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허창 천도(許昌 遷都) <상편>

오토산 2021. 9. 22. 09:28

삼국지(三國志) (76)
허창 천도(許昌 遷都) <상편>

한편,

이각과 곽사는 하후돈과 조홍에게 일 만이 넘는 군사를 잃고 크게 패했으나

아직 천하를 장악해 보려는 야망을 버리지 않았다.

 

"조조의 군사들은 오백 리를 넘는 먼거리를 단시간 내에 행군해 왔으므로

인마가 모두 피로했을 테니 차제에 크게 쳐부숴야 한다."

이각과 곽사는 의견이 일치되어,

군사를 재정비하고 다시 낙양성을 공격할 준비를 시작하였다.
모사 가후가 그 소리를 듣고 간한다.

 

"조조를 만만하게 보아서는 안 되오.

누가 뭐래도 조조군은 훈련이 잘 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조조는 그 자신이 효장(驍將)이오.

차라리 군사를 더이상 희생시키지 말고 깨끗이 항복해서

죄를 용서 받는 것이 상책이라 생각되오."
이각과 곽사는 그 말을 듣고 크게 노한다.

 

"이놈,

우리에게 항복을 권하다니,

그게 말이 되는 소리냐 ?
너 같은 놈은 당장 죽여야 한다 !."

이각과 곽사가 서로 칼을 뽑아 가후의 목을 치려는 것을,

수하의 장수들이 나서서 간신히 말렸다.
이런 일이 있은 후, 

가후는 한밤중에 필마로 진영을 빠져나가 어디론가 종적을 감추어 버렸다.

이튼날 이각과 곽사는 조조군이 진을 치고 있는 낙양성으로 접근해 왔다.
이각의 조카중에  이섬(李暹)과 이별(李別)
이라는 자는 힘이 장사여서 선봉에 서서 조조군 앞으로 달려나오는데,
조조가 뒤를 돌아 보며 허저에게 명한다.

"허저(許楮) !

저런 놈들을 그냥 내버려 둘 건가 ?"

 

"넷 ! 알겠습니다.

제가 당장 달려 나가 두 놈의 목을 베어 오겠습니다."

 

허저는 말배때기에 박차를 가하며 비호같이 말을 달려나가더니

이섬의 목을 한칼에 베어 버리고 황급히 말을 돌려 쫒겨가는 이별의 뒤를 쫒아

그 역시 한칼에 마상에서 목을 떨어뜨리는 것이었다.

허저의 날쌤과 기세가 어찌나 비상하던지,

적병들은 도망칠 생각조차 잊어버리고 멍하니 싸움의 구경만 하고 있었다.
이윽고 허저는 이섬과 이별의 수급을 창끝에 꿰어 진영으로 돌아와 조조에게 보이며,

 

"주상 !

두 놈의 목을 모두 잘라왔습니다."하고

큰 소리로 보고를 하는 것이었다.
조조는 크게 감격하며,

 

"허저 !

자네야말로 당대의 번쾌로다 !"하고

친히 등을 두두려 주며 칭찬하였다.

이와 동시에 하후돈과 조인으로 하여금

이각과 곽사의 무리들을  좌우에서 공격케 하고 자신은 중군을 거느리고

정면으로 적을 휘몰아치기 시작하였다.

 

이각과 곽사의 무리들이

조조의 군사들을 당해내지 못 할 것은 불을 보듯 명확한 일이었다.
이각과 곽사의 군사들은 지리멸렬로 참패를 거듭하여 그들의 시체는 땅을 덮었고,

그들이 흘린 피는 강을 이룰 지경이었다.

조조가 싸움에서 크게 이기고 낙양성 밖에 진을 치니,

이를 보고 황제의 근위 대장(近衛 大將)인

양봉과 한섬, 두 장수가 은근히 불평을 속삭인다.

 

"조조가 이렇듯 대공을 세웠으니

앞으로 반드시 대권(大權)을 잡게 될 것이 아니겠소 ?"

 

"그러게나 말이오.

지금까지 천자를 모시고 갖인 고생을 한 우리는 뭐가 되오 ?"

 

"조조가 우리의 공로를 인정해 줄 리가 없지요."

 

"그렇다면 우리는 빨리 이곳을 떠나,

다른 실속을 차리는 것이 좋을 것 같소."

 

"그게 좋은 생각이오."

 

두 사람은 무언가 귓속말을 한참 주고 받은 뒤에, 그

날 밤 성안에 있는 황제의 호위군을 모두 거느리고 어디론가 종적을 감추어 버렸다.

