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三國志) (248 )
성공한 이간책(적중작적: 敵中作敵)
마초는 조조와의 담화를 마치고 돌아온 한수에게
군영에 이르기까지 아무런 말도 아니하고 돌아왔다.
그리고 군영 앞에 이르러서야 말문을 열었다.
"아까,
조조와 즐겁게 말씀하시던데 ? ..."
"음 ! ..
조조가 내 아버지를 안다면서 옛 이야기를 하더군..."
"그 말씀이 사실이길 바람니다.
이랴 ! "
마초는 먼저 말을 달려 자기 군막으로 들어가 버렸다.
한편,
조조는 빙성 군막에서 화친서를 앞에 두고 하후연에게 먹을 갈게 하였다.
붓으로 먹물을 찍어 본 조조가 말한다.
"이건 아무래도 너무 진한데 ?"
"그럼, 물을 더 부을까요 ?"
"됐네. 진한 것도 나쁘진 않아."
조조는 이렇게 말하면서 애써 써 놓은 화친서
중간, 중간의 대목에 붓으로 덧칠을 하는 것이었다.
"엇 ?..."
하후연은 의아한 조조의 모습을 보고,
눈을 크게 뜨면서
"승상,
뭣 때문에 그렇게 칠하시는 겁니까 ?"하고,
물었다.
그러자 조조는,
"이보게 하후연,
자네는 누구보다 창,칼은 자유롭게 잘 사용하지만, 이건 모를 것이네.
때로는 붓으로 하는 살인이 창칼 보다도 예리할 수가 있지. 어떤가 ?
천자의 조서같지 않나 ?"
"예 !"
"좋 ~아 !
그럼 사람을 시켜,
이걸 서량군 군영을 지키는 수비병에게 주라고 하게.
반드시 <내가, 한수 장군에게 보내는 서찰>이라는 소리를 하게 하고..."
조조는 먹으로 덧칠한 서찰을 하후연에게 건네면서 말한다.
"알겠습니다 !"
잠시후,
서량군 군영앞에 조조의 전령이 도착하였다.
"누구냐 ?"
서량군 군영 위수병이 살을 겨누며 경계하였다.
"쏘지마시오 !
나는 조승상의 심부름으로 한수 장군에게 보내는 서찰을 가지고 왔소 !"
"받아와라 !"
"예 !"
이렇게 조조가 한수에게 보내는 서찰이 건네졌다.
조조의 서찰은 즉시 한수에게 전해졌다.
또 그 소식은 마초에게도 즉각 알려졌다.
마초가 한수의 군막으로 불쑥 찾아왔다.
"숙부,
조조가 서찰을 보냈다면서요 ?"
"응 ? 맹기, 자 여기있네."
한수는 조조가 보내온 서찰을 보고 있다가 마초에게 건네주었다.
마초가 서찰을 받아 보니,
조조가 보내온 서찰은 온통 알아 볼 수 없도록,
군데군데 덧칠이 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
"아니 ?
왜 덧칠이 되있는 겁니까 ?"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런 것을 보내왔다네.
혹시, 초벌본을 잘못 보낸지도 모르지..."
"조조는 주도면밀한 자인데 어찌 그런 실수를 저질렀겠습니까 ?"
마초는 의심이 가득한 눈초리로 한수를 바라보며 대꾸하였다.
그리고,
"제가 보면 안되는 내용이 있어,
숙부께서 덧칠한 것 같은데 아닙니까 ?"하고,
노골적으로 자신의 속내를 드러냈다.
"맹기, 그게 무슨 소린가 ? "
"아버지와 의형제를 맺으신 분이,
아버지의 복수를 하기도 전에, 다른 마음을 품으신 겁니까 ?"
"맹기, 그건 오해야."
한수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마등 형님과 나는 친형제나 다름없는데,
어찌 내가 형님을 배반할 수 있겠나 ?"
"흥 ! 상황이 달라졌으니까요,
우리에게 승산이 없어 보이니까, 조조에게 달라붙은 겁니까 ?"
