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三國志) (176)
공명이 스스로 풀어낸 고민
오나라 수군 대도독 주유는 파양호에서 수군을 훈련시키고 있다가
손권(孫權)의 부름을 받고, 이날 밤 강동으로 귀환 하였다.
주유는 선군 손책(先君 孫策)과는 동서간(同壻間)으로 손권과는 사돈간이다.
손책과 주유는 어려서부터 막역한 교류를 나누던 친구지간 이었다.
어느날 두 사람은 강동에서 함께 사냥을 하다가
깨끗하고 정갈한 초당(草堂)에 들어 물 한모금을 청하여 마시게 되었다.
그때,
우연히 손책의 눈에 띄게된
대교(大喬)라는 아름다운 낭자(娘者)는 후일 손책의 처(妻)가 되었고,
그와 못지 않게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대교의 동생인
소교(小喬)는 주유의 처(妻)가 되었다.
잠시후,
주유는 그의 서재에서 노숙과 공명을 맞았다.
노숙이 차를 한 모금 마시고 주유에게 묻는다.
"도독, 여기가 도독의 서재입니까 ?"
"네."
노숙은 주유의 대답을 듣고,
서재 곳곳을 한번 둘러보며 의아한 듯 묻는다.
"그런데 어째 책이 한 권도 없습니까 ?"
사실이 그랬다.
노숙은 시종의 안내로 주유의 서재로 들어왔지만,
정작 주유의 서재에는 책이라곤 한 권도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그러자 주유는 미소를 띠며,
"읽고 나면 그 책을 바로 태우지요.
그래서 서재에 있는 책은 모두 읽었기에,
보시다시피 이렇게 텅 비게 되었소."하고, 대답한다.
그러자 공명이 비로서 입을 연다.
"그 얘길 들으니 참으로 반갑기 그지 없소이다."
"음 ?"
주유가 공명을 향해 시선을 응시하자,
공명이 손가락 하나를 세워보이며,
"융중의 내 오두막에는 장군의 서재보다,
딱 책 한 권이 더 있었소.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주유가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
"무슨 책이오 ?"
"황력(皇曆: 중국의 책력)이오,
황력이 없었으면 무슨 수로 산 속에서 세월이 가는 것을 알 수 있겠소."
공명의 그 소리를 듣고, 주유는 물론,
노숙도 너털 웃음을 동시에 터뜨렸다.
"하하하하 !..."
이같은 분위기 속에서 노숙은 주유를 향해 본격적으로 입을 열었다.
"도독, 지금 강동에는 백만 대군을 거느린 조조의 선전 포고로
문무대신들의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오.
주공께서 도독을 기다리셨으니,
의견을 물으실 것이오.
어떻소, 도독의 의견은 ?"
주유는 노숙의 질문에
몸을 곧추 세우며 결의에 찬 표정으로 대답한다.
"조조가 천자를 앞세워 군림하더니,
이제는 천자를 앞세워 공격을 하려 하오.
점점 그의 세력이 커져 지금은 백만 대군으로
천하를 노리고 있으니 강동은 상대도 되지 않을 것이오.
하여... 고심 끝에, 결심했소이다.
주공께 투항을 권할 생각이오.
주유는 이렇게 말하는 중에 두 손을 맞잡아
본인의 의지를 표해 보이기 까지 하는 것이었다.
노숙이 그 말을 듣고,
"삼대(三代)에 걸쳐 강동의 기반을 다졌는데,
이대로 조조에게 바칠거요 ?"하고,
다소간 흥분한 어조로 주유를 질책하였다.
그러나 주유는 잠시 머뭇거리는 듯 하다가,
"따지고 보면, 강동은 한나라 땅이고
결국 우리는 한나라 백성이오.
전쟁으로 백성들이 도탄에 빠진다면,
후손들이 누구를 욕하겠소이까.
바로 우리 아니겠소 ? ..."하고,
단호한 어조로 말하는 것이다.
그러자 이 말을 들은 노숙은 크게 탄식하며 고개를 흔든다.
그것은 공명도 마찬가지로 공명은 고개를 기울며 주유을 외면할 정도였다.
그러나 노숙은 주유를 설득하는 어조로,
"아 ! ...도독,
강동은 병력도 넉넉하고 물자도 풍부하니
조조와 대결하면 반드시 우리가 패한다고 단정지을 수 없는 것 아니오 ?"하고, 재
차 반론을 제기하였다.
그 순간 공명은 노숙의 말에 코웃음을 보였다.
"흥 !"
"어찌하여 웃는 것이오 ?"
공명의 코웃음을 주유는 그냥두지 않고 따지듯이 물었다.
그러자 공명은 의외의 대답을 한다.
"아 ! 도독 때문이 아니고,
세상물정에 어두운 자경 선생 때문이오 "하고,
대답하는 것이 아닌가 ?
그러자 노숙이 공명을 놀란 눈으로 빤히 쳐다본다.
그리고,
"어찌하여 그런 말을 하는거요 ?"하고,
따져 물었다.
그러자 공명은 정색을 하며,
주유도 들으란 듯이,
"조조에게 투항하는 것이 심히 이치에 합당하기 때문이오.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주유가 노숙을 향하여,
"어떻소, 잘 들으셨죠 ?
자경 선생은 마음을 돌리시오."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노숙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
"공명 선생 !
어찌 말을 번복하시는 거요 ?"하고,
실망감이 가득한 말을 공명에게 내던졌다.
그러자 공명은,
"말을 번복한 것이 아니라,
도독의 말씀을 듣고 머리를 한 대 얻어 맞은 것 처럼 정신이 번쩍 들었소.