양봉, 한섬 등 두 근신(近臣)들이 황제의 호위병을 모두 거느리고

어디론가 종적을 감추어 버렸다는 것은 실로 놀라운 사건이었다.
황제 유협은 크게 불안을 느끼며 시종을 풀어 알아 보니,

그들은 군사를 이끌고 대량(大梁)방면으로 갔다는 것이 아닌가.

"그들이 조 장군과 상의하고 떠난 것인지,
곧 사람을 보내 알아보시오."

 

천자가 명령을 내리자,

조조에게 사신이 보내졌다.
조조는 사신을 경건히 맞아들였다.

그런데 조조는 칙사의 얼굴을 보고 크게 놀랐다.

근자에 들어 흉년이 계속된데 다가,

천자는 일신의 피폐로 인하여 측근 근신들

모두가 피골이 상접하고 인품이 야비해졌는데,
지금 눈앞에 나타난 칙사는 혈색도 매우 윤택할 뿐만 아니라

인품이 놀랍도록 도도했기 때문이었다.

 

(아,

오랜만에 인물다운 사람을 하나 만났구나 !)
조조는 그렇게 생각하며,

 

"공은 처음 만나는데,

지금 무슨 벼슬로 계시오 ?"하고

정중히 물었다.
칙사가 대답한다.

 

"저는 본디 원소(袁紹)의 수하에서 종사(從事)를 지내다가

천자께서 환도하심을 듣고 낙양으로 올라와 지금은

정의랑(正議郞)으로 있는 동소(董昭)라는 사람 입니다."
조조는 동소의 말을 듣자 새삼스럽게 반색을 하며,

 

"선성을 들은 지 오래더니,

이제야 만나게 되어 반갑소이다."하고

곧 주연을 베풀어 환대하였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모사 순욱(荀彧)도 같이 불러 놓고

정국 운영을 논의하였다.
바로 그때 조정의 신위군(新衛軍)을 자칭한 군대가

남하하고 있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그러자 조조가 즉석에서,

 

"신위군 ?

어떤자가 감히 황제의 호위를 자처하고 진군하고 있단 말이냐 !
어떤 자가 지휘하는지 그 자를 생포해 오라 !"하고

명령을 내리자,

동소가 팔을 저으며 말한다.

"알아 보실 것도 없이, 그들은 양봉과 한섬일 것입니다.
그들 두 사람은 조 장군의 명성에 불평을 품고

부질없이 난동하는 것이니 과히 염려하지 마십시오."

 

"이각과 곽사도 아직 살아 있는데,

그들을 그냥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될 일이 아니오 ?"
그러자 동소는,

 

"범이 발톱이 없고, 새가 날개가 없는데,  무엇을 두려워 하십니까 ?

오래지 않아 두 사람은 조 장군에게 사로잡히게 될 것이니, 아무 근심 마십시오.

그 보다는  장군께서 급히 하셔야 할 일이 따로 있습니다."하고

밀하는 것이었다.

"옳은 말씀이오.

그러면 이제부터 어떻게했으면 좋겠소 ?"

 

"장군의 공로는 천자와 백성들이 한결같이 잘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조정에서는 아직 구태(久態)를 벗어나지 못한 파벌에 눈이 어두운 관료들이 있어,

장군을 시기하는 눈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게다가 지금의 낙양은 폐허가 되어 버려 새로 재건하여 쓰기 보다는 새로운 곳으로
천도(遷都)하여 일대 혁신(一大革新)을 단행하실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조조는 동소의 말을 듣고 크게 감탄하였다. 그러잖아도 구태에 찌든 낙양을 떠나,
일신이 변모한 새로운 수도(首都)를 염두에 두고 있던 판이었는데..

다만 그 시기를 저울질 하고 있었던 참이었는데,

황제의 근신으로 부터 자신이 하고 싶었던 말을 듣게 되니,

조조가 기쁜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동 공의 말씀은 근래에 들어보기 어렵던 탁견(卓見)이오.

금후에도 많이 도와 주기 바라오.

만일 대업을 이루는 날에는 공에게 특별한 보답을 하리다."
         
이즈음, 궁중에는 천문(天文)을 잘 보는
시중 태사령 왕립(侍中 太事令 王立)이라는 학자가 있었다.

 

어느날 밤,

왕립은 천문을 보고 나서 크게 놀라며,

종정 유애(宗正 劉艾)를 보고 이렇게 말하였다.

