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三國志) (64)
조조의 철군
한편,
서주성 공격에 나선 조조는
공성장비(攻城裝備)인 전투마차(戰鬪馬車)가 도착하자
이튼날 아침부터 대대적인 공격에 나섰다.
성벽을 향하여 돌덩이와 불덩이를 얹은 투석기(投石機)가 연달아 발사되고,
검차(劍車)에서는 십여 발의 창과 화살이 동시에 성안을 향하여 계속 날아갔다.
이와 동시에 커다란 방패를 손에 든 병사들이 방패 뒤로 숨어서
창을 꼬나 쥔 채 성벽으로 접근했다.
그 뒤에는 성벽을 타고 넘을
삼 장(三丈)이 넘는 사다리를 든 병사가 뒤따라 왔다.
성안 곳곳에서는 조조군이 계속하여 쏘아 대는 불화살로 인해,
곳곳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 올랐다.
이처럼 조조의 공성군(攻城軍)이 성벽으로 접근해 가자,
성루의 서주군은 돌과 끓는 물을 연실 퍼부어서 ,
성 안팎은 일대 혼란의 도가니가 펼쳐졌다.
전투가 한참 무르익었을 때, 별안간 조조군 후미가 시끄러워졌다.
"무슨 일이냐 ?"
조조가 측근에서 호위하고 있는 순욱과 조인에게 물었다.
그러자 소란이 일어나는 곳을 유심히 지켜 보던 순욱이,
"주공 !
도겸을 돕는 자들이 있습니다 !"하고
소리쳤다.
"누구요 ? 원소요 ?
아니면, 원술 ....?"
순욱은 한참을 더 유심히 살펴 보다가 말한다.
"아닙니다."
"그렇다면 누구야 ?"
그러자 조인은 시끄러운 소란이 일고 있는 후미로 말을 달려갔다.
그곳에는 자신도 처음 보는 젊은 장수가 선두에 나서서,
자기네 편 군사들을 가차없이 공격하고 있었는데,
그 장수는 날래기는 독수리요, 용맹함은 호랑이였다.
삼국지(三國志) (167) 참다운 군주의 모습
(백성은 날 버려도 되지만 나는 백성을 버리지 않는다)
유비가 조운과 함께 신야로 급히 돌아오자
군사 공명이 성문 밖까지 마중을 나왔다.
"주공,
무시히 오셔서 다행입니다."
공명은 유비가 말에서 내리자 다가와서 말한다.
그리고 이어서,
"두 시각 전에 조조가 번성을 공격했습니다.
패잔병들은 이미 신야로 들어왔고,
내일이면 적들이 신야까지 몰려올 겁니다."하고, 말한다. 그
러자 유비는 한숨을 내쉬며,
"하 !...
번성을 그렇게 빨리 잃었단 말이오 ?"하고,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반문하였다.
그러자 공명은 사태를 냉철히 보는 어조로,
"그렇습니다.
조조의 50만 대군이 이렇게 빨리 진군하는 건
신야가 목표가 아니라 형주를 빼앗으려는 속셈이 분명합니다.
또 그들이 새로운 공성병기(攻城兵器)를 많이 가져왔으니,
그들이 공격해 오면 우리의 힘 만으로는 신야를 지킬 수 없습니다."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유비가 즉각 반문한다.
"어쩌면 좋겠소 ?"
공명이 유비 앞으로 한 발 다가서며 나직한 소리로 묻는다.
"주공,
유표가 형주를 넘기지 않았습니까 ?"
그러자 유비는 고개를 끄덕여 보이면서,
"형주를 맡아 달라고 부탁했지만 거절했소.
다만 유기가 형주의 주인이 되면 성심으로 보필해 주겠다고 했소."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공명 역시 예상한 일 이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여 보이면서,
"역시 그럴 줄 알았습니다."하고,
실망스러운 대답을 하였다.
유비는 공명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 한 것이
못내 미안하여 그자리를 떠나 성안으로 들어갔다.
신야성 백성들은 성문앞에서 부터 조조군의 공격 소식으로 어수선하였다.
"조조가 대군을 몰고 쳐들어 온데 !"
"얼른 도망쳐야 해 !"
