으면 네가 사랑하던 계집을 아들에게 물려 줄 수 있겠느냐 ?"
이유는 하는 수 없이 밖으로 물러나오며 하늘을 우러러 이렇게 탄식하엿다.
"아아,
우리들은 모두가 그 계집의 농간에 망하게 생겼구나 !"
동탁이 초선이를 데리고 자신의 사택인 미오성으로 떠나는 날,
문무 백관들 모두가 성문 밖까지 나와 그들을 배웅하였다.
초선은 배웅하는 사람들 중에 여포가 끼어 있음을 알자,
일부러 수레의 문을 열고 슬픈 얼굴을 내보였다.
여포는 초선의 모습을 보고 한숨을 쉬며 입술을 깨물었다.
"음...
이유에 말에 의하면, 초선을 나에게 물려준다더니,
그것 조차도 새빨간 거짓말이었구나 !"
이제는 이유에게도 원한이 새로워졌다.
그때 문득 여포의 등뒤에서 인기척이 났다.
"장군은 어찌하여 미오성으로 태사를 따라가지 않으셨소 ?"하고
묻는 사람이 있었다.
돌아다보니,
초선의 양부 왕윤이었다.
"태사가 초선이를 데리고 가는 데 나를 데리고 갈 리가 있겟소 !"
여포는 씹어뱉듯이 대답하였다.
왕윤은 짐짓 놀라며 반문하였다.
"아니 그럼,
초선이를 아직도 장군에게 돌려보내지 않았다는 말씀이오 ?"
"왕 대감은 그
것을 몰라서 물어보시오 ?"
"나는 태사께서 초선을 장군에게 보내 주신 줄로만 알고 있었는데,
그럼 여태 안 보내셨던가요 ?"
"늙은 도둑놈이
초선을 도무지 내놓으려고 하지 않는구려 !"
여포의 대답에 왕윤은 다시금 놀라 보이다가,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설마 한들,
태사께서 장군께 대해서야 그럴 리가 있겠소.
태사가 그렇듯이 금수의 행실을 할 줄은 정말 몰랐소이다.
우리 집에 가서 그 일을 좀 의논해 보기로 합시다."
왕윤은 한숨을 쉬면서 여포의 손을 잡아 끌었다.
그리하여 여포를 내실로 데리고 들어와 새삼스러이 분개하는 빛을 보인다.
"태사가 내 딸을 욕보이고 장군에게는 부인을 빼앗았으니,
이는 하늘이 노하고 만천하의 사람이 노할 일이오.
이 몸은 늙고 힘이 없어 어쩔 수 없지만,
장군 같은 천하의 영웅으로서는 실로 참기 어려운 모욕일 것이오."
여포는 그 소리를 듣자,
참고 참았던 분노가 폭발했는지 주먹으로 탁자를 두두리며 울부짖었다.
"나도 더 이상은 못 참겠소.
그 늙은 도둑놈을 내 손으로 죽여서 원한을 풀고야 말겠소 !"
"여 장군 !
함부로 그런 말을 마시오.
태사의 귀에 들어가면 큰일 나리다."
"그 늙은 도둑놈이 듣기로 뭐가 무섭단 말이오 ? .... 그
러나 한가지 거리끼는 것은, 나와 부자간의 의리를 맺었는데
내가 그를 죽이면 주변사람들이 해 댈 뒷공론이 두려울 뿐이오."
그러자 왕윤은,
"장군은 여씨고, 태사는 동씨요.
비록 부자의 연을 맺었더라도 엄밀히 본다면 문제는 안 될것이오.
그리고 듣자니 태사가 봉의정에서 장군에게 화극을 내던져
장군을 죽이려고 했다는구려.
그런 사실을 세상 사람들이 모두 다 알고 있는 터이오."
"옳은 말씀이오 !
그가 먼저 나를 죽이려 했으니,
내가 그를 죽인들 누가 잘못이라 하겠소."
"그리고 어젯밤에 내가 천문을 살폈더니,
자미성이 약하게 보이다가 유성 하나가 떨어졌소.
이는 동탁의 기운이 쇠한 것을 나타낸 것이니 아마도 오래는 못 살 것이오.
그러니 만약 장군이 말씀하신 대로 태사를 기꺼이 제거하신다면,
내딸 초선이가 악마의 소굴에서 벗어나 밤마다
그리워하는 장군을 만날 수도 있을 것이고,
쓰러져가는 한실(漢室)을 바로 일으켜 세울 기회가 되는 것이니,
그 공로는 청사(靑史)에 길이 남게 될 것이오 !"
"알겠소.
나도 이제는 깨닫고 결심한 바가 있소."
여포는 입술을 굳게 깨물며 결연한 표정을 지었다.
"이 일이 중간에 새 나가거나 실패를 하는 날이면
큰일이니 거듭 신중을 기하셔야 하오."
"왕 대감, 걱정 마시오.
내가 피로서 성공을 맹세하리다."
여포는 그렇게 말하더니,
칼을 뽑아 왼편 팔을 찔러 피를 내어 보이는 것이었다.
왕윤은 그 모양을 보고, 여포 앞에 무릎을 꿇고 말하였다.
"한 왕실이 이제 장군의 덕택으로 바로 잡힐 기회를 갖는 것 같소이다.
비밀의 누설을 삼가하여, 부디 성공을 바랄 뿐이오 !"
여포도 고개를 끄덕이며 비밀을 지킬 것과 성공을 맹세하였다.
55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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