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여포를 향한 초선의 연정(戀情)

오토산 2021. 9. 22. 17:57

삼국지(三國志) (104)
여포를 향한 초선의 연정(戀情)


한편,

조조의 특명으로 여포의 형장에서 끌려 나와 기절한 초선은

그녀가 지내던 백문궁(帛雯宮) 으로 옮겨졌다.
얼마 후 정신을 차린 초선은 그때부터, 

 

머리를 풀어 헤치고 소복을 갈아 입은 뒤에는 아무 것도 먹고 마시지 않았다.
하루가 지나자 조조의 내관이 많은 화려한 옷과 빛나는 장신구를 비롯해, 상당량의 
은량을 시종에게 들려서 초선을 찾아왔다.

그리고 넋을 잃고 우두커니 앉아 있는 초선에게 말한다.

 

"아가씨?

이것 좀  보십시오.

 

조 장군께서 보내신 옷과 장신구 입니다.

하나같이 귀한 것들이라,
장안 궁전의 비빈들 조차 탐내는 것들이지요.

 

아가씨 ?
어서 마음을 추스리고 단장을 하시지요.
조 장군께서는 아가씨가 이 옷과 장신구로 차려 입고,

조 장군의 술시중을 들기만 하면 어떤 청도 들어주신다 하셨습니다."
그러자 초연한 자세로 듣고 있던 초선은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아니하고 입을 연다.

 

"여포 장군의 시신을 수습해야 한다.

오동나무로 관을 짜야 하고, 비단 옥석을 깔아,

왕궁의 장례로 치뤄야 하고, 비석에는 이렇게 적어라,

<한 도정후 분위장군 여봉선  (漢 都亭侯 奮威將軍 呂奉先)>..."
내관이 그 말을 듣고,

 

"장군께서 윤허하실 겁니다."하고

말하니,

 

"한 가지 더 있다.

내가 죽으면 그 묘 옆에 묻어 줘라."

 

"네 ?...

네. 윤허하실 겁니다."

 

그리하여 여포의 시신은 곧 물이 흐르는 계곡으로 옮겨져,

병사들의 감시하에 초선에 의해 씻겨지고 단장하기에 이른다.

초선은 상복을 입고, 천 조각으로 여포의 얼굴을 비롯해 온 몸을 깨끗이 닦아 주었다.
그러면서 이미 숨이 끊어진 여포의 가슴에 자신의 얼굴을 대고,

소리없이 눈물을 흘렸다.

 

한편 하비성에서는 조조의 모사 순욱(筍彧)도

참석한 장군들의 서주성 전승 축하연이 크게 벌어졌다.
축하연이  한창 무르 익었을 때 허저가 자리에서 일어나,

 

"장군들 !

여러 장군들이 벌인, 필사의 사투 덕에 결국 우리가 서주를 얻게 되었소.
여러 장군들은 함께 잔을 들어 오늘 밤은 죽도록 마셔봅시다 !"하고

외치면서 자신이 들고 있는 술잔을 높이 치켜들었다.
그러자 여러 장군들이 자기 앞에 잔을 모두 들어올리며,

 

"고맙소 !"

 

"고생했소 !"

 

"축하하오 !"등등의

여러 말들을 쏟아냈다.
허저가 이어서 술잔을 높이 치켜들고 선창한다.

 

"깐뻬이(干杯:건배) !"
그러자 자리에 있는 대장들은

모두<깐빼이 !>를 외치며,

술잔의 술을 입에 털어 넣으며, 제각기 기쁨의 말을 지껄였다.

 

이런 장군들의 왁자지껄 와중에 장군들 뒤에서 조용히 건배잔을 마신

순욱이 허저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순욱을 발견한 허저가,

 

"선생 ?

자, 술 한잔 받으십시오 !"하고

다짜고짜 말하면서,

 

"선생께 술을 따라라 !"하고

말했다.
그러자 순욱이 잠깐, 한숨을 내쉬면서 손을 내저었다.