백성들의 이런 어수선한 소리를 뒤로하고 유비는 성문을 굳게 잠그게 하고,
전군의 방어 태세를 점검하기 위해 성루로 올라갔다.
그곳에서 공명이 말한다.
"주공,
우리는 새로운 근거지가 필요합니다."
유비는 공명의 말 뜻을 단박에 알아차리고,
"아무리 그래도 형주를 취할 순 없소."하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공명에게 다시 물었다.
"내 생각을 예상했다면 다른 대책도 준비했겠구려."
"물론입니다.
지금 곧 신야를 버리고 강하로 물러나십시오."
공명이 단적으로 말하자
유비가 발길을 <우뚝> 멈추고 공명을 바라본다.
"성을 버리라고 ?"
"네,
지금으로선 그 방법 밖에 없습니다.
유기가 강하에 있잖습니까.
강하는 성도 견고하고 군사와 군량도 많습니다.
게다가 유기는 우리와의 관계도 우호적이니 서로 손을 잡으면
조조는 물론 상황에 따라서는 채모와도 맞설 수 있습니다."
일촉즉발의 위기에서 나온 공명의 대책은
유비로서는 거부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유비는 고개를 잠시 하늘로 쳐들고 생각하는 듯 하다가,
"좋소,
신야를 버리고 강하로 가기로 합시다.
허나, 조조와 한 번도 싸워보지 않고 그냥 이렇게 떠나야 하는 거요 ?"
유비는 군사 공명의 무작정의 퇴각 대책이 안쓰러웠다.
그러자 공명이,
"걱정 마십시오.
지난번 하후돈은 화공으로 군사 절반을 잃어,
조조에게 크게 문책당했을 겁니다.
이번에는 조조에게 뜨거운 맛을 보여 줘야죠."
"좋소,
당장 실행하시오."
유비는 절망하는 가운데 공명의 자신있는 말에 용기를 내어 말했다.
"네."
공명은 대답을 하고 나자,
즉시 수행하던 관우를 불렀다.
"관 장군 !
군사 3천을 데리고 백하 상류에 매복하시오.
병사들에게 모래 포대를 주어 백하의 물을 막았다가,
내일 삼경에 하류에서 소란이 일어나거든
둑을 터뜨려 물을 일시에 흘려보내고 혼란에 싸인 적을 가차없이 치시오."
"갑자기 어디가서 강을 막을 만큼 많은 모래 포대를 구합니까 ?"
관우는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공명을 바라보았다.
"관 장군,
군사께서는 이미 닷새 전부터 준비를 시켜 두셨습니다.
포대는 충분히 만들어 남문 앞에 쌓아 두었으니 챙겨서 출정하십시오."
모사 간웅이 공명의 지시로 모래 포대를 미리 만들어 두었다는 말을 하였다.
그러자 관우는 공명의 선견지명에 놀라면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존명 ! (명을 받듭니다.)"
관우가 명을 받고 자리를 떠나자 공명이 장비를 향해 말한다.
"장 장군 !"
"네 !"
"장군은 3천 군사로 박릉도에 매복하시오.
박릉도는 유속이 약하니 백하 상류에서 당한 조조군이 그리로 도망을 할 것이오.
장군은 기회를 봐서 적을 쳐부수시오."
"존명 ! (네.)"
장비는 즉각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자리를 떠난다.
"조운 장군 !"
"네 !"
"장군은 병사 3천을 넷으로 나눠,
한 무리와 신야 동문에 매복하고
나머지는 서,남, 북문을 지키게 하고 적들이 몰려 나오면
그때 가차없이 공격하도록 하시오.
우리는 백성들을 소개 (疏開)시켜 공성작전(空城作戰)을 펼 것이오,
따라서 적들이 성에 들어오게 되면 군막 대신 민가에서 쉬게 될 것이오.
민가의 초가 지붕에는 이미 유황과 초탄을 채워두었으니,
내일 저녁 조조군이 저녁밥을 지을 때,
궁수들에게 불화살을 쏘게 하여 초가 지붕에 불이 붙게하시오.
그래서 초가가 화염에 휩싸이게 되면 초탄과 유황이 터지면서,
놀란 적들이 성밖으로 빠져나가려고 일시에 성문 앞으로 몰려 나올 것이오.
