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허창 천도 (許昌 遷都) <하편>

오토산 2021. 9. 22. 09:29

삼국지(三國志) (77)
허창 천도 (許昌 遷都) <하편>

조조가 아침 일찍 어가 선두에 서서 낙양을 떠나 허창으로 출발하였다.
그리하여 반나절 쯤 행군을 했을 때에 돌연
저 멀리 전방에서 홀연한 함성이 일어나면서

수다한 군사가 휘몰아쳐 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공격 선두에 선 장수가,

 

"이놈 ! 천하의 야심가 조조야 !

네가 감히 어가를 모시고 어디로 가려하느냐 ?"하고

외치는 것이었다.

그들은 얼마전 낙양을 빠져나간 천자의 근위 대장 양봉과 한섬의 군사로서,

선봉에 나서서 장창을 휘두르며 외치는 장수는 서황(徐晃)이었다.
조조는 어가를 호위하도록 명령하고 뒤따르는 허저에게 명하였다.

"허저 !

저 자를 쳐부수라 !"

 

명령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허저는 서황을 향하여 맹수같이 달려나갔다.
서황도 맹장이지만, 허저는 당대의 <번쾌>라고 불리는 천하 무쌍의 용장이었다.

허저와 서황은 창검을 번쩍이며 어울려 싸우기를 오십여 합에,

승부는 좀처럼 나지 않았다.

 

말은 이미 땀을 흘리며 허덕이건만,

마상의 두 장수는 아직도 전의가 왕성하였다.

용호상박(龍虎相搏)이라는 말도 있거니와,

그야말로 황홀할 정도의 찬란한 싸움이었다.

조조는 숨을 삼키며 싸움구경에 도취해 있다가,

별안가 무슨 생각이 났는지,

 

"허저를 불러들여라 !"하고 명하니,

후퇴의 징이 울렸다.

허저는 별안간 울리는 후퇴를 명하는 징소리를 듣고,

마지 못해 싸움을 단념하고 진지로 돌아왔다.
서황도 조조군에 맞설 수있는 군사가 절대 부족하였기 때문에

일단 자기 진지로 돌아가 버렸다.

 

이렇게 어가의 행렬은 낙양을 출발한지 반나절만에 그자리에 멈춰서게 되었고,

그곳에 임시로 조조군의 진지가 구축되었다.
하후돈과 조홍이 말한다.

 

"주공,

적의 수가 얼마 되지 않습니다.
지금 당장 저희에게 명령하시면 적을 깨끗이 없애 버리고

행군이 허창으로 계속될 수있도록 하겠습니다."
그러자 조조가,

 

"별안간 후퇴를 명령하고 진지를 구축하게 하여 모두가 웬일인가 싶었겠지만,
싸움을 중단 시킨 것은 내가 보기에는 아무리 적일지라도

서황같은 장수는 희세의 맹장이다.
나는 그 사람을 내 편으로 삼고 싶으니,

누가 서황을 찾아가서 설복시킬 사람은 없는가 ?"하고

물었다.

그러자 행군종사 만총(行軍從事 滿寵)이 앞으로 나서며,
"주공,

제가 서황과는 교분이 있사오니,

오늘밤 제가 적진으로 찾아가 사리를 밝혀 그를 설복시켜 보겠습니다."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이날 밤,

만총은 평복으로 갈아 입고 홀로 적진으로 잠입하였다.

 

이때,

서황은 갑옷을 입은 채 혼자 불을 밝히고 앉아 있다가,

밖에서 인기척이 나므로,

 

"밖에 누구냐 ?"하고

큰 소리로 외쳤다.
만총은 그제서야 군막으로 들어서며 인사를 하였다.

 

"서 장군 !

오랫동안 못 뵈었소이다.
저는 만총입니다."

 

"아,

만총이 여긴 웬일이오 ?"

"옛날의 우정을 생각해서 찾아왔습니다."

 

"옛날에는 아무리 친구였더라도

지금은 서로 싸우는 입장인데 어찌 오셨소 ?"

 

"사실,

조 장군의 특명을 받고 찾아온 것입니다."

"응 ?

조조의 특명으로 ?"

 

"그렇소이다.

오늘 장군이 조 장군의 일등 맹장인 허저와 싸우시는 것을 보시고,

장군에게 탄복한 나머지 일부러 후퇴의 징을 울리게 하여,

허저를 불러들였던 것입니다."


