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유황숙 유비

오토산 2021. 9. 22. 20:56

삼국지(三國志) (106)
유황숙 유비

조조는 거침이 없었다.

그는 즉시 참모를 비롯하여 일부 호위병력을 이끌고 당장 허창으로의 회군을 명령 하였다.

그리하여 서주 성문 앞에 자신이 타고 갈 수레를 대기시키고 유비를 홀로 불러냈다.
유비는 영문도 모르고 조조 앞으로 다가가서 읍하고 인사를 하였다.

그러자 조조가 소리내어 웃으며, 유비를 맞았다.

그러면서,

 

"허허허, 허창에서 조서가 내려 왔소.

천자께서는 당신이 황실의 후예이며,

서주에서 큰 공을 세웠다는 소식을 들으시고 크게 기뻐하셨소."하고

말했다.

그러자 유비는 천자가 있는 허창을 향하여

두 손을 모아 읍하며 허리를 정중히 굽혀,

 

"신 유비가 폐하의 안녕을 비옵니다."하고

절을 하였다.

그러자 조조가 기특한 미소를 지으며,

유비에게 정다운 어조로 물었다.

 

"현덕 ~ 천자의 용안을 뵙고 싶지 않소 ?"
그러자 유비는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늘 뵙고 싶어했지요."하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조조는 고개를 끄덕이며 유비에게 수레를 가르켰다.

 

"좋소 ! 타시오.

함께 허창으로 갑시다."하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
순간 유비는 놀라며 물었다.

 

"지금요 ?"

 

"그렇소 !"
조조는 거침없이 대답하였다.
그러자 유비는 잠시 어안이 벙벙해 지며 물었다.

 

"내일 출발 한다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하고,

대략 난감한 어조로 물었다.

그러자 조조는 당연하다는 어조로,

 

"그건 삼군의 병사들이고 우린 먼저 갑시다.

여정이 외롭기도 할 텐데, 나와 함께 가면 말 벗도 되고 좋지 !"

조조의 억지 주장을 듣고,

유비는 대략 난감조로 대답한다.

 

"제겐 아우들이 있어서..."하고

선듯 따라 나설 생각이 없음을 말하자,

조조가,

 

"걱정마시오.

내가 조치 해 놓았소.
내일, 조인이 관우,장비, 조운을 비롯해

당신 처자까지 모두 함께 데리고 출발 할 거요."하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
그래도 유비가 대답을 주저하자

조조는,

 

"천자를 뵙고 싶다고 하지 않았소 ?"하고

유비의 결심을 촉구하였다.

그러자 유비는

"예" 하고 대답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이내 자신의 속 마음을 포기하고

조조에게 절을 하며,

 

"명에 따르겠습니다."하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조조가 만면에 웃음이 가득 번지며,

 

"암,그래야지 !"하고 말을 하며

유비의 손을 잡아 끌며 수레로 이끌었다.

엿새 후,

유비는 조조와 함께 허창에 도착하여

천자를 알현하기 위하여 장락궁(長樂宮)에 들었다.
그리하여 당당한 걸음걸이로 걸어 들어가는 조조의 뒤를 잰 걸음으로 쫒아갔다.
시종이 장락궁 앞에서 큰 소리로 외쳤다.

"대장군 조조가

황제 폐하를 알현하옵니다 !"

 

조조는 당당한 보무로 장락궁 앞에 계단을 올라갔다.
그 뒤를 따르는 유비는 난생 처음 천자를 뵙는다는 설레임도 있었지만,
천자를 배알하는 의식도 처음 인지라 어리둥절하기만 하였다.

 

그리하여 조조의 거동을 유심히 살피며,
그의 행동을 조심스럽게 따라해 보지만,

경험부족이 여실히 보여지는 어줍은 행동이 여지없이 드러났다.

장락궁 계단의 위에서 조조는 허리에 찬 요도(腰刀)를 그대로 가지고 입장했으나,

유비는 시종에게 무기 검색을 받고서야 장락궁 계단 위를 통과 할 수가 있었다.
조조가 계단 위에서 검색을 받는 유비를 향해 웃으며 말한다.