그때를 공격의 기회로 삼되,
잔당의 적들은 동문으로 나가게 하시오.
"존명 ! (그리합지요.)"
"관평, 유봉 !"
"네 !"
"그대들은 군사 2천 중
반은 홍기(紅旗), 반은 청기(靑旗)를 들게하여 신야성 밖 작미파에 매복하라.
적들이 나타나면 홍기는 좌측, 청기는 우측으로 흔들면
조조는 의심이 들어 백하 방향으로 후퇴할 것이니,
그때 공격하여 적을 박릉도로 몰아라."
"네 !"
"네 !"
명을 받은 관평과 유봉이 예을 표하며 물러간다.
그러자 이제까지 공명의 명을 지켜 보던 유비가 공명의 앞으로 다가 가서,
"군사의 용병술은 마치 연극 같구려. 볼거리가 많겠소."하고,
만족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러나 공명은 담담한 어조로,
"주공,
내일 조조군은 패퇴하겠지만,
우리가 도망칠 시간을 벌기위한 것일 뿐 50만 대군을 모두 물리칠 순 없지요.
그러니 신야를 버리고 속히 강하로 가야 합니다."하고,
말한다. 그러자
유비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건 나도 아오."하고 말하자,
모사 간웅이 입을 연다.
"주공,
곤란한 일이 있습니다.
내일 전투 이후, 신야는 폐허가 될 겁니다.
18만에 달하는 백성들은 어떡하면 좋죠 ?"
"그렇지 ?
아 !... 그래...
집을 다 태우면 백성들이 갈 곳이 없잖아 !
그걸 미처 생각하지 못 했군 !"
유비는 새삼스럽게 깜짝 놀라는 모습이었다.
그러자 간웅이 말한다.
"그래서 사전에 군사께서 백성들에게 돈과 식량을 나눠 주며
다른 성으로 속히 피하라고 했습니다."
유비가 그 말을 듣고 안도하며 공명을 바라보며 말한다.
"그래야지, 잘했소.
마땅히 그래야지."
유비가 다소간 안심하고 돌아서려 하자, 간웅이 이어서 말한다.
"하지만 백성들이 싫답니다."
"응 ?"
"유 황숙이 가는 곳은 어디든지 따라가겠다고 합니다.
유 황숙만 따라가면 좋은 날이 온다면서요."
"하 !... 하 !.."
유비는 난감이 겹친 것이 기가막히다는 듯이 소리쳤다.
그리고 이어서,
"그래... 그래...
민심밖에 없구나.
방(榜)을 붙이게, 백성들과 함께 강하로 가겠네." 하고,
차분한 어조로 말하였다.
그러자 공명이 그 말을 듣고,
상당히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주공 !
백성들과 함께 갈 수는 없습니다.
강하까지는 280 리 입니다.
18만 백성들이 함께 간다면 하루에 30 리도 못 가지요.
조조의 철기군이 추격해 오면 불과 하룻만에 다 함께 죽게 될 것입니다."
유비는 그 소리를 듣자,
갑자기 얼굴의 결연한 빛이 떠돈다.
그리고,
"명을 받으라 !"하고,
두 사람을 향하여 결정적인 단언을 내린다.
"백성들과 함께 간다.
백성들은 날 버리고 가도 되지만
나는 절대 백성들을 버리고 갈 순 없다."
"주공 !"
공명이 낙담하며 유비를 불렀다.
그러나 유비는,
"결심했으니 더는 말 마시오."하고,
공명의 반론에 쐐기를 박는 것이었다.
"네...."
공명은 유비의 단언을 수용하는 자세를 취하면서,
그의 단언을 한번 더 새기었다.
(백성은 날 버려도 되지만
난 백성을 버리지 않는다...)
그러면서 공명은 속으로 감탄하였다.
(주공은 역시 명군이시구나.)
...
"저게 누구냐 ?"
조인은 수하 병사에게 물었다.
"너무 멀어서 누군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하여 조인이 몸소 말을 달려 가까이 다가 가보니,
젊은 청년 장수 하나가 창,칼을 번개치듯 휘두르는데,
대적하는 자기네 편 병사들이,
그 앞에서 마치 바람 앞에 낙엽처럼 뒹구는 것이 아닌가 ?