 

"내가 근자에 들어 천문을 눈여겨 보니,
지난 봄부터 금성(金星)이 토성(土星)을 점점 범하고 있고,

화성(火星) 또한, 역행(逆行)하여 천관(天關)에서 금성과 만났으니,
이는 실로 새로운 천자가 나실 징조요.

생각컨데 대한(大漢)은 이미 운수가 진하여,

이제는 진(晉)이나 위(魏) 땅이 새로 흥할 것 같소."
그 말을 전해들은 조조는 즉시 왕립에게 사람을 보내어,

 

"천도(天道)는 워낙 심원(沈遠)한 것이니,

공은 오해를 불러 일으킬 말을 함부로 퍼뜨리지 마시오."하고

주의를 단단히 시킨 뒤에, 곧 모사 순욱을 불러,

"순욱 ! 나는 천문을 모르지만,

왕립이 괴상한 예언을 하더라니, 그게 무슨 뜻 인 것 같소 ?"하고

물었다.

 

"저도 왕립의 예언을 전해 들었습니다.
아마 그것은 하늘의 뜻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한나라 종실은 워낙 화성(火性)입니다.

허창(許昌)으로 천도하실 것을 계획하신 일이 있지 않습니까 ?
허창은 토(土)에 속하는 땅이므로

수도를 그리로 옮기면 반드시 흥 할 것이옵니다."하고

순욱이 대답하였다.
그러자 조조는 심각한 얼굴을 하며 말했다.

 

"음...

그렇다면 반목(反目)하는 천자의 근신들의 반대를 무릅쓰고서라도,

천자에게 우리의 위세를 보여, 천도를 윤허 하도록 만들어야 하겠군 !..."

며칠 후,

조조는 천자를 초청해 자신의 군대를 사열 하게 하였다.

근정전(勤政殿) 앞에는 조조의 정예군들이

황제의 사열을 기다리며 장창(長槍)을 손에 거머쥐고 가득차 있었다.

황제는 도도한 군사들의 면면을 살펴보며

걱정반 두려움 반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조조가 황제께 아뢴다.

 

"폐하께서 연주 군사들을 사열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러자 황제는,

 

"아, 조 장군 !

모두 장군의 군사들이오 ?"하고

물었다.
그러자 조조는 두 손을 읍하고 허리를 굽혀 보이며,

 

"아닙니다.

모두 천자의 군사들 입니다."하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천자 유협은 조조의 대답에 놀라운 얼굴을 하며,

 

"병력은 얼마나 되오 ?"하고

다시 물었다.
그러자 조조는 눈을 살짝 치켜뜨며,

 

"정병 오십 만에 장수 천 명입니다."하고

자신있는 어조로 대답하였다.

"대단하군, 대단하오 !

장군이야 말로 진정한 영웅이오."하고 ,

천자는 조조를 경계하면서도 감탄의 말을 잊지 않았다.

 

그러자 조조가 도열한 군사들을 향하여 돌아서며 허리에 찬 장도(長刀)를 뽑아

하늘 높이 치켜 들자, 장고 소리가 천지를 진동할 듯이 세차게 울리면서,

도열한 병사들의 함성이 터져나왔다.

"와 ! 와 ! 와 ! 와 !"...

 

천지를 진동하는 소리가 일시에 터져 나오자,

천자와 근신들의 얼굴 빛이 순간 창백해졌다.
이러한 함성은 조조가 장도를 한번 더 휘두르자,

순간 <뚝> 멈추었다.

조조가 장도를 칼집에 도로 넣으며

천자를 향해 돌아서며 천자를 향해 눈을 맞추었다.
그러자 천자 유협은 겁에 질린 음성으로,

 

"이건,

아 ! 조 장군이 있으니 이는 조정의 행운이자,

대 한의 복이며, 역적들을 멸하고 평화를 이룰 것이오 !"하고

치하의 말을 하였다.

그러자 천자의 옆에

시립(侍立)해 있던 동승이 조조를 가리키며 아뢴다.

 

"폐하 !

지금 당장이라도 조 장군에게 상을 내려 주시옵소서."
그러자 천자는,

 

"아, 그럼. 그래야지요.

조 장군 ! 짐은 경에게 대장군인 무평후(武平侯)에 봉하며,

오늘부터 경은 이나라의 대들보요 !"하고

말하였다.
조조는 두 손을 읍 하고 국궁배례하며 아뢴다.