조조의 용병술을 도독께서는 절대 따라잡을 수 없을 거요.
조조를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은 여포, 원술, 원소, 그리고 우리 주공 뿐이오.
허나,
세 분은 이미 세상을 떠났고 우리 주공은 지금 궁지에 몰려,
벗어나기 힘든 형국이오. 사실 강동이 전쟁을 피할 방책은 있소.
영토를 바칠 필요도, 조공을 바칠 필요도 없소.
쪽배에 두 사람을 태워 허창으로 보내 버리기만 하면,
조조는 바로 군사를 물릴 것이오. 보장할 수 있소."하고,
자신만만한 어조로 두 사람에게 말하였다.
그러자 주유가 눈을 반짝이며 묻는다.
"두 사람이오 ?"
"그렇소 ! 어려운 일은 아닐 거요.
강동에는 사람도 많으니,
그 둘이 없어도 상관이 없을 거요."
"그게 누구요 ?"
주유가 공명을 주시하며 물었다.
그러자 공명은 비밀스런 애기를 하듯이 은근한 미소를 지으며,
"그 둘은 절세 미인이오."하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두 사람이 누구룰 말하는 것인지 궁금한 주유가 다그쳐 묻는다.
"대체 누구를 말하는거요 ?
그러자 공명이 빙글빙글 웃으며 말한다.
"지금까지 조조는 출정하여 성을 함락시킬 때 마다,
그 지역 최고의 절세 미인들을 취해왔소.
지금 조조가 가장 탐내는 여자는 강동 교씨 가문의 두 따님인데,
첫째는 대교라 하고, 둘째는 소교라 하오.
소문에 의하면 대교, 소교는 재능도 뛰어나고
외모도 눈이 부시게 아름답다고 하더군요.
재미있는 것은 조조가 작년 생일에
하늘에 대고 이렇게 외쳤다고 합니다.
<자신에게 필생의 숙원이 두 가지가 있는데,
첫째는 천하를 통일하여 이름을 길이 남기는 것이고,
둘째는 대교,소교를 얻어 말년을 즐겁게 보내는 것이니,
이를 이루면 여한이 없겠다>고 말이오.
하하하하 !..."
공명이 말을 마치자,
주유가 탁자를 내리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아니, 조조놈이 감히 나를 모욕해 !"
공명은 주유의 노여움이 의외라는 듯이,
"어찌 이리 역정을 내시오.
과거 춘추시대 범려(范蠡)는 월나라를 구하기 위해
절세의 미인인 서시(西施)를 오나라 왕 부차에게 바쳤잖소.
결국은 서시 덕분에 월왕 구천을 도와 오나라를 멸하였소.
대교,소교도 그리 이용하면 되지 않겠소 ?"
그러자 노숙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공명에게,
"이보시오, 선생 !
대교 낭자는 돌아가신 손책 주공의 부인이시고,
소교 낭자는 도독의 부인이오 !"하고,
공명을 나무라는 소리를 내질렀다.
"어, 엇 ? ..아, 이런 !"
공명은 깜짝 놀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주유의 앞으로 달려가,
바닥에 꿇어 엎드리고 절을 하면서,
"아, 제가 그런 것도 모르고 제가 실언을 했습니다 !"하고,
몹시 당황한 빛을 보였다.
그리고 이어서,
"용서하십시오 !..."하고,
재차 용서를 빌었다.
그리고 고개를 쳐들며,
화가 있는 대로 난 주유를 우러러 보며,
"아 ! 큰일이네, 큰일이야 !..."하고,
말하면서 어쩔 줄을 몰라하였다.
공명의 당황한 모습을 처음보는 노숙이,
"왜 그러시오 ?"하고 물었다.
그러자 공명이,
"내 어찌, 감히, 말씀을 올릴 수가 있겠소.
재차 실언을 했다가는 이 몸 묻힐 곳도 없을 거요."하고,
말하며 주유를 우러러 보았다.
그러자 화가 가라앉지 않은 주유는 공명의 다음 말이 궁궁해 견딜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공명을 향하여 손가락질을 하며 다그친다.
"뭐요 ? 어서 애기해 보시오 !"
공명은 졸개가 장수의 명을 받들 듯한 표정을 지으며,
"애기하라 하시니 그럼, 솔직히 말씀을 올리겠소."
한 뒤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주유을 향해 입을 열었다.
"조조는 두 낭자가 손책 장군과 도독의 아내라는 것을 알게 되면
더욱 더 탐을 내게 될 것이오."
그 말을 들은 주유가 날카롭게 되묻는다.
"어째서 ?"
공명은 주유와 노숙의 눈치를 잠시 살피더니,
"조조는 특이하게 처녀한테는 별다른 관심을 안 보이고,
다른 사람의 아내를 탐하는 경향이 있지요.
예를 들어 장제(張濟)의 처 추씨, 원술의 처 오씨,
여포의 처 초선이 까지, 모두 이 경우에 해당합니다.
조조의 이런 추악하고 비열한 작태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이며,
이렇게 그동안 취해들인 그의 처첩은 열 명에 이릅니다.
허니, 장군, 부디 조심하십시오."하고, 말하며
주유에게 허리를 크게 굽혀 절까지 하는 것이 아닌가 ?
그러자 주유는 입을 악다물고 목구멍에서
부터 끓어 나오는 소리로 외치듯 말했다.
"조조, 이놈 !...
내가, 맹세코,
나를 능멸한 네 놈을 멸하리라 !"
177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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