크게 놀란 조인이 선봉 장수의 후미를 유심히 살펴 보니,
그들이 들고 있는 깃발에는 평원령(平原領)이라고 쓰여있는 것이 아닌가 ?
"평원령이라면 유비가 아닌가 ?"
조인은 깜짝 놀라며 급히 조조에게 달려갔다. 그리고,
"주공 !
후미에서 소란을 일으킨 자는 평원령 유비와 관우,장비 입니다."하고
보고를 하였다.
"뭐야, 유비 ?
기껏해야 수 천 군사 밖에 없는 자가 감히 나에게 대적을 해 ?"
"맞습니다. 유빕니다."
이번에는 깃발을 확인한 순욱이 말했다.
이때, 서주성 성루에서는
성주 도겸과 그의 아들 도공의가 성 밖의 전투상황을 지켜보며,
"지금 조조의 대군과 맞부딪쳐,
조금도 밀리지 않는 저 군사들이 누구냐 ?"
그러자 도공의가 깃발을 살펴보며 말한다.
"평원령 깃발을 들고 있는 것으로 보아 유비군 인 것 같습니다."
"유비 ?
이런 고마운 일이 있나 ?
원소, 원술도 우리를 구원하러 오지 않았는데
평원령 유비가 청하지도 않았는데,
우리를 도우러 오다니..."
성밖의 조조군은 후미로 부터 선봉장 조자룡(趙子龍)은 물론,
관우(關羽),장비(張飛), 유비(劉備)로 부터, 뜻하지 않던 공격을 받게되자,
공성 작전을 전환하여 후미로 접근해 오는 평원군을 정면으로 맞아 싸우기에 골몰하였다.
이런 모습을 지휘차에서 지켜보던 조조가 일갈한다.
"유비 ? 미친놈이구먼 !
간이 부었군 !"
그러자 후미에서 번개같이 밀고 쳐들어오는 평원군을 살펴 보던 순욱이 말한다.
"만만히 보면 안 되겠습니다.
유비와 관우,장비까지 함께 나타난 것을 보니,
유비가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고 오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관우,장비 뿐만 아니라 선두에는 걸출한 맹장이 또 하나 있으니 말입니다."
그러자 조조가 탄식하듯 말한다.
"유비란 놈은 정말 운도 좋구나,
흥 !"
싸움이 격렬해지면서도 조조군이 한발짝씩 뒤로 밀리자,
조인이 조조에게 달려와 아뢴다.
"주공 !
계속 공격할까요 ?"
전황을 계속해 살펴 보던 조조가 빨리 대답을 못하고 있는데,
순욱이 간한다.
"주공 !
소나기가 세찰 때에는 잠시 비를 피하는 것도 좋은 것이니,
오늘 전투는 잠시 숨을 고르는게 좋겠습니다."하고 말을 하니,
조조는 그때서야,
"조인,
서서히 물러나며 적을 유인하도록 명령해라."하고
말하였다.
"알겠습니다."
조인은 뒤로 돌아서서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후미로 말을 달려가며 소리쳤다.
"후퇴하라 ! 후퇴하라 ! "
성 안에서 조조의 공격을 막아 내느라고 악전고투를 거듭해 오던 도겸의 군사들은 평
원령 유비의 지원군 출현으로 , 갑자기 사기가 왕성해졌다.
그리하여 조조군이 퇴각하는 것을 보자,
성문을 활짝열고, 퇴각하는 조조군의 뒤를 쫒으려고 쏟아져 나왔다.
그러자 유비가 만류한다.
"적들이 공격을 멈추고 퇴각하고 있으니,
무리하게 추격하는 것은 좋지않소 !
우리가 숫적으로 불리하니 쫒지말고
수성(守城)을 하는 것이 좋겠소이다.
어서 성 안으로 들어갑시다."
이리하여 유비는 관우,장비,자룡과 함께
조조군의 추격을 멈추고 서주성으로 입성하였다.
그러자 서주성 방어에 전력을 기울이던 팔 천여 명의 병사들과
이들을 돕던 수많은 서주 군민(郡民)들은 평원령 유비를 맞아 기쁨의 환호성을 올리고,
연이어 만세를 부르는 것이었다.
