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三國志) (65)
도겸의 사망
한편,
서주성에서는 조조에게 다녀온 사자(使者)의 복명(伏命)을 듣고,
도겸을 비롯한 문무백관들은 크게 기뻐하였다.
도겸은 기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유 장군의 서신 한 통으로 조조의 오만 대군을 물리칠 수가 있었소.
이제 서주는 전화(戰禍)를 피하고 안정을 되찾았으니,
이는 후세에 길이 빛날 현덕의 충심과 의리를 증명한 게 아니겠소 ? 하여,
서주의 오십만 백성들과 함께 현덕의 은혜에 깊이 감사드리는 바이오."
도겸은 이렇게 말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유비와 관우,장비,자룡을 향하여 두 손을 읍하고 허리를 굽혔다.
동시에 도겸의 참모 일동이,
"깊이 감사드립니다 !" 하고
외쳤다.
그러자 유비와 그의 동생들은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났고,
유비는 도겸을 향해,
"아,아닙니다.
천만의 말씀입니다."하고
겸양지사를 보였다.
도겸은 유비 앞으로 천천히 다가왔다.
그리고 입을 열어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현덕 아우님,
나는 이미 늙고 노쇠하여,
서주 육군(六郡)은 유 공(公) 같은 사람이 다스려야만이 태평해 질 수 있을 것이오.
이미 서주의 문무백관들의 의견을 물어보니,
아우님이 서주를 맡아주기를 간절히 원한다고 하였소.
그러니 모든 이의 뜻에 따라,
그대는 허락을 해주시오."
그러면서 도공의가 가지고 온 서주목 인장을 유비에게 내미는 것이었다.
유비가 도겸을 향하여 두 손을 읍하고 허리를 굽히며,
"도 공, 도공의 깊은 후의는 감사히 받겠사오나,
이 인장만은 절대 받을 수가 없습니다."하고 대답하였다.
그리고,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서주를 구하러 온 것이지 넘보러 온 것은 아닙니다.
이제 조조도 철군을 했으니,
이 차를 마시는대로 제 아우들과 함께 평원으로 돌아가겠습니다."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서주의 문무백관들이
유비에게 모두 달려와 두 손을 읍하고 무릎을 꿇으며,
"제발 저희들의 청을 들어주십시요 !"하고,
앞을 다투어 말하는 것이 아닌가 ?
그러자 유비는 황급히 손을 저으며 말했다.
"자, 자, 그
만하시고 어서들 일어나십시오." ....
이렇듯 유비가 끝내 듣지않는 모습을 보이자 도겸이 다시 말한다.
"현덕 아우님 !
서주를 맡아달라는 것은 서주의 모든 백성들과 문무백관들의 뜻이니
부디 거절하지 말고 서주를 맡아주시오."하고 말하며
서주목 인장을 다시 내밀었다.
그러자 유비가 이번에는 손을 들어 저어보이며 말한다.
"안 됩니다.
도 공, 이건 당장 서주를 떠나란 말로 들립니다."하고
말하며 뒤로 돌아서 집정전을 나가려 하였다.
그러자 문무백관들이 길을 막으며,
"안 됩니다.
저희들의 간곡한 청을 받아주십시오 !..."하고,
또 다시 애원하듯 외치는 것이었다.
그것은 도겸도 마찬가지로,
다시 애원하듯 유비에게 말한다.
"서주를 다스리지 않터라도 서주를 버리고 가서는 안 되오 !
그렇치않으면 조조가 또 올테니...
그렇게 되면 서주는 머지않아 간웅(姦雄)에 손에 들어가고 말 것이오."
그러자 백관 한 사람이,
"맞습니다 !"하고
외치었다.
도겸이 다시,
"그러면 이럽시다.
평원으로 돌아갈 게 아니라,
변방에 있는 소패성(小沛城)을 내줄 테니 잠시 거기에 머무르시오.
그러면 우리는 기각지세(埼角之勢)를 형성하게 되니,
위급시에는 서로 도움을 줄 수가 있을 것이오.
그 쪽에 필요한 군량은 모두 내가 주겠소.
어떠시오 ?"
도겸의 말을 듣고, 유비는 생각했다.
평원으로 돌아 가더라도 어차피 공손찬의 신세를 져야 할 판인데,
이제 조조군을 물리친 서주에 있는 것은 명분도 있고,
실리도 있겠다는 판단이었다.
그리하여 유비는 도겸을 향해 돌아서며,
두 손을 읍하고 허리를 굽히며 말하였다.
"유비가 도공의 명에 따르겠습니다."
그러자 도겸의 얼굴이 일순간 환해졌다.
"좋소, 좋아 !
고맙소, 정말 고맙소 !"
서주의 문무백관들도 크게 기뻐하며 저마다 안심의 소리를 한마디씩 하였다.
도겸이 기쁜 얼굴로 참모들을 향하여 명한다.
"여봐라 !
술을 올려라 !"