 

"장군, 나는 술이 약하오.

그러니 장군이나 많이 드시오,

응 ?"하면서

자리를 떠나려고 한다.
그러자 허저가,

 

"잠깐, 선생 !"하고 

순욱의 발길을 붙잡았다.

 

그리하여 발길을 멈추고 돌아보는 순욱을 향해,

허저는 다소 투정섞인 어조로,

 

"선생, 한숨은 왜 쉬십니까 ?"하고 물었다.

그러자 순욱이 눈을 깜빡이며,

 

"난 정말 괜찮으니 장군은 계속 술을 드시오."하고

대답했다.
그러자 허저는 그 자리에서 손을 내 저으며,

 

"아니, 아니 ?

뭡니까 ? 뭐가 있는데요 ?"하고

말을 하며 순욱에게 바짝 다가섰다.

그러면서,

 

"말해 보시오.

이런 좋은 날에 무슨 걱정이 있습니까 ?"
그러자 순욱이 뭔가 감추는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 허저의 팔을 두드린다.

 

"아니오, 정말 아니오."
그렇게 순욱이 부정하자 ,

허저는 점점 뭐가 있다고 판단하고,

 

"아니오 ! 뭔가 있어요.
정말 말하지 않으면 안 보내 줄겁니다."하고,

억센 손으로  순욱의 팔을 붙잡고 놓아 주질 않았다.

그리고 이어서 호탕하게 웃으며,

 

"하하하하 !

자, 말해 보시오.

어서 !"하고

순욱에게 자신의 머리를 바짝 디밀었다.

 

그러자 순욱도 이제는 더이상 자신의

속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고 판단하고,
허저 앞으로 고개를 기울이며 물었다.

 

"장군은 주공께서 여자를 좋아 하시는 것을 아시오 ?" 
그러자 허저가 고개를 세우며 대답한다.

 

"무슨 말 입니까 ?

누가 싫어 한답니까 ?

여자는 저도 좋아하는데요 !"하고

순욱의 걱정이 별 것 아니라는 듯이 자신의 속내를 <툭> 터놓고 말했다.
그러자 순욱이 고개를 갸웃하며 허저에게 말한다.

 

"장군이 좋아하는 여자와 주공이 좋아하는 여자는 근본적으로 다르오."
그 말을 들은 허저가 묘한 웃음을 띤 얼굴로

순욱에게 머리를 기울이며 다음 말을 기다렸다.
순욱이 다시 말한다.

 

"주공께서는 특이하게도 유부녀를 좋아하시오.

그것도 남의 여자를 말이오.

완성의 장수사건 기억나지 않으시오 ?"

 

"물론 기억하지요.

그날 주공께서 취해서 죽은 장제의 처, 추씨에게 수청을 들게 했고,

장수가 모욕을 못 참고 한밤에 주공을 죽이려 했지요.

그때 전위 장군이 없었으면..."
여기까지 말한 허저는 주위에 듣는 사람이 없는가 살펴보고,

 

"주공께서는 돌아가셨을 겁니다."하고,

나직한 소리로 말하였다.

 

그러자 순욱은 허저의 말에 공감을 표시하는 고개를 끄덕여 보였고,

허저는 이어서,

 

"그때 전위 장군을 잃은 것은 커다란 손실이지요."하고

말하였다.

 

그 말을 듣고 순욱이 허저에게 고개를 기울이며,

속삭이듯  나지막한 소리로,

 

"오늘 밤 주공께서는 그때,

그날 밤보다 훨씬 더 위험하오.

그걸 장군은 아시오 ?"하고

다짐 받듯이 물었다.
그러자 허저는 눈빛이 반짝이며,

 

"뭡니까 ? 말씀하세요"하고

대답을 재촉하였다.
그러자 잠시 망설이던 순욱이 입을 연다.

 

"주공께서는 오늘 백문궁(帛雯宮)에서 주무신다고 하오.