도겸은 몸소 유비앞으로 달려나와,
"군사들과 군민의 저 기뻐하는 소리를 들어 보시오.
유 장군은 오늘로서 우리 서주 만 백성의 구세주가 되었소이다.
이 고마움을 어떻게 말로 다 할 수 있을지 모르겠소이다.
자, 어서 들어 가십시다.
뭐하느냐 ? 어서 유장군을 모시지 않고 ?"하며
부하 참모들에게 말했다.
이리하여 전승 연회가 도겸의 집정전(執政殿)에서 조촐하게 벌어졌다.
이 자리에는 중앙에 도겸이 자리하고
좌측에는 서주성 각부(各府) 참모들이 각상(各床)앞에 자리하였고,
우측에는 앞쪽에는 유비가 그 뒤로는 관우,장비와 자룡의 자리가 마련되었다.
그 자리에서 도겸이 말한다.
"조조의 대군이 서주로 접근하면서 우리가 생사의 기로에 처했을 때,
각지 제후들에게 원군을 요청했으나 수 십만 대군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누구 하나, 우리를 돕지 않았소.
헌데,
유현덕 장군은 우리의 원군 요청도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본격적인 싸움이 벌어지는 순간,
고작 오천 군사만으로 철통같은 진영의 조조군을 뚫고 위기의 서주를 구하였소.
현덕 ... ! 내가 이 고마움을 어떻게 표현을 해야할 지 모르겠소 !"
도겸이 말미에 유비를 부르며 쳐다 보자,
유비는 자리에서 일어나 도겸을 향하여 두 손을 읍하고 허리를 굽혀 예를 표하였다.
그리고 나서 입을 열었다.
"도 공 !
천하가 크고 넓다고 하나,
오직 도 공만이 너그럽고 어진 인품으로 백성들을 다스린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제 생각으로는 도 공 같은 인덕을 가진 분이 천하에 살아남지 못 한다면,
이 나라에는 어떤 희망이 있고,
또 한 실(漢室)은 어찌 부흥할 수가 있겠습니까 ?
오늘, 서주를 돕게 된 것은 다름아닌,
세상의 양심과 정의를 구하기 위함이었습니다."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도겸은 술 잔을 높이들며 말한다.
"좋은 말씀이오.
자잔을 비웁시다 !"
"도 공을 경애하며 잔을 들겠습니다."
유비가 이렇게 말을 하며 도겸을 향해 잔을 들어 보인후, 잔을 비우자.
일동은 잔을 들어 서로의 눈을 맞춘후,
"드십시오 !"하고,
만족한 미소와 뿌듯한 성취감에 젖은 얼굴로,
승리와 고마움의 축배를 함께 들었다.
술이 몇 순배 돌아가자 도겸이 유비를 바라 보며 입을 연다.
"이제,
내가 서주를 이끌고 나가기에는 덕망도 부족하고 기력도 쇠진하여,
어지러운 천하에서 서주의 땅과 백성들을 안전하게 지키고 한실이 부흥하려면
그대같은 영웅이 서주를 맡아야 하겠소."
도겸은 이렇게 말하면서, 손짓을 해 보이자,
도공의가 서주목의 인장함을 두 손으로 공손히 들고 나타나,
유비의 앞으로 천천히 다가간다.
도겸은 계속 말을 이어가는데,
"하여,
내가 내일 조정에 상주하여 그대를 서주목에 추대하기로 하였소."
도겸의 입에서 그와 같은 말이 떨어지자,
유비는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두 손을 읍하였고,
관우 장비,자룡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도겸을 향하여 반쯤 허리를 굽혔다.
"그건 안 됩니다."
유비의 대답은 짧고 강경했다.
그러자 도겸은,
"안 될 게 뭐 있소 ?
조조같은 간웅조차 서주를 갈취하려는 마당에,
그대는 한실의 종친으로써 덕행과 자질 모두가 왕실의 기품을 모두 갖추었는데,
왜, 서주를 영도할 수 없다는거요 ?"
유비가 다시 말한다.
"천만의 말씀입니다.
