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랑시인 김삿갓/김삿갓

선비와의 언문풍월 대결

오토산 2022. 1. 17. 07:08

김삿갓 6 -
[선비와의 언문풍월 대결]

"아니 뭐가 딱하단 말이오?"

 

중이 험악한 대꾸를 하는데

그의 말에는 칼과 같은 날카로움이 있었다.

"스님,

긴요한 이야기라면 뒷켠 승방에서 나눌 일이지

어찌 부처님 앞에서 나눈단 말씀이오.

앉아 계셔도 구만리를 내다 보시는 부처님이 두렵지 않고

한낮 지나가는 이 과객은 두렵단 말이오 ?"

"뭣이?"

 

선비와 중은 동시에 입을 딱 벌리며 기막혀 했다.

말을 듣고보니 이치에 닿는 말이었다.

인간은 속일 수 있을지언정, 부처님은 못 속이는 법,

지금까지 부처님 앞에서 은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보잘것 없는 나그네 하나를 물리치려던 자신들이 부끄러웠다.

선비는 이 낯선 과객의 말솜씨가 보통이 아님을 알아차리고

마침내 한꾀를 생각했다.

 

그것은 어려운 글겨루기를 해서 창피를 주어 내쫒을 심산 이었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미루어 보건대 풍류 과객을 자처하며

어설픈 글줄이나 읊조리며 밥술이나 얻어 먹으려는 부류들을 많이 겪었지만

제대로 시 한수 읊는 놈은 본 바 없었다.

선비는 김삿갓도 그런 치들중 하나로 생각했다.

그래서 글짓기를 하여 뾰족한 코를 뭉개 버리고 싶었다.

  그러나 우선 상대방의 실력을 알아야 하겠기에 먼저 딴청을 피워 보았다.

"보아하니 풍월깨나 알고 있는것 같은데

진정 풍류를 아는 선비라면 내 톡톡히 선비 대접을 하려니와 글에 자신이 없다면

어서 저쪽 주방으로 가서 찬 밥술이나 얻어먹고 가시구려."
김삿갓은 이 말을 듣고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오냐,

네 놈이 글줄이나 읽은 모양인데 어디 한번 혼똥을 싸보아라..)
이렇게 선비를 비웃으면서도 표면으로는 정색을 하면서 점쟎게 말문을 열었다.

 

"거 듣던중 반가운 말씀이외다.

불초 깊이 배운바 없으나 일찍이 부친덕에 천자문을 읽어

하늘천 따지는 머릿속에 집어 넣었고 어미덕에 언문줄이나 깨우쳤으니

하교하시면 가르침을 받겠소이다."

김삿갓의 이같은 말에 중이나 선비는 눈쌀을 더욱 찌푸렸다.

갈수록 태산이라더니 이건 은근한 도전이 아니던가.

"좋소.

그럼 내가 먼저 운을 부를테니 즉시 답을 하시오."

 

선비는 어차피 내친 발길이라 돌릴 수 없어

이렇게 말을 하고 잠시 생각끝에 입을 열었다."

"타 ! "
그의 입에서 타란 말이 떨어졌다.

"타라니,

이건 한문 풍월이오,

아니면 언문 풍월이오?"
김삿갓은 눈을 반짝이며 선비에게 물었다.

"그야 물론 언문 풍월이지."
김삿갓을 싹 무시하는 말씨였다.

 

"좋소이다.

그럼 내 답 하리다.
타면 기둥 붉게 타! "

"또 타 !"

"네 절 인심 고약타!"

 

타자가 떨어지기 무섭게 김삿갓이 내뱉으니 선비는 어이가 없는 모양이다.

더구나 갈수록 듣기 거북한 말이 나오자 다시 더 부를 마음이 없었다.
잘못 더 불렀다가는 무슨 욕이 나올지 모를 판이었다.

김삿갓은 선비의 입만 쳐다보고 있었다.

그가 다시 "타!" 하고 내뱉으면

 

"지옥가기 꼭 좋타!" 하고

내쏠 작정 이었다.

그러나 선비의 입에서는 더이상 아무말도 나오지 않았다.
잠시 시간이 흘렀다.
그냥 있기가 안됐던지 중이 먼저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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