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주유의 속셈

오토산 2021. 9. 26. 11:42

삼국지(三國志) (178)
주유의 속셈

"도독 ! 대 도독 !"
노숙은 주유를 향해 달려오며 소리쳤다.

그리하여 주유의 앞에 이르자,

 

"내 평생 이렇게 기쁜 날이 없었소이다 !

하하하하 !..."하고, 크게 소리내어 웃으며 

마치 어린아이가 기뻐 날 뛰 듯이 호들갑을 떠는 것이었다.
주유가 이런 노숙을 보고,

 

"내가, 선생이 이렇게 기뻐하는 것은 처음 보는군요."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노숙은,

 

"기쁘다마다요 !
내 오늘 주공을 다시 보았소이다.

말씀 몇 마디로 강동의 문무백관들을 한데로 모아,

조조에게 대항하도록 만들지 않았소 ?
하하하하 !..."
주유는 그 말을 듣고,

 

"주공이야 원래 대단한 분이고, 결과가 이리 된 것도 당연하오.
허나, 유비쪽 사람들도 우리와 같은 생각일지는 모르겠소."하고,

난데없이 의심 어린 소리를 한다.
그러자 기뻐만 하던 노숙이 정색을 하며,

 

"지금 그게 무슨 말씀이오 ?"하고,

주유의 말에 의문을 표했다.

 

"공명을 데려오고,

가장 먼저 연합을 주장한 사람이 자경(노숙의 字) 아니십니까 ?
물론 저도 연합은 찬성합니다.
전쟁으로 결정 되었으니, 이제 곧 연합이 시작되겠지요.

지금부터 관건은 연합은 하되, 누가 누구의 손을 잡아,

누구의 병사를 사용하는지 하는 거요."

주유는 장수답게 현실적인 질문을 하였다.

그러자,

 

"아 ?..."하고,

노숙이 말문을 열려고 하자,

주유는 손을 들어 막는다.

 

"잠깐 ...

내 말을 끝까지 들으시오."
주유는 이렇게 노숙의 말을 막아놓고 나서,

 

"다시 말해,

손유 동맹에서 누가 주인이냐, 하는 거죠."하고,

본질적인 의문을 제기하였다.

그러자 노숙은 고개를 끄덕이며,

 

"옳은 말입니다.

그야 당연히 우리가 주인이 되야죠. "하고,

단호한 어조로 말하였다.
그러나 주유는,

 

"공명의 생각은 다를 겁니다.
오히려 이렇게 생각하겠죠.

강동이 이기면 기회를 보아, 형주를 취하고, 

조조가 이기면  혼란한 틈을 이용해서 강동을 취하려 할 거요."

주유의 분석은 날카로웠다.

그리하여 노숙은 할 말을 잃고 잠시 생각하는데, 주유의 말이 이어진다.

 

"선생, 어찌생각 하시오 ?"
노숙은 주유의 질문에 잠시 뜸을 들인 후,

 

"핵심을 지르는 예리한 분석입니다. "하고, 대답하니,

주유는,

 

"공명은 특별히 비범한 자요.
강동에 걱정거리가 될 거요.
허니, 그를 죽여서 후환을 없애야 되겠소."하고,

뜻하지 않는 소리를 내뱉는 것이었다.

그러자 노숙은 두 손을 들어 올리며,

"안됩니다, 도독 ! 절대 안 됩니다.
연합은 시작도 안 했는데 전쟁을 코앞에 두고 우리편이 될 사람을 죽이다니요 !

 

그건 절대 안 됩니다.

유비군은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될텐데 ,

어찌 귀중한 수족을 잘라내는 짓을 하려는 겁니까 ? 

공명을 죽이는 것은 절대 안됩니다 ! "

 

노숙의 말은 그야말로 격앙되기 까지 하였다.

그러자 주유는 손을 들어 노숙을 제지하면서,

"아 !... 진정하시오.

선생께서 안된다 하시니 그럼, 잠시 살려두죠 뭐, "하고,

선심을 쓰듯이 대꾸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노숙은 천천히 마음을 진정시키면서,

 

"날, 놀리시려고 그런게로군..."하고,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주유는 역시 냉철한 소리를 내뱉는다.

 

"공명을 지금 당장 죽이진 않겠지만,
후환이 되도록 그냥 둘 수는 없소.

 

그러나 선생 !

공명을 설득해서 우리 주공을 위해 일할 수 있도록 해보시오."하는,

소리를 하는 것이 아닌가.

 

노숙은 그 말을 듣고, 난감하였다.
그리하여 한참 말이 없다가,

"장군 !...

대도독 !..."

 

노숙은 주유를 불러놓고 나서도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다음 말을 선뜻 꺼내 놓질 못한다.

그러다가,

 

"그건 어려운 일이오. 어려워요 ...
불가능에 가깝지요."하면서

자신없는 말을 하였다.