장군은 백문궁에 누가 있는지 아시오 ?"
그러자 허저가 곧바로 반문한다.

 

"누가 있는데요 ?"

 

"초선 !"

 

"예 ? 그 요부가 살아있단 말입니까 ?"
허저는 놀라며 물었다.

 

"살아있다마다 !

지금 꽃단장을 하고 주공을 기다리고 있소."

 

순욱이 말을 하는 도중에 허저의 눈이 커졌다.

그러더니 이내 실눈으로 변하면서 이를 악물었다.
순욱이 허저의 표정 변화를 보고 다시 말한다.

 

"명심하시오.

동탁과 여포가 그 요부 때문에 죽은거요.

그러니 그 계집이 주공에게 붙는다면 큰 화가 몰아치게 될 것이오.

그래서 우리 모두에게 큰 피해를 입히게 될 거요."
허저가 살기 띤 눈으로 순욱에게 다짐하듯 말한다.

 

"당장 그 화를 없애버리겠습니다."하고 말하고

백문궁으로 가기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잠깐 !..."
순욱은 허저를 붙잡았다.

그리고,

 

"주공께서 장군의 죄를 물으면 어찌할거요 ?"하고

걱정어린 말을 하였다.
그러자 허저가 호탕하게 웃으며,

 

"하하하핫 !

내가 주공과 수많은 전쟁터를 누비며 살아남은 목숨인데,
뭐가 두렵겠습니까, 응 ?"하고 말하며,

거침없이 뚜벅뚜벅 문을 향하여 걸어 나갔다.

 

그러자 떠나는 허저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순욱이

수염을 쓰담아 내리며 엄지 손가락을 곧추 세우며 혼잣말을 하였다.

 

"과연 훌륭한 장군이오 !..."

 

이때 초선은 백문궁에서 곱게 단장한 채, 나홀로  춤사위를 벌이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여포의 앞에서 춤을 춘다는 착각속에서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나비와 같이 온 방안을 쓸고 다니면서 나풀거렸다.

 

요염한 자태, 멋진 춤사위,

그녀가 바라 본 여포는 초선을 사랑하는 눈길로 바라보면서

술잔을 입에 털어 넣고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앉아 있었다.

 

잠시후,

뒷짐을 지고 나타난 조조는 초선의 춤추는 모습을 보며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만면의 미소를 지으며,

 

"좋아, 아주 좋아 !

이렇게 멋진 춤솜씨에 얼마나 많은 영웅들이 취했는지 모르겠군 !.."하고

만족스런 말을 하였다.
그러자 조조를 보고, 춤사위를 멈춘 초선이 정색을 하고,

 

"제 춤은 돌아가신 낭군을 위한 춤이었습니다."하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
그러나 조조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그렇다면 나 조조가 여포보다 못하다는 말이냐 ?"하고

물었다.

 

그러자 초선은 조조를 정면으로 응시하며
<네 ! > 하고 똑 떨어지게 대답하였다.
그런 뒤에,

 

"당연히 장군은 그 분에 못 미칩니다."하고

냉정하게 대답한다.

 

그러나 조조는 초선의 실망스러운 대답에도 불구하고

부드러운 음성으로 다시 물었다.

 

"그 이유는 ?"

 

"낭군은 진실하지만 장군은 악날하고,
낭군은 정이 많지만 장군은 간사합니다.

장군이 그분을 죽여버렸다 해도 제 마음은 오직 낭군 뿐입니다."

 

기대하지 않았던 초선의 대답에 조조가

어이반 실성반의 웃음을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초선에게 다가 가려 하였다.

그 순간 초선이 가슴 속에서 중도(中刀)를 꺼내들었다.
순간, 놀라며  걸음을 멈춘 조조에게 초선이 물었다.

 

"장군, 이게 뭔지 아십니까 ?"
조조가 초선이 들고있는 중도를 한발짝 다가가서 유심히 보더니,

 

"칠성도 ?"하고

대꾸하였다.
그러자 초선이 손에 칼을 든 채로,

 

"칠성도의 내력을 아세요 ?"하고 물었다.