"맹기 ! ... 알겠다,
그럼.. 이렇게 하자,
내일 내가 조조를 성밖으로 불러낼 것이니 너는 숨어있다가 기회를 봐서 조조를 치거라."
"좋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된다면, 숙부를 믿겠습니다."
마초는 그렇게 말한 뒤에 그대로 나가 버리는 것이었다....
다음 날,
한수가 이감, 마완(馬玩),양추, 후선, 양흥(梁興)등 오장(五將)을 거느리고
조조의 빙성으로 향했다.
물론,
마초는 뒤따르는 군사들 틈에 섞여 뒤따르고 있었다.
한수가 부하를 보내, 빙성 안으로 자신의 말을 전했다.
"한 장군께서 승상을 뵙고자 하오 !"
잠시후,
성문이 열리면서 나타난 사람은 조조가 아니라 장군 하후연이었다.
하후연은 이렇게 말한다.
"아, 한 장군 ?
승상께서는 허창에서 오신 천자의 사신과 애기 중이라 나올 수가 없어,
나에게 대신 말을 전하라고 하셨소.
보내준 서찰은 받았고,
장군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잘 알았으니,
모든 것은 약조한 대로 하시겠다고 하셨소.
그러니 장군께서도 일을 그르치지 마시오."
"잠깐,
그게 무슨 말이오 ?"
한수는 하후연이 전하는 조조의 말이
그동안 진행된 강화 협상하고는 딴 판인 관계로 놀라며 하후연을 불러댔다.
그러나 하후연은 이미 돌아서 성문안으로 향하는 게 아닌가 ?
"한수 !
네 놈이 정말 우리를 배신했구나 !"
마초가 더 이상 물을 필요도 없다는 어투로 한수를 닥달하였다.
"맹기,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거냐 !"
"조조놈과 결탁하여 날 죽이려 한 거지 ?"
"맹기,
난 배반할 생각이 없으니 계략에 걸려들지 말라 !"
"이제 더 이상 속지 않겠다.
받아라 !"
"안됩니다 !"
마초가 한수를 치려고 소리치자,
그 순간 한수의 부장 양추가 마초를 제지하는 소리를 질렀다.
"고정하십시오 !"
그러나 마초의 창은 이미 한수를 향해 내리친 상태였고,
한수의 부장 양추는 한수를 향하던 마초의 창을 막아낸 상태였다.
마초가 한수를 가로막고 나서는 오장들을 차례로 공격하여
하나씩 말에서 떨어뜨렸다.
"좋다 ! 다 같이 공격하려구 ?
모두 함께 다 덤벼라 !"
과연 마초는 천하의 용장이었다.
한수가 마초로부터 공격을 당하자
한수를 따르는 오장을 비롯한 다른 장수들도
이제는 어쩔 수 없이 칼과 창을 들어 마초에 대항한다.
그러나 마초를 당해낼 장수가 없는 지라
마완, 양흥 등은 그의 창에 어의없이 쓰러졌다.
양추가 한수에게 다가와 말한다.
"마초가 저렇듯 오해하여 해명을 해도 듣지 않으니
차라리 조조에게 투항하면 어떻겠습니까 ?"
"뭐야 ? ..
그러나 마등은 나의 결의형제인데, 어찌 마초를 배반하겠나 ? "
"상황이 이러니 어쩔 수 없지요."
이렇게 한수와 양추가 마초와 자기편 장수들이 싸우는 광경을 지켜 보는 가운데,
어느덧 마초는 한수의 측근 장수들을 모두 제압하고 한수를 향해 돌격해 온다.
바로 그때, 빙성 성루에는 조조가 나타나 연달아 소리친다.
"한장군 !
놀라지 말게 ! 내가 도와주지.
쏴라 !"
조조가 이같이 한수와 자신의 병사들을 향하여 연달아 외쳐대자,
성루의 조조군 궁사들이 한수에게 돌진해 오는 마초를 향하여 화살을 쏘아 갈긴다.
"피융 !~..."