 

그러자 주유는,
"어렵다는 걸 압니다. 허나,

선생은 공명 못지 않게 지략이 뛰어나지 않소 ?

내가 선생에게 처음 내리는 임무이니,

어렵더라도 성사될 수 있도록 힘을 써보시오. "하고, 말한다.

 

노숙은 좋은 생각과 대답이 나오지 않아

눈을 깜빡이며 생각을 해 보다가,

"공명이 내 말은 절대 듣지 않을 겁니다.

그러나, 제갈근이 그의 형이니,

그에게 공명을 설득하게 해 보면 가능할 수도 있겠지요.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비로서 주유는 미소를 띠며 말한다.

 

"음 ! 기대하겠소."

제갈근은 주유의 밀명을 받고,
강동을 떠날 짐을 꾸리고 있는 객사로 공명을 부르며 들어섰다.

"아우 ! 이보게 아우 ! .."
그러자 한참 강동을 떠날 짐을 꾸리고 있던 공명이 제갈근을 알아보고,

 

"아, 형님 !

그러잖아도 찾아 뵈오려고 하였는데..."하고,

반갑게 맞이하였다.

"요 며칠 아우도 바빴겠지만,
나도 전쟁을 할 것인가 물어오는 관리들 때문에 바빴었다네,
이제 손권 장군과 유비가 서로 손을 잡아,
우리 형제의 주공들이  동맹을 맺었으니, 안심하고 찾아온 것이네.

내 입장이 그랬으니, 아우가 이해해 주게."

 

제갈근이 이렇게 말하자,

공명은,

 

"옳바른 처신이셨습니다.

당연히 공무가 우선이지요.

제가 형님의 입장이었어도 아마, 그리했을 것입니다.

자, 앉으시죠."하고,

제갈근에게 앉을 것을 권하고,

이어서 시종에게 차를 내오라고 명하였다.

곧이어 차가 나오고,

공명이 짐을 꾸리던 것을 보았던 제갈근이 묻는다.

 

"뭔가 ?  돌아가려고 하는가 ?"

 

"연합을 결성했으니 저도 이젠 강하로 돌아가려 했는데,

조금 전 하구로 같이 가자는 대도독의 명을 받았습니다. "

 

공명이 이렇게 대답하자,
제갈근이 찻잔을 내려 놓으며 말한다.

"이보게 아우,

우리 형제가 서로 다른 주인을 섬기다 보니,
그동안은 먼 곳에 있어 만나기도 어려웠지.

그래서 생각해봤네.

우리 형제가 함께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말이네."

 

"형님 말씀이 옳으십니다.

주나라 현자(賢者)인 백이(伯吏)와 숙제(叔齊)는 서로 왕위를 양보하면서

헤어지지 않고 늘 함께 했고,

마지막에는 수양산(首陽山)에서 함께 굶어 죽었으니,

사람들로 부터 귀감이 되었지요....

형님 !"

공명은 이쯤 말하고 제갈근을 은근한 어조로 불렀다.

그러자 제갈근은 공명쪽으로 고개를 기울이며 대답한다.

 

"응 ?"

 

"저희 주공께선 황실의 후손이자,

천자의 황숙으로 황실의 재건을 위해 애쓰고 계시니,

곧 대업을 이루실 겁니다.

 

제가,

형님께 감히 청하옵건데,

유황숙께 오십시오.

 

형님의 재능에다, 

이 아우가 적극 천거한다면 한실의 위업에 공을 세우실 수가 있습니다.

또한, 우리 형제도 함께 있을 수 있으니,
이 얼마나 좋겠습니까 ? "

제갈근은 주유의 밀명을 받고,

아우인 제갈양을 손권에게 귀의하도록 설득하러 왔다가,

공명에게 거꾸로 설득 당하게 생겼다.

그러자 제갈근은 허탈한 속마음을 감추려고 웃음을 웃었다.

 

"하하하하...."

 

"하하하하...."

공명도 제갈근과 함께 웃음을 터뜨리며
마주 대하자 제갈근이 난처한 속마음을 감추며,

 

"그 문제는 나중에 다시 애기하도록 하세,
자 들지 !"하고,

말하며 찻잔을 들었다.

 

"네, 드십시오."

다음날 아침,

삼강 하구로 출정하는 주유의 앞에 제갈근이 나타났다.
그리하여 주유에게,

 

"대도독, 송구스럽습니다.
공명 설득 껀은 말 한 마디도 못 꺼내고, 오

히려 한방 맞았습니다."하고, 보고하였다.

그러자 주유가,

 

"어 ?  어떻게 그리되었소 ?"하고, 물었다.

그러자 제갈근은,

 

"공명을 강동으로 회유하기 위해서 형제애로 호소했지만,

오히려 공명이 주나라 시대의 현자인 백이와 숙제를 거론하며,
오히려 저에게 유비에 의탁하라 하더군요.