"천자의 명으로 나는 입궁 절차가 따로 있지 않소."
그러자 유비는

 

"알겠습니다."하고

대답하였다.
그리고 천자를 향하여 뚜벅뚜벅 걸어 들어가는 조조의 뒤를 잰 걸음으로 쫒아갔다.

드디어 천자의 용상이 보이는 곳에 이르자,

조조는 거침없이 계속 들어갔으나,
유비는 그 곳에서 무릎을 꿇고 천자를 향하여

엎디어 절을 하고 부복해 있었다.
천자의 용상 단하에는 좌우로 이미
문무 백관들이 가지런히 도열해 있었다.

조조가 천자앞에 가까이 이르자,

천자 유협은 자신의 옷 매무새를 고치며 긴장한 얼굴이 되었다.
천자를 마주 본 조조가 양 팔을 크게 벌렸다가 가운데로 손을 모으며 천자께 아뢴다.

"신 조조, 천자를 뵈옵니다."하고

말하며 머리를 수그려 허리를 굽히니 천자는 어색한 반색을 하면서,

 

"경, 일어나시오."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조조는 머리를 들고 천자를 향해,

 

"신, 조서를 받들고 서주로 달려가 역적 여포를 정벌하고

서주 육군 열 아홉 성을 수복했으며,

포로 십만, 참수 이만, 대량의 전마와 무기를 노획했습니다."하고 전공을 보고하니,

천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친히 조조에게 다가서며,

 

"그런 큰 공을 세웠다니,

짐 또한 매우 기쁘오."하고 

치하의 말을 하였다.
그러자 조조는,

 

"신이 행 한 모든 것은 천자의 위엄과 백성들과 한 실의 부응을 위함이니,

공이라 할 수 없습니다."하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천자는,

 

"경이 일거에 수춘을 함락시켜,

역적 원술을 멸하고 이번에는 다시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조정을 위해 서주를 취했으니, 경의 명성이 후세에 전해 질 것이오.

 

명이오 !

짐은 경을 조정 승상에 봉해

정무를 맡기고 구천 경(庚)의 봉토(俸土)와 삼만 호(戶)를 하사하겠소."하고

하명하였다.
조조가 대답한다.

 

"신 조조, 황은에 감사드립니다."하고

천자 유협에게 읍하였다.
그러자 천자는 조조 앞으로 다가서며 자신의 왼쪽을 가르키며 말한다.

"조 승상은 앉으시오."

 

그리하여 조조가 단상으로 오르자

시종들이 조조가 앉을 새로운 의자를 가져다 놓았다.
조조는 용상을 가르키며 천자께 말한다.

 

"앉으십시오."

그리고 자신도 새로 놓은 자리에 앉으며 크게 기뻐하였다.
그런 연후에 조조가 손을 들어 단하 말석에 유비를 가르키며,

 

"폐하, 보이십니까 ?
유비라 하고 자(字)는 현덕(玄德)입니다."하고

말하였다.

천자가 유비를 바라보니,

유비는 코가 바닥에 닿도록 엎드린 채로 있는 것이 아닌가 ?
천자가 손을 들어 말한다.

 

"유 경 ?

이리 가까이 오시오."

그 말을 듣자 유비는 의관을 고쳐 정제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반쯤 구부린 채 종종걸음으로 천자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다시 엎드려 고하였다.

 

"신, 유비가 황제 폐하를 뵈옵니다."
천자 유협이 조조의 눈치를 힐끗 보고 유비에게 물었다.

 

"경의 조상은 누구요 ?"
유비는 엎드린 채 감격의 눈물을 지으며 아뢴다.

"신은 중산정왕(中山靖王)의 후예이옵고,

효경황제(孝景皇帝)의 현손으로,

유웅(劉雄)의 손자요, 유홍(劉弘)의 아들 이옵니다."
헌제는 그 소리에 크게 놀라며,

 

"오 ! 그렇소 ?

그렇다면 우리 한실(漢室)의 일족(一族)이 아닌가 ?...
그러면 종정 (宗正)은 지금 곧 종실 족보(宗室 族譜)를 가져와,

자세한 것을 말해 보시오."하고

시립해 있는 종정(宗正)에게 분부를 내렸다.
종정은 곧 황실 족보를 가져와 어전에서 큰소리로 읽어내렸다.
             