"아,

그래서 허저가 물러갔던가 ?"

 

"그렇소이다.

헌데, 서 장군 같이 훌륭한 무장이

어찌하여 양봉같이 어리석은 사람을 섬기시오 ?

그러지마시고, 공은 나와 뜻을 같이하여
조 장군을 보필하여 함께 대업을 이루십시다."

"음...!

나도 양봉 장군의 무능함을 알고 있지만,

주종(主從)의 의리를 저바릴 수는 없지 않소 ?"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시오.
옛부터 새는 나무를 가려 깃들고,

어진 신하는 주인을 골라 섬긴다 하지 않았소 ?
공은 후회가 없도록 깊이 생각하시오."

서황은 오랫동안 침묵에 잠겨 있다가,

고개를 들며 말했다.

 

"나는 만총의 진심어린 충고를

받아 들이기로 하겠소."

 

"고마운신 말씀....
그럼 이왕 떠나시는길에 양봉과 한섬을 아예 죽여서,

그들의 수급(首級)을 우리 주상에게 선물로 가져가시면 어떻겠소 ?"

"신하로서 주인을 죽이는 것은 의리에서 벗어나는 것이니,

그것만은 못하겠소."

 

"서 장군은 참으로 의사(義士)이시오."

 

만총은 더이상 권하지 않았다.
서황은 그 길로 수하 병사 수십 명을 데리고

만총과 함께 조조의 진영을 향하여 떠났다.
그러나 얼마 가지 못해서,

양봉이 군사를 거느리고 쫒아온다.

 

"이놈, 서황아 !

네 어디로 도망을 가느냐 !"

양봉은 큰소리로 외치며 서황의 뒤를 맹렬히 추격해 왔으나,

서황은 대꾸하지 아니하고 말에 채찍만 맹렬히 가했다.
그리하여 한참 쫒고 쫒기며 산모퉁이를 돌아오는데, 홀연 복병이 사방에서 일어나며

조조가 양봉을 친히 맞아 싸운다.

"이놈 양봉아 !

내가 여기서 너를 기다렸다 !"

 

양봉이 깜짝 놀라 군사를 물리려 했을 때에는, 이미 사면이 적에게 포위되어 있었다.

그리하여 목숨이 심히 위태롭게 되었는데,

다행히 뒤에서 한섬의 군사들이 몰려와서 간신히 목숨을 건지고 도망하였다.
그러나 한바탕 싸움에서 크게 패한 양봉과 한섬은 형세가 매우 곤란하여,

마침내 남양(南陽)으로 원술(袁術)을 찾아갔다.
조조는 소원대로 서황을 얻게 되자 진심으로 기뻐하면서,

 

"오늘은 나에게 다시없는 기쁜 날이오."하고

말하며 서황을 융숭히 대접하였다.

잠시후 날이 밝기 시작하자 조조는 어가를 모시고

허창을 향하여 다시 장도(長道)에 올랐다.
천자의 어가를 선두에서 이끌고 가던 조조가 수레에서 순욱을 불렀다.

 

"순욱 ?"

 

"예, 주공 !"

"즉시 천자의 이름으로 각지 제후들에게 조서를 내리시오.

천자께서 허창으로 천도하시니,

각지 제후들과 태수,자사, 장군들은 속히 알현하라고 !

그리고 오늘부터 허창을 허도(許都)로 개명하고 연호를 건안(建安)으로 바꾸고,

사면령도 내리시오 !"

순욱은 마상에서 조조의 명을 받고,

두 손을 읍하며 대답한다.

 

"알겠습니다."

 

이렇게 허창으로 향하는 어가의 행렬은 뽀얀 먼지를 일으키며 백여 리에 이르렀다.
그리하여 허창에 도착하자 그날부터 새로 궁궐을 짓고 아문(衙門)을 세우고,
종묘(宗廟)를 모셔서 수도로서의 면모를 갖춰나가기 시작하였다.
그런 뒤에는 자신의 측근에 대한 논공 행상을 베풀어,

순욱(荀彧)은 시중 상서령(侍中 尙書令)
순유(荀攸)는 군사(軍師)
곽가(郭嘉)는 사마(司馬)
유엽(劉曄)은 사공연(司空緣)
모개와 임준(任畯)은
전농 중랑장(典農 中郞將)
정욱(程昱)은 동평상(東平相)
범성(范成)과 동소(董昭)는 낙양령(洛陽令)
만총(滿寵)은 허도령(許都令)