저는 태수님을 도와 드리기 위해 온 것이지,
다른 욕심이 있어서 온 것은 아닙니다."
"그것은 나도 잘 알고 있소.
그러나 현덕, 귀공은 한나라 종실의 혈통을 이어 받은 사람이 아니오 ?
천하의 소란을 진정시켜 어지러운 사직(社稷)을 바로잡을 사람이 현덕,
귀공 이외에 또 누가 있겠소.
나 같은 늙은이가 부질없이 자리를 차지하고
백성들을 안전하게 지키지 못 한다면 큰 잘못이오.
그러니 나의 조그마한 지위나마 물려줄 사람은 현덕, 귀공밖에는 없는 것이오 !
부디 나의 부탁을 들어 주시오."
도겸의 말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소문에 듣던 바와 같이, 그는 지혜롭고 인자한 인품의 명태수였다.
그러나 유비는 여전히 고개를 흔들었다.
"저는 아직 나이가 젊어서 태수님 같은 덕망을 갖추고 있지 못합니다.
덕이 부족한 태수를 모시는 것은 백성들의 불행입니다,
하여, 저는 감히 뜻을 받들지 못하겠습니다."
그러자 유비의 등뒤에 서있던
관우와 장비는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우리 형님은 쓸데없는 사양을 하고 계시단 말이야....
주는 자리를 고맙게 받아 두면 좋을 텐데,
왜 저러실까 !)하고
적이 실망스러워 하였다.
이렇게 도겸과 유비가 서로 권하고 사양하는 모양을 보고,
도겸의 가신 미축이 말한다.
"아직은 조조군이 완전히 물러난 것이 아니오니,
그런 문제는 추후로 미루시고,
우선 적을 물리칠 논의부터 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도겸과 유비는 그 말을 옳게 여겨,
즉시 조조군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기로 하였다.
유비가 말한다.
"우리가 용맹한 장수가 있어 싸워서 물리치는 것도 좋겠지만,
저들은 우리보다 숫적으로 많기 때문에 우리가 불리한 것이 사실입니다.
하여, 생각컨데 조조에게 글을 보내어 화해를 청해 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
"그거 참 좋은 생각이오.
난들 어찌 싸우기를 원하겠소."
도겸도 즉석에서 좋다하여,
유현덕의 이름으로 조조에게 화친의 글을 보내기로 하였다.
조조는 유비의 글을 받아 보고 크게 노하였다.
"뭐 ?
개인적인 원한을 갚으려 하지 말고,
나라를 바로 잡는데 힘쓰라고 ?
유비 따위가, 제가 뭔데 감히 나에게 방자스러운 소리를 하는 거야. ...
여봐라 ! 서신을 가져 온 놈부터 목을 베어라 !"하고
명하고 돌아서는데, 조인이 급히 달려오며,
"주공, 큰일났습니다.
우리가 연주를 비우고 원정을 떠난 사이에,
여포가 우리의 본성인 연주로 대군을 이끌고 쳐들어왔다고 합니다."하고
숨가쁘게 말한다.
조조는 그 소리에 안색이 새파랗게 질렸다.
여포가 조조의 본거지인 연주로 쳐들어 오게 된 데는 이런 과정이 있었다.
얼마 전, 죽은 동탁의 심복인 이각에게 쫒겨 중앙의 대권을 빼앗긴 여포는
일시 원술에게 들렀다가 얼마 뒤에는 진류 태수 장막(陳留 太守 張邈)에게 몸을 의탁하고 있었다.
어느날 여포가 답답한 마음을 달래려고 적토마를 타고 교외를 한 바퀴 돌고 있노라니까 ,
누군가 그의 곁으로 다가오더니,
"요즘은 천하의 명마가 부질없이 살만 찌고 있습니다그려 !"하고
비아냥거리는 소리를 하는 사람이 있었다.
여포는 괘씸하게 여기며 뒤를 돌아다보았다.
"이 사람아 !
어째서 내 말이 부질 없이 살만 찌고 있단 말인가 ?"
"말은 천하의 명마인 적토마인데, 천하가 다 알고 있는 여포 장군이
군웅(群雄)이 할거하는 이 시기에 할 일 없이 놀고만 계시니,
말이 살 찔 수 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
65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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