 

"신,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그러자 황제 주변에 시립해 있던 백관들이 일제히,

 

"경하드리옵니다 !"하고

이구동성으로 외치었다.
그러자 조조는,

 

"폐하 아뢰올 말씀이 있습니다."하고

정색을 하며 말문을 여는 것이었다.

천자는,
"아, 말씀해 보시오."하고

즉각 대답하였다.

그러자 조조는,
"동도 낙양은 이미 폐허로 변해버렸고,
궁전과 종묘도 소실되었으며,

또한 낙양은 서량 패잔병들과도 가까우며

천자의 안위를 위해서나 대 한 종실의 부흥을 위해서라도,

허창으로 수도를 옮겨, 조정을 중건하고 기강을 바로 잡으셔야 합니다."

조조가 여기까지 말을 하자,

천자는 주변 근신들을 돌아 보며, 그들의 눈치를 살피는 것이었다.
그러자 근신들 사이에서는,

 

"아이구, 천도라니 ?"

 

"그건 안 되지요." ...

 

"지금은 폐허지만

그래도 이백 년이나 이어온 사직을 ..."

 

"성급하게 결정할 일은 아니지..."하는

소리가 일시에 터져 나오는 것이었다.

심지어는 ,
"허창으로 옮겨 갔다가 조조의 수중으로 들어갈 수도 있지 않소,

안 그렇소 ?"하는

소리까지 나오는 것이 아닌가 ?

 

근신들의 수근거림을 들은 천자는 난감한 얼굴로 조조를 돌아 보았다.
그러자 조조는 단박에 천자의 의중을 알아 채고,

도열한 군사들을 향하여 다시 돌아섰다.

그리고 선두에 서있는 대장 조인을 향하여 고개를 가볍게 끄덕해 보였다.
그러자 조인은 장도를 뽑아, 하늘을 향하여 힘차게 찔러 보였다.

그 순간,

다시 천지를 뒤엎을 듯이 장고가 세차게 울리고

도열한 군사들의 함성은 다시 시작되는 것이 아닌가.

 

"우와 ! 우와 ! 우와 ! ...."
난감한 얼굴의 천자, 지긋이 눈을 감고 하명을 기다리는 조조,

두 사람간의 기(氣) 싸움은 말없이 이렇게 전개되었다.

이윽고 때가 이르렀다고 판단한 조조가
한 손을 높이 쳐들자,

방금 전까지 천지를 뒤엎을 듯이 울려 퍼지던 장고와 군사들의 함성이 거짓말처럼,

일순간 <뚝> 멈추며 고요가 찾아왔다.
조조가 천자를 향하여 입을 연다.

 

"폐하 ! 보십시오.

잘~ 보십시오 !

허창에 있어야만 이 많은 정예 병사에게 호위를 받으실 수가 있고,

조정의 안정을 찾으실 수 있을 겁니다 !"
천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말한다.

 

"짐은 허창으로 천도를 윤허하겠소."

 

그러자 조조는 당연한 결과를 얻었다는 듯이 만족한 얼굴을 하면서

다시 한번 장도를  뽑아 하늘을 향해 치켜 들었다.

순간, 도열해 있던 병사들이 천지를 뒤엎을 듯이

일제히 큰소리로 외쳐대었다.

 

"만세 ! 만세 ! 만세 !"
              
다음날,

 천자 유협은 근신들의 호위를 받으며 허창으로 떠나는 수레 앞으로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며 신세한탄 조의 말을 하였다.

 

"경들, 이제 막 늑대 소굴을 벗어났는데,
다시 호랑이 굴로 들어 가다니, 짐이 어찌 살아야하오 ?
동승이 곁에서 아뢴다.

 

"이리 된 이상,

폐하께서는 때를 기다리시면서 상황을 지켜 보십시오."

 

"조조가 짐을 죽이고 나서

황제가 되려 하지않겠소 ?"

 

"아닙니다.

조조는 그저 폐하를 수중에 두고 이용하려는겁니다."

 

"이용 ? ...

이용한다고 ?"

 

"예 !"

 

"그럼,

짐이 노리개가 되란 말이오 ?"

 

"하...

지금 형편에서는 어쩔 수가 없는 일이옵니다."
천자의 얼굴은 낙담으로 크게 어두워졌다.

 

"가시지요."
천자는 동승의 권함을 받고 수레에 올라,
만조 백관들과 시종을 거느리고 낙양을 떠나

새로운 수도인 허창을 향하여 출발하였다.

77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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