"피융 ! ~..."
조조군이 쏘아 갈긴 화살은 마초를 향해 사정없이 떨어졌다.
"에 잇 ! .. 에 잇 !..."
마초는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화살을 막아내기 위해 한수의 접근이 쉽지 않았다.
그러자 잠시 뒷편으로 물러나며 소리쳤다.
"한수 ! 들었느냐 ?
조조가 도와준다는데 아직도 할 말이 있느냐 ?
배신자 ! "
그 순간 조조군이 쏘아 갈긴 화살이 마초에게 집중되어 쏟아졌다.
마초는 마상에서 이를 피하다가 순간, 중심을 잃어
말에서 떨어져 땅바닥에 딩굴었다.
그러자 이것을 본 한수가 말에서 급히 내려 마초에게 다가갔다.
"맹기, 괜찮으냐 ? 맹기, 맹기 !"
한수는 마초의 몸을 일으켜 주며 마초의 안위를 진실로 걱정하였다.
그러나 땅바닥에 나뒹굴던 마초가 몸을 일으키며 조조군을 응시하는 가운데,
빙성의 문이 열리며 조조의 정예군이 밖으로 쏟아져 나오는 것이 보이는 것이 아닌가 ?
"맹기, 어서 일어나라.
일단은 피하고 보자 !"
한수는 마초의 몸을 붙잡고 일으키며 말했다.
그러나 마초는,
(저 놈들이
본격적으로 한수를 돕기 위해 나오는구나 !...)
마초는 순간,
이렇게 생각하고 자신의 몸을 일으켜 주고 있는 한수를 향해,
"이젠 더 이상 속지 않는다 !"하고,
소리치며, 요도(腰刀)를 뽑아 내리쳤다.
"아 악 !"
마초의 몸을 붙잡아 일으키려던 한수가 왼쪽 팔을 잡고 비명을 질렀다.
마초가 휘두른 칼에 한수의 왼쪽 팔이 잘려져 나간 것이었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조조가 회심의 웃음을 웃어 젓힌다.
"와 하하하하 !"
"장군, 장군 !"
한수의 측근 장수들이 한수를 향해 일시에 몰려들었다.
그 순간 조조의 정예병들이 엄습해 왔고,
사태의 심각성을 깨닳은 한수의 부장 양추는 군사들에게 명한다.
"무기를 버리고 조조군에 투항하라,
투항하라 !"
그러나 마초의 군사들은 조조군에 대항하며,
마초와 함께 일시에 쫒겨간다.
"쫒아라 !
저 망아지 같은 마초를 없애라 !"
성루의 조조가 마초를 향해 손가락질을 하며, 군사들을 독려하였다.
그리고 이어서,
"마초의 목을 가져오는 자에게 상금 천 냥을 주고, 제후에 봉한다 !
생포하는 자는 대장군에 봉한다 !"하고,
승기를 잡은 표호하는 어조로 마초를 뒤쫒는 군사들을 향하여 소리친다.
"이랴 !"
마초는 자신의 병사들을 돌려 황급히 후퇴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승기를 잡은 십만에 이르는 조조군은 가차없이 마초군의 뒤를 엄습했다.
마초는 말머리를 돌리기가 무섭게 도망쳤으나,
시간이 지날 수록 그를 따르는 장수는 방덕과 마대 뿐이었고
군사는 애초에 출정 당시에 이십 만명에서 십오만이 줄어든
,패잔병 오만 명밖에 남지 않았다.
마초는 그길로 한중의 장로(張魯)에게 투항하기 위해 달리기 시작하였고,
무기를 버리고 투항한 한수의 군사들은 조조의 은전으로 살아남게 되었으며,
조조는 한 쪽 팔이 없어진 한수를 서량후(西凉侯)에 봉하고 양추를 서량 태수로 삼고서
나머지 네 장수에게도 각각 관직을 내려 서량을 다스리게 하였다.
이로써
조조의 적중작적(이간책)은 대 성공을 거둔 셈이 되었다....
249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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