이리하여 유비는 다음 날
소패성으로 관우,장비 자룡을 비롯한 오천의 군사를 이끌고 떠났다.
그렇게 유비는 서주성을 외곽에서,
조조로부터 지켜주는 임무만은 흔쾌히 수락했던 것이다.
이렇게 유비는 모처럼 군량 걱정 없이 소패성에서 한 계절을 한가롭게 보냈다.
극심한 더위가 맹위를 떨치던 여름 어느 날,
초원을 뒤덮는 메뚜기떼가 일시에 출몰해서,
서주를 비롯한 연주, 복양성등의 산동(山東) 일대가 큰 재난을 만났다.
이로 인해 그해 농사가 크게 흉년이 지는 바람에 민심이 어수선해졌다.
자연의 환란(患亂)이 지나간 어느날,
어스름 저녁에 도공의가 느닫없이 소패성으로 유비를 찾아왔다.
그리하여 유비는 도공의가 이끄는대로
서주성으로 말을 달려와 임종을 앞둔 도겸의 침실로 안내되었다.
도겸은 창백한 얼굴로 침상에 파뭍혀 간간히 심한 기침을 하고 있었다.
"현덕은 어째서 아직도 오지 않았느냐 ?"
도겸은 눈을 감은 채 쥐어짜내는 듯한 목소리로 외치듯이 말했다.
그러자 유비가 침상의 도겸에게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
"제가 왔습니다."
그 소리에 도겸은 고개를 유비쪽으로 돌리며 가늘게 눈을 뜬다.
"현덕,
큰일이오 ...."
"도 공,
병환이 그리 큰일은 아니옵니다.
곧 봄이 오면 회복되실 것이니 요양에만 전념하십시오."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도겸은 병석에서
눈을 찡그리며 고개를 좌우로 흔들면서,
"내 병 애기가 아니오.
그보다 장차 서주의 난(亂)이 닥칠 것이 큰일이란 말이오.
들리는 바로는 조조가 얼마 전에 여포를 물리쳤다고 하오.
그 말은 조조가 다시, 서주로 눈을 돌린다는 뜻이 아니겠소 ?
현덕... 새는 죽을 때가 되면 울음 소리가 슬퍼지고 사람은 죽을 때가 되면 말이 선(善)해진다고 했소 ...
내 죽기전에 할 말이 있소. 그대가 인의(人意)
를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면 지금 이 순간,
우리 사이에 더이상 예의를 차리지 않았으면 좋겠소.
알겠소 ?"
"예"...
유비는 눈을 반쯤 감고 고개를 숙여 보이며 대답하였다.
도겸의 말이 이어진다.
"나는 알고 있소.
현덕을 비롯한 삼형제는 지금 근거지가 될 곳이 필요하다는 걸 말이오.
뿐만 아니라 그대는 서주를 얻고 싶지 않은 게 아니라,
정반대로 그 누구보다도 서주를 얻고 싶은 생각일게요.
안 그렇소 ?"
유비가 묵묵부답으로 눈만 껌뻑였다.
그러자 도겸은 병상 머리맡에 있는 서주목 인장을 더듬거리는 손으로 가리키며,
"이걸 받으시오.
이 서주를 맡을 사람은 그대 뿐이오.
그 누구도 아니오.
조정에 올릴 상소문은 이미 유언장에 써 놓았으니,
내가 죽으면 올릴 것이오....."
오랜 시간동안 말을 한 도겸은 몹시 숨 차 하면서
연이어 기침을 하고 괴로운 듯 눈을 질끈 감았다.
유비가 두 손을 읍하고 도겸을 향하여 절을 한 뒤,
"유비가 도공의 명을 받들어 서주를 잠시 맡았다가
조정에서 명이 내려오면 그에 따르겠습니다."하고
말한 뒤 도겸을 올려다보니,
그는 이미 숨을 거둔 것이 아닌가 ?
유비는 도겸의 죽음앞에 다시금 경건히 절을 올리고,
이를 먼 발치에서 지켜보던 도공의에게 다가가 말하였다.
"부친께서 지금 막 돌아가셨습니다."
서주자사 도겸의 장례는 그의 유언에 따라,
유비가 상주가 되어 관우, 장비, 자룡, 도공의와 함께
엄숙하고 경건하게 치루었다.
그런 연후에,
유비는 도겸의 유언에 따라, 자신의 근거지를 소패(小沛)에서 서주로 옮겨와서,
서주 육군을 통치하기 시작하였고, 우선 선임자인 도겸의 유덕(遺德)을 널리 찬양하는 동시에,
도겸의 수하였던 미축, 진등,손건 같은 사람들을 높이 등용하여 어진 정사를 베풀었다.
그리고 지난 여름, 메뚜기떼의 출몰로 인해
한 해 농사를 망친 백성들에게는 창고의 곡식을 풀어 구휼(救恤)하니,
서주 육군(六郡) 백성들은 그로 인해 생활이 곤궁을 벗어나고,
저마다 희망 속에 살 수 있게 되었다.
66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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