상황이 그렇게 되어버리니 

소생은 말도 못 꺼냈습니다."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주유는,

 

"그럼, 선생 생각은 어떻소 ?

공명의 말대로 유비에게 가실 생각이오 ?"하고,

묻는다.
그러자 제갈근은 펄쩍 뛰면서,

 

"대도독,

하해와 같은 주공의 은혜에 목숨바쳐 보답을 못할 망정,

어찌 제가 주공의 은총을 저버리고 딴 마음을 먹겠습니까 ?"하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주유는,

 

"하하하하 !

내가 그저 한마디 희롱을 해 봤을 뿐이오."하고,

농담으로 돌려 버리고 이내 전군에 출동령을 내렸다.

주유는 한당, 황개로 하여금 선봉장으로 삼아 삼강구(三江口)로 진군하게 하고,
장흠,주태로 제 이군을 삼고, 능통, 반장으로 제삼군을 삼고,

태사자,여몽을 제사군으로 삼고, 육손, 동습을 제오군으로 삼고,
여범,주치로 사방순경사(四方巡警使)로 삼아서

수륙방면으로 총동원의 장도에 올랐다.

오나라의 대군이 원정의 길에 오르자,
공명도 그들의 뒤를 따라 출정하였다.
그러나 주유는 공명과 함께 출정하면서도

그를 죽이려는 생각은 조금도 변치 않았다.

 

그리하여 삼강구에 진을 치고 머물게 되자,

주유는 사람을 보내 공명을 만나자고 청하였다.

어떡하든지 공명을 죽이고야 말겠다고 생각하고

이를 실행에 옮길 묘책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주유가 진중에서 만나기를 청하자 공명은 즉시 달려왔다.

공명은 주유가 자기를 죽이려는 속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러기에 한 수 더 떠서 지체없이 달려온 것이었다.
주유는 공명을 만나자,

 

"선생, 적에 대처할 책략을 내려주시오."하고, 물었다.

그러자 공명은,

 

"별 말씀을요. 대도독의 명에 따르겠습니다."하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주유는 공명에게 자리에 앉기를 권했고,

자리에 앉자 주유가,

"과거 조조와 원소의 관도대전 (官渡大戰) 당시,

조조가 10 만 밖에 되지않는 병사로 6,70 만이나 되는 원소군을 맞아,

숫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대승할 수 있었던 원인은 어디에 있었다고 생각하시오 ?"하고,

물었다.
공명은 주저없이,

"관건은 조조가 오소를 기습하여 원소군의 군량을 불태우고 보급로를 차단한 것이지요.

그로 인해 원소군은 군량은 물론이고 전쟁을 수행하는 전략 물자가

모두 불타버리는 바람에 원소군은 큰 혼란에 빠지고
수습이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렀지요."하고,

대답하였다.

 

"그렇소, 군량은 대군의 명(命)줄이오.
현재 조조군은 83만, 아군은 고작 5만이오.

숫적 열세를 극복하려면 보급로를 끊어야 하오.

 

백방으로 염탐해 본 결과,

적의 군량고가 취철산(聚鐵山)에 있다는 것을 알아냈소.

취철산으로 말하면 선생이 어렸을 때 사시던 형주 땅이니,

선생은 그 곳 지리를 잘 아실 것이오.

 

그러니 선생이 관우, 장비,조자룡을 인솔해서

그곳을 기습해서 조조군의 군량과 무기를 모조리 태워버리시오.
아, 그리고 나는 철기(鐵騎) 이천을 지원해 주겠소.

성공한다면 조조 제거에 일등 공신이 되는 것이오."

주유는 선심 쓰듯이 말했지만, 사실은 군령이었다.

전쟁터에서 군령은 목숨보다 소중하다는 것은

주유는 물론이고 공명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터였다.

 

그러기에 공명은 주유가 적의 손을 빌려

자기를 죽이려는 술책을 쓰고 있음을 즉시 깨달았지만,

나중에 대책을 따로 강구하더라도 우선은 승낙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하여 군령을 접수하는 자세로,

"대도독의 명을 어찌 거스르겠습니까.

그러면 제가 그 임무를 맡도록 하겠습니다."하고,

대답하고야 말았다.

 

"하시겠소 ?"

 

"물론이지요 !

세 장군에게 기별을 보내, 출격하도록 하겠습니다."

 

"시간이 없으니 지금 즉시 기별을 보내시오.

연합군의 서전(序戰)을 승리로 장식합시다. "

 

"염려마십시오. 서전은 필히 승리할 겁니다."

 

"좋소 ! 기대하겠소."

 

공명은 자신을 제거하려는 주유의 술책임을 알면서도,

쾌히 승낙하고 주유의 군막을 나왔다.
                       
179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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