하후돈, 하후연,, 조인, 조홍은 장군(將軍)으로,
여건(呂虔), 이전(李典), 악진(樂進), 우금(于禁), 서황(徐晃)은 모두 교위(校尉)를 내리고,

허저(許楮), 전위(典韋)는 도위(都尉)의 벼슬을 내리고

그밖의 병졸에게도 공과(功過)를 심사하여 각각 벼슬을 내리니

사실상 조조는 자기 자신의 부하들에게 존경받은 자애로운 주공으로서의 면모를

보다 확실히 만들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조조는 자신의 딸을 천자의 귀인(貴人)으로 대궐로 들여보내고,

명실상부 천자의 장인이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조조는 만조 백관들의 선두에 서서 조회(朝會)에 입조하였다.
그 자리에서 조조는 천자에게 아뢴다.

"아뢰옵니다.

허창으로 천도한 이후, 천하의 백성들이 한결같이 기뻐하며 다행으로 여기고 있으니

천하가 태평성대하고 날씨조차 쾌청합니다 ."

 

천자는 이미 허창으로 천도한 이후,

자신의 실권이 조조에게 넘어간 것을 몸소 겪고있던 차였다.
그리하여 그의 말에 쫒지 않을 수가 없었다.

"좋소, 좋아.

모든 것이 경의 덕이오. 짐도 아주 기쁘오."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조조는 죽간(竹簡)을 펼치며 아뢴다.

 

"폐하의 윤허를 청합니다.

기주의 원소를 대장군에 봉하고 무정후(務政侯) 작위를, 남양의 원술은

표기 (表騎)장군에 봉해 충의후(忠義侯) 작위를,

형주의 유표는 전장군(前將軍)에 봉해 동안후(董安侯) 작위를,

유주의 공손찬은 후장군(後將軍)에 봉해 정안후(政安侯) 작위를 내린다,

이상입니다."하며

상소문을 국구 동승(國舅 董承)에게 내밀었다.

그러자 천자의 곁에 시립해 있던 국구 동승이 

조조에게 다가가 상소문을 받으며,

 

"조 장군. 

천자께서는 이제 갖 허창에 오신지라 할 일도 많으신데,

어찌 각지 제후들에게 상부터 내리는거요 ?"하고 물었다.

그러자 조조는 천자를 힐끗 올려다 보며

동승에게 말한다.

 

"천도한 지 얼마 안 되었으니 천하에 은혜를 베풀어야 하오.

시기를 놓치면 기회는 다시오지 않소 !"
그 말은 들은 동승이 죽간서(竹簡書)로 되어있는 상소문을 펼쳐 보며,

"소관이 한번 살펴 보도록 하겠소."하고,

천자께 올릴 상소문을 살펴보며 말한다.

 

"원소와 원술,유표에 공손찬까지, 아니 ?

제후들 마다 모두 관직 하나씩 내리고 두,세 계급을 승차 시켰는데,

어찌 장군의 이름은 없는거요 ?

 

과거에 동탁도 스스로 무슨 상국(相國)에 오르고,

심지어는 상부(尙父)라고 칭했는데, 장군은 어찌 그러지 않는거요 ? "
그러자 조조가 빙긋이 웃으며 대답한다.

 

"그건 동탁이 오만하고 어리석었기 때문이오.

나는 동탁이 아니고 조조요 !

하하하하 !..."

 

조조는 동승에게 이렇게 말하면서,

두 손을 모아 천자를 행해 입을 열었다.

"신은 은혜를 받은 만큼 보답하는 것이며,

폐하께 충성을 다할 뿐 허명을 탐하지 않소."

 

"알겠소.

허명은 버리고 실리는 취한다 ?"

 

동승은 조조에게 받은 상소문을  천자께 바쳤다.
그러자 천자 유협은 상소문을 그저 형식적
으로 한 번 펼쳐 본 후, 곧바로 하명한다.

"알겠소.

조 장군이 상주한 내용은 짐이 모두 윤허 하겠소."
조조는 당연한 결과를 얻은 듯이,

 

"성은이 망극 하옵니다."하고

대답하였다.
           
78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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