"효경 황제께서는 아들 열네 명을 두셨으니,

제칠자(第七子)가 곧 중산정왕 유승(中山靖王 劉勝)이고,

유승이 육성정후 유정(陸城亭侯 劉貞)을 낳고
유정은 패후 유앙(沛侯 劉昻)을 낳고 ,
유앙이 장후 유록(劉祿)을 낳고,
유록이 기수후 유연(沂水侯 劉戀)을 낳고,

유연은 흠양후 유영(欽陽侯 劉英)을 낳고,

유영은 안국후 유건(安國侯 劉建)을 낳고,

유건은 광릉후 유애(廣陵侯 維哀)를 낳고,

유애는 교수후 유헌(膠水侯 劉憲)을 낳고 유헌은 조읍후 유서(祖邑侯 劉舒)를 낳고,

유서는 기양후 유의(祁陽侯 劉誼)를 낳고, 유의가 원택후 유필(原澤侯 劉必)을 낳고,

유필이 영천후 유달(潁川侯 劉達)을 낳고, 유달이 풍령후 유불의(豊靈侯 劉不疑)를 낳고,
유불의가 제천후 유혜(濟川侯 劉惠)를 낳고, 유혜는 동군범령 유웅(東郡范令 劉雄) 낳고,

유웅이 유홍(劉弘)을 낳고, 유홍이 불사(不仕: 벼슬과 관직이 없음)하니,

유비(劉備)는 곧 유홍의 아들이며,

유비는 효경 황제의 십팔 대 후손이 맞습니다."하고

아뢰었다.

종정이 이렇듯 황실 족보를 큰소리로 읽어 내리자

자리에 앉은 조조는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고,

좌정한 문무 대신들 중에는 일부 고개를 끄덕이는 자들도 있었다.
그러나 헌제는 자리에서 일어나 기쁜 얼굴로 유비를 내려다보며,

"아 ! 이럴 수가 ?

그렇다면 그대는 짐의 숙부(叔父)가 아니시오 ?"하고 놀라며 말하자, 

조조는 순간 언쟎은 얼굴이 되었고,

유비는 다시 헌제를 향해 절을 하면서,

"폐하의 하늘같은 은혜에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하고

아뢰었다.
그러자 헌제는,

 

"계속된 전화로 나라가 어지럽다 보니,
짐은 역적들의 능욕을 받아왔소."하고 말을 하였으니,

이 순간 조조가 기침을 하며 자리를 고쳐 앉자,
조조의 눈치를 살피던 헌제는 조조에게 눈길을 주며,

 

"다행히 조 승상 같은 충신이 있어,

역적을 제거하고 허창으로 천도하여 짐이 비로서 안정을 찾을 수 있었소.
오늘 유황숙(劉皇叔)을 만나게 되니 짐이 기쁘기 한량없소."하고

말한 뒤에 다시 하명을 한다.

"유비는 들으시오.

짐은 그대를 좌장군 의성정후(左將軍 宜城亭侯)에 봉하겠소."
그러자 유비는 다시 헌제에게 절을 하며,

 

"성은이 망극하옵니다."하고

아뢰었다.
이어서 헌제가 하명한다.

 

"경이 한가 할 때에는 언제든지 입궁토록 하시오.

함께 선조님들 이야기나 합시다."
그러자 유비가 다시 절을 하면서,

 

"폐하의 명에 따르겠사옵니다."하고 아뢰니,
황제의 옆에 시립해 있던 황제의 장인인 동승이 유비에게,

 

"경하드립니다. 유황숙 !" 하고

말하였다.

유비는 동승의 축하에

어찌 대답할 바를 모르고 그대로 엎디어 있었다.
유비를 천자께 알현시키고, 바라지 않던  의외의 결과를

눈 앞에서 보게 된 조조는 입맛을 다시며 단상 중앙으로 천천히 걸어나오며,
단하에 엎디어 있는 유비를 내려다 보며,

"유황숙의 좌장군 임명을 경하드리오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이때까지 아무런 말도 없었던

만장한 백관들은 조조의 행동거지를 보고서야,

그제서야 일동이,

 

"경하드립니다.

황숙 !"하고

일제히 외치는 것이었다.
이리하여 이때부터 유현덕을 사람들은 <유황숙>으로 부르게 되었다.
                
107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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