조조가 자신있게 대답한다.

 

"그거야 내가 잘 알지.

대략 팔백 년전 쯤에 하늘의 유성이 월나라에 떨어져,
오십 여리의 산천을 태웠다.

 

그날 밤에 간장과 낙야 부부가 

그 유성을 주워다가 철을 분리해 장도(長刀)를 두 자루 만들었는데,

한자루는 간장, 또 한자루는 낙야였는데,

그게 바로 오왕검과 월왕검이다.

 

그리고 보검 두 자루를 만들고 남은 운철로 다시 중도 한 자루를 만들었는데,

그게 바로 칠성도지 ! 팔백 년이 넘었다.
오왕검과 월왕검은 천하에 그 명성을 떨쳤지만,

이상하게도 칠성도만은 그 존재조차 아는 사람이 없었다.
그 검으로 나 조조가 동탁을 암살하려고 할 때까지 말이야...
아쉽게도 동탁은 그때 죽지않고 명이 길었지만,

오늘 그걸로 나 조조를 죽일 생각인가 ?"하고

조조는 자신감있으나 쓸쓸한 어조로 말했다.
그러자 초선이,

 

"이제 이것을 하늘에 돌려드리려고요."하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조조가 즉각 말한다.

 

"음, 그래 ?

그렇다면 지금은 내가 하늘이니, 이리다오."하면서

초선에게 한 손을 내밀었다.

 

그 순간,

눈망울이 촉촉해진 초선이

"어서 !" 하고 재촉하는 조조를 말끄러미 바라보다가, 

 

조조가  한 발 더 다가 서자, 

칠성도를 자신의 목에 돌려대며 그 자리에 쓰러졌다.

 

그와 때를 같이 하여

"에잇 !" 하는 벼락같은 소리를 지르며 장도를 손에 든 허저가 뛰쳐 들어왔다.
느닷없이 내실에 나타난 허저와 쓰러진 초선을 번갈아 보고,

조조가 크게 화를 내었다.

 

"나를 죽이려한게 아니고, 자결을 한 거야 !
이 멍청한 놈 !"
그러자 허저가 쓰러진 초선을 가르키며,

 

"잘, 죽었습니다 !"하고 외쳤다.
조조는 아까운 눈으로 쓰러져 죽어 가는 초선을 내려다 보았다.

그리고 허저를 향해 노여움이 가시지 않은 소리로,

 

"순욱이 보내서 왔나 ?"하고, 소리쳤다.

그리고 허저의 대답을 기다리기도 전에, 밖을 향하여

손을 들어 보이며 화가 잔뜩 뭍은 소리를 내뱉었다.

 

"자네는 나가서 곤장 삼십 대를 맞아 !"

 

"네 !"
허저가 대답하고 돌아서 나가자,

조조가 다시 소리를 지른다.

 

"됐네, 그만 둬 !"

 

조조는 순간적으로 모든 것이 이그러진 판에

허저까지 곤장을 맞게 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허저는,

 

"아닙니다. 맞겠습니다 !

갑니다 !"하고

걸걸한 소리로 대답하고 뚜벅뚜벅 밖으로 향했다.

 

허저가 나가자 조조는 쓰러진 초선의 손에서 칠성도를 들어냈다.

그런 뒤에 칼날에 뭍은 그녀의 피를 주전자의 술로 깨끗이 씻어냈다.

그리고 칼날을 세워서 칠성도의 날카로움을 눈여겨 보고, 씁쓸한 입맛을 다셨다.
그리고 혼잣말로 이렇게 중얼거렸다.

 

"흐음 ! ...

여포가 여자를 녹이는 재주만큼은 나보다 한 수 위로군 ! "

 

그러면서 일 편,

여포를 향한 초선의 연정(戀情)을 몹시 부러워하였다